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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편지】: 제937호
2012.12.21 (음11.09) / 발송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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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나눔 → 오늘의 어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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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를 들으며 본디의 소리를 기대하진 말라. - [365개의 인용구가 담긴 달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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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나눔 → 말글 / 한글바로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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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음
“주정꾼을 가리켜 후(?, 주정하다)라 한 것은 그 흉덕을 경계함이요, 술그릇에 주(舟, 배)가 있는 것은 배가 엎어지듯 술에 빠질 것을 경계함이지요. 배(盃, 잔)는 풀이하면 ‘불명’(不皿, 가득 채우지 말라)이 되고, 창(戈) 두 개가 그릇(皿) 위에 있는 잔(盞)은 ‘서로 다툼을 경계’한 것이고… ‘술 유’(酉) 부에 졸(卒, 죽다)의 뜻을 취하면 취(醉) 자가 되고 생(生, 살다)이 붙으면 술 깰 성(醒) 자가 되지요.” 다산 정약용이 간밤의 통음했던 자리를 떠올리며 영재 유득공에게 보낸 답장 중에 나오는 말이다. 말년에는 차를 즐겼던 다산이지만 젊었을 때는 작취미성(어제 마신 술이 아직 깨지 아니함)의 날이 없지 않았던 모양이다.
한밤중에 책상치고 벌떡 일어나(中夜拍案起, 중야박안기) / 탄식하며 높은 하늘을 쳐다보네(歎息瞻高穹, 탄식첨고궁) / … / 생각하면 할수록 속이 끓어오르니(念腸內沸, 부념장내비) / 술이나 진탕 마시고 무심으로 돌아가 볼까(痛飮求反眞, 통음구반진) / … / 곰곰 생각하면 속만 타기에(深念焦肺肝, 심념초폐간) / 또 술잔이나 들어 마신다네(且飮杯中, 차음배중록)….
다산이 43살 때 쓴 212행의 한시 ‘하일대주’(夏日對酒, 여름날 술을 앞에 놓고)의 한 대목이다. 집권세력이었던 노론에 밀려 유배생활을 했던 다산이 통음했던 까닭은 자신의 개혁 프로그램을 제대로 펴기 어려웠던 아픔을 달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통음(通音)을 위한 통음(痛飮)이기도 했을 것이고.
통음(痛飮)의 뜻은 ‘술을 매우 많이 마심’이고 통음(通音)은 ‘소식이나 편지 따위를 주고받음’이다.(표준국어대사전) ‘음’(音)에는 ‘말, 언어’의 뜻이 있으니 통음(通音)의 한자 뜻을 새겨 넓게 해석하면 ‘말이나 뜻이 통함’이기도 하다. 통음은 곧 ‘소통’인 것이다. 이런 뜻으로, 이번에 뽑힌 새 대통령은 국민을 통음(痛飮)하게 하지 않는 ‘통음(通音)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
강재형/미디어언어연구소장·아나운서
[우리말바루기] 피랍되다
“최영함의 검문검색대는 삼호주얼리호가 피랍되자마자 구출작전을 위한 연구에 들어갔다.” “창군(創軍) 이래 처음으로 해외에서 피랍된 우리 국민을 구출하기 위한 작전이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일까?”
예문에 나오는 ‘피랍’의 한자는 ‘입을 被’ ‘데려갈[끌어갈] 拉’이다. 끌려감을 당하는 것이니 ‘피랍’은 ‘납치를 당함’이란 뜻이다. ‘납치(拉致)’는 억지로 데리고 감을 의미한다. ‘피랍’에 피동(被動)의 뜻을 더하고 동사를 만드는 접미사 ‘-되다’가 붙은 ‘피랍되다’는 이른바 이중 피동이 되어 올바른 표현이 아니다. ‘납치되다’로 적는 게 반듯하다.
심지어 “해적들은 피랍에 실패한 배에는 악령이 있다고 믿어 다시는 건드리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라고 쓴 것도 보았다(→납치에). 비슷한 구성의 단어로 ‘피격(被擊)’(습격이나 사격을 받음), ‘피살(被殺)’(살해됨), ‘피습(被襲)(습격을 당함) 등이 있다. 이런 말들을 동사로 쓸 때는 주의해서 사용해야 한다.
신문 기사의 제목에서 자주 보듯이 ‘말레이시아 해군도 선박 피랍 직전 구출’ ‘청와대, 피랍 다음 날 무력진압 결정’ 등과 같이 쓸 경우 ‘피랍’을 바르게 사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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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나눔 → 우리나라 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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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고요 - 김인희
그 고요에 채색한다
변함없이 오늘도 강물이 흐르고 태고적부터 흘러 너와 나의 손을 잡고 있는 강물 속 깊이 숨겨진 고요 그 고요속에 면면이 채색된 무늬들 관계
오늘도 강물은 흐르고 그 강가에 산책나온 사람들이 잉어에게 말없이 먹이를 주고 새끼를 데리고 나온 청둥오리에게도 주고 백로는 멀찌감치 서서 강가의 풍경을 바라보고 강가의 돌들과 들풀들도 그 고요에 채색한다
변함없이 강물이 흐르고 바람이 오기전 우리는 그 강가의 산책을 즐기고 잉어에게 먹이를 주고 청둥오리에게도 먹이를 주고 강물 속 깊이 숨겨진 관계 그 고요에 채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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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자료 → 명상/지혜/처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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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위한 닭고기 스프 2 - 잭 캔필드&마크 빅터 한센
1. 꿈을 이루기 위한 스프
당신은 비판을 이길 만큼 강한가 중요한건 비판이 아니다. 누가 어떻게 비틀거렸으며 어디서 실수를 저질렀는지를 지적하는 사람이 중요한게 아니다. 중요한 것은 실제로 인생의 경기장에 뛰어들어 먼지와 땀과 피로 얼굴이 상처 입은 사람 용감하게 재도전하고 연거푸 실수하고 모자랐다 해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 사람 자신의 일에 정열을 다 쏟는 사람 또한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목적에 인생을 바치는 사람이다 그는 성공과 결실을 거두었든 아니면 과감히 도전했으나 실패하고 말았든 자신이 결코 승리도 패배도 모르는 소심하고 무감각한 영혼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리라.
