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꽃 - 조지훈(1920 ~ 68)
까닭 없이 마음 외로울 때는
노오란 민들레꽃 한 송이도
애처롭게 그리워지는데
아 얼마나한 위로이랴
소리쳐 부를 수도 없는 이 아득한 거리에
그대 조용히 나를 찾아오느니
사랑한다는 말 이 한마디는
내 이 세상 온전히 떠난 뒤에 남을 것
잊어버린다 못 잊어 차라리 병이 되어도
아 얼마나한 위로이냐
그대 맑은 눈을 들어 나를 보느니
휴대전화와 인터넷 덕분에 언제.어디서나 연결이 가능한 네트워크 시대다. 정보화 시대 덕분인지, 골목 어귀 가로등 아래 우두커니 서 있거나, 문을 닫을 때까지 찻집에 앉아 있는 사람이 희귀해졌다. 보시(布施)는 여러 가지다. 누군가를 기다리거나 그리워하는 것도 대단한 보시다. 그 가운데 내가 알고 있는 가장 아름다운 보시는 '눈 보시'다. 그냥 바라봐 주는 것. 그런 눈빛만으로도 누군가가 다시 일어난다.
<이문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