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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편지】: 제 523 호
단기 4341. 11. 1 (음력 10. 04) / 발송인 : 윤영환 (poemserver@paran.com) / Music Off = Es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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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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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기 작가 인터뷰 _ 듕귁과 오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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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터 → 명언 / 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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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최상의 길은 없다. 많은 사람이 가고 있다면 그 길이 최상이다.(루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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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도움 , 글터 → 말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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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 / 정호완
짐승이름
“불의 근원은 금정산에 들어가 한 쪽이 차돌이고 한 쪽이 무쇠인 돌로 툭툭 치면 불이 날 것입니다. 또 물의 근원은 소하산에 들어가서 샘물이 흐르는 것을 보면 알게 될 것입니다.”
손진태의 <조선 신가유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불과 물의 근원을 몰라 생식을 하던 미륵이 생쥐를 붙잡아다 볼기를 치며 밝혀냈다는 사연이다. 그러니까 물과 불의 근원을 잘 알 정도로 쥐가 슬기롭다는 얘기다. 열두 짐승(십이지지) 가운데 맨앞에 나오는 게 쥐(=子)다. 사람이 땅 위에 살기 이전에도 쥐는 있었다.
쥐를 ‘주이’에서 왔다고도 한다. ‘주이>쥐’가 된다. 주이의 기원형은 폐음절형인 ‘줃’에 접미사 ‘-이’가 붙은 말로 본 것이다.(서정범) ‘줃이-주디-주리-주이-쥐’와 같이 바뀌어 굳어진 형태라는 얘기다.
옛말로 거슬러 올라가면 마찰음과 파열음이 아울러 나는 파찰음소가 쓰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수이-주이-쥐’와 같은 형태를 생각할 수 있다. 다시 ‘수이’는 사이를 뜻하는 슷(間<훈몽자회)에 접미사 -이가 붙어 ‘슷이-스시-수시-수이’로 되었음을 짐작할 수가 있다. 사람과 신 사이를 통하는 존재로, 아니면 짐승과 날짐승(새)의 중간 존재로 보려는 생각이 투영된 것으로 보인다.
새도 쥐도 아닌 게 박쥐다. 한편에선 수많은 쥐가 실험용으로 사라져 간다. 쥐를 보면 자연이 절로 두려워진다.
정호완/대구대 교수·국어학
나아질른지
미국 등 세계 경제는 뚜렷한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건만 우리 경제는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언제나 나아질는지, 직장은 괜찮을는지 걱정들이다. 아직도 많은 것이 불확실하다. 이처럼 불확실한 상황에서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나타내는 '-ㄹ는지'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를 '-ㄹ른지'로 적는 사람이 적지 않다. '-ㄹ는지'의 발음이 [-ㄹ른지]로 나기 때문에 '나아질른지' '괜찮을른지' 등과 같이 '-ㄹ른지'로 잘못 쓰기 쉽다.
'취업을 할 수 있을는지 모르겠다' '주가가 계속 상승할 수 있을는지 예상하기 어렵다' '줄어든 카드 한도를 메울 수 있을는지 걱정이다' 등에서처럼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나타낼 때 '-ㄹ는지'를 쓴다. '-ㄹ는지'를 '-ㄹ른지' 또는 '-ㄹ런지'로 잘못 쓰게 되는 또 다른 이유는 비슷하게 생긴 '-ㄹ런가' '-ㄹ런고'가 있기 때문이다.
'-ㄹ런가'는 듣는 사람에게 동작이나 상태의 가능성을 묻는 어미로, '어디로 갈런가?' '선생님은 언제 떠나실런가?' 등의 경우에 쓰인다. '-ㄹ런고'는 '-ㄹ런가'보다 더 예스럽고 점잖은 말이며, '그 사람이 누구일런고?' '임은 언제쯤이면 돌아오실런고' 등에서처럼 사용되나 쓸 일은 별로 없다.
'경제가 나아질는지, 직장은 괜찮을는지 모르겠다'에서와 같이 '-ㄹ는지'를 '-ㄹ른지'로 쓰지 않도록 주의하고, 그냥 '-ㄹ지'로 해도 대부분 뜻이 통하므로 '나아질지' '괜찮을지'처럼 바꿔 써도 된다.