- 테오도르 루즈벨트
가슴이 원하는 삶
내게는 몬티 로버츠라는 친구가 있다. 샌 위시로드에 큰 규모의 말 목장을 갖고 있는 친구이다. 나는 매번 목장 안에 있는 그의 집을 빌려 불우한 환경의 청소년을 위한 기금 마련행사를 가져 왔다. 지난 번 행사가 열렸을 때 몬티 로버츠는 참석자들에게 나를 소개하면서 말했다. "제가 왜 잭 캔필드 씨에게 이 집을 사용하게 하는지 그 이유를 여러분은 잘 모르실 겁니다. 오늘은 그 이야길 들려 드리고 싶군요. 이야기는 스무 해 전의 한 어린 소년에게로 거슬러 올라 갑니다. 소년의 아버지는 마굿간에서 마굿간으로, 경마장에서 경마장으로, 목장에서 목장으로 말을 훈련시키며 돌아다니는 떠돌이 말 조련사 였습니다. 그래서 소년은 고등학교 시절에 끊임없이 학교를 옮겨 가야 했습니다. 졸업반이 되었을때 담임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훗날 어른이 되면 어떤 인물이 되고 무슨일을 하기를 원하는지 써내라는 숙제를 주었습니다. 그날 밤 소년은, 언젠가는 자신이 거대한 말 목장의 주인이 되겠다는 인생 목표를 일곱장의 종이에 걸쳐 깨알같이 적어 내려 갔습니다. 소년은 아주 상세히 자신의 꿈을 적었습니다. 건물들과 마구간과 트랙의 위치를 보여 주는, 25만 평에 달하는 목장의 상세도까지 자세히 그렸습니다. 그 리고 그 25만평의 꿈의 목장안에 지을 1백 평의 집에 대한 구체적인 설계도를 맨 끝에 첨부했습 니다. 소년은 그 꿈의 설계에 자신의 온 마음을 쏟아 부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그것을 선생님께 제출했지요. 이틀 뒤 소년은 숙제를 되돌려 받았습니다. 겉장에는 커다랗게 붉은 글씨로 F학점이 적혀 있고, '수업이 끝난 후에 나를 만날 것!'이란 쪽지가 붙어 있었습니다. 꿈을 가진 소년은 수업이 끝난 뒤 담임 선생님을 찾아가 물었습니다. '왜 제가 F학점을 받아야 하죠?' 선생님이 말씀하시더군요. '이것은 너 같은 환경의 아이한테는 너무나 비현실적인 꿈이다. 넌 돈이 한푼도 없다. 너의 가정은 여러 도시를 떠돌아 다니는 형편이다. 넌 자본을 끌어댈수도 없지 않느냐. 말 목장을 가지려면 막대한 돈이 필요하다. 넌 땅도 사야 한다. 말들도 사야 하고, 종마 값도 치러야 한다. 너한테는 이 모든걸 감당할 능력이 없다' 그러면서 선생님은 덧붙이셨습니다 '네가 좀더 현실적인 목표를 세워 숙제를 다시 제출한다면 점수를 제고해 보겠다.' 소년은 집으로 돌아가 그점에 대해 깊이 생각했습니다. 소년은 아버지에게 의견을 구했습니다. 소년의 아버지가 말씀하셨습니다 '아들아, 이것에 대해서만은 너만이 결정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결정이 너의 인생에 매우 중요한 것이 되리라고 난 생각한다' 일주일 동안 심사숙고한 소년은 전에 냈던 숙제를 하나도 수정하지 않고 다시 제출했습니다. '선생님께선 F학점을 주세요. 전 제꿈을 간직할 테니까요' 소년은 담임선생님에게 그렇게 말했습니다."
여기까지 말하고 나서 몬티 로버츠는 잠시 참석자들을 둘러 보았다. "제가 이 이야기를 여러분들에게 들려 주는 것은, 여러분들이 지금 25만평의 목장 안에 세워진 100평의 집에 들어와 있기 때문입니다. 전 아직도 그 당시 제가 작성했던 숙제를 액자에 넣어 벽난로 위에 보관하고 있습니다." 몬티 로버츠는 이어서 말했다. "이 이야기의 더 놀라운 부분은, 두 해 전 여름에 바로 그 선생님께서 30명의 학생들을 데리고 저의 목장에 와서 일주일간 야영대회를 하고 갔다는 사실입니다. 떠나면서 선생님과 제게 말 씀하셨습니다. '이보게, 몬티. 난 이제 자네에게 말해야겠네. 내가 자네를 가르치는 선생님이었을때 난 꿈을 훔치는 도둑이었지. 그 시절에 난 참으로 많은 아이들의 꿈을 훔쳤어. 다행이도 자네는 굳센 의지가 있어서 자네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던 것이지.' 선생님은 제 어깨를 두들겨 주시고서 이곳을 떠나셨습니다. 이상으로 제 이야기를 마칩니다. 여러분 모두 즐거운 시간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누구도 당신의 꿈을 훔쳐 가게 하지 마라. 그 꿈이 무엇이든지 당신의 가슴이 원하는 것을 따 르라.
잭 캔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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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자료 → 과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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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인 유전자 - 리처드 도킨스
제3장 - 불멸의 코일
유전자는 영원하다
유전자는 다이아몬드처럼 영원하나 다이아몬드와 똑같은 것은 아니다. 원자의 불변하는 패턴으로서 지속되는 것이 개개의 다이아몬드의 결정이다. DNA는 그와 같은 영구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 자연의 DNA 분자는 어느 것이든 그 생명이 극히 짧다. 분명히 일생보다 길지는 않고 아마도 수십 개월일 것이다. 그러나 DNA 분자는 이론적으로는 자신의 사본 형태로 1억 년이라도 살아가는 것이 가능하다. 무엇보다도 원시 수프 속의 고대의 자기 복제자와 꼭 같은 특정 유전자의 사본이 세계 속에 널리 분포할 수도 있다. 단지 다른 점은, 오늘날의 복제자들은 모두 생존 기계인 몸 속에 완전하게 들어 있다는 점이다. 내가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유전자가 그 정의상 사본 형태로 거의 불멸이라는 것이다. 유전자를 단일 시스트론이라고 정의하는 것은 어떤 목적에는 적절하나 진화론을 논하려면 그것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확대의 정도는 정의의 목적에 따라 결정된다. 우리는 자연 선택의 실제 단위를 발견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자연 선택에 성공하는 단위가 가져야 할 특성을 확인하는 것부터 시작하자. 앞 장에 의하면 그것은 장수, 다산성, 복제의 정확도이다. 그래서 '유전자'를 적어도 잠재적으로 이와 같은 특성을 갖고 있는 최대의 단위라고 간단히 정의하자. 유전자는 많은 사본 형태로 존재하는 장수의 자기 복제자이다. 그러나 무한 장수는 아니다. 다이아몬드라 해도 문자대로 영원한 것은 아니고, 시스트론도 교차에 의해 둘로 갈리는 수가 있다. 유전자는 충분하게 존속할 수 있을 정도로 짧고, 자연 선택의 의미 있는 단위로서 일할 정도로는 '충분히 긴' 염색체의 한 조각으로 정의된다. '충분히 긴'이라고 하는 것은 정확하게 어느 정도의 길이일까? 엄밀히 답할 수는 없다. 그것은 자연 선택의 '압력'이 어느 정도로 강한가에 달렸다. 즉, '열세'로 생각되는 유전 단위가 '우세' 대립 유전자보다 얼마만큼 많이 소멸하는가에 달렸다. 이것은 양적 문제이며, 개개의 경우에 따라 다르다. 실제 자연 선택의 단위로서 최대인 유전자는 시스트론과 염색체 사이의 중간 어디엔가에 위치하는 크기라는 것을 알 것이다.
유전자-이기주의의 기본 단위
유전자가 자연 선택의 기본 단위의 첫 번째 후보가 될 수 있는 것은 유전자가 잠재적으로 갖고 있는 불멸성 때문이다. 이제 '잠재적'이라는 말을 강조해야 할 때가 왔다. 어떤 유전자는 100만 년을 살수가 있으나 많은 새로운 유전자는 최초의 세대조차 다 살지 못한다. 소수의 유전자가 성공을 거두는 이유는 부분적으로는 운이 좋아서이지만, 대개는 그 유전자가 필요로 하는 것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며, 이는 곧 그들의 유전자가 생존 기계를 만드는 데 뛰어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들의 유전자는 자기가 붙어살고 있는 각각의 몸의 배 발생에 영향하에 있을 때보다 조금 더 장수하고 더 많이 번식하도록 한다. 예컨대 '우세한' 유전자는 자기가 붙어살고 있는 몸에 긴 다리를 주어 그 몸이 포식자로부터 도망하기 쉽게 하므로 자기의 생존을 확실하게 할 것이다. 이것은 개별적인 예이지 보편적인 예는 아니다. 즉, 긴 다리는 반드시 이점이라고 만은 할 수 없다. 두더지에게는 긴 다리가 핸디캡일 수밖에 없다. 개개의 세부적인 것에 치우치지 말고 모든 뛰어난(즉, 장수의)유전자에 공통되는 어떤 보편적인 특성을 생각할 수가 있을 것인가? 반대로 어떤 유전자를 '열세'의 단명한 유전자라고 간단히 구별할 수 있는 특성은 무엇일까? 이 같은 보편적인 특성이 몇 개 있을지도 몰라도, 이 책에 특히 관계 깊은 특성이 하나 있다. 즉, 유전자 수준에 있어 이타주의는 악이고 이기주의는 선이다. 이기주의와 이타주의에 대한 유리의 정의로 보아, 이와 같이 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유전자는 생존 중에 그 대립 유전자 풀 내의 대립 유전자는 다음 세대의 염색체상의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해야 하는 경쟁자이기 때문이다. 대립 유전자를 희생하여 유전자 풀 속에서 자기의 생존 기회를 늘리도록 행동하는 유전자는 어느 것이든 그 정의로 보아 장수하는 경향이 있다. 유전자는 이기주의의 기본 단위인 것이다.
