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에서 묻어나는 사랑 - 민경교
사랑은 내 가슴 안에 있는 것보다
바깥으로 걸어 나와
엄지, 검지, 중지를 지나 약지에 이르기까지
손끝에서 사랑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길을 걷다, 못다 핀 꽃 한 송이 만나거든
손으로 만지고 보듬어서
활짝 피어나는
사랑의 꽃 한 송이를 보고 싶고
세상을 보지 못하는 사람과 걷지 못하는 사람을 만나거든
눈을 뜨게 하는 사랑과 길을 걷게 하는 사랑이
내 손 끝에서 묻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때로는, 나의 손끝에 묻은 사랑이
다 닳아 낡고 없어지면
남의 손을 빌려 일어날 수 있는 사랑, 사랑의 힘으로
살아가는 세상을 만났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