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도둑 - 권대웅
마음에 도둑이 들었나봐
온몸 구석구석을 뒤지더니
깊이 잠들었던 살결을 일깨우더니
종일토록 나가지를 않는다
도둑이 들어도 정말 큰도둑이 들었나봐 두근두근
온몸이 두근거리는 소리에 잠들지 못하고
한밤중에 어둠이 헝클어지도록 잠들지 못하고
마음은 하루종일 방안을 서성대는데
창 밖에 가문비나무 비척이는 소리
바람이 발자욱을 지우는 소리 문을 닫다가
별들에게 그만 내 눈동자를 들켜 버렸는데
가져가려면 빨리 가져가지
이토록 들쑤셔만 놓고 뒤흔들어만 놓고
가지 않는 이여
내 심장을 꺼내 드릴까
한점 열에 들뜬 살점에 떼어 드릴까
내 머리카락 모두 잘라 가는 길에 신발을 만들어 드릴까
길도 보이지 않고
집도 보이지 않고
구름이 달빛을 삼킨 밤
개들도 깊은 잠에 빠져 버린 밤
아, 너무도 큰 당신이 내 몸속에 들어왔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