유전자의 협동 사업
지금까지 말한 것이 이 장에서 주로 말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나는 몇 개의 복잡한 문제와 가정을 숨긴 채 설명해 왔다. 복잡한 문제의 첫 번째 것은 이미 간단히 말한 것이다. 독립된 자유 유전자가 세대를 통해 여행을 하는데, 그것은 배 발생의 제어에 있어서는 별로 자유로운 인자도 독립된 인자도 아니다. 그것은 규칙도 없이 복잡한 방법으로 서로서로 그리고 외부 환경과 협력하여 상호 작용을 하고 있다. '긴 다리의 유전자'라든가 '이타적 행동의 유전자'라든가 하는 표현은 말을 알기 쉽게 하기 위한 비유일 뿐 중요한 것은 그것이 의미하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다. 길든 짧든 다리를 혼자 힘으로 만드는 유전자는 없다. 다리를 만드는 일은 많은 유전자의 협동 사업이다. 외부 환경의 영향도 불가결하다. 즉, 다리는 실은 먹이로부터 만들어진다. 그러나 다른 조건이 같다면 다른 대립 유전자의 영향하에 있는 것보다는 다리를 길게 하는 경향을 갖는 단일 유전자가 있을지도 모른다. 이와 비슷한 예로서 밀의 생장을 촉진하는 비료인 질산염의 영향을 생각해 보자. 질산염이 없는 곳보다 있는 곳에서 밀이 잘 자란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그러나 질산염 비료만으로 말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바보는 없다. 종자, 토양, 햇빛, 물 그리고 여러 가지 무기물도 모두 필요하다는 것은 명백하다. 그렇지만 이들 다른 요인이 일정하게 유지된다면 제한된 범위내에서는 다소 다를지라도질산염 비료의 시비로 밀은 더 크게 자랄 것이다. 같은 식으로, 배 발생에 있어서 개개의 유전자에 대해서도 같다고 할 수 있다. 배 발생은 매우 복잡하게 맞물린 짜임새에 의해 제어되어 있으므로 우리는 그 일을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었다. 유전 인자든 환경 인자이든 간에 어린아이의 어떠한 부분의 단일 '원인'으로 생각되는 것은 없다. 어린아이의 모든 부분에는 거의 무한의 선행하는 원인이 있다. 그러나 한 어린아이와 또 다른 어린아이 사이에 있는 하나의 '차이', 이를테면 다리 길이의 차이에는 환경이든 유전자이든 어디엔가 하나내지 두셋의 단순히 선행하는 원인이 쉽게 발견될지도 모른다. 여하튼 살아 남기 위하여 다투고 싸우는 데 관계가 있는 것은 개체간에서 볼 수 있는 '차이'이고, 진화에 관계 있는 것은 유전적으로 지배되는 차이인 것이다.
어떤 유전자에 관해 말하면, 그것의 대립 유전자는 생명이 걸린 경쟁 상태이나 다른 유전자는 온도, 먹이, 포식자 또는 동지와 같은 환경의 일부에 불과하다. 어떤 유전자의 작용은 그 환경에 좌우되며, 그 환경에는 다른 유전자도 포함된다. 유전자의 작용은 그 환경에 좌우되며, 그 환경에는 다른 유전자도 포함된다. 유전자는 다른 특정 유전자가 존재하면 또 전혀 다른 작용을 나타낼 수 있다. 몸 속의 유전자 세트 전부는 일종의 유전적 풍토나 배경을 이루고 있고, 개개의 유전자의 작용을 변경하거나 그것에 영향을 주거나 한다. 여기서 우리는 역설에 빠져든 듯이 생각된다. 어린아이를 만드는 것이 이 정도로 복잡한 협동 사업이라면, 그리고 모든 유전자가 그 일을 달성하기 위해 수천의 동료의 유전자를 필요로 하는 것이라면, 세대를 통하여 몸에서 몸으로 불사신의 샤모아(chamois)같이 도약해 가는 불가분의 유전자는 자유롭고 구속되지 않으며, 자기 추구적 생명의 인자라는 나의 도식과 이 일은 어떻게 양립할 수 있는 것일까? 그것은 모두 난센스였을까? 아니 그렇지는 않다. 꾸민 문구에 의해 도취한 부분도 있었을지 모르나 결코 무의미한 이야기를 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모순은 없다. 이것은 또 다른 비유로 설명할 수가 있다.
조정 선수의 예
한 사람의 조정 선수는 자기 혼자만으로 옥스퍼드 대 케임브리지의 조정 경기에서 이길 수 없다. 그에게는 8명의 동료가 필요하다. 각각의 선수는 항상 보트의 특정 부분에 앉는 전문가이다. 즉, 뱃머리에서 노젓는 자든지 조정수든지 키잡이든지 그들은 각각 어떤 역할을 맡고 있다. 보트를 젓는 것은 협동 작업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중에는 다른 사람보다 팔심이 좋은 자가 있다. 코치는 뱃머리에서 노젓는 전문의 선수진, 키잡이 전문의 선수진 등 한 그룹의 후보 중에서 자기의 이상으로 하는 조정 팀(크루, Crew)을 뽑아야 한다. 그가 다음과 같이 뽑았다고 하자. 그는 매일 각 위치의 후보자를 무작위로 조합하여 새로이 3조의 크루를 짜서 그 3조의 크루를 서로 경쟁시킨다. 이것을 몇주간 계속하면 이긴 보트에는 종종 동일 인물이 타고 있는 경향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들 인물은 우수 선수로서 기록된다. 또 그 중에는 항상 뒤지는 크루 속에 얼굴을 보이는 선수도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자들은 결국 제거된다. 그러나 특별히 팔심이 좋은 선수라도 때로는 뒤지는 크루에 들어 있는 수가 있다. 다른 멤버의 팔이 나빴던 탓이든지 운이 나빠서 -반대편에서 강풍이 불어 와서- 이다. 가장 뛰어난 선수들이 이긴 보트에 있다는 경향은 그저 '평균'해서 그런 것이다. 이 선수들에 해당하는 것이 유전자이다. 보트의 각 위치에 관한 경쟁자는 염색체상의 동일 위치를 점할 가능성이 있는 대립 유전자이다. 노를 빨리 젓는 것은 생존에 성공하는 몸을 만드는 것과 같다. 바람은 외부 환경에 해당한다. 교체 요원의 집단이 유전자 풀이다. 하나의 몸에 관하여 말하면 그 몸의 유전자 전부가 한 보트에 타고 있는 꼴이 된다. 좋은 유전자가 나쁜 동료 속으로 들어가 치사 유전자와 한 몸 속에서 동거하는 수도 흔히 있다. 이 경우 치사 유전자가 그 몸을 어릴 때에 죽여 버리고 좋은 유전자는 다른 유전자와 같이 파괴된다. 그러나 이것이 유일한 몸은 아니다. 좋은 유전자와 같은 복제물이 치사 유전자를 갖지 않는 다른 몸 속에서 살고 있다. 좋은 유전자의 많은 사본은 때로는 버릇 나쁜 유전자와 한 몸에 동거했기 때문에 그것에 이끌려서 멸망하는 수도 있고, 또 머물고 있는 몸이 벼락을 맞는 등 불운한 일에 휩쓸려서 죽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정의에 따르면 운, 불운은 무작위로 일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일관해서 손실되는 쪽에 있는 유전자가 불운한 것은 아니다. 그것은 몹쓸 유전자인 것이다.
