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지중해 신화와 전설 - 홍사석
제3장 그리스의 태초 신들
2. 카오스
그리스인은 우주는 질서와 조화를 갖춘 형상으로 구현되었다가 다시 파멸하여 공허로 변하는 카오스(Chaos : 혼돈)를 반복한다고 보았다. 카오스는 일단 세상을 태어나게 하는 생명의 '불가사의한 본질'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헤시오도스의 '신통기'에 의하면, 원초에 카오스가 나타나고 여기에 거대한 틈이 열려 가슴의 폭이 넓은 가이아(대지의 여신)와 깊고 후미진 타르타로스(나락)가 탄생한다. 또한 온갖 신 중에 더할 수 없이 멋진 에로스가 출생하는데 그는 독자적으로 탄생된, 신족에 선행하는 초창기의 신이다. 에로스는 신과 인간들의 팔과 다리의 힘을 빼 놓고 온 누리의 살아 있는 자들의 가슴 속을 사려깊고 분별있는 마음을 풀어 느슨하게 한다. 후기 시인들은 에로스의 익살맞은 행동으로 야릇한 쾌감을 주는 장난기 넘친 동자로 표현하고 큐피드라 불렀다. 카오스에서 에레보스(암흑)와 어두운 뉵스(밤)가 생기고, 뉵스에서 아이테르(창공의 대기)와 헤메라(낮)가 출생하는데 뉵스와 에레보스가 정애로 품어 잉태한 소산이다.
가이아 가이아(Gaia, Gaea, Terra, Tellus)는 대지라는 의미이며 신격화하여 대지의 여신으로 숭배한다. 신화에 의하면 카오스에서 태어난 태초의 여신이며, 우라노스와 폰토스를 탄생시킨다. 우라노스 또는 폰토스를 배우자로 하여 오케아스, 티탄족, 큐클로프스, 기간테스, 테이아, 레아, 테미스, 포이베, 테튜스 및 므네모슈네를 낳는다. 가이아는 우라노스와의 사이에서 청공과 대질를 지배하는 신들, 인간의 삶에 영향을 주고 인간의 숭배대상이 되는 신들을 위시하여 수많은 후손을 낳지만, 폰토스와의 사이에서는 오케아노스, 네레우스, 포르큐스, 케토 등 작은 역할을 하는 신들과 바다 괴물들을 낳고 후손의 수도 많지 않다. 바람신(공기)의 전달로 재난, 슬픔, 망각, 복수심을 감지하는 가이아는 후기에 로마의 대지여신 텔루스와 결부되어 같은 여신으로 간주된다.
우라노스 우라노스(Uranus, Coelus)는 가이아가 독자적으로 낳은 아들로, 가이아 혹은 티테아와 결혼하여 카이오스, 크레이오스, 휴페리온, 므네모슈네, 코토스, 포이베, 브리아레오스, 테미스, 크로노스, 규게스를 둔다. 그런데 우라노스가 아이들을 대지의 가슴 속에 감춘 채 가둬 두자 가이아는 아들 크로노스를 설득하여 반기를 들게 하고 낫을 주어 우라노스를 거세하게 하였다. 거세하였을 때 땅에 떨어진 핏방울에서는 기간테스.에리뉴에스.멜리아스가 태어나고 남근은 바다에 떨어져 거품에 쓸려 흘러가 키프로스 섬 또는 일설에는 쿠테라 섬에 표착하여 그곳에서 아프로디테 여신으로 화신하였다고 한다. 우라노스는 천계라는 의미이며 별로 뒤덮인 하늘이다. 천문에서는 태양을 중심으로 도는 지구 무게의 15배나 되고 5개의 행성과 고리를 가지고 있는 태양계의 일곱 번째 행성을 천왕성(Uranus)이라 한다. 위성은 아리엘, 움베리엘, 티타니아, 오베론, 미란다라고 한다. 천왕성이 태양의 둘레를 한 바퀴 도는데는 약 48년이 걸린다.