~과 다름 아니다
'장서표(藏書票)의 내용은 장서가의 직업, 취미, 세계관 등을 압축해서 표현해야 하므로 결국 '사람'으로 귀결된다. 사람과 유리된 예술은 허상(虛像)에 다름 아니다. (후략)' '한창 피어나는 결식 청소년에게 따뜻한 한 그릇의 밥은 밥이 아니라 사랑이요, 희망이며, 생명수에 다름 아니다.' 위의 예에서 보듯 식자(識者)층에서 많이 쓰는 칼럼이나 사설(社說)·논평 등 무게 있는 글에서 자주 보이는 이 문구는 일본어에서 들어온 것이다. 이것은 '무엇은 무엇이나 마찬가지다'를 멋들어지게 표현하려고 한 것이나 어색할 뿐만 아니라 문법에도 맞지 않는다.
우리는 서술어로 '다름이다/같음이다'를 쓰지 않고 '다르다/같다'를 쓴다. 이를 부정하는 말도 '다름 아니다/같음 아니다'가 아니라 '다르지 않다/같지 않다'이다. '다르다/같다'와 함께 쓰는 조사도 '에'가 아니라 '와/과'를 쓴다. 그리고 '견주어 보아 같거나 비슷하다'는 뜻으로 '다름없다'라는 훌륭한 단어가 있다. 따라서 '…에 다름 아니다'는 마땅히 '…와/과/이나 다름없다'로 바로잡는 것이 좋다.
한편 지엽적인 얘기를 하다가 본론으로 들어가거나 핵심을 얘기할 때 우리는 관용적으로 '다름 아닌' '다름(이) 아니라' 등을 쓴다. 이는 서술어가 아니라 뒤에 얘기하고자 하는 말을 앞에서 이끈다는 점에서 '…에 다름 아니다'와는 성격이 다르다. 일본어라고 해서 무조건 배척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그러나 더 정확하고 알맞은 우리말을 살려 쓰려는 노력은 해야 할 것이다.
미망인
요즘 신세대 여성들은 마음에 드는 남자를 만나면 자신이 먼저 적극적으로 구애를 한다고 합니다. 사회 진출이 늘어나고 경제력을 갖추게 되면서 여성들이 그만큼 강해지고 자신감이 생겼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젊은 남성들이 화장을 하고 귀고리 등으로 치장하게 된 것은 이렇게 강해진 여자들에게서 선택받기 위한 안간힘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여성의 영향력 확대는 언어에도 반영돼 영어의 경우 남성 중심의 용어를 중성적인 용어로 바꾸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요.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우리가 자주 쓰는 '미망인(未亡人)'이란 말은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이 단어는 '남편이 죽었으니 마땅히 따라 죽어야 함에도 아직 죽지 못한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순장 제도가 시행되던 시대라면 몰라도 지금 그런 여성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이 말은 '춘추좌씨전'에 몇 번 등장하는데 모두 남편이 죽은 후 그 부인이 자신을 지칭하는 데 쓰고 있습니다. 여성 스스로가 이 말을 사용한다면 홀로 된 여성이 자신을 낮춰 말하는 겸양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쓰면 매우 무례한 말이 됩니다. 그 경우 '당신 남편이 죽었는데 당신은 왜 따라 죽지 않는가'라고 비난하는 것처럼 들리기 때문입니다.
'업무 중 사망한 동료의 미망인'이나 '고(故) ○○○회장의 미망인' 같은 글에서의 '미망인'은 '부인'으로 고쳐 쓰면 무난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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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터 → 우리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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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 정현종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때 그 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그때 그 사람이 그때 그 물건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더 열심히 파고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 걸......
