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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편지】: 제 461 호
단기 4341. 6. 28 (음력 5. 25) / 발송인 : 윤영환 (poemserver@paran.com) / Music Off = Es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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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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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민 환경글짓기 공모대회 주제 물은 모든 만물의 생명이다
모집기간 08년 6월16일(월)부터 7월 15일(화)까지-마감기일 엄수
대 상 초, 중, 고, 대학, 일반인 누구나 참가할 수 있음.
원고 분량 시1편, 수필1편(7~8매) A4용지1매 -우편으로만 받음.
발표 및 시상일자 발표-8월5일, 시상-8월25일-한강 선상 예술잔치 행사 때.
수상내역 환경부장관상,서울시장상,서울시교육감상,문협이사장상.
행사 참가학생에게는 체험학습활동확인서 발급, 행사자원봉사자 모집.
원고 보낼 곳 서울시 은평구 신사2동 300-34호(우편번호:122-890) 전국 물 맑히기 문화 시민회 ‘글짓기 공모 담당자’ 앞.
연락 전화-02-305-1971, 손 전화: 018-311-4311 홈페이지 http://www.hkwater.kr 외국인 서울관광, 한강 소감문 모집 (외국인 참여행사) 주제 동방의 등불 한국, 기적을 만드는 한강-외국인
모집기간 08년 6월16일(월)부터 7월 15일(화)까지-마감기일 엄수 대 상 외국인은 누구나 참가할 수 있음.(만 18세 이상인 자)
원고 쓰는 방법 외국인: 영어나 자기나라 말로 쓰되, 우리 한국말로 번역하여 같이 제출해야함. 원고 분량 A4용지 반페이지 이상, 한장 이내.
발표 및 시상일자 발표-8월5일, 시상-8월25일-한강 선상 예술잔치 행사 때. 수상내역 환경부장관상,서울시장상,서울시교육감상,문협이사장상. 원고 보낼 곳 서울시 은평구 신사2동 300-34호(우편번호:122-890) 전국 물 맑히기 문화 시민회 ‘글짓기 공모 담당자’ 앞. 연락 전화-02-305-1971, 손 전화: 018-311-4311 홈페이지 http://www.hkwa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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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터 → 명언 / 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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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이란 귀먹은 사람이 들을 수 있고 눈먼 사람이볼 수 있는 언어. / 마크 트웨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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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도움 , 글터 → 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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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목달·웅섬산
땅이름
공주의 옛이름인 ‘웅진’의 어원이 ‘고마나루’였음은 널리 알려졌다. ‘고마’는 ‘곰’을 뜻하는 한자 ‘웅’(熊)과 대응 관계를 이루며, ‘나루’ 또한 ‘진’(津)으로 맞옮겼다. 그런데 ‘고마’는 ‘곰’보다는 ‘제사장’을 뜻하는 ‘검’과 관련이 깊은 말이다. 단군 왕검에 들어 있는 ‘검’이나 백제의 백성들이 왕을 ‘건길지’로 불렀다는 기록도 ‘검’과 ‘고마’가 제사장에서 비롯된 ‘임금’을 뜻하는 말이었음을 나타낸다.
<삼국사기> 지리지에는 ‘고마’와 관련된 땅이름으로 ‘고미현’(곤미현으로 개명), ‘고마미지현’(무진주의 땅이름), ‘고마지’(고노현으로 개명), ‘고마며지현’(마읍현으로 개명)이 더 나타난다. 또한 <북사>에는 백제의 도읍지를 ‘고마성’이라고 불렀다는 기록도 있다. 이처럼 ‘고마’는 주로 백제와 관련된 땅이름에 남아 있으며, 경기도 하남시의 ‘검단산’도 한성 백제시대의 진산(鎭山)으로 왕이 하늘에 제사를 지냈던 곳으로 알려졌다.
‘고마’가 음이 비슷한 ‘공목’으로 표기되면 전혀 다른 땅이름처럼 보인다. <삼국사기>에는 한산주에 ‘공목달’이라는 땅이 있었는데, ‘웅섬산’으로 개명했다는 기록이 있다. 공목달은 지금의 연천에 있던 땅이름이다. ‘공목’은 ‘고마’의 다른 표기였으므로 ‘웅’과 대응 관계를 이루며, ‘달’은 고구려계 땅이름에서 ‘산’이나 ‘고’(高)와 대응되는 말이었다. 백제가 부여의 또다른 종족이었으며, 고구려 또한 부여에서 나온 나라이니 두 나라의 땅이름 표기가 섞이는 것은 자연스럽다.