3. 에로스 에로스(Eros)는 그리스의 성애의 신이며 로마인은 쿠피트라 한다. 초기 신화에서 그리스 세계가 성립될 때 카오스에서 가이아와 함께 탄생하였는데, 신과 사람 몸 속에 가득한 중식의 원천인 생식력이 의인화한 것이다. 다른 설에서는 원초의 알이 깨어져 에로스가 나오고 또한 일부는 하늘과 땅이 되었다고 한다. 따라서 태고 때부터 존재하였고 아프로디테보다 훨씬 먼저 나온 신이다. 그 후 면목을 바꿔 에로스는 젊은 신이며 아프로디테와 아레스의 아들로서 장난기로 가득찬 버릇없는 어린 신으로 등장한다. 또한 동성애의 수호신이기도 하다. 아티카의 아크로폴리스에 있는 안테로스(애욕을 반대하는 신 혹은 애욕에 보답하는 신) 제단에는 두 젊은이 멜레스와 티마고라스를 기념하기 위한 에로스상이 봉현되어 있다. 말인즉 멜레스를 동성연애하는 티마고라스가 냉소하는 멜레스의 말을 좇아 아크로폴리스에서 뛰어내려 죽게 되고, 멜레스도 그 회한으로 뛰어 내려 죽었다고 한다. 작가에 따라서는 에로스를 에일레이튜이아, 이리스의 아들, 혹은 헤르메스와 아르테미스, 또는 헤르메스, 제우스 혹은 아레스와 아프로디테의 아들로 그리고 있다. 미술, 시문 등에서 사랑이 낭만의 요소로 표현되면서 에로스는 화살을 가득 담은 통을 멘 날개 달린 동자, 또는 어린아기(들)로 각색되었다. 특히 에로스의 황금 화살촉에 맞으면 신이든 인간이든 모두 사랑의 격정을 누를 수 없게 되고 납 화살촉에 맞으면 연정이 가셔 버렸다. 아기 에로스상은 로마의 시문에 빈번히 등장하여 일반화되었으며, 사랑이 흔히 맹목적이듯 에로스의 행위 또한 그러한 것으로 그려졌다. 에로스가 아프로디테의 의도를 어겨 프슈케와 사랑에 빠진 이야기는 매우 유명한데, 프슈케는 갖은 고생을 겪은 후 결국 불사의 몸이 되어 에로스와 행복하게 맺어지는 것을 결말이난다. 에로스의 형제인 안테로스와 같이 있으면 짝사랑이라도 보복하고 쫓아 버리며 히메로스(그리움)와 휴멘(혼인의 여신)과 같이 있는 착상도 생겨났다. 에로스 신 숭배는 상당히 널히 퍼져 있어, 보이오티아의 테스피아이에서는 단순한 남근석을 모시고 다산과 풍요의 신으로서 에로스를 존경하였다.