반벙어리처럼 귀머거리처럼 보내지는 않았는가 우두커니처럼...... 더 열심히 그 순간을 사랑할 것을......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봉오리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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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터 → 현대시조 |
정선 아리랑 - 홍종태
놀다가 죽는 것은 물밑에 물고기요 찌든 삶 지쳐서 죽는 것은 화전 인생 손발이 닳을 때 까지 한에 젖은 그 가락에
만수산 험한 골짝 어린 자식 뉘어 놓고 한 맺힌 화전에서 입만 열면 한탄 소리 그 한탄 정선 아리랑 구성지게 불러 본다
대대로 끝도 없이 맴돌던 가난의 굴레가 너무도 긴 휘환의 역경 속에 그렇듯 그 어느 땐가 괭음 소리 바람타고
찌들은 화전촌에 훈풍도 불어와서 오막 집 안팎에도 개화 불 찬란하다 지긋한 가난의 굴레 기억 속에 접어놓고
한 맺힌 가난 세월 환히 터진 길을 따라 말끔히 사라진 채 풍요롭게 살아가며 마음껏 그때 그 노래 불러보는 아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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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터 → 고시조/한시 |
한식 비갠 후에 - 김수장
한식 비갠 후에 국화 움이 반가왜라 꽃도 보려니와 일일신 더 좋왜라 풍상이 섞어칠 제 군자절을 피운다
<말 뜻> 한식(寒食) : 명절의 하나. 동지로부터 105일째 되는 날로, 4월 5~6일쯤이다. 이 날은 나라에서는 종묘와 능원에 제사를 지냈고, 민간에서는 성묘를 하는 풍습이 있다. 옛날 중국 진나라의 현인 개자추(介子推)가 이날 산에서 불에 타 죽었으므로, 그를 애도하는 뜻에서 이날은 불을 금하고 찬 음식을 먹었다는 데서 유래된 명칭이다.
반가왜라 : 반갑구나! 반갑도다! 다음에 오는 '좋애라'도 마찬가지로,'~왜라, ~웨라'는 감탄형 종결어미이다. 일일신(日日新) : '대학'에서 나온 말인데, 날로 새롭다는 뜻. 군자절(君子節) : 군자의 절개. 국화는 매와 · 난초 · 대와 더불어 4군자의 하나.
<감 상>
한식 철에 내리던 비가 개면 봄이 열린다. 국화의 움(새싹)이 트는 것을 보니 반갑구나! 앞으로 꽃도 보려니와 움이 트고, 잎이 돋고, 꽃이 피고 하는, 나날이 새로워지는 그 생성 발전이 더욱 좋다. 그렇게 자라서 가을 바람 불고 서리칠 때에 너 홀로 활짝 피어서 군자의 절개를 보여 줄 것이 더더욱 반갑도다!
정층법을 써서 새싹을 발견한 경이의 기쁨, 일일신의 그칠 줄 모르는 향상발전, 오상고절을 자랑할 군자절, 한포기의 국화에도 이런 철학이 들어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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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터 → 명상/지혜/처세 |
유태인의 100가지 지혜 - A. 갤리언
제1장 삶은 달걀에서 나온 병아리
머리가 둘인 인간
어느 날, 죽은 혼령들의 왕인 아스모데우스가 솔로몬 왕을 찾아와서 물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지혜롭다 불리우는 분이 바로 당신입니까?" "주께서 그렇게 만드셨지요." "제가 왕에게 여지껏 보지 못한 생명체를 보여드릴까요?" "여지껏 보지 못한 생명체라니 무엇을 말하는지 정말 궁금하군요."
아스모데우스는 즉시 팔을 뻗쳐 땅밑에서 머리가 둘이고 눈이 넷 달린 인간을 꺼냈다. 그 인간을 보자 등골이 오싹해진 솔로몬 왕은 그 하계의 인간을 다른 방에 가두어 두도록 명령하고, 군대의 대장인 베나야를 불렀다. 그리고는 물었다.
"이 세상 밑에 인간이 살고 있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느냐?" "부왕의 고문으로 있었던 한 나이 많은 신하로부터 그런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나는군요." "내게 그대에게 그 인간을 보여주겠다면 어찌할 텐가?" "어떻게 그럴 수가.... 하계에 가려면 5백년도 더 넘게 여행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아무리 대왕이 시라도 그렇게 먼 나라에 가서 사람을 데리고 온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러자 솔로몬은 머리가 둘 달린 인간을 끌어오게 했다. 그 모습을 난생 처음 본 베나야는 얼른 손으로 눈을 가리며 부르짖었다.