허재영/단국대 인재개발원 교수
아름다운 말
언어예절
애써 고운 말, 깨끗하고 아름다운 말을 골라 쓰는 시기가 있다. 젊은날의 편지들에서 그렇다. 다른 사람한테 속마음을 터놓기가 부끄러운데다 말을 골라 쓰기도 어렵고 답답도 한 때다. 그것이 발전한 것이 ‘말꽃’ 곧 노래와 시다. 마음을 주고받는 연장이 종이 편지에서 이젠 전자말·그림·전화로 달라지고 말글도 짧아지는 듯하다. 나아가 서로 사귀는 연장은 여전히 말글인 까닭에 일상에서도 멋스럽고 아름답게 말하고자 애쓰는 이들이 적지 않다. 아름답고 우아한 말, 멋진 말, 정다운 말은 어떤 말일까? 아리땁고 우아하게, 멋지게, 정답게 말하기는? 다른 말도 많겠으나 흔히 이런 동사들을 들춘다. 반가워! 고마워! 미안해! 잘했어! 내탓이야! 좋아! 애썼어! ….
관·혼·상·제에서 쓰는 말은 대충 격식화돼 더듬거리면서도 넘어가는 편이다. 병문안을 가거나 슬픔이나 고통에 잠긴 사람을 위문한다면 하루바삐 쾌차하시라거나 슬픔을 털고 일어나시라는 간단한 인사 말고 별스런 말이 없을 터이다.
무슨 포럼·조찬회·발표회·기념회, 온갖 잔치에다 서양식 ‘파티’도 성행하는 모양이다. 먹고 마시는 데는 말이 성하지만, 이쪽에서만 굳어져 쓰이는 특별한 인사말이나 혀와 입술을 달리 놀리는 말이 따로 있지는 않을 터이다. 그러나 그런 행사에서 하는 인사말이라면 다소 꾸미고 과장하거나 재치를 부릴 수는 있겠다. 때와 장소, 형편을 가려 듣는 이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즐겁고 편안하게 하는 말 이상의 아름다운 말이 뭐겠는가. 품위는 대체로 절제에서 나오고, 아취도 헤아림·이해·배려에서 나올 때가 많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표식(?), 횡경막(?)
'배운 사람의 표식은 미묘한 논쟁을 어떻게 전개하느냐에 있지 않고, 사람의 시야(視野)가 얼마나 넓고 얼마나 철이 든 이야기를 할 수 있느냐에서 나타난다.' 내가 요즘 밤참 먹듯 매일 조금씩 맛있게 읽고 있는 책에 나오는 글귀 중 하나다. 여기 나오는 '표식'은 '표지(標識)'를 잘못 읽은 것인데, '표지'는 '표시나 특징으로 어떤 사물을 다른 것과 구별하게 하는 것'을 뜻한다. 여기서의 '識'은 '알 식'이 아니라 '기록할 지'로 읽어야 한다. '복잡한 지하철 환승역에는 출구·비상구 표지 등을 눈에 잘 띄게 해 놓아야 한다'처럼 쓴다.
또 자주 틀리게 쓰는 것으로 '횡경막'이 있다. 이는 '횡격막(橫隔膜)'이라고 써야 할 것을 [횡경막]이라는 발음에 이끌려 잘못 쓴 것이다. 횡격막은 포유류의 배와 가슴 사이에 있는 막으로 '가로막'이라고도 한다. 영어로는 '다이어프램(diaphragm)'이라고 하는데, '이 말의 어원은 그리스어로 '두 개의 두뇌 사이를 막아 놓은 막피(膜皮)'라는 뜻이었다. 옛날 그리스 사람들은 인체에는 두 개의 두뇌가 있어 한 개는 가슴속에, 한 개는 위(胃)에 담겨 있다고 믿었다.' (전시륜의 '4월 바보와 춘열(春熱)' 중에서) 현재의 과학적 사실에 비춰보면 이 횡격막의 위치에 대한 그리스인들의 생각은 정말 훌륭하지 않은가. 글머리에 인용했듯이 논리적인 지식의 힘보다는 인간을 너그럽게 만들고, 자유롭게 하는 예지(叡智)가 더 낫다는 것이 진리라고 나는 믿는다.
최성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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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터 → 이글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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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호탕
이것은 여러 가지 향기로운 재료를 넣어서 다려 식히고, 거기에 꿀을 타 얼음에 채웠다 먹는 극히 고급에 속하는 청량음료요 약이다.
