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나무
북녘말
북녘에서는 성탄절을 기념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종교를 상당 기간 금지하는 정책을 썼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녘 국어사전에는 성탄절과 관련된 말이 있다. ‘성탄절·성탄제·성탄일·크리스마스·성모’는 1961년 <조선말 사전>부터 있었고, ‘예수’는 81년 <현대조선말사전>(2판)부터, ‘예수그리스도, 그리스도, 성모마리아, 크리스마스트리, 크리스마스나무, 산타클로스, 공현축일, 소성탄절, 대강절’ 등은 92년 <조선말대사전>부터 실렸다. 92년 국어사전에 여러 낱말이 추가되고, 그 풀이가 객관적으로 바뀐 것은 큰 변화라 하겠다.
사전의 풀이를 보면, 80년대까지는 예수를 ‘∼우상을 이르는 말’로 풀이했으나, 92년 사전에서는 ‘기독교의 개척자 … 숭상받는 구세주 …’와 같이 객관적이면서도 자세히 설명하였다. 성모 역시 ‘∼을 우상화하여 이르는 말’로 풀이하다가 ‘예수의 어머니인 마리아를 높여 이르는 말’로 바뀌었다. 예수그리스도는 ‘구세주인 예수’로 풀이했다.
크리스마스나무는 크리스마스트리를 다듬은 말이다. 일반에서 쓰이지 않는 말을 미리 실은 것이라고 가정해도, 사전에 실린 뒤에는 그 말이 일반에 알려졌을 것이다. 외국인이 이용하는 북녘의 호텔이나 상점에 크리스마스나무 장식을 했다는 얘기가 있는 것을 보면, 그것이 비록 외국인을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북녘에 성탄절의 영향이 있는 셈이다. 성탄절이 종교적인 행사에서 연말의 세계적인 축제로 발전했기 때문에 북녘에도 영향을 끼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김태훈/겨레말큰사전 자료관리부장
처녀치마 / 임소영
풀꽃이름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들이 이곳 아가씨들은 추운 겨울에 왜 그렇게 짧은 치마를 입느냐고 자주 묻는다. 건강에도 나쁜데 왜 그러냐고, 실용성을 중시하는 그들로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물을 때면 그럴듯한 답변을 하기가 어렵다. 이와 함께 아줌마들은 왜 짧은 머리만 하는가도 의문이다.
‘처녀치마’라는 풀꽃이름은 모르는 사람이 많지만 사진을 보면 왜 그런 이름을 붙였는지 짐작이 갈 것이다. 꽃이 활짝 피었을 때의 모양이 마치 처녀들이 입는 화려한 치마를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북녘에서는 ‘치마풀’이라고 부른다.
잎이 땅에 펼쳐진 모양이 일본 전통치마와 닮아서 ‘조조하카마’라고 했고, 이를 그대로 번역하여 ‘처녀치마’라 부르게 되었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잎보다는 꽃 모양을 보고 ‘처녀치마’로 이름 붙였을 것이라 생각한다. 잎 모양이 정말 주름치마처럼 생긴 것은 ‘치마난초’(광릉요강꽃)다.
처녀치마는 생명력이 아주 세어 꽃은 여름에 피지만 잎은 겨울에도 땅바닥에 퍼져 추위와 눈보라를 견딘다니, 겨울에도 치마를 잘 입는 우리나라 처녀들과 맞아떨어진다고 할까.
임소영/한성대 언어교육원 책임연구원, 사진 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돌나물
봄은 산나물의 계절이다. 향기로운 멧미나리, 도톰하고 달큰한 두릅, 쌉쌀한 개두릅, 아기 손 같은 고사리, 털이 보송한 삽주싹…. 산나물 무침에는 이 산 저 산 옮겨 다니며 하나 둘씩 나물을 뜯어 모았을 어머니의 손 냄새가 배어 있다. 요즘은 산나물도 재배를 한다. 그래서 농산물 시장이나 백화점 야채 파는 곳에 가면 쉽게 살 수 있다. 물론 종류가 한정돼 있고 향기도 진하지 않다. 이 중에는 '돈나물' 또는 '돝나물'이라는 표찰을 단 것도 있는데 이 녀석의 진짜 이름은 '돌나물'이다. 이 식물은 들판이나 야산의 돌무더기 위에서 기어가듯 자란다. 그래서 돌나물이다. 자그마한 잎이 조롱조롱 붙은 줄기는 마디마다 뿌리가 난다. 너무 연해서 데쳐 먹을 수도 없다. 그러나 생으로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상큼한 봄맛이 느껴진다.
돌나물 외에 많은 사람이 이름을 잘못 알고 있는 것이 '비듬나물'이다. 먹는 것을 두고 지저분하게 '비듬'이라니! 이 식물의 진짜 이름은 비름이다. 비름에는 참비름과 쇠비름이 있는데 우리가 흔히 먹는 것은 참비름이다. 사실 비름은 산채가 아니고 밭에 돋아나는 잡초다. 이 풀의 연한 잎과 줄기를 따서 삶은 게 비름나물이다. 생활이 풍족해지면서 성인병도 크게 늘었다.
옛날 식단으로 돌아가는 것이 건강해지는 비결의 하나라고 한다. 풋풋한 산나물 향기와 어머니의 손맛이 새삼 그립다.
김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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