"아니, 세상에 저렇게 생긴 인간이 다 있다니!"
싱긋 웃음을 띤 왕은 그제서야 기괴하게 생긴 인간을 향하여 물었다.
"그대는 도대체 사람이냐, 귀신이냐?" "저희들도 이곳의 백서들처럼 사람입니다. 단지 저희가 하계에서 사는지라 지상의 사람들과 교류가 없었을 따름입니다." "그대의 나라에도 해가 있고 달이 있는가?" "물론입니다. 저희들은 농사를 지을 뿐만 아니라 소와 양도 기르고 있습니다." "해가 뜬다고? 어디서 떠오른단 말이냐?" "해는 서쪽에서 떠서 동쪽으로 집니다." 솔로몬은 하계의 인간에게 다시 물었다. "그대들도 하나님께 기도하는 법을 알고 있는가?" "저희들은 항상 하나님의 전지전능하고 위대하심에 대해 찬양하고 있습니다." "그대는 그대의 나라로 돌아가고 싶은가?" "네, 대왕님. 빨리 저희 나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솔로몬은 아스모데우스를 불러 이 이상하게 생긴 인간을 하계로 다시 데려다 주도록 부탁했다. 그러자 아스모데우스는 난처한 기색을 보였다. "일단 이 세상에 나오게 되면 두 번 다시 하계로 돌아갈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이리하여 하계의 인간은 할 수 없이 이스라엘에서 살게 되었다. 그는 예쁜 여자를 만나 결혼을 했고 일곱 명의 자녀도 두었다. 자녀들 중 여섯 아이는 어머니를 닮았으나 한 명만이 아버지를 닮아 머리가 둘 달린 채로 태어났다. 세월이 흘러 하계에서 온 남자는 죽고 자식들에게는 막대한 재산이 남겨졌다. 유산을 분배할 때가 되자 어머니를 닮은 여섯 명은 "우리는 모두 일곱 명이니 일곱 등분을 하자."고 말했다. 그러나 머리가 둘 달린 아이는 "우리는 모두 여덟 명이다. 나는 두 사람이나 마찬가지니 두 사람 몫의 유산을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며칠을 두고 다투었으나 해결은 나지 않고 형제간에 우애만 나빠지게 되자, 주위의 어른들이 솔로몬 왕에게 가서 재판을 받아보라고 제안했다. 이 재판을 맡게 된 솔로몬은 처음엔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 덕망 있는 장로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그러나 그들에게도 별 수가 나오지 않았다. 솔로몬은 다음날에 있을 재판을 앞두고 하나님께 좋은 지혜를 빌려 주십사고 기도했다. 다음날, 솔로몬은 법정을 개정하고 방청객들 앞으로 머리가 둘 달린 사내를 불러들였다.
"나는 이자가 정말 두 사람인지, 아니면 한 사람인지 시험해 보겠소."
그리고 펄펄 끊는 물과 포도주와 헝겊을 가져오도록 명령했다. 세 가지가 다 준비되자 솔로몬은 물과 포도주를 섞은 후 그 속에 헝겊을 넣어 적셨다. 그리고 나서 펄펄 끊는 헝겊을 머리 둘 가진 사내의 한쪽 얼굴에 갖다댔다. 그러자 두 개의 머리는 동시에 울부짖었다.
"왕이시여, 잘못했습니다. 뜨거워 못 참겠습니다. 아아.... 우린 하납니다. 둘이 아니라구요. 제발 이 뜨거운 헝겊을 치워 주세요."
그 광경을 보고 있던 방청객들은 모두 머리 둘 달린 남자를 향해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하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솔로몬은 욕심을 부린 둘 가진 사람을 꾸짖은 뒤, 재산을 일곱 등분으로 나누어 형제들에게 사이좋게 분배해 주었다.
