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의 심리 - 김성태
첫째 묶음 - 생활 속의 심리
도박 이야기
도박은 정말 재미있다. 도박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관심을 집중시켜 진지한 자세를 취하지 않고는 못 배기게 한다. 먼저 재미난 도박의 예를 하나 들어보자. 내가 알기로는 많은 인원이 오랜 기간 동안 그리 큰 희생 없이 즐길 수 있는 노름으로 채표라는 게 있다. 원래 채표는 중국 노름인데, 우리나라에서도 3.1운동 전까지만 해도 이 노름이 상당히 유행했던 모양이다. 해방 후 질서가 아직 확립되지 못했을 때 중부 일대에 수년 동안 유행된 바 있고, 서울에서도 중국인 상가나 종묘 앞에서 얼마 전까지도 있었다는 이야기다. 이것의 흥미진진한 모습을 보기 위해 그 내용을 약간 설명하겠다. 이 노름은 36문으로 되어 있고 물주가 1문만을 싸면-쥐고 있으면-, 애기패는 36문에 임의로 얼마씩 돈을 건다. 그리하여 맞춘 문에는 그 문에 건 돈의 30배를 태우고(주고) 못 맞춘 문들의 돈은 모조리 물주가 거둬들인다. 그런데 이 각 문의 명칭이 흥미롭다. 모두 두 글자로 된 인명인데, 이를테면 월보, 합동, 정리, 봉춘, 민옥, 천신 등이다. 이에 모두 성까지 붙여서 이월보, 쌍합동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이들 인명은 각자 관직이 있고 계층이나 직업이 붙어 있다. 또 이 36문은 인체의 각 부분을 상징하기도 한다. 이마는 무엇이며 코는 무엇이며 손발은 무엇 무엇 등등 신체 부위의 명칭으로 따질 수도 있고, 또 그 한 글자의 뜻에서 여러 가지 자연물과 인간사를 상징하기도 한다. 이 노름은 어느 지방의 두세 면에 걸쳐 각 동리 수백 호 수천 명의 애기패를 상대로 한 물주가 아침, 저녁으로 두번 판벌인다. 많은 인원이 다 모일 수는 없으니 각 동리에서 한 두 사람씩 대리인(통수라고 부름)을 보낸다. 동리의 애기패들이 그날 자기가 걸 문의 이름과 금액을 쪽지에 적고, 접은 쪽지의 표면에는 건 금액의 총액만을 적어 그 액수의 돈과 쪽지를 대리인에게 부탁하면 그는 이것들을 많이 모아 가서 물주에게 준다. 물주는 여러 동리의 것을 모두 받고 자기가 싸 가지고 온 문을 펴 보인다. 그리고 대리인들 앞에서 모아진 쪽지를 하나하나 펴서 그날 뺀 문의 이름을 도장으로 찍어 돌려주고, 맞춘 것만 30배로 해서 태운다.(준다) 대리인은 그 쪽지를 다시 애기패에게 돌려주고 상금도 돌려준다. 대리인은 물론 보수를 받는다. 가져갈 때는 수납분의 1할을물주에게서 받고, 맞춘 것은 그 상금의 1할을 애기패에게서 받는다. 애기패의 성분은 다채롭다. 물론 전문적인 노름꾼, 건달도 있지만, 점잖은 샌님에서부터 무식한 농군, 갓 시집온 새댁, 늙은 할머니, 장사치, 머슴 등 누구나 하고 싶은 사람은 다 한다. 서로가 서먹서먹한 며느리와 시아버지, 계수와 시아주버니도 이 채표에 대해서는 서로 흉금을 털어놓고 단란하게 이야기한다. 이들은 서로 상의해서 돈을 걸고 그 결과를 온종일 기다리는 재미로 산다. 