프슈케 프슈케는 생명의 원리, 영혼, 마음 또는 정신이라는 뜻으로, 오랜 옛적 그리스 사람들은 이것을 하늘을 나는 새, 그 후는 나비로 상징하고 헬레니즘 시대에는 에로스와 결부시켜 생각하였다. 그 대표적인 것이 서기 2세기 로마의 소설가 아풀레이우스(서기 124~170년경)로 그는 의인화한 프슈케를 에로스(큐피드, 아모르)와 결부시켜 '변신 이야기'를 구성해 냈다. 프슈케는 어떤 나라 와의 셋째 딸로 그 용모가 뛰어나게 아름다워 사람들은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보다도 그녀를 더 숭배할 정도였다. 이에 질투와 시기로 화가 난 여신은 아들 에로스를 시켜 프슈케를 추한 자와 결합하게 하여 앙갚음을 하고자 하였다. 그런데 에로스는 막상 프슈케를 보자마자 한눈에 사랑에 빠져 어머니의 명을 거역해 버렸다. 그리고는 밤마다 프슈케를 찾아와 사랑을 속삭이는데 에로스는 그녀에게 절대로 불을 켜서는 안 되며 자신의 정체를 알고자 하거나 확인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았다. 그러나 자매들의 부추김을 받은 프슈케가 이 약속을 어기자 에로스는 신의를 저버린 그녀를 버리고 떠나버렸다. 프슈케는 회한의 눈물을 흘리며 사라진 에로스를 애달프게 찾아헤매나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 별수없이 에로스의 어미에 애원하나 가뜩이나 자존심이 상해 미워하던 판이라 아프로디테는 프슈케에게 도저히 해 낼 수 없는 어려운 일을 시켰다. 그 첫 번째 노역은 산더미처럼 쌓인 잡곡더미에서 곡식을 종류별로 구분하는 일이었다. 어쩔 줄 모르는 그녀 뒤에서 에로스는 개미들을 동원하여 그 일을 끝내게 해 주었다. 다음으로 부과된 임무는 숲 속에 있는 양의 황금털을 모아오는 일이었다. 양들을 놀라게 하지 말라는 개울 신의 충고를 받아들여 양이 잠들어 있을 동안 수풀가지에 엉킨 황금털을 수집하였다. 그럼에도 노여움이 풀리지 않은 여신은 높은 산꼭대기에 공룡동굴에서 스튝스의 샘물을 단지에 가득 담아오는 일을 시켰다. 이 일 또한 에로스에게 은혜를 입은 독수리가 해결해 주었다. 그러자 에로스의 어미는 마지막으로 죽음을 면할 수 없는 극히 어려운 일을 지시하였다. 지하에 가서 명계의 여왕 페르세포네의 미약 상자를 받아오게 한 것이다. 명계에의 심부름은 바로 죽음을 의미하였으므로 프슈케는 모든 것을 단념하고 높은 탑에 올라가 투신할 것을 마음먹는데, 탑이 명계로 가는 방법을 일러주었다. 마침내 명계까지 온 프슈케는 금지사항은 잊고 뚜껑을 열어보고 말았다. 이에 상자 속에서 흘러나온 강렬한 향에 프슈케는 혼절한 채 깨어나지 못하였다. 이 때 마침 에로스가 나타나 미약향을 다시 상자에 가두고 갖고 있는 화살촉으로 프슈케를 가볍게 찔러 깨어나게 하였다. 에로스는 제우스에게 어미 아프로디테의 노여움을 풀게 해 달라고 간청하여 마침내 여신과 프슈케는 화해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프슈케는 불사영생의 신주 넥타르를 하사 받아 신족의 일원으로서 에로스와 결혼하여 행복한 부부로 맺어지고 이 둘 사이에는 불룹타스(희열)라는 딸이 태어났다. 일반적으로 프슈케는 나비날개를 단 아름다운 소녀상으로 표현되며 영혼의 화신을 상징하는데, 나비가 침울한 애벌레 생활을 끝마친 다음 아름다운 날개를 펼쳐 날아다님을 비유한 것이다.
4. 티탄족 우라노스와 가이아의 정당한 소생이 거신족인 티탄족(Titans)이다. 헤시오도스는 이 티탄족 중 오케아노스.카이오스.크레이오스.휴페리온. 이아페토스.크로노스의 6남신과, 테이아.레아.테이스.므네모슈네.포이베. 테튜스의 6여신을 합쳐 12거신으로 규정하였다. 이들이 낳은 자식들 가운데 프로메테우스와 아틀라스 등의 일부도 티탄족으로 간주되었다. 한편 우라노스는 아들 크로노스에게 거세당하고 그 상처에서 흐른 핏방울로 가이아를 잉태시켰는데 거기에서 괴물성 거인족 기간테스가 출현하였다. 이제 신권을 찬탈한 크로노스는 자매 레아를 배우자로 맞아들여 자식을 낳았으나 그 아비와 마찬가지로 출산한 아이를 매번 집어삼켰다. 이에 레아는 몰래 숨겨 키운 막내아들 제우스를 부추겨 크로노스를 거세하고 신권을 찬탈케 하였다. 이 신권찬탈은 티탄족과 올림포스 신들 간의 격렬한 전쟁을 야기하였다. 10년 동안 우주의 기반을 뒤흔들며 치러진 이 전쟁에서 제우스는 그의 형제자매와 티탄족 중에서 프로메테우스의 지원을 받았다. 그리고 마침내 기간테스인 큐클로페스와 헤카톤케이레스가 가담한 제우스쪽이 마지막 승리를 거두고, 패배자들은 타르타로스에 투옥되어 헤카톤케이레스의 감시를 받게 되었다. 프로메테우스의 형제 아틀라스는 별도로 하늘을 짊어지는 벌을 받았다. 그 후 시문에서는 이 거신전쟁과 거인전쟁을 혼동하기도 하였다.