판사의 자격은 겸허하고 언제나 선행만을 행하며, 무언가 결정을 굳힐 만큼의 위엄을 가지며, 현재까지의 경력이 깨끗해야 한다. -탈무드-
가장 큰 재산
어떤 배 위에서의 이야기이다. 손님들은 모두 큰 부자들이었으며 그 중에는 랍비가 한 사람 타고 있었다. 부자들은 서로 자기들의 재산을 비교하며 자랑하고 있었다. 그러자 랍비가 말했다.
"내가 제일 부자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지금은 내 재산을 여러분에게 보여줄 수가 없습니다."
마침 그때 해적이 배를 습격했다. 부자들은 금은 보석 등 자기들의 모든 재산을 잃었다. 해적이 사라진 뒤, 겨우 배는 어떤 낯선 항구에 닿았다. 랍비는 곧 학식과 교양이 높다는 것이 항구 사람들에게 알려져 학교에서 학생을 모아 가르치기 시작했다. 얼마 뒤 이 랍비는 배에서 함께 여행했던 지난날의 부자들과 만났으나, 모두 비참하게 가난뱅이로 전략해 있었다. 그 사람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확실히 당신 말이 옳았소. 교양이 있는 자는 모든 것을 갖고 있는 것과 같소."
여러 가지 지식은 언제나 빼앗기는 일없이 가지고 다닐 수 있으므로, 교육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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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터->수필 |
스님! 굴비맛 보셨습니까 - 박삼중
2. 참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아내라는 직업
패션은 그 나라 문화 수준과 의식을 반영한다고 한다. 유행이란 것도 그 시대 경제의 흐름과도 밀접한 상과 관계가 있는 모양이다. 그래서 미니 스커트가 유행하면 그 나라의 경제가 호황인 편이고, 반면 여자 치마 길이가 길어질수록 경제가 악화일로 있다는 얘기를 어디선가 들은 기억이 난다. 중인 내가 유달리 패션에 관심이 있고 미니 스커트에 호기심이 가서 이러한 얘기를 꺼내자는 것은 물론 아니다. 실은 택시 기사 아내들의 얘기를 하고 싶어서다.
내가 아는 어느 택시 기사분의 아내는 남편의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지폐의 종류로 요즘 경제의 호.불화을 판단한다고 한다. 즉 그날 번 돈을 집계하여 만 원짜리가 있으면 경기가 좋다. 그리고 천 원짜리가 많이 나오면 경기가 좋지 않구나 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나에겐 그 말이 퍽 재미있게 들렸다. 글쎄, 그것이 과연 얼마나 정확한 분석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쩌면 일리가 있을 법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대개의 사람들은 호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으면 천 원짜리 한 장도 아껴쓰게 되기 때문이다. 요즘은 남편 노릇, 아버지 노릇을 하기가 힘든 세상이라고들 한다. 바쁘다보니 아내와 자식에게 제대로 신경을 쓰지 못하는 탓도 있을 것이리라. 그러나 듣고보면 남편 노릇만 어려운 것은 아닌 것 같다. 집 안에 있는 아내들 또한 힘이 들기는 마찬가지다.
남편이 오랫동안 회사택시를 몰다 8년 전부터 개인택시 영업을 하게 됐다는 윤씨는 기사를 남편으로 둔 덕에 심한 정서불안과 우울증을 겪고 있었다. 남편이 돌아와야 할 시각인데도 조금 늦거나 하면 잠을 이루지 못했다. 혹시 운전을 하다 사고가 난 것은 아닐까, 아니면 뭔가 잘못된 것이 아닐까 하는 불안과 초조감이 자주 반복되다 보니 만성적인 정서불안이 별으로 되어 버린 것이다. 늘 사고의 위험이 복병처럼 도사리고 있는 직업이 바로 택시 기사이기 때문이다. 손님들을 상대하다 보면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많고, 이로 인해 기사분들은 대부분 스트레스성 질환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하체 부분이 특히 약해지는 것은 허리 윗부분만 주로 움직이는 데서 오는 직업병이라고 할 수 있다. 아내들 역시 그러한 남편 걱정이 병으로 발전되는 경우가 허다한 것이다.
