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우 - 문정희
내 허리를 휘감아줄
사내는 없는가
저 야생의 히스크리프처럼 털이 세고
하나밖에 다른 것은 모르는 밤의
다시는 용납할 수 없는
아픔이 땅 위를 딩굴고 있다.
붉은 머리 풀어헤치고
으르렁거리는
목 아프도록 징그러운
그리움이여
먼 바람 속에서
무덤이 나를 삼키며
달겨든다.
죽은 에미의
밥상에서는 그릇이 저 혼자 깨지고
수천 번 쏟아지는
서슬 푸른 기침을 따라
밤새 비단벌레 같은 여자가
하늘로 하늘로 오르고 있다.
詩..문정희
Photographer Yuri Bond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