기간테스 거인족 기간테스(Gigantes, Giants)는 우라노스와 가이아의 소산으로 단수형은 기가스이다. 헤시오도스에 의하면 게세된 우라노스의 상처에서 핏방울이 땅에 떨어져 가이아가 잉태를 하고 여기에서 복수의 여신 에리뉴에스, 물푸레나무 요정 멜리아스와 기간테스가 솟아나왔다. 거인족은 힘과 크기가 엄청날 뿐 아니라 생김새도 이상야릇하여, 상반신은 사람이나 하반신은 뱀꼬리로 된 괴물사나이나 머리가 50개에 손이 100개나 달린 거창하고 괴이한 인간 헤카톤케이레스도 있었다. 제우스는 올림포스 신족에 패배한 티탄족을 타르타로스에 가두었는데, 이에 화가 난 가이아는 거인족을 충동하여 제우스를 치게 하였다. 이것이 바로 거신 전쟁이 있은 훨씬 후에 일어난 거인전쟁으로, 그리스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신화이며 조각의 소재로 즐겨 표현되었다. 거인족과의 싸움에는 영생하지 못하는 인간 영운이 가담해야 승산이 있음을 미리 짐작한 제우스는 인간 여자와 정을 통하고 헤라클레스를 얻은 다음에 응전하였다. 한편 가이아는 거인족을 불사신으로 만들기 위하여 영생의 효능을 가진 약초를 싹트게 하였다. 그러나 제우스는 태양신 헬리오스, 달의 여신 셀레네와 새벽의 여신 에오스에게 그 풀을 찾아 뿌리를 뽑을 때까지 모습을 나타내지 말라고 당부하였다. 전쟁은 거인족이 사는 트라키아의 팔레네에서 시작되었다. 일설에는 화산이 있는 고장이라 한다. 거인족의 왕 에우류메돈은 초인적 힘을 가진 알큐오네오스와 포르퓨리온 형제를 대동하고 참나무 거목에 불을 붙여 밝게 비추고는 신족을 향해 바윗돌과 산을 들어올려 던지며 공격을 하였다. 헤라클레스는 알큐오네오스에 독화살을 날리고 거인족은 거주지 경계선 밖으로 끌어내 죽였는데 거인들은 거주지 안에서는 불사신이었기 때문이다. 헤라를 범하려던 포르퓨리온에게 제우스는 벼락을 내리고 헤라클레스는 독화살을 날렸다. 그 밖의 많은 거인들이 제우스의 벼락에 맞아 죽었고 두 명의 에피알테스 중 한 거인은 아폴로와 헤라클레스가 쏜 화살에 두 눈이 관통당하여 죽었다. 아테나 여신은 도망치는 엔켈라도스를 시칠리아까지 추격하여 에트나 산을 떼어 덮쳐 묻어버렸으나, 엔켈라도스는 목숨이 끊어지지 않아 지금까지도 산 아래에서 불붙은 숨을 토해 내고 있다고 한다. 미마스의 운명도 다를 바 없었다. 즉 헤파이스토스가 펄펄 끓는 용광로를 던져 베수비오 산(나폴리 만의 활화산) 아래 깔려 있다. 거인 팔라스는 아테나 여신에게 처치당한 후 가죽이 벗겨졌는데, 그 가죽은 여신의 가슴방패 아이기스에 부착되었다. 폴류보테스는 포세이돈이 코스 섬에서 떼어 내던진 큰 바위에 깔려 그대로 니슈로스 섬이 되었는데, 폴류보테스는 이 섬에서 니슈레오스라는 존칭으로 숭배된다. 히폴류토스는 모습을 감춰주는 하데스 모자를 쓴 헤르메스에게 살해되었다. 