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보고·논복
사람이름
<삼국유사>에는 신라 때 아비 없이 아이를 낳은 홀어미 이야기가 있다. 경주 만선 뒷마을에 홀어미가 있었는데, 남편 없이 아이를 배었다. 태어나 열두 살이 되었는데도 말도 못하고 일어나지도 못해 蛇童(사동)이라 불렀다. 달리 蛇卜/蛇伏(사복), 蛇巴(사파)로도 불렸다고 한다. 장보고의 이름은 본디 弓福(궁복) 또는 弓巴(궁파)였다. 경주에 ‘너보’라는 곳이 있는데, 仍甫(잉보)로 적으며 <세종실록 지리지>를 보면 옛날에는 仍巴(잉파)로 적었다고 한다. 고대에 巴(파)의 소릿값은 ‘보’로, 蛇童(사동)은 ‘ㅂ.얌복/ㅂ.얌보’, 장보고는 ‘활복/활보’였다. 요즘 울보와 ‘울배기’가 함께 쓰이는 것과 같은 모습이다. 신라말에서 ‘복’ 또는 ‘보’는 아이(童)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복’(卜/福)은 조선 때도 이름접미사로 쓰였다. 복이·개복·귀복·귿복·금복·논복·늦복·니복·덕복·돌복·동복·막복·만복·박복·산복·쇠복·언복·엇복·년복·은복·이른복·잠복·진복 따위 사내이름과, 논복·늦복·덕복·도복·만복·알복·앙복·일복과 같은 계집이름이 있다. 사내·계집이름에 두루 쓰인 ‘애복이’는 ‘애보기’처럼도 느껴지니 애달프다.
고려 때 호적과 조선왕조실록에 巴只(파지)라는 말이 보이는데, ‘복이/보기’를 적는 것이다. <태종실록>에 앞 왕조(고려) 제도를 이어받아 잔심부름하는 사내아이를 보기(巴只), 안에서 소제하는 계집아이를 무수리(水賜伊)라 하는데, 이들이 드나들며 궁중 얘기를 바깥으로 퍼뜨리니 임금이 신경 쓰인다고 했다. 궁중말 ‘보기’는 신라말의 자취로 보인다.
최범영/한국지질자원연구원
참꽃마리
풀꽃이름
‘꽃’은 풀꽃 아닌 다른 어떤 말에 쓰여도 예쁘다. 꽃동산, 꽃주머니, 꽃미남 등 붙이기만 하면 예쁜 느낌이 살아난다. ‘꽃마리’라는 풀꽃이름도 무척 예쁘다. ‘꽃마리’는 꽃이 피기 전에 꽃줄기가 달팽이 모양으로 도르르 말리는 것을 보고 지은 이름이다. 꽃대가 펴지고 올라가면서 꽃이 핀다. ‘꽃+말+이’에서 연철되어 ‘꽃마리’가 되었다. 이는 두루말이가 두루마리로 바뀐 것과 같다. 하지만, 달걀말이는 아직 ‘달걀마리’가 되지는 않았다.
‘참꽃마리’는 꽃마리처럼 말려 있지는 않은데, 연하늘색 꽃이 이름처럼 예쁘다. 대개 ‘참-’이라는 앞가지가 붙으면 모양·품질 등이 더 좋은 것임을 뜻한다. ‘참나리/참미나리/참깨’가 그렇다. 반면에 ‘개-’라는 접두사가 붙으면 덜 좋은 품종임을 뜻하는데, ‘개나리/개미나리/개살구’가 그렇다.
‘참’일꾼을 뽑는 선거일이다. 앞의 이야기대로 ‘품질 좋은’ 대통령이 뽑히길 바란다. ‘참사랑’을 꿈꾸었으나 그렇지 못한 적도 있었고, ‘참교육’과 ‘참사회’를 꿈꾸었으나 현실 앞에서 절망한 경험이 많은 우리 국민에게 계속 ‘거짓말’과 ‘참이슬’만 먹게 해서 되겠는가.
임소영/한성대 언어교육원 책임연구원, 사진 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자장면 곱빼기
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이 즐겨 먹는 외식거리 가운데 하나인 자장면은 작장면(炸醬麵)에서 유래했다. 작(炸)은 '(폭약이)터지다''(음식을) 튀기다, 볶다'라는 뜻이고 장(醬)은 된장·간장 등 발효식품을 말한다. 면(麵)은 밀가루·메밀가루 등으로 만든 국수를 총칭한다. '炸醬'의 현대 중국어 발음은 자장(zhajiang)인데 여기에 '면'을 붙여 자장면이라 부른다.
두 그릇 몫을 한 그릇에 담은 음식을 얘기할 때 쓰는 '곱배기'와 '곱빼기'는 둘 중 어느 것이 표준어일까? 적을 때는 '곱빼기'로 해야 맞다. 한글 맞춤법 제54항에서 '-꾼'과 '-(ㅅ)군', '-깔'과 '-(ㅅ)갈','-때기'와 '-(ㅅ)대기','-꿈치'와 '-(ㅅ)굼치','-빼기'와 '-(ㅅ)배기','-쩍다'와 '-적다'중에서 '-꾼' '-깔' '-때기' '-꿈치' '-빼기' '-쩍다'를 표준으로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된소리로 나는 위의 접미사는 된소리 글자로 적는다.
'-빼기'는 '그런 특성이 있는 사람이나 물건'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로 '억척빼기' '밥빼기' '얼룩빼기'등에도 쓰인다. 또 '-빼기'에는 그 명사를 속되게 이르는 뜻이 있어 '이마빼기에 피도 안 말랐다' '코빼기도 볼 수 없다'처럼 쓰인다. 다만 예외적으로 '언덕의 꼭대기'는 '언덕빼기'가 아니라 '언덕배기'로 표기한다.
최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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