팀워크(teamwork)
훌륭한 조정 선수의 자질의 하나는 팀위크, 즉 크루의 나머지 멤버와 협조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것은 강한 근육만큼이나 중요하다. 나비의 예에서 말한 대로 자연 선택은 역위와 다른 염색체 일부의 대규모적 이동에 따라 무의식으로 하나의 유전자 복합체를 '편집'해 잘 협조하는 유전자를 모아서 긴밀하게 결합한 입단으로 만들어 낸다. 그러나 물리적으로는 전혀 결부될 수 없는 유전자끼리 서로 양립하기 위하여 선택될 수도 있다. 다음 세대의 몸 속에서 만나는 대개의 유전자, 즉 유전자 풀의 나머지 전부의 유전자와 잘 협조하는 유전자는 유리하게 되는 경향이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유능한 육식 동물의 몸에는 여러 가지 특성이 필요하다. 그 중에는 고기를 자르는 이빨, 고기를 소화하기에 적합한 소화관, 그리고 그 밖의 여러 가지 특성이 있다. 한편 유능한 초식 동물은 풀을 씹기 위한 넓은 이빨과 특별한 소화 기구를 가진 아주 긴 창자를 필요로 한다. 초식 동물의 유전자 풀 속에서 육식용의 날카로운 이빨을 그 소유자에게 제공하는 새로운 유전자는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그 것은 일반적으로 육식이라는 착상이 나빠서가 아니다. 적합한 소화관과 기타 육식 생활에 필요한 모든 특성까지도 갖추고 있지 않으면 고기를 효율적으로 먹을 수 없기 때문이다. 육식용의 예리한 이빨에 관한 유전자가 본래 열등한 유전자인 것은 아니다. 그것은 초식성을 위한 유전자가 우세한 유전자 풀 속에 있을 때에만 열등한 유전자이다. 이것은 미묘하고 복잡한 개념이다. 어떤 유전자의 '환경'이 대개 다른 유전자로 구성되어 있고, 다른 유전자의 각각이 다시금 또다른 유전자라는 환경과 협력할 수 있는 능력에 의해 선택되어 가기 때문에 복잡한 것이다. 이 미묘한 점을 설명하기에 적합한 비유가 있는데 이것은 일상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게임 이론'과 유사하다. 게임 이론에 관해서는 개체간의 공격적인 경쟁에 관련하여 제 5장에서 소개할 예정이다. 그래서 이점에 관한 이 이상의 논의는 제 5장의 끝부분으로 미루고, 이 장의 중신 과제로 이야기를 돌리자. 즉, 자연 선택의 기본 단위로 생각하기에 가장 적합한 것은 종도 아니고 개체군도 아니고 개체조차도 아닌 유전 물질의 약간 작은 단위(이것을 유전자라고 부르면 편리하다)라는 것이다. 이 논의의 기초가 되는 것은 전에도 언급했듯이 유전자가 잠재적으로 불사신인 데 대하여 몸과 모든 다른 더 상위의 단위는 일시적인 것이라고 하는 가정이었다. 이 가정은 두 개의 사실, 즉 유성 생식과 교차라는 사실과 개체는 죽는다라는 사실에 기초하고 있다. 이와 같은 것은 뚜렷한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우리는 그것들이 왜 사실일까라는 물에 주저하지는 않는다. 왜 우리와 대부분의 다른 생존 기계가 유성생식을 하는 것일까? 우리의 염색체는 왜 교차하는 것일까? 그리고 왜 우리는 영원히 살지 못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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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나눔 → 고사성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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杏林春滿(행림춘만) 杏(살구나무 행) 林(수풀 림) 春(봄 춘) 滿(찰 만)
진(晋)나라 갈홍(葛洪)의 신선전(神仙傳) 동봉(董奉)편의 이야기다. 삼국(三國)시대, 오(吳)나라에 동봉이라는 명의(名醫)가 있었다. 그의 집은 진찰 받으러 온 사람들로 하루 종일 붐볐으나, 그는 다른 의사들과는 달리 환자들로부터 치료비를 받지 않고, 완치된 후에는 몇 그루의 살구나무를 심게 하였다. 중병이었던 사람은 다섯 그루, 병이 가벼웠던 사람은 한 그루를 심게 하였다. 몇 년후, 그의 집은 수십만 그루의 살구나무로 가득 찼다. 사람들은 그 살구나무 숲을 동선행림(董仙杏林) 이라 했다. 살구가 익을 때면 사람들이 살구를 사러 왔지만, 동봉은 한 그릇의 쌀과 한 그릇의 살구를 맞바꾸었다. 때로 반 그릇의 쌀을 놓고 한 그릇의 살구를 슬쩍 따가는 이들도 있었다. 그런데 이럴 때면 호랑이 한 마리가 나타나서 이들을 쫓아냈기 때문에, 후에는 아무도 양심을 속이려 들지 않았다. 동봉은 이렇게 하여 모아진 쌀로 가난한 이들을 도왔으며, 어느 날 신선이 되어 승천하였다고 한다.
杏林春滿 이란 의술이 고명(高明)함을 비유한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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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자료 → 수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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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디자서전. 시민의 불복종 - 간디 / 함석헌 역
제2편
3. 첫번 공소사건
봄베이에 있는 동안 나는 한편으로는 인도법을 연구하고 또 한편으로는 바르찬드 간디라는 친구와 함께 음식 실험을 시작했다. 형은 형대로 소송사건을 얻어 주려고 최선을 다했다. 인도법의 연구는 지루한 일이었다. 나는 민사소송법을 도저히 체득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증거법은 그렇지 않았다. 비르찬드 간디는 사무변호사 시험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그는 종종 고등법원 변호사와 지방법원 변호사에 관한 여러가지 이야기를 내게 해주곤 하였다. 그는 페로제샤 경의 실력은 그의 풍부한 법률 지식에서 나온 것입니다. 그는 증거법을 외우고 있고, 모든 사건을 서른 두 방면에서 알고 있습니다. 바드루딘 지의 변론 능력은 판사들을 탄복시킵니다. 라고 했다. 이처럼 실력이 강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나는 맥이 빠져 버렸다. 변호사는 5년, 7년 허송세월하는 것은 예사입니다. 그는 말을 덧붙였다. 그것이 내가 사무변호사를 지망한 까닭입니다. 선생님이 3년만에 혼자서 선생님의 배를 저어 나가실 수 있게 된다면 운수 좋으신 줄 아셔야 합니다. 비용은 달마다 늘어갔다. 안으로는 아직 변호사 준비를 하고 있으면서 밖으로는 변호사 간판을 내거는 일은 내 마음이 차마 허락을 아니했다. 그렇기 때문에 연구에 전념할 수가 없었다. 나는 차차 증거법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기 때문에 메인의 힌두법 을 대단한 흥미를 가지고 있었지만 사건을 다룰 용기는 얻지 못했다. 내 무능력을 형언할 도리가 없었다. 마치 새로 시집온 며느리 꼴이었다.
