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오만하고 우아한 열정 - 곽재구
빛살 터지는
강변을 거슬러 오르며
나는 내 언어의
금속세공업자가 됩니다.
밟히는
모래 한 알 한 알 마다
참으로 오만하고 우아한 열정이라
새겨 넣을 겁니다.
떨어지는 빛살 한 올 한 올 마다
꼭 그렇게 새겨 넣을 것입니다.
그리고 언젠가
내가 하늘의 찬란한 기술을
다 익혔을 때
당신이 벗은 발로 내게 찾아오던
그날의 긴 설레임과 환희를
금빛 강물 위에 새길 것입니다.
곽재구 시인(꽃보다 마음을 먼저주었네)-열림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