이쯤 되면 훌륭한 오락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더 재미있는 부분은 돈걸 문을 결정하는 힌트를 어디서 얻느냐에 있다. 대개는 꿈을 여러 가지로 해석해서 건다. 꿈이 신령스러운 징조라는 관념에서다. 이를테면 간밤의 꿈에 진 서방이 몽둥이를 들고 자기 이마를 쳤다면 진가 성을 가진 문과, 몽둥이를 상징하는 문과, 이마를 뜻하는 문에 돈을 건다. 또 이 서방네 딸이 남편과 같이 친정에 온 꿈을 꾸었다면, 이가 성의 월보와, 쌍으로 왔으니 합동에다 돈을 건다. 그리하여 이 채표를 하는 동리는 아침 일찍부터 무슨 좋은 꿈이 있나 하고 이집저집 돌아다니는 친구, 새며느리 꿈 이야기를 물어 보는 시아버지, 자기 꿈을 해석하지 못해 꿈 해석을 제대로 하는 사람을 찾아다니는 모습 등으로 분주하다. 또 하나의 힌트는 소위 격물 치기라는 것이다. 일상 생활에서 생기고 부딪치는 신기한 사건을 힌트로 삼아서 어느 문에 돈걸 것인가를 결정한다. 이를테면 아침 일찍 뒷산에 까치가 와서 울었다면, 이 까치에 관련된 문에 걸거나 이 사건을 해석해서 돈건다. 이렇듯 힌트에 준해 돈거는 것을 아마츄어 도박이라고 할 때, 프로로 하는 것(이를테면 프로 도박)은 더욱 흥미롭다. 여기에서 통계적 수법이 이용되기 때문이다. 채표판에 가보면, 각 문에 들어온 돈의 액수와 건 빈도수를 일일이세어서 물주가 그날 그날의 36문의 빈도표를 작성하고 이를 공개하는 현장을 볼 수 있다. 물주는 이것을 검토하여 가장 돈을 덜 걸 만한 문을 찾아내는 데 하나의 자료로 삼고 있다. 그런데 애기패도 이 빈도표를 참고 삼아 다음번에 물주가 어느 것을 뽑을지 예측해 가며 돈을 건다. 즉 물주가 퍽 소심하고 마음 약하니 아마도 아침에 많이 든 문은 못쌀(쥐고 있지 못함)것이라 생각해 그 문에 돈걸지 않는다든지, 아침에 가장 적게 든 문도 위험하니 못싸고 중간 정도로 들어온 문을 쌀(쥘) 것이라고 생각해 그 문에 돈을 건다. 그야말로 물주의 성격과 자금, 그때 그때의 기분을 살펴서 돈을 거는 생기 있는 작전을 쓴다. 이쯤 되면 전문성을 띤 도박이 된다.
이러한 노름은 가을, 겨울, 봄에 걸쳐 주로 농한기에 근 반년 동안 줄곧 계속된다. 한 애기패가 5원, 10원, 20원 정도인데, 거는 돈도 많이 모여서 한 판 총액이 그때 돈 10만원이나 되었다고 한다. 아침에 돈을 10원 걸고 그 결과를 점심때까지 기다리고, 점심때 또 다시 돈걸어 저녁 늦게까지 혹시나 하고 기다린다. 그러다가 무슨 좋은 꿈이나 꿀까 기대하며 잠자고, 일어나면 또 채표 생각을 한다. 이렇게 그날 그날을 지내며 삼동을 나는 것이니 그 재미는 가히 짐작할 수 있다. 이 채표에 열중하면 제 이름도 못 쓰는 까막눈이 어려운 채표의 문자들을 글자 한 획 틀리지 않고 다 쓸 수 있게 된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제 이름은 못 쓴다. 오랫동안 허탕치다가 한번 맞추기라도 하면 그 통쾌감은 형용할 수 없으며, 그래서 타 온 상금을 몽땅 걸고 또 떼이곤 한다. 결산이야 뻔하다. 이것이 그들의 유일한 오락이니 그들에게 어떤 꾸준한 노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 한편으로는 참으로 한심한 광경이 아닐 수 없다.