임진왜란 때 외교수완으로 공헌이 컸던 한음 이덕형은 이항복과의 해학으로 유명하거니와 장난은 '오성'의 짓이 많지 그는 좋은 상대였을 뿐인 것 같다.
그가 임금을 모시고 피난길에서 돌아와 영의정으로서 창덕궁 중수의 도제조를 겸해 주야로 분주했을 때 일이다. 때마침 복중이요, 집에서 들여오는 공고상으로는 식사가 도무지 마땅하질 않아 대궐 가까이다 조그만 집을 마련하고 소실을 하나 두었다. 여색을 탐내서가 아니라 잠깐잠깐 들려 쉬기도하고 때를 놓쳤을 때 식사도 하기 위하여서다.
하루는 한여름 더위에 허덕이며 제호탕이나 한 그릇 먹었으면 하고 소실 집에 들어서는 즉시로 손을 내밀었는데 선뜻 갖다 바치는데 어느새 마련해 두었는지 자기가 찾는 제호탕이다. 그는 한참 여인의 얼굴을 쳐다 보다가 그 길로 돌아서 나와 그 길로 발을 끊었다. 여인을 영영 버린 것이다. 얼마 뒤 오성이 찾아갔다가 그 사실을 알고 한음을 붙잡고 물었다. 그 계집을 버렸다니 어쩐 일이냐고.
"그 날 목이 무척 타서 제호탕을 생각하며 손을 내밀었더니 선뜻 내어주는게 어떻게나 영리하고 귀여운지... 그러기로 지금 이 시국에 명색이 대신으로서 한 계집에 혹해 있게 됐습니까? 그래서 딱 그만 끊어버린 것이죠"
이 말에는 오성도 그만 감탄을 금치 못하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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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터 → 사회/문화/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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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프로이트 - 김정일
1장 진료실에서 쓴 프로이트 심리학
스트레스와 리비도
...우리들이 일반적으로 리비도라고 말할 때, 그것은 성적 자극이나 흥분을 유발하도록 조건짓는 어떤 물리적 이며 구체적인 힘이라고 규정하게 된다. -프로이트
"다음달 8일 개봉을 앞둔 진유영 감독의 (도둑과 시인)이 제작진과 배우 강문영 간에 가벼운 실갱이가 벌어져 화제. 문제의 발단은 강문영이 가수 이승철과 결혼 전 촬영한 분량 가운데 최재성과의 두 차례 뜨거운 정사 신을 가능한 한 삭제해 줄 것을 요구하고 나선 것. 강문영은 '촬영 당시는 결혼하지 전이었으나 지금은 신혼중'이라며 편집 과정에서의 배려(?)를 요청. 그러나 진유영 감독과 제작자 석래명 감독은 '극중에서 도둑(최재성)이 작업(도둑질)을 하고 나면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으로 정사를 나누기 때문에 이를 뺄 경우 영화 흐름이 매끄럽지 않다'며 난색을 표명..."
어느 신문에 난 기사이다. 여기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으로 정사를 나눈다는 말이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섹스를 한다는 것은 드러내 놓고 주장하거나 강조되지는 않지만 상식처럼 우리 주위를 떠돌고 있다. 스트레스에 짓눌린 청소년들이 포르노 테이프나 그림을 찾아 돌아다니고, 어떤 노총각들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한두 달에 한 번씩 사창가를 찾아가곤 하니 말이다. 한 젊은 여자가 이렇게 말했다.
"나는 아직까지 남자와 잔 적은 없다. 그러나 마스터베이션은 많이 한다. 포르노도 보고 기구도 사용하는데, 그 이유는 마스터베이션을 하지 않으면 호르몬 배출이 적절히 이루어지지 않아 미용에도 안 좋고 정신건강에도 안 좋기 때문이다. 그 습관이 오래 되다 보니 나는 굳이 남자를 성적으로 밝힐 이유를 못 느낀다. 남자와 섹스해 봤자 어떤 의미에서는 마스터베이션만 못하고 여러 가지로 성가시기만 하다. 나는 남자하고 섹스는 하지 않고 그저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족하다."
이 이야기는 참 그럴 듯 하게 들렸다. 성욕을 풀지 못해 스트레스에, 욕구 불만에 찌들려 있는 여성들에 비하면 그녀는 훨씬 더 발랄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섹스는 스트레스를 푸는 데, 미용에, 정신건강에 좋다는 말인데 이러한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불행히도 내가 받은 정신의학 교육에서는 이에 대한 적절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 의과대학 시절 정신과 강의를 받을 때부터 지금까지도 의문을 갖고 있는 것이 있다.