그라티온은 아르테미스의 화살에 맞아 죽고 에우류토스는 디오뉴소스의 지팡이에 맞고 쓰러졌다. 플류티오스는 헤카테의 지옥의 횃불에 타죽고 아그리오스와 토아스는 운명의 여신 모이라이(파테스)의 청동봉에 맞아 쓰러졌고 헤라클레스의 독화살에 목숨을 잃었다. 히드라 독이 묻은 화살촉은 어떤 거구에게도 치명적 타격을 주었기 때문에 독화살을 가진 헤라클레스 같은 인간 영웅이야말로 거인족을 멸망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은 이야기에 의하면, 거인족은 헤파이스토스와 사튜로스가 탄 나귀의 기묘한 울부짖음과 시끄러운 소리, 또는 트리톤이 부는 소라 고동소리의 그 불가사의한 음률에 정신이 어지러워져 놀라 쫓겨 패주하였다고 한다. 헤카톤케이레스 3형제인 코토스, 브리아레오스 및 규게스는 100개의 손에 50개의 머리를 가진 괴물거인이었다. 이들은 우라노스가 가이아의 가슴 속에 유폐시켜 버린 자식들로, 가중되는 고통을 감당할 수 없게 된 가이아가 크로노스를 부추겨 우라노스를 거세함으로써 다시 세상빛을 보게 되었다. 그런데 득세한 크로노스가 이번에는 자신이 신권 찬탈에 겁을 먹고 그 자식들과 헤카톤케이레스, 큐클로페스를 모두 집어 삼키고 타르타로스에 가둬 버렸다. 이러한 횡포에 화가 난 가이아는 손자 제우스의 힘을 빌려 크로노스와 그에 가담한 티탄족을 제거하고자 하였다. 그런데 이 전쟁에 승리하려면 불가피하게 큐클로페스와 헤카톤케이레스의 힘을 빌려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제우스는 그들을 풀어주고 신의 음료인 넥타르와 신의 음식인 암브로시아를 제공하였다. 마침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제우스는 헤카톤케이레스를 다시 타르타로스로 보내는데 이번에는 티탄족의 감시역을 맡겼다. 이들 거인은 제우스의 충직한 친구가 되어 한때 올리포스 신족이 공모하여 제우스를 쇠사슬로 묶어버렸을 때도 테튜스의 부름을 받고 달려온 브리아레오스는 제우스를 비호해 주었다. 여기에서 제우스를 도운 브리아레오스나 제우스와 맞서 싸운 튜폰 및 알로이다이(포세이돈과 이피메데이아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들)는 모두 후에 거인족으로 편입된 존재이다. 알로아다이 쌍둥이 형제인 오토스와 에피알테스의 올림포스 산성공략은 거인족의 마지막 도전으로 오사 산을 쌓아올려 하늘 높이 올라가 신족을 위협하고 공격을 가하였다. 이 와중에 아레스는 포로가 되어 청동통 속에 갇혔다가 13개월이 지나 아사 직전에 헤르메스에게 구조되어 살아났다. 이들 거인형제는 제우스에 의해 멸망당하였다. 다른 전승에 따른면 거인형제들은 여러 도시를 건설하였으며 트라키아의 알로이온과 헬리콘 산록 아스크라에서 뮤즈 숭배를 부흥시킨 영웅으로 그려져 칭송을 받기도 하였다.
