등불 하나 밝혀두고 싶다 - 장남제
앞길을 밝히느라
두 눈에 쌍불 켜고
얼마나 서둘러 달려 나왔는지
밤의 깊은 계곡을
마침내 그렁그렁 엔진에서 소리가 난다
제 눈에 쌍불이래야
겨우 앞가림 정도
어디를 가도
얼마를 달려도
턱턱, 앞을 막아서던 어둠의 손아귀
캄캄해서가 아니라
언제고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아
더 두려웠던
다행히 어둠에는 끝이 있어
누구에게나 같은 길이로 있는,
스스로 밝혀야 하는
하루치 밤
달려 나오다 보니 어느 새
어둠은 야위어져 나무 뒤로 숨었네
상처 하나 없이 어찌
내 몫의 어둠을 지났을까만
밝아지면서 드러나는 그 아문 흔적
너무나 또렷이 커 보여
어둠이 끝나는 이 곳에
등불 하나 걸어두고 가고 싶다
멀리서도 보이도록 높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