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델피아
며칠 전 카페를 찾았다. 혼자 가니 조금은 서먹했지만, 노트북이란 놈이 있어 금방 편안함을 찾았는데 이어폰을 꽂기 전 갑자기 음악이 바뀌며 영화 ‘필라델피아’의 OST가 흘렀다. 두리번거렸다. 사장님이 보였고 물었다. 이 영화를 본 적이 있냐고. 왜냐면 사장님은 어려 보였고 이 영화가 나온 지가 아주 오래되었기 때문이다. 사장님은 이 영화를 봤다고 말했다. 물론 에이즈를 다룬 영화지만 나와 같은 사정이었다. 돈을 많이 벌고 성공한 직원이었지만 병에 걸려 내리막길을 가는 안타까운 영화다. 내가 에이즈 환자는 아니지만 이야기가 지금의 나와 어찌 그리 같을까?
사람들은 장애에 대해서 같은 인간이라고 말하고 평등을 외친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장애 판정을 받은 3년 뒤 나는 느꼈다. 평등하지 않다고. 지금도 느낀다. 세상엔 많은 눈이 존재한다. 그 눈을 모조리 보며 살아가긴 힘들다. 절망이 찾아오고 죽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혼돈의 며칠이고 몸은 퇴원할 때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쇠약해지고 있다. 물론 극복하고 행복하게 사는 사람도 TV에서 볼 수 있다. 언론을 모르는가. 그런 장애인은 극소수다. 연쇄 살인마가 TV 뉴스에 나온다고 내가 연쇄 살인마인가? 그런 악마는 극소수다.
헛된 희망을 심어주지 말자. 되려 현실을 말해주자. 그렇게 살다 가는 거라고.
2024.03.02.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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