5. 크로노스 크로노스(Cronus, Saturn)는 우라노스와 대지의 여신 가이아의 아들이자, 제우스의 아버지다. 크로노스의 형제자매를 티탄족이라고 하지만 티탄족에 관한 이야기는 태곳적 일이어서 전해오는 것이 별로 없다. 크로노스에 관한 이야기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우라노스와 가이아 사이에서는 많은 자식들이 태어났으나 우라노스는 자기의 아이들에게 권좌를 빼앗길 것을 우려하여 대지(가이아) 속에 가둬 버렸다. 가이아는 가증되는 부담을 참을 수 없어 가장 용맹한 아들 크로노스를 부추겨 자신의 고통을 종식시키기로 계획하고, 그에게 작은 낫을 주어 우라노스가 그녀에게 접근할 때 거세하게 하였다. 이 때 우라노스가 땅에 흘린 핏방울에서 복수의 여신 푸리아이(에리뉴에스)와 거인족인 기간테스가 나타났고, 잘린 성기를 바다에 던지니 거품에 쓸려가 여신 아프로디테가 태어났다. 참패한 우라노스는 승리자인 아들에게 '너도 앞으로 네 아들에게 찬탈될 것'임을 경고하였다. 이 경고를 들은 크로노스는 자신의 권좌를 보장하기 위해 아내 레아가 낳은 헤스티아, 데메테르, 헤라, 하데스를 태어나는 대로 모두 삼켜버렸다. 크로노스는 일반적으로 때를 의미하는 Chronos와 혼동되는데 이는 시간이 자신이 생산한 모든 것을 삼켜버리는 데서 온 것이다. 또한 크로노스의 어머니 또는 배우자라 하는 레아는 시간과 운명이 화신한 여신이다. 크로노스로 인해 상심한 레아가 가이아와 의논하니, 가이아는 다음 아들을 낳으면 크로노스에게 아들 대신 돌을 주어 삼키게 하도록 일러주었다. 레아는 가이아의 말을 그대로 실천에 옮겨 무사히 아들을 안전한 장소에 숨기니, 그 아들이 바로 제우스였다. 제우스가 성장하여 어른이 되자 레아는 크로노스에게 이젠 걱정 말고 아이들을 토하도록 설득하였고, 크로노스는 이에 동의하여 우선 제우스 대신 삼킨 돌을 토하고 이어 그 밖의 모든 자식들을 토해 냈다. 이후 크로노스는 제우스를 위시한 아들 세대와 장장 10년에 걸쳐 거신전쟁을 치렀다. 이 전쟁에서 많은 티탄들은 크로노스 쪽에 가담하였으나 큐클로페이스와 헤카톤케이레스의 도움을 받은 제우스와 그 형제들이 대승을 거두었다. 이후 제우스는 패배한 티탄족을 지하의 타르타로스에 가두고 자신의 왕국으로 돌아와 올림포스에서 통치를 하였다. 제우스에게 권좌를 빼앗긴 크로노스는 로마로 가서 그곳을 통치하였는데 그의 치세 동안은 평화롭고 행복한 황금기였다고 한다. 크로노스는 태곳적에 곡물의 신이었던 듯하며, 아테네와 테베 및 로도스 섬에서 그를 기리는 크로니아 추수제가 열렸는데 사람이 희생물로 바쳐졌다. 천문학에서는 태양계에서 목성 다음으로 큰 행성에 그의 이름을 붙여 토성(Saturn)이라 부르고 많은 위성을 신과 관련된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레아 레아(Rhea, Terra, Ops, Cybele)는 우라노스와 가이아 사이에 태어난 여신이다. 본의 아니게 크로노스의 아내가 되어 헤스티아.데메테르.헤라. 하데스.포세이돈 및 제우스를 낳았다. 그런데 크로노스는 그녀가 아이를 낳는 즉시 삼켜버렸는데 이는 아들 중 하나가 신권을 찬탈할 것이라는 계시를 받았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레아는 남편의 이 무자비한 행위에 대해 부모에게 호소를 하였고, 이내 그로부터 방법을 일러 받았다. 즉 아이를 낳자마자 곧 감추고 대신 돌을 포대기에 싸서 넘겨주었던 것이다. 물론 크로노스는 이 돌을 아이로 알고 삼켜버렸다. 그러나 크로노스의 불안은 얼마 안 가 적중하였다. 레아가 숨긴 그 아이는 자라나면서 힘이 장사요 세력이 강해져서 제우스라 불리게 되었고 오래지 않아 아비의 신권을 찬탈했던 것이다. 레아는 학자 간의 견해 차이에 따라 다른 많은 여신과 동일시되고 있으며, 특히 로마신화에서는 보나 데아, 큐벨레, 딘듀메나, 마그나, 마르테르 크레스, 베스타, 티타이아, 테라, 텔루스 및 옵스로 불렸다. 권좌를 찬탈당한 크로노스는 후에 이탈리아로 가서 왕국을 세우는데 레아도 그를 뒤따라가서 크게 인정 받게 되었다. 이 시대를 흔히 크로노스의 황금시대 혹은 레아의 시대라고 부른다.