이무렵 나는 마미바이라는 사람의 소송사건을 맡았다. 그것은 소사건 이었다. 아마 중개인에게 커미션을 좀 주어야 할 것입니다. 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었다. 나는 강력히 거절했다. 그렇지만 한달에 3,4천 루피를 버는 모모라는 형사사건 변호사조차도 다 커미션을 주고 있습니다! 그를 본받을 필요는 없습니다. 나는 대꾸했다. 나는 한달에 3백 루피이면 족합니다. 아버지도 그 이상은 받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시대는 지났습니다. 봄베이의 생활비는 무섭게 올라갔습니다. 사무적이어야 합니다. 나는 철석같았다. 나는 커미션을 주지 않았다. 그래도 어떻게 해서 마미바이의 사건은 맡았다. 사건은 쉬운 것이었다. 나는 30루피의 변호료를 청구했다. 사건은 하루이상 걸릴 것 같지 않았다. 이것이 내가 소사건 공판정에 처음 나선 거였다. 나는 피고를 대신해서 출정했고, 따라서 원고측의 증인들을 반대심문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나는 일어섰으나 간은 콩알만하고 머리가 핑핑 돌아 온 법정이 다 돌아가는 듯 했다. 무엇을 물어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판사는 아마 웃었을 것이고 변호사들은 틀림없이 좋은 구경거리로 여겼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앞이 캄캄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도로 주저앉은 다음 중개인에게 나는 이 사건을 다룰 수 없으니 파텔 씨에게 의뢰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하고 변호료는 반환하겠다고 했다. 파텔씨는 51루피에 인계받았는데, 물론 그에게는 이 사건은 어린애 장난에 지나지 않았다. 나는 내 의뢰인이 그 사건에 이겼는지 졌는지도 알 사이 없이 황급히 재판정을 떠났다. 나 자신이 부끄럽고 사건을 다룰 용기가 날 때까지 다시는 어떤 사건도 맡지 않기로 결심했다. 사실 나는 남아프리카로 갈때까지 다시 법정에 가지 않았다. 내가 잘해서 그 결정을 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러지 않을 수 없었던 것 뿐이었다. 내게 사건을 의뢰할 바보는 하나도 없었을 것이다. 질것이 뻔하니까!
그러나 봄베이에서 또 하나의 사건이 나를 위해 마련되어 있었다. 그것은 진정서를 작성하는 일이었다. 포르반다르의 한 이슬람 교도가 토지를 몰수당하고 내게 왔는데 그는 마치 아들이 자기의 아버지에게 오듯 내게 왔다. 사건은 언뜻 보기에 약점이 있는 듯했으나 나는 진정서를 써줄 것을 승낙하고 작성 비용은 그더러 담당하라고 했다. 내가 그것을 기초한 다음 친구들 앞에서 읽어 보였더니 다들 잘 되었다고 하여서 나는 진정서를 쓸 자격이 있다는 것을 어느 정도 확신하게 되었고, 또 사실 그렇기도 했다. 내가 무보수로 진정서를 썼다면 내 일은 번창했을 것이지만, 그러나 그것으로는 아무 소득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교사 직업을 택할까 생각하기도 했다. 내 영어 지식은 넉넉했으므로 어느 학교에서 자격시험 준비 학생에게 영어나 가르쳤으면 했다. 그렇게 하면 적어도 내 비용 일부는 충당할 수 있었다. 마침 신문광고를 보니 영어 교사 구함. 매일 한시간. 보수 75루피 라고 쓰여 있었다. 광고는 어떤 유명한 고등학교에서 낸 것이었다. 우편으로 신청했더니 면담요청이 왔다. 나는 신이 나서 갔다. 그러나 교장은 내가 대학 졸업생이 아닌 것을 알자 유감스럽게도 거절해 버렸다. 그러나 나는 런던 자격시험에 제2외국어로 라틴어 시험에 합격했습니다. 그러시겠지요. 하지만 우리는 대학 졸업자를 원합니다. 별도리가 없었다. 나는 절망에 두손을 비볐다. 형도 몹시 걱정을 했다. 우리들 둘이 봄베이에서 이 이상 더 세월을 보내는 것은 쓸데없는 일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나는 라지코트에 자리 잡는 것이 낫겠다고 했다. 거기서는 형 자신이 상당한 수완가기 때문에 신청서나 진정서를 작성하는 일감을 마련해 줄 수 있을 것이요, 또 그 당시 거기 이미 집이 있었으므로 봄베이의 것을 없애 버리면 상당한 생활비가 절약될 수 있었다. 나는 그 제안이 마음에 드었다. 이리하여 봄베이에서의 나의 조그만 영업은 여섯 달만에 문을 닫아 버렸다.
봄베이에 있는 동안 나는 매일 고등법원에서 방청은 했지만 거기서 무엇을 얻었다고는 할 수가 없다. 많은 것을 배울 만한 지식이 내게 없었다. 가끔 공판 진행을 끝까지 청취하지 못하고 나는 졸아 버렸다. 거기는 나 같은 친구들이 또 있었으므로 부끄러움이 좀 덜했다. 얼마만큼 지나니 이 부끄러움 조차도 잃어 버리고 고등법원에서 조는 것은 예사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만일 이 세대에도 봄베이 시절의 나 모양으로 사건 없는 변호사가 있다면, 나는 그들에게 조그마한 실제적 생활 교훈을 말해주고 싶다. 나는 기르가움에 살았지만 마차나 전차를 타는 일이 거의 없었고, 고등법원까지 걸어서 다니는 것을 내 규칙으로 삼았다. 걷는데 45분은 좋이 걸렸고 올때도 물론 걸어서 왔다. 나는 태양열에 몸을 단련시켰다. 그렇게 법원을 걸어서 내왕함으로써 상당한 돈을 절약할 수 있었고, 봄베이에 있던 내 많은 친구들이 툭하면 앓는데 나는 한번도 앓은 기억이 없다. 돈을 벌게 된 후에도 나는 사무실에서 집까지 걸어다니는 버릇은 지켜왔기 때문에 그 실천의 열매를 지금 거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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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자료 → 동서고전/신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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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지중해 신화와 전설 - 홍사석
제 6장 제우스의 아들과 딸
12. 헤르메스
헤르메스(Hermes, Mercurius)는 제우스와 마이아(아틀라스의 딸)의 아들로 아르카디아의 큘레네 산 동굴에서 태어났다. 아기 헤르메스는 얼마나 성장이 빠르던지 태어나자마자 기저귀를 채워 뉘어 둔 요람에서 기어나와 걷기 시작하였다. 대개의 신족이 조숙하다고 하지만 헤르메스는 그 중 단연 최고에 속하였다. 동굴 입구로 걸어나온 아기 헤르메스는 이 고장에 흔한 거북을 보자 집어 가지고 들어와 죽여서 악기를 만들 생각으로 등딱지를 떼어냈다. 악기를 만들 생각이라든지 거북등이 수금의 음판이 되기는 처음있는 일이었다. 잠시 후 헤르메스는 호기심이 발동하여 피에리아의 아폴론 목장으로 향했다. 한 무리의 우아한 소들이 유유히 풀을 뜯는데 목동이 보이지 않았다. 헤르메스는 소를 훔치기로 하되 흔적없이 끌어 갈 궁리를 하여 우선 쓰러진 참나무 껍질을 벗겨 소의 발바닥에 대고 풀로 엮어매었다. 자신도 짚신의 앞을 뒤꿈치 모양이 되게 만들어 신 자국이 반대로 나게 하였다. 일설에는 소들을 뒷걸음질치게 하여 몰고 갔다고도 한다. 밤이 깊어지자 조용히 소떼를 몰았다. 다음 날 자신의 소가 감쪽같이 사라진 것을 안 아폴론이 소의 행방을 찾아 나섰다. 감시를 하였던 까마귀는 어린아이가 끌고 갔다고 말했으나 아폴론으로서는 믿을 수 없는 일이라 그저 동서로 소의 행방을 찾아 헤매었다. 실레노스와 사튜로스 일행에게 후한 보상을 주기로 하고 자신과는 딴 방향을 수소문하게도 했으나 모두 허사였다. 여라 날 수색하여도 행방이 묘연하던 차에 한 노인이 밤중에 소떼를 몰고가는 어린아이를 보았다고 하였다. 이에 아폴론은 어린이가 있는 굴을 찾아나섰고 마침내 동굴에 도착해서는 참고 있던 화를 폭발하였다. 아기의 어미 마이아는 아기가 깨겠다고 야단을 하였으나 아폴론은 요람속에서 천진한 얼굴로 잠들어 있는 헤르메스를 깨워 소를 돌려보내라고 다그쳤다. 어린 헤르메스는 눈을 깜박이며 "소라니, 무슨 말이에요?" 하며 딴전을 피웠다. 수금의 줄을 만들기 위하여 이미 헤르메스가 자신의 소 두 마리를 잡은 것을 알게 된 아폴론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헤르메스를 올림포스로 끌고 가 제우스에게 하소연하였다.
