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실된 기억 - 이생진
기막힌 일이다
어쩌다 잊었나 잊은 것을 왜 추궁하나
왜 고문처럼 괴롭히나
약초밭에서 잡초를 뜯고 있지만
그녀가 왜 여기 와 있는지
언제 왔는지
언제 나갈 것인지
기억도 계획도 없으니
그저 바윗돌처럼 멍하니
어느 날은 바람에 넋을 잃고
구름을 타고 있던 기억도
잠이 오면 잠자고
기억으로 고민할 필요가 없으니
숱한 세월
내일도 또 산언덕 약초밭
잡초를 뽑아내듯 잡초 같은 기억을 뽑고 있을 테니
그밖에 기억을 조성하거나
기억을 재배할 토양이 없으니까
나와 반대였으니까
나는 기억을 더듬지만
그녀는 더듬을 기억을 두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나는 숲 속을 더듬고
무덤을 더듬고
해골까지 더듬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