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 남궁 벽
풀, 여름 풀
요요끼(代代木)들의
이슬에 젖은 너를
지금 내가 맨발로 삽붓삽붓 밟는다.
여인의 입술에 입맞추는 마음으로
참으로 너는 땅의 입술이 아니냐
그러나 네가 이것을 야속다 하면
그러면 이렇게 하자
내가 죽으면 흙이 되마
그래서 네 뿌리 밑에 가서
너를 북돋아 주마꾸나
그래도 야속다 하면
그러면 이렇게 하자
네나 내나 우리는
불사(不死)의 둘레를 돌아다니는 중생이다
그 영원히 역정(歷程)에서 닥드려 만날 때에
마치 너는 내가 되고
나는 네가 될 때에
지금 내가 너를 삽붓 밟고 있는 것처럼
너도 나를 삽붓 밟아 주려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