제우스는 사연을 알았으나 자기의 어린 아들이 저지른 이 깜찍하고 뻔뻔스런 언행에 기도 차고 재미도 나서 도리어 헤르메스를 부추겼다. 그러나 계속 핑계를 대는 일에 싫증이 난 헤르메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실토하였다. 그리고는 자신이 만든 수금을 조용히 켜서 음률을 내는데 그 음률이 너무나도 매혹적이어서 아폴론은 소와 수금을 맞바꾸자고 제의하였다. 제우스는 자신의 두 아들 간에 대화와 거래 모양을 바라보며 이 어린아이의 눈치 빠르고 민첩한 재치와 깜찍하게 둘러대는 외교술에 스릴까지 느꼈다. 헤르메스의 비범한 재질을 확인한 제우스는 이를 대견해 하며 그를 자신의 길잡이와 전령사자나 대사로 쓰기로 하고 또한 길 떠난 나그네의 수호신 자격을 인정하였다. 아폴론도 또한 자신이 항상 지니고 있던 황금단장 카두케오스를 동생 헤르메스에게 주었다. 카두케오스는 신의 사자라는 증표로, 단장에는 뱀 두 마리가 감긴 상이 있고 위쪽에는 한 쌍의 날개 장식이 달려 있다(현재 의무대의 기장으로 사용한다). 이렇게 하여 헤르메스는 신의 전령사자로서 올림포스의 신족이 되었는데, 특히 명계의 신인 숙부 하데스는 헤르메스를 불러, 죽어가는 인간의 눈 위에 황금접시를 얹어 깊은 잠 속에서 편히 이승에서 저승으로 인도하라 하였으므로 그 후 자주 지하세계를 출입하게 되었다. 젊은 신 헤르메스는 나이든 올림포스 신들의 귀여움을 듬뿍 받아 아폴론은 그에게 자갈돌로 점을 치는 법과 피리부는 기량을 알려주었으며 아르테미스는 수렵에 가담시키기도 하였다.
성장한 후 헤르메스는 자신의 아이들을 두었는데 모두 그리스 세계에서 한 몫을 하는 이름난 인물이 되었다. 예컨대 키오네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 아우톨류코스는 희대의 도둑이 되고, 시칠리아 월계숲 요정에게서 낳은 다프니스는 그리스 세계 최고의 시인이요 목가의 창시자가 되었다. 또한 아프로디테와의 사이에서 낳은 헤르마프로디토스는 카리아 샘의 요정 살마키스에게 붙잡혀 양성인 반음양체로 화신하였다. 인간 낭자와 사이에서 낳은 아들 뮤르틸로스는 커서 피사 왕 오이노마노스의 기병대장으로 이름난 기사가 되어 공주 히포다메이아를 탐내었다. 이륜마차 경주에서 자기와 견줄 자가 없다고 믿었던 피사 왕은 자신을 이기는 젊은이에게 딸을 주되 경기에 패한 자에게는 죽음을 내린다고 공포한 후 여러 젊은이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마침 펠롭스가 여기에 도전을 하였는데 뮤르틸로스를 꼬여 공주는 양보할 테니 왕의 수레에서 바퀴의 빗장을 빼놓으라고 하였다. 결국 경기중 왕의 수레가 전복되어 왕은 죽었으나 약속은 이행되지 않아서, 뮤르틸로스 자신마저 매수자의 손으로 수장당하여 죽음을 맞았다. 시신은 어느 해안으로 흘러 들어가 그 곳에서 영예로운 장례가 치러졌으며 사후 헤르메스의 아들로서 별자리에 올랐다. 그 밖의 헤르메스의 아들로는 안티아니라와 사이에서 태어난 아르고 원정대의 보도담당 에키온, 드류오페 혹은 페넬로페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로 신이된 판이 있다.
헤르메스는 아르카디아 태생으로 그 지역의 원초적 신이며 아폴론보다도 더 오래된 목신으로서 나라가 형성되기 전부터 정착한 신이다. 옛적 그리스 나라에 풍요를 가져오게 하고 인간의 생식이나 다산만이 아니라 조류나 가축의 증가에도 효험이 큰 수허신으로서 매우 숭배되었다. 처음에는 단순한 형태의 남근 입석으로 숭배되었으나 점차 헤르메스로 발전하면서 두상(입석두상)이 조각되고 아랫부분은 가는 입석으로 바뀌었다. 이후 입석 중앙 부위에 힘찬 남근이 돌출된 조상이 곁들여져 에너지와 풍요를 상징함과 동시에 안정과 행운을 가져다 주는 신으로 믿어졌다. 이러한 남근체제(Phallocracy)는 그리스뿐만 아니라 유사 이전에는 세계 어느 곳에서나 존중되었을 것이다. 또한 다산이란 당연히 땅과 관련이 깊으므로 헤르메스는 지하 및 죽음과도 연관성이 가져 죽은 인간의 영혼 안내자(Psychopompos)로 신화에 등장하기도 한다. 한편 헤르메스는 다재다능한 젊은 신으로 숭배되고 청춘남녀에게 가장 친밀감을 주는 신이기도 하였다. 경기장에서는 헤름(헤르메스 입상)이 세워져 있는데 특히 유명한 올림피아 경기장의 초상은 젊고 늠름한 승리자의 상으로 헤르메스가 상징적으로 표현된 것이었다. 헤르메스는 또한 도둑, 도박, 거짓, 상거래, 웅변, 외교, 체육 의술, 혹은 평화의 수호신이자 길 떠나는 나그네의 보호신이기도 하다. 그 외에도 시, 음률 및 천문에 능하고 항상 날개 달린 짚신을 신고 있으며 때로는 날개 달린 모자를 쓰고서 하늘의 새보다 빠른 속도로 천상에서 지하세계까지 날아다녔다.