"히스테리의 원인으로 성적 욕구가 적절히 충족되지 않아서 그렇다는 학설이 있지요. 히스테리(hystery)의 어원이 hystero(자궁)에서 비롯된 것같이 성욕의 적절한 배설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히스테리는 발생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한때는 마스터베이션 등의 방법으로 성욕을 배출하는 게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도 생각했지요. 지금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죠?"
강의가 끝나고 아직까지도 의문이 남는 것은 왜 그것이 말도 안 된다고 했을까 하는 것이다. 그에 대한 적절한 설명을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 교수님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덧붙인 것은 정말 말이 안 돼서라기보다는 공론화할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으리라. 마스터베이션이 치료에 도움이 된다! 이렇게 주장할 수 있는 용기 있는 정신과 의사는 아마도 우리 시대에는 없을 것이다. 물론 학문적으로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성 에너지(리비도)의 사용 가능량은 한정되어 있다는 프로이트의 말에 따르면, 스트레스의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한정된 리비도 를 무한히 써버린다면 정말 말도 안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리비도를 무한하게 쓰는 것이 아니고 앞의 여자같이 적절하게 쓴다면 섹스가 스트레스를 푸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지 않을까? 사회적으로는 말도 안 되고, 그래서 아무도 섹스가 스트레스를 푸는 데 도움이 된다고 강조하거나 가르치지는 않지만, 사람들은 알아서 섹스를 통해 스트레스를 풀고 있다. 가르쳐 주지 않아도 터득하는 것이 섹스이고 섹스의 효능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스트레스와 섹스는 실제로 어떤 관계가 있을까? 우선 사람이 가장 스트레스를 강하게 받는 때가 어떤 경우인지를 생각해 보자.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본능이 있다면 다름 아닌 생존과 번식의 본능이다. 사람은 자기 생명을 소중히 해서 자기와 똑같은 생명을 창조해 후세에 남기려는 본능이 있다. 이 본능은 태고 때부터 내려온 것으로 사람의 모든 본능에 우선한다.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난 가장 큰 이유는 번식을 위해서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사람은 이 험난한 자연계에서 만물의 영장으로 지금까지 생존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마도 나는 3-5억 개의 정자들과 경쟁해 지긋지긋하게 달리면서 속으로 무수히 부르짖었을 것이다. '주여, 만일 저에게 생명을 주시기만 한다면 주의 뜻에 따라 생명을 풍성하게 하는 일에 열중하겠나이다.' 따라서 어떤 사람이 아무리 위대하고 아무리 훌륭한 일을 한다고 해도 그의 안에 그림자처럼 떠나지 않는 것은 자식에 대한 생각이다. 자식이 휘험을 당할 때 자기 몸을 돌보지 않고 위험을 가로막은 부모들은, 다름 아닌 이 생명을 재탄생시키는 번식의 본능에 따라서 행동하는 것이다. 따라서 사람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는 번식에 대한 스트레스이다. 그래서 끊임없이 성욕에 시달리고 갈등을 하고, 심지어는 그 스트레스에 못 이겨 성범죄까지 저지르는 것이다.
다음으로 사람이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공격을 당했을 때이다. 타인이 나만의 공간, 내가 편안하게 있는 공간을 인정하지 않고 공격했을 때 사람들은 분노에 사로잡히면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때 사람은 자기도 남들에게 똑같을 공격을 퍼붓고 싶어진다. 이 또한 사람을 지금까지 생존시켜 준 죽음의 본능으로, 나를 지키기 위해 나의 공간을 침범하는 타인을 해치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 이 죽음의 본능은 극도로 제한받아 왔다. 아무리 상대가 나를 공격해 와도 내가 상대를 원시적으로 공격하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 이를 상징적으로 해결해 주는 것이 바로 섹스이다. 섹스의 행위 속에는 사랑 이외에도 상대를 지배하고 파괴하는 의미까지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원시 시대에서 다른 부족을 공격해서 승리를 얻었을 때 가장 먼저 취하는 것이 섹스였다. 아마도 사람들이 섹스를 통해 스트레스를 풀려고 하는 것은 섹스 속에 태고 때부터의 본능과 그 파생물로 인한 스트레스를 해결해 주는 기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섹스를 스트레스 해소 수단으로 강조하지 못하는 것은, 현대 사회는 원시 사회가 아니기 때문이리라.