6. 테미스 헤시오도스에 의하면 테미스(Themis)는 우라노스와 가이아의 딸이며 티탄족으로서 제우스의 첫 배우자이다. 소생으로는 호라이, 모이라이, 아스트라이아(낭자 별자리)가 있으며, 에리다노스강 요정의 어미, 때로는 헤스페리데스도 그의 딸들이라 한다. 테미스는 티탄족 중 올림포스 신들과 다를 바 없는 생활을 한 여신이며 우라니아라는 별칭으로 불렸다. 가이아로부터 전수받은 예언술에 능하여 아폴론 이전에 델포이 신탁소를 열고 아폴론에게 예언술을 전수하였다. 한 번은 제우스가 요정 테티스를 연모하여 결혼문제를 의논하였는데, 소생으로 아들이 생기면 힘으로 아비를 축출할 것이라고 예언하였다. 이 예언을 들은 제우스는 테티스를 영생할 수 없는 인간 펠레우스와 맺어주었다. 이들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 바로 트로이 전쟁의 최고 용사 아킬레스이며, 과연 제우스와 연결되었더라면 신의 세계를 뒤흔들 만한 인물이었다. 테미스는 신들의 회의를 소집하고 연회를 주관하며 신들에게 이로운 일을 하였다. 레아가 아들 제우스를 낳자 은신처에 보내 아비 크로노스의 감금에서 모면케 한 것도 그녀이며, 아폴론과 아르테미스의 어미 레토가 난산으로 고생하는 것을 돌보아 순산을 돕기도 하였다. 델포이 신탁소는 아폴론에게 이양해 주었다. 지상에서의 그녀의 지배영역은 매우 광대한데 특히 무엇보다 정의의 수호신으로 존숭받았다. 즉 신의 법적 권리를 인준하고 인간에게는 올바른 사람을 지켜 주며 죄를 벌하고 사회질서와 정의를 실현시키는 의인신이었다. 따라서 정의를 지켜준다고 하여 소테이라(보존신)라는 존칭으로 불렸으며 범죄에는 응분의 벌을 내렸으므로 판결을 내릴 때는 이 테미스 여신의 이름으로 내렸다. 신탁은 여신의 은혜로 신의 의지를 어림잡아 풀이하여 인간에 전해졌으며, 미증유의 대홍수를 모면한 데우칼리온에게 사람이 다시 지상으로 모이게 하는 방법도 전해주었다. 여신숭배는 그리스 전역에 보편화되어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에도 여신의 신전을 봉헌하였고, 그밖에 트로이젠, 타나그라, 올리피아 및 테베에도 성역이 있었으며 제우스와 같이 숭배되었다. 흔히 여신은 준엄한 외모를 지닌 부인상으로 표현되며, 양 손에 들고 있는 저울과 칼을 법질서와 정의수호의 정확성과 엄격성을 상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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