`그렇다면 무슨 취미나 레저 생활을 하지 그래요?` 라고 속도 모르는 남들의 충고를 듣기도 하지만 시간과 돈, 둘 다 여유가 없다보니 그런 것은 아예 꿈도 꾸지 않게 되어 버렸다. 시간이 나면 바닷가도 가고 싶고 산에도 가고 싶지만 일단 생활이란 것이 앞을 가로막고 있고 고생하며 운전하는 남편이 마음을 아프게 하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손님들을 상대하고 지쳐서 들어오는 남편은 언제나 후줄근하게 땀으로 젖어 있다. 어떤 때는 와이셔츠 단추가 한두 개 떨어져 있을 때가 있다. 그런 경우, 십중팔구 손님과 실랑이가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남편의 자존심이 상할까 싶어 일부러 못 본 척 돌아서지만, 고생하는 남편이 안쓰러워 마음 속으로 아파했던 적이 어디 한두 번이었던가. 먼 거리를 갔다가 손님에게 요금도 못 받고 허탕만 치고 들어서는 때도 있었다. 그럴 때는 속이 상하지만 남편이 더욱 힘들어 보여 바가지 한번 제대로 긁을 수가 없었단다. `기사의 아내들은 해결사가 돼야 한다.`라고 윤씨는 웃으며 말한다. 자잘한 사고를 가끔 겪다보니 이젠 무슨 일이 일어나도 척척 혼자서 해결하기 때문에 걱정이 없다는 것이다.
한번은 남편이 뺑소니 운전자로 몰려 크게 곤욕을 치른 적도 있었다. 비가 오는 날, 하필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을 치고 차가 미끄러지면서 서자, 뒤에서 이를 지켜보던 이가 경찰에 신고를 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즉시 다친 사람을 병원 데리고 가서 치료해 주었지만 결국 뺑소니로 몰리게 된것이다. 어쩌다 실수로 사람을 치는 불행한 사고를 냈지만 분명 뺑소니는 아니었다. 그러나 일단 운전면허 정지였다. 그리고 경찰에 구속되면 개인택시 면허가 취소되는 다급한 상황이었다. 동분서주 마음을 태운 끝에 결국 피해자와 합의하여 무죄판결이 났지만 그러기까지는 7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남편도 그렇겠지만 기다리는 아내 역시 애간장이 타들어갈 만큼 힘들게 인내했던 시간들이었다. 그 뒤론 남편이 늦게 들어오기라도 하면 또 무슨 사고가 난 것이 아닐까 싶어 불안해지고 근심이 되곤 한다는 것이다.
“퇴직금이 없고 보너스가 없는 직업이다 보니 항상 절약하고 부지런해야지요. 하루하루 벌어서 자식들 대학 교육을 시킨다는 것이 보통 일은 아니지요. 예전에는 토요일, 일요일도 벌이가 꽤 괜찮았는데 요즘은 차들이 밀려서 도로가 막히는 통에 평일의 3분의 2밖에 되지 않으니.... 아예 쉬는 것이 더 나을 정도예요. 길이 자주 막히면 스트레스가 쌓이고, 그러다 보니 위장병이 생기는 게 아닙니까? 택시 기사들치고 신경성 위장병이 없는 사람이 드물 겁니다. 말리고 싶지만 굳이 나가는 저이를 말릴 수도 없고....”