도박의 심리를 실험을 통해 연구한 스키너(1904- 미국의 심리학자) 교수의 업적을 소개하기로 하자. 스키너는 파블로프(1849-1936,러시아의 생리학자)의 조건반사법을 더욱 발전시켜 인간의 의지적 행동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현대 심리학의 선봉장이다. 요컨대 그는 어떤 행동이든 그것이 형성되려면 그 행동 뒤에 오는 효과가 좋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른바 강화 작용이 행동 형성의 원리가 된다는 것이다. 그는 강화의 스케줄에 따라 형성되는 행동 경향도 다르다는 논리 아래 강화 스케줄이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따지는 것을 행동 분석의 방법으로 삼았다. 스키너는 밀폐된 상자 속에 불을 켜 놓고 물을 넣어준 다음 누르면 음식이 나오게 되어 있는 자동 장치(즉 스키너 박스)를 한쪽 벽에 꾸며 놓고 굶주린 비둘기를 넣었다. 비둘기는 배가 고파 애쓰다가 우연히 음식물이 나오는 키를 누르게 된다. 우연한 이 행동으로 몇 번 음식을 먹게 된 비둘기는 '키'와 '음식'의 관계를 무의식중에 익히게 되고, 이후는 이 키를 자주 눌러 배고픈 상태를 면해 간다. 그 다음 누르기만 하면 바로 음식물이 나오도록 되어 있는 간단한 키 장치에 여러 가지 스케줄을 적용시켰다. 즉 여러 강화의 스케줄에 따라 키를 누르는 행동이 어떻게 달라지는가를 광범위하게 따져 보았다. 대표적인 스케줄을 소개하면, 먼저 일정 기간이 되어 누르면 음식이 나오는 고정간격 스케줄, 일정 회수 키를 누르면 음식물이 나오는 고정 비율 스케줄, 일정 기간마다는 아니지만 대체로 일정 기간을 평균치로 삼고 조금씩 다른 시간 간격마다 음식물이 나오는 변화 간격 스케줄, 끝으로 일정 회수를 평균치로 삼고 어느 때는 더 걸리고 어느 때는 덜 걸리는 회수로 음식이 나오는 변화 비율 스케줄이 있다. 어느 때는 한번만 눌러도 나오고 또 어느 때는 15회째 나오며 어느 때는 7회에 나오는데, 변화 비율 스케줄은 평균하면 10회에 한번씩 음식물이 나오게 한 장치이다. 고정 간격 스케줄로 강화를 줄 때는 한참 쉬었다가 음식이 나올 만한 시간이 가까워지면 재빨리 키를 눌러 댄다. 이는 마치 월급제로 보수를 주는 경우 봉급일에 꼭 나오는 모습과 같다고 하겠다. 변동 간격 스케줄의 경우는 계속 키를 누른다. 다만 강화 직후는 약간 휴식이 보이며, 누르는 속도가 느린 것이 특징이다. 이는 마치 월급을 고정 일자로 주지 않고, 어느 때는 좀 이르고 어느 때는 늦으나 대강은 한달 내에 주기는 주는 경우와 같다. 따라서 월급을 언제 줄지 모르나 늘 나오게 되는 경우와 같다. 다음에 고정 비율 스케줄의 경우 키 누르는 속도가 대단히 빠르다. 이는 보수가 월급제가 아니고 일의 분량에 따라 단위 작업량에 얼마로 보수를 주는 스케줄과 같다. 많은 보수를 얻으려고 일을 많이 하는 일종의 도급제의 경우다. 끝으로 변동 비율 스케줄의 경우는 거의 고정 비율 스케줄과 비슷하지만 그보다 더 빠른 속도로 키를 누른다. 이것은 인간이 즐기는 도박 장치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어느 때는 단번에 큰돈이 생기고, 또 어느 때는 여러 번 해도 허탕만 치니 말이다. 이 경우 속도가 빠른 반응이 나온다는 것은 그 만큼 이 반응에 열중하고 있다는 뜻이다. 기쓰고 돈을 거는 노름꾼의 관심 집중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변동 비율 스케줄에서 강화 받는 평균 비율이 낮을수록 더욱 빠른 속도로 키를 누른다. 이는 둘 중 어느 한 쪽에 돈을 걸어 맞추는 도박보다 36:1의 어려운 비율로 돈딸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흥미를 끈다. 또 하나 흥미 끄는 실험 결과는 변동 비율 스케줄에서는 강화 받은 직후 반응 속도가 오히려 더 빨라진다는 사실이다. 