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빛으로 봉한 편지 - 최옥
처음 잡던 당신 손을 이제는 놓아야겠다 싶을 때 말하리라
삶이 너무도 공허해서 수만겹의 허공을 두르고 살던 그때
당신이 그 허공을 한겹씩 벗겨 주었노라
분분히 흩어지던 일상 속에서 나는 떠돌던 한 점 먼지
창백한 별빛을 만지작거리며 젖은 눈으로 잠들던 새벽
창가에 머물던 흐릿한 불빛은
차마 고개 들지 못하던 부끄러운 사랑이었노라
한번이라도 축배를 들고 싶었던 건 살아온 날을 위해서가 아니라
살아갈 날들 속 어느 한 순간
잠시 허락받은 날 있다면 그날을 위해서였노라
뿌리치다 뿌리치다...기어이 가져버린 당신
오지 않을 것이기에 기다렸고 다가설 수 없기에 사랑했노라
서로 하늘만 바라보던 순간들은 영원히 부를 노래가 되었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