범성욕설
어느 날 지하철 역에 들어가니 존 듀이(실용주의의 창시자)와 젊은 기자가 주고받은 말이 벽에 붙어 있었다.
"평생 그렇게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입니까?"
기자가 묻자 존 듀이는 이렇게 대답한다.
"평생 산을 오르는 심정으로 살았지. 하나의 산봉우리에 오르면 바로 앞에 또 다른 산이 보였어. 그러면 나는 그 산에 오르겠다는 결심을 하고 몸과 마음을 새롭게 추스르곤 했지. 내가 쉬지 않고 일할 수 있었던 것은 그런 마음 때문이었다네. 젊은이, 만일 눈앞에 더 이상 새로운 산이 보이지 않는다면 그것으로 인생은 끝이라고 생각하게!"
이 대답을 프로이트의 범성욕설(pansexualism; 인간의 모든 행동은 성적인 측면에서 설명될 수 있다는 이론)로 옮겨 보면 이러하다.
"평생 여자를 정복하는 심정으로 살았지. 한 여자를 정복하고 나면 바로 앞에 또 다른 여자가 보였어. 그러면 나는 그 여자를 정복하겠다는 결심을 하고 몸과 마음을 새롭게 추스르곤 했지. 내가 쉬지 않고 바람피웠던 것은 그런 마음 때문이었네. 젊은이, 만일 눈앞에 더 이상 새로운 여자가 보이지 않는다면 그것으로 인생은 끝이라고 생각하게!"
존 듀이가 설마 이런 생각을 하지야 않았겠지만 이런 심정은 많은 남자, 아니 대부분의 남자들이 본능적으로 갖고 있을 것이다. 이런 본능이 특히 강해서 바람을 상습적으로 피우는 남자들은 보통 세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뻔뻔할 대로 뻔뻔해서 늙어 기운이 빠질 때까지 바람을 피우는 형이고, 두 번째는 순진하게 늦바람을 피우는 형이고, 세 번째는 홧김에 스트레스를 못 이겨 바람을 피우는 형이다. 첫 번째 유형은 선전적, 후전적으로 바람기가 발달한 사람일텐데, 그들의 특징은 아마도 왕성한 생명력을 갖고 있거나 감정적으로 지천한(shallow) 사람일 것이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이 끊임없이 바람을 피우는 것은 사회적으로 성공할 만큼 강한 생명력이 바람기에도 있었기 때문일 테고, 사회적으로 성공하지도 못했으면서 계속 바람을 피우는 사람은 자기의 정돈되지 못한 미숙한 감정을 스스로 통제하지 못해 현실감 없이 끌려다니기 때문일 것이다. 두 번째로 순진하게 늦바람을 피우는 유형은 대개 젊었을 때는 순수를 주장하다가 뒤늦게 인생의 맛을 알고 바람을 피우는 형이다. 여자들이 이 남자만은 절대 바람을 피우지 않을 것 같아 선택을 했다가 뒤늦게 뒤통수 맞는 것이 이런 경우일 것이다. 이들은 대개 강박적이고 완전벽이 있는 성격으로 인생을 고지식하고 좁게 살다가, 뒤늦게 인생의 넓고 광활한 맛을 보게 되면 마치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 늦바람에 매달리게 된다. 그들은 바람 속에서 온갖 인생의 희로애락을 겪기 때문에 바람이 가라앉아도 그 맛을 쉽게 잊지 못해 또다시 바람 속으로 뛰어들곤 한다. 세 번째, 홧김에 바람을 피우는 유형은 약한 사람이 견디다 못해 반란을 일으키는 경우이다. 얼마 전 TV (경찰청 사람들)을 보는데 이런 장면이 나온다. 휴가철 남편과 아내, 시어머니, 아이들이 피서를 떠난다... 피서지에서 아내는 아귀 같은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당신이 뭘 안다고 그래요, 당신이 돈만 제대로 벌어와 봐요. ...아니 내가 어머니한테 뭐라 그랬어요."
남편은 주눅들어 눈치만 힐끔거렸는데 아마도 가정의 평화를 위해 꾹 참고 사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는 어쩌면 밖에 다른 애인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 호랑이 같은 마누라에게 어쩔 수 없이 짓눌려 산다 해도 목숨까지 포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만일 그가 밖에서 바람을 통해 숨구멍을 틔워 놓지 않았다면 그는 아마도 마누라의 스트레스 때문에 오래 살지 못할 것이다. 이 경우는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바람을 피우는 형이다.