변동 간격 스케줄의 경우는 이와 반대로 강화 직후에 잠깐 휴식 상태가 지속되다가 다시 제 속도로 돌아가는데, 변동 비율 스케줄에서는 반대로 강화 직후 더욱 가속된 반응을 보이다가 다시 제 속도로 돌아간다. 이는 마치 도박에서 어쩌다 한번 맞추어 돈따면 그것으로 일단 만족하고 그만 두는 것이 아니라 의기양양해서 그 돈으로 더욱 크게 자주 돈을 거는 현상과 같다고 하겠다. 고정 비율 스케줄로 하다가 변동 비율 스케줄로 바꿔 주면, 처음에는 강화 후에 한참씩 휴식이 온다. 그러다가 바로 속도가 빠른 반응을 보인다. 도급제로 벌어먹고 살다가 도박적 생활로 옮겨가면, 처음에는 흥미를 못 붙이다가 바로 흥미 붙이게 되는 것과 같다. 그런데 변동 비율 스케줄에서 고정 비율 스케줄로바꾸면 좀 독특한 반응 양식이 나타난다. 강화 후 계속 휴식 상태에 있다가 후에 가서 맹렬한 속도로 반응한다. 이는 도박으로 먹고 살다가 도급제로 일하게 되면 흥미가 없어져 빈둥빈둥 놀고, 그러다가 다급해지면 많은 일을 해대는 모습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일단 변동 비율 스케줄로 형성된 반응 습성을 소거시키자면, 아무리 반응해도 일체 강화를 주지 말아야 한다. 비둘기의 경우 7000번까지 강화를 주지 않아도 속도가 줄지 말아야 한다. 비둘기의 경우 7000번 이후 약간 반응 속도가 줄면서 간간이 빠른 속도가 나타나고, 8000번을 넘어서면서 속도가 계속 수그러진다. 이는 노름 버릇은 고치기가 대단히 힘들다는 것을 알게 하는 실험 결과라 하겠다.
도박을 크게 두 가지 나눌 수 있다. 돈 걸고 따먹는 데 기술 여하로 딸 수 있는 것과, 순전히 우연성으로 맞추게 되는 것이 그것이다. 바둑, 장기, 화투 따위는 전자요, 심지 뽑기, 채표, 빠징꼬 등은 후자에 속한다. 그러나 기술과 우연성이 반반으로 작용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물론 기술이라고 해서 교묘한 사기술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놀이를 하는 경우 그냥 하면 싱거워서 이를 재미있게 하기 위해 대개는 돈걸고 한다. 그러면 도박이 왜 그렇게 재미있고 진지한 맛이 있을까. 인간은 사회 생활하는 동안에 누구에게나 지배욕, 물욕, 금전욕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리하여 남을 누르고 경쟁에서 이겨 돈벌려고 한다. 이런 욕구들을 충족시키기 위해 꾸준하게 노력하고 열심히 일한다. 그러다 목적을 달성하게 되면 계속된 긴장에서 풀려 쾌감을 맛보게 된다. 이 쾌감은 긴장 상태에서 급속히 풀릴 때는 더욱 강도가 세고, 성공을 조금씩 예견하면서 달성할 때는 -긴장 해소가 점차적이라서-그 세기가 약하다고 본다. 그러므로 전혀 예견하지 못하다가 우연하게 긴장감에서 급격하게 풀릴 때, 쾌감은 절정을 이룰 수 있다. 도박에서 성공하고 돈딸 때의 통쾌감이 이만저만이 아닌 이유를 여기에서 찾아볼 수 있다. 도박에 열중하는 친구는 대체로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여 어떤 욕구불만 상태에 있는 사람이나 극도로 정서가 불안정한 사람들 중에 많다. 전쟁터에 나가 언제 죽을지 모르는 군인이나 큰 죄를 짓고 피신하는 사람들이 도박에 몰두하는 경향이 많은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게다가 일시적으로 도박하는 예도 있겠고, 원래 정서 불안정한 친구가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 화풀이로 도박하는 예도 얼마든지 볼 수 있다. 정서 불안정하고 욕구불만에 쌓여 있으면, 이런 긴장 상태에서 벗어나 즐거운 상태를 누리려는 욕구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이런 상태에 빠질수록 객관적 태도를 유지하지 못하고, 오히려 자기 중심적이 되어 덮어놓고 성공, 쾌 상태만 추구하게 되며, 거기에다 도박의 강렬한 쾌감마저 맛보게 되면 이에 점점 열중하게 마련이다. 