로마에서는 신의 속성을 메르쿠류 신에 결부시켰으며 천문에서는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행성인 수성을 가리키는 용어로 사용하고 있다. 헤르메스의 동물은 독수리와 개이며, 제의에는 양젖과 꿀을 공양하였는데 웅변의 신으로 감미롭고 설득력 있는 재능을 가진 데 연유한다. 그리스인과 로마인이 동물혀를 불에 던져서 공양을 하는 이유는 구변(말)의 보호신에게 혀가 장기이기 때문이다. 헤르메스의 조각상에는 팔다리가 없는 표현도 있는데, 말의 효력은 어디서나 우세하여 팔의 도움 없어도 널리 보급되기 때문이라 한다. 상인이나 도둑이 매우 재수가 좋아 횡재하게 되면 헤르마이온(헤르메스의 선물)이라 하는데 이 또한 헤르메스의 속성에 기인한 것이다.
판
판(Pan)은 펠로폰네소스 중앙부 아르카디아 산악지의 오랜 목신이다. 이 지역에는 소가 거의 없고 주 목축은 양떼이므로 양을 보호하는 신은 필연적으로 양과 같이 뿔과 턱수염이 나 있고 다리는 산양과 같은 반신반수의 형상이라고 생각하였다. 야산, 고원지대, 동굴 등 조용한 자연을 좋아하고 또한 낮잠을 즐기는데, 방해를 받으면 크게 화를 내면서도 자신은 시끄럽고 유쾌하게 지냈다. 이름난 악사이기도 한 판이 부는 피리는 7개의 갈대로 만든 것이고 이 피리는 오늘날에도 아르카디아 목동이 즐겨부는 악기다.
판은 모든 것을 상징하는 신으로 그리스 종교의 배경이 되는 사회적 혹은 도덕적 가치관의 저변과 속속들이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판은 그리스의 어떤 신보다도 생활속에서 친밀한 신이며 본능적 욕구의 인성화로 상상속에도 존재하였다. 또한 새나 짐승을 기르는 옛 인간들 자신의 심성의 영혼과도 동일시 되었으며 인간에게 우호적인 도깨비신이기도 하였다. 판은 헤르메스의 아들이라 하지만 어미니는 확실하지 않다. 가장 유명한 이야기로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마라톤 전투(기원전 490) 직전에 아테네에서는 발이 빠른 필리피데스를 급히 스파르타로 보내 공동의 적 페르시아 침입군을 칠 원군을 요청하였다. 급히 달리고 있던 필리피데스는 파르테니온 산을 지날 때에야 비로소 같이 달리는 주자가 있음을 알게 되었는데 즉 판이 같이 뛰고 있었던 것이다. 필리피데스는 신의 이름을 대고 아테네 사람들의 메시지를 전해주었다. 이처럼 판은 아테네와 친숙하였으며 전에도 그러하였듯이 다시 도움을 주었으므로 아테네에서는 하나같이 판의 영예를 높이 올렸다. 이에 따라 승리를 거둔 아테네에서는 판을 숭배하고 아크로폴리스 동굴 신전에다 모셨다. 이 때부터 판 숭배는 아르카디아 이외의 나라로 보급되어 나갔다.
판은 한적하고 쓸쓸한 곳에서 이겨낼 수 없는 돌발적이고 이유없는 공포발작을 일으키게도 하고, 동물들에게도 이유없이 놀라 짖거나 도망치게 하기도 하였다. 또한 판은 기운좋고 장난이 심한 신이자 묵축에 다산을 가져오게 하는 신이므로 당연히 성행위와 관계가 깊어 사람들은 다산을 기원하는 예배를 올렸다. 올림포스 신들도 판을 존중하고 일설에는 아폴론의 예언술도 이 신이 전수하였다고 한다. 판의 사랑신화는 후기에 첨가된 것이고, 이 신과 관련해서는 에코, 슈링크스(갈대로 화신), 프튜스(소나무로 화신) 등의 요정들이 있으나 모두 판을 피하여 물체로 전환하였다 한다.
헤르마프로디토스
헤르마프로디토스(Hermaphroditus)는 헤르메스와 아프로디테의 아들로, 태어난 후 프리지아의 이다 산 샘의 요정 나이아데스에게 위탁 양육되었다. 열다섯 살 되던 해에 호기심이 나서 세상구경에 나섰는데 소아시아의 카리아에서 경관이 뛰어난 한 호숫가를 발견하고 목욕을 하였다. 이 때 호수의 요정 살마키스가 그에게 연정을 느끼고 먼저 유혹을 하였으나 마음이 내키지 않은 헤르마프로디토스는 요정의 애원에 냉담한 태도를 보였다. 그럼에도 끝내 사랑을 포기하지 못한 살마키스는 물 속을 헤엄쳐 가서 그를 끌어안고 신들에게 서로 떨어지지 않도록 한 몸이 되게 해주기를 간청하였다. 신이 마침내 그녀의 기원을 들어주니 둘은 서로 붙어 한몸이 되었다. 그러나 각자의 성 기능은 그대로 남아 있었기 때문에 양성체가 되었다. 헤르마프로디토스는 신에 감사를 올리며 살마키스 호에서 목욕하는 사람은 누구든 남성다움이 없어지고 아름다운 여성의 몸이 되도록 탄원하였다. 스트라보 시대에도 이 호수는 여성화의 징험이 나타났다고 한다. 그대에는 남녀 양성을 가진 신을 생식.번식.다산의 상징으로 숭배하였으며, 특히 사랑의 여신 숭배지 키프로스 아마토스 도시에서는 턱수염이 난 남성 아프로디토스 신을 모시며 이성의 옷을 입고 예배하는 복장도착의 습성이 있었으며 배우자 없이도 생산이 가능한 여자의 자율적 생식(자가생식)이 있었다. 헤르마프로디토스는 아비와 어미 이름을 합친 합성명칭이며 미술에서는 유방을 가진 아름다움 젊은이, 또는 남근을 가진 미녀상으로 묘사되고 디오뉴소스를 수행하는 모습을 부조한 비각이 많다. 현재 헤르마프로디즘은 반음양, 자웅동체, 남녀추니라는 뜻으로 쓰인다.