이같이 바람은 선천적, 후천적, 상대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 이 바람을 태풍으로 맞을지 미풍으로 맞을지는 각자의 운명과 재수에 달려 있다. 그러나 그 바람을 어떻게 맞을지는 각자의 평소 지헤와 노력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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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터 →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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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어당 에세이선
방황과 고뇌의 언덕
성실한 자아
하위의 사람이 상위의 사람에게 신임을 받지 못하면 그 사람은 나라를 다스릴 수 없다. 자신의 권위에 신임을 받는 길은 한 가지가 있다. 가령 친구 사이에 신용을 얻지 못했다고 하면 웃사람에게도 신임을 얻지 못한다. 친구에게 신임받는 길은 한 가지가 있다. 가령 양친에게 순종하지 않았으면 친구 사이에도 신임을 얻지 못할 것이다. 자기 자신이 스스로 반성하여 성실하지 않으면 부모에게 순종할 수가 없을 것이다. 자기 스스로가 성실하게 되는 길은 한 가지가 있다. 만일 무엇이 선인지를 모른다면 스스로 성실하게 될 수가 없다.
자기가 성실해야 한다는 것은 신의 율법이다. 자기 스스로가 성실하게 되려고 노력하는 일은 인간의 도덕이다. 원래 스스로 성실한 사람은 노력하지 않아도 일이 바르게 되고, 생각하지 않아도 자신이 알고자 하는 일이 이해되고, 그의 생활이 자연적으로 도덕률에 적응하는 사람이 된다. 이러한 사람을 우리들은 성인 또는 신적 성질의 사람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성실을 배우는 사람은 선을 발견하여 이것을 견지하는 사람이다.
성실한 사람이 되기 위하여 배우는 데는 세상에서 말하는 것이나 행하는 것을 널리 알고 그것을 비판적으로 구명하고 그것을 자세하게 생각하며 그것을 확실하게 선택하여 한마음으로 실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배운다는 사실이 문제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일단 어떤 사실을 배우려고 하면 그것을 터득하기까지 버려서는 안 된다. 따져 묻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어떤 것을 따져 물으려고 할 때 그것을 확실히 이해할 때까지 중단하여 버리지 말아야 한다. 생각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생각했던 것을 얻기 전에는 그 생각을 버리지 않아야 한다. 그 다음은 그 어떤 것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는 그것을 명료하게 분간해서 선택하기까지는 그것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 일단 어떤 일을 실행하려고 할 때 그것을 넉넉히 실행하기 전에 중단해도 안 된다. 다른 사람이 한 번 노력해서 성공했다면 나는 백 번 노력하고, 남이 열 번 노력해서 성공했다면 나는 천 번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만약 사람이 염려하여 권하면 어리석은 자는 필연 이유를 말할 것이고, 약한 자는 필연코 강하게 된다.
성실한 자기에서 이해에 도달하는 것을 천성이라 말하고, 이해에서 성실한 자기에 도달하는 것을 교화라고 말한다. 성실한 인격을 갖춘 사람은 이렇게 하여 이해를 가지고, 이해가 있는 사람은 이렇게 해서 성실한 자기를 발견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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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터 → 우리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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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한 생각 - 이기철(1943~ )
내가 새로 닦은 땅이 되어서 집 없는 사람들의 집터가 될 수 있다면 내가 빗방울이 되어서 목 타는 밭의 살을 적시는 여울물로 흐를 수 있다면 내가 바지랑대가 되어서 지친 잠자리의 날개를 쉬게 할 수 있다면 내가 음악이 되어서 슬픈 사람의 가슴을 적시는 눈물이 될 수 있다면 아, 내가 뉘 집 창고의 과일로 쌓여서 향기로운 향기로운 술이 될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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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와서 빚진 것을 다 갚고 떠나기는 어려운 일. '덕분에'라는 말은 그래서 언제고 참 사무친다. 그러나 선잠 속 꿈처럼 금방 잊는다. 큰 꽃다발을 선물한 지가 꽤 오래되었다. 배은(背恩)은 쉽고 보은(報恩)은 어렵다. 그래서 날마다 빚이 는다. 수행자들은 2척8촌 앞을, 팔을 두 번 내다 뻗은 만큼의 앞을 내다보며 걸음을 옮긴다 한다. 내 발걸음이 발 아래 생물을 해칠까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남을 보살피지는 못할망정 해치지는 말 일이다.
<문태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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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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