또 하나 도박의 매력은 눈앞에 성공이 있다고 보고 그 성공할 때의 쾌감을 공상하는 데 있다. 우리가 어떤 욕망을 추구할 때 여러 가지 조건으로써 욕구 달성의 가망성을 기대하면서 그 욕구가 달성될 때의 만족을 미리 상상해 맛보는 것을 희망이라고 한다. 이 희망 상태는 충족감을 미리 느끼는 것이라 일종의 환희 정서를 미리 느끼는 것과 같다. 그런데 도박 상태는 바로 이러한 희망을 갖는 상태다. 잘 뽑으면 일확천금이며, 그 조건 또한 전혀 자기 능력이 아닌 우연성이다. 그러므로 그 우연성을 기대할 수 있고 언제나 돈딸 수 있는 희망에 살고 있으니 즐겁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사람은 늘 쾌감을 가지고 도박을 계속하게 마련이다. 계속 허탕치고 돈 잃는 일이 있더라도 성공을 단념하고 우울에 빠져 있기보다는 공상적 충족이라도 맛보며 도박을 지속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도박에서 느끼는 재미 중 또 하나의주요 요인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여러 가지 변모를 나타내고 있다. 인구가 도시로 집중되며, 심한 경쟁 속에서 정서적 긴장감은 날카롭게 고조되어 있다. 게다가 가정은 점차 분리되고 간소화되어 한낱 잠자는 곳이 되었으며, 휴일에 가정에서 푹 쉬지 못하고 어딘가로 뛰쳐나오기 마련이다. 그리고 사무(노동) 또한 극도로 분업화되고 전문화되어 간다. 이렇게 전문화 된다는 것은 능률향상에 좋으나 개인 활동에서는 무척 단조롭고, 그러면서도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강요하게 되어 결국 사람들로 하여금 긴장을 풀지 않고서는 못 배기게 만든다. 한편으로는 분업으로 능률화됨에 따라 여가가 많이 생겨 이 여가를 적절하게 이용해 긴장감을 풀어 주는 레크레이션의 필요성은 증대해 간다. 이러한 사회적 요구가 늘어남에 따라 머리가 비상한 자본가들은 여러 가지 레크레이션 기업을 만들어 매스콤을 동원해 선전을 활발하게 전개시킨다. 이런 과정 속에서 사람에게 가장 재미있고 흥미 끄는 변동 비율 스케줄의 도박성 오락도 등장하게 된다. 이러한 도박성 오락이 유행된다면, 그 결과는 뻔하다. 여가를 재미있게 지낸다는 효과는 크지만, 그것에 지불하는 대가는 너무나 엄청나게 큰 손해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경제적 손실은 말할 것도 없고, 재미있는 도박에 열중해 도박만을 일삼게 되면 다른 -착실한- 일은 시시해서 못하는 버릇을 들이게 되니 그야말로 패가망신하는 군상들만이 늘어날 것이다. 커다란 사회 문제라 아니 할 수 없다.
그러면 도박적 오락에 빠져 버리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방책은 무엇일까. 심리학적 입장에서 몇 가지를 생각해 보기로 한다. 첫째,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현실 생활에 만족을 느끼며 살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 도박의 소지를 미연에 봉쇄해야 한다. 둘째, 건전하고도 재미있는 오락을 사회적으로 육성시켜 사람들이 여가를 적절하게 즐기며 이용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개개인들 각자가 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셋째, 가정 생활에 애착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가정에서 단란한 분위기 속에 생활하고 가족과 같이 여가를 선용하는 기풍을 조성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196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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