프리아푸스
프리아푸스(Priapus)는 성욕을 유발하는 옛 신으로 로마인은 정원을 보호하는 신으로 존경하였다. 그는 아프로디테의 아들로, 아비는 헤르메스, 아도니스, 이오뉴소스 등 설이 다양한데 맨 나중 설이 보다 설득력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즉 인도 순례에서 돌아온 디오뉴소스와 아프로디테가 사랑을 나눈 후 헬레스폰트의 람프사코스에서 낳았다는 것이다. 아이의 팔다리가 기형이고 성기가 특히 거대한 괴물로 태어났는데, 질투가 심한 헤라가 출생을 도왔기 때문이라고 하며 창피해서 산에다 버렸으나 양치기가 구해 내었다. 후기에 Propter deformidatem et memebri virilis magnitudinem이라는 긴 이름이 붙여졌다. 그의 출생지로 알려진 람프사코스에서 특히 존중받았으며 생산력을 상징하는 힘찬 남근으로 표현되고 그리스에는 알렉산더 대왕 때 전파되어 숭배되었다. 희생공양으로는 성욕이 유달리 강한 나귀가 선택되었다. 병적으로 일어나는 음경의 지속적 발기증을 뜻하는 프리아피즘이라는 용어는 그 이름에서 기원한 것이다. 북유럽에서는 메이퀸 축제 전야에 제단 앞에 성스러운 옛 프리아푸스 남근상을 배치하고 화환을 걸어 거리로 운반하는 성대한 성의식 광연이 개최되었다. 후기에는 메이폴(오월의 기둥)로 대치되어 대지의 자궁에 삽입시켜 뿌린 씨의 결실을 축원하는 봄 축제로 발전했으며 남근숭배 양상의 변화와 더불어 계속 전승되었다. 미혼남녀의 성적유희를 해금하는 전승도 성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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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자료 → 수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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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2 - 류시화
새벽 두 시에 잃어버린 것
그게 뭘까. 자다 말고 눈이 떠졌다. 새벽 두 시였다. 자이살멜. 인도 북서부 타르 사막에 있는 작은 도시. 호텔 스와스티카에서 나는 문득 잠이 깼다. 뭔가 잃어버린 것 같았다. 그런데 그게 뭔지 알 수가 없었다. 잠시 나무침대에 누워 골똘히 생각하다가 나는 벌떡 일어나 배낭을 열고 소지품을 점검했다. 여권, 비행기표, 돈, 스프링 달린 수첩, 5루피 주고 산 성자의 목걸이...... 잃어버린 것은 없었다. 나는 다시 침대에 누웠다. 어제 오후에 나는 라자스탄 주위 두 번째로 큰 도시 조드푸르를 떠났다. 그리고 기차를 타고 아홉 시간 만에 인도 북서부의 끄트머리인 자이살멜에 도착했다. 12세기의 성과 모래바위로 지어진 옛 저택들이 있는 곳. 주위는 온통 황야이고, 먼 사막에선 낙타들이 지나다녔다. 나는 다시 눈을 감았으나 잠이 오지 않았다. 여전히 뭔가 잃어 버렸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사람은 이따금 어떤 상실감에 시달리기 마련일까. 영혼의 상실감은 흔히 이국땅에서 새벽 두 시 경에 여행자를 방문한다고 하지 않는가. 똑똑. 누구세요? 난 당신의 영혼입니다. 웬일이세요? 당신은 뭔가 잃어버렸군요. 내가요? 뭘 말인가요? 글쎄요. 혹시 영혼을 잃지나 않으셨나요? 자이살멜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성벽에 올라가 낡은 집들 너머의 황금빛 사막을 바라보았다. 내 옆에는 한 늙은 인도인이 서서 사막인지 무엇인지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는 사람들이 내려간 다음에도 한참 동안 그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마치 인생에서 무엇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그런데 난 뭘 잃어버린 걸까. 아, 시계야! 시계를 잃어버렸어! 마침내 알아냈다. 세 번째 산 시계인데, 그걸 잃어버리다니! 어찌된 일인지 인도제 시계는 손목에 차고서 5백 미터 정도만 걸어가도 툭! 하고 고장이 나버렸다. 큰 바늘과 작은 바늘이 톱니에서 떨어져버리곤 했다. 세 번째 산 시계는 그런대로 쓸 만했었다. 나는 아쉬움 마음에 벌떡 일어나 머리맡을 살폈다. 아, 그런데 시계는 베개 밑에 들어가 있었다. 새벽 두 시를 가리키면서. 그러니까 잃어버린 건 시계가 아니었다. 그럼 뭘까. 마치 하나의 화두처럼 그 생각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아침에 다른 외국인 여행자들과 함께 사막으로 낙타 여행을 떠나기로 예약했기 때문에 잠을 푹 자둬야만 했다. 그런데 느닷없는 상실감이 잠 못 이루게 하는 것이었다.
어제 오후 느지막이 나는 자이살멜 북쪽 사막에 있는 작은 오아시스까지 걸어갔었다. 그곳 지명은 바다바그였다. 원색의 사리를 입은 여인들이 거기서 생산된 과일과 채소들을 머리에 이고 사막을 지나 시내로 운반하고 있었다. 바다바그에 앉아서 나는 황혼을 구경했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인도의 황혼은 아름답다. 타고르는 "나는 황혼녘에 지상의 모든 것을 버려두고 당신의 품안으로 돌아갑니다"라고 노래했다. 황혼이 어둠으로 변하고 별 하나가 떠올랐을 때 나는 걸음을 서둘러 호텔 스와스티카로 돌아왔었다. 아, 그렇다. 드디어 내가 잃어버린 게 무엇인지 알았다. 그것은 바로 '별'이었다. 인도에 오기 전, 나는 사막의 별들을 구경하고 싶었다. 고요한 사막 위에서 반짝이는 별들을 보며 누워 있고 싶었다. 그런데 그만 이틀 동안이나 호텔방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침대를 내려와 서둘러 옷을 입었다. 낙타 여행에는 사막에서 자는 사흘밤이 포함되어 있으니까 별들은 그때 실컷 구경할 수도 있으리라. 그러나 동행자가 없는 고독한 사막에서 나 혼자 별들과 마주하고 싶었다. 나는 담요를 둘둘 말아들고 호텔을 빠져나왔다. 거리는 적막해서 그림자만 날 따라왔다. 이렇게 밤중에 걸어본 것도 오랜만이었다. 성문을 통과하면 버스 정류장이었다. 그때 어디서 나타났는지 개 한 마리가 내 뒤를 따라오기 시작했다. 배가 고픈 모양이었지만, 미안하게도 나는 줄 게 없었다. 아무것도 없다는 시늉을 해 보여도 개는 포기하지 않았다. 주머니를 뒤집어 보였지만 소용이 없었다. 머리가 나쁜 개였다. 나는 모른 척하고 걸어갔다. 달빛에 그림자를 떨구고 나도 걷고, 개도 걸었다. 한참을 걷다가 뒤돌아보면 개는 걸음을 멈추고 달빛 아래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러다가 내가 다시 걸음을 옮기면 따라서 걸었다. 이윽고 바다바그에 도착했다. 개는 지쳤는지 내 옆에 와서 풀썩 쓰러졌다. 바다바그에 이르러 시계를 보았더니 여전히 새벽 두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걸어오는 사이에 또 큰 바늘과 작은 바늘이 빠져버린 것이다.
나는 담요를 깔고 바닥에 누웠다. 그 순간, 마치 누가 영사기를 틀고 있는 것처럼 수많은 별들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어떤 별은 감자만했고, 어떤 별은 다른 별들과 무리를 이뤄 큰 그림을 만들고 있었다. 별들 하나하나가 내 귓가에 속삭이며 어떤 전설을 들려주는 듯했다. 개는 아예 내 옆에 와서 벌렁 누웠다. 배가 고팠던 게 아니라 외로웠던 모양이다. 친구가 필요한 개였다. 인간이든 동물이든 서로를 가깝게 해주는 건 고독감인지도 모른다. 손을 뻗어 목을 쓰다듬자 개는 편안히 내게 몸을 맡겼다. 그날, 새벽의 질투어린 여신이 미명을 몰고 와 별들을 몰아갈 때까지 나는 바다바그의 오아시스에 누워 별들을 구경하고 또 구경했다. 내 생에서 가장 오랫동안 별들을 바라본 시간이었다. 별들은 마치 생의 비밀을 간직한 암호들 같아서, 그 암호의 세계로 들어서기만 하면 무언가가 내 영혼을 가득 채울 것만 같았다. 그 세계에선 누구도 고독하지 않고, 누구도 상실감으로 고통받지 않으리라. 새벽 두 시에 느꼈던 영혼의 상실감은 사막 위에 뜬 별들로 인해 어느덧 치유되었다. 세상 전체가 나의 집이었다. 별들은 인간이 만든 성벽과 궁전과 온갖 장신구들보다 영원하고 아름다웠다. 늙은 개는 나와 함께 별을 응시하다가 내 옆에서 코까지 골며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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