윤씨는 택시 기사 아내로서의 어려움을 이렇게 털어놓는다. 그래도 개인택시는 나은 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에 비해 회사택시는 마음대로 쉴 수 있는 자유가 없을 뿐더러 꼬박 12시간을 근무해야 하니 그 고된 일의 강도는 개인택시보다 한층 더한 것이다. 게다가 하루 입금액이 정해져 있기에 무리를 해서라도 그 액수만큼을 반드시 채워넣어야 한다. 불법이지만 합승을 하게 되는 것도 이러한 열악한 근무 조건 탓이리라. 그러나 월급 외에 수당을 모두 더해도 70만 원선인 택시 기사의 월급을 가지고는 네댓 명의 식구가 한 달 먹고 살기가 쉽지 않은 현실이다. 주로 택시를 이용하는 나는 간혹 불친절하고 무뚝뚝한 기사분들을 만날때가 있다. 좀더 친절하고, 좀더 부드럽고, 좀더 손님을 편안하게 하지는 못하는 것일까, 하고 내심 불만스럽다가도 이내 마음을 바꾸고 이해하려 한다. 기사분들의 고충과 어려움을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화나고 찡그린 얼굴보다는 부드러운 얼굴이 아무래도 나는 좋다. 그리고 어려운 가운데서도 열심히 사는 성실한 기사분들을 만날 때가 더욱 마음 뿌듯해진다.
그리고 그들 뒤에는 분명 그 아내들의 숨어 있는 아픔과 노력이 살아 숨쉬고 있음을 나는 느낀다. 참을성 있게 남편을 기다리고, 밥을 챙겨 주고, 누구보다 알뜰하고 부지런하게 가정을 이끌어가는 아내들이 있기에 택시 기사들은 시름도 고됨도 잊고 열심히 핸들을 잡는 것이리라. `아내는 남편의 영원한 누님이다. 어진 아내는 마음을 기쁘게 하고, 예쁜 아내는 눈을 즐겁게 한다. 자기 아내는 회상의 벗이다.` 라고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어진 아내를 만나면 행복하고, 나쁜 아내를 만나면 불행해진다. 어떤 아내를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의 행과 불행이 좌우되기도 한다. 부정한 아내 때문에 살인을 하고, 탐욕에 눈이 먼 아내 때문에 어린아이를 유괴하여 결국 사형수가 된 이들을 나는 여럿 보아왔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방탕한 아내를 만나면 재물을 모으기 어렵고, 정직하지 못한 아내를 만나면 의심이 늘게 되는 것이니, 평생 인생의 동반자로 살아갈 아내를 만나는 것이야말로 인생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옥아경”에는 일곱 종류의 아내가 나온다.
첫째는 살인자 같은 아내이다. 자신의 남편을 사랑하거나 공경하기는커녕 다른 남자에게 정신이 팔려서 남편이 죽기만을 바라는 아내이다. 둘째는 도적 같은 아내이다. 남편이 애써 노력해서 얻은 재물을 모두 자신의 허영을 충족시키는데 소비하고 탕진해 버리는 아내이다. 셋째는 지배자 같은 아내이다. 일을 하기 싫어하고 게으르며 많이 먹고 성질을 부려 남편을 억압하며 괴롭게 하는 아내이다. 넷째는 어머니 같은 아내이다. 어머니가 자식을 대하듯 남편을 사랑하여 지키며 남편의 재산을 소중히 하는 아내이다. 다섯째는 누이 같은 아내이다. 남편을 성실히 섬기고 남매 같은 사랑으로 겸손하게 남편을 섬기는 아내이다. 여섯째는 친구 같은 아내이다. 남편에게 친구처럼 다정하고 정다웁게대하며 남편을 보면 항상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기뻐하는 아내이다. 일곱째는 종 같은 아내이다. 마치 종이 상전을 섬기듯 남편을 존경하고 다르면 남편이 어떠한 행동을 해도 노여움을 품지 않으며 잘 참고 섬기는 아내이다.
대부분 택시 기사들의 아내는 어머니 같은 아내, 누이 같은 아내, 친구 같은 아내들일 것이다. 한 가정에 있어 아내의 역할은 참으로 위대한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자비로운 여인을 아내로 맞은 가정은 평화로울 것이며, 고달픈 남편을 위로하는 아내를 얻은 가정은 푸근하고 안락할 것이 분명하다. 긴 장마비가 그친 뒤에 보면 이 지상은 더욱 싱싱하고 푸르른 초록의 빛깔로 가득 찬다. 그래서 6월의 장마비는 초록비라 했다. 이 달디단 초록비처럼 아내들이 남편을 사랑하고 평화롭게 가정을 가꾸어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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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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