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진화의 수수께끼 : 암흑 물질로 푸는 - 존 그리빈,마틴 리즈
제 1부 우주에서 일어나는 우연
제 2장 우주의 끝, 복사의 흔들림
우주의 끝(가장자리)을 본다
적색 이동은 일상적인 기준에서 보면 오히려 특이한 거리의 기준이라고 할 수 있다. 천문학자는 천체의 적색 이동을 z로 표시한다. 이것은 측정한 빛의 파장이 증가하는 비율을 나타내고 있다은하계 주위에 있는 은하까지를 측정하면 z는 보통 1보다 작은 값을 나타낸다. 1990년대의 신기술을 구사하면 천문학자는 간단하게 더욱 먼 은하를 관측할 수 있고 그 적색 이동도 측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z=1(즉, 파장이 2배)의 적색 이동이라는 건 큰 것이다. 적색 이동이 거리에 비례한다고 하는 허블의 법칙은 가까운 은하를 측정한 결과를 토대로 하고 있다. 만약에 에셔(Maurice Cornelis Escher, 1898∼1972, 네덜란드의 판화가. 독특한 기하학적 방법론을 구사하여 환상적인 소우주를 만들어냈다-역주)의 판화에서 막대가 전부 같은 비율로 뻗는다면, 격자는 전체의 형태를 유지한 채 확대된다. 다시 말해, 형태가 변하지 않은 채로 공간만 넓어지는 것이다. 여기에는 팽창의 중심이 없다. 이 가운데 어떤 꼭지점에 있는 관찰자는 다른 꼭지점이 후퇴하는 것을 볼 것이다. 그 후퇴하는 속도는 허블의 법칙에 의하면 먼 꼭지점일수록 빨라진다. 이 모델은 팽창하는 우주를 아주 잘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은하는 같은 간격의 구조가 아니고 집단이나 덩어리가 복잡하게 흩어져 있다. 이것이 가까운 은하에서 볼 수 있는 적색 이동의 설명이며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에 따르고 있다. 그러나 일반 상대성 이론에 의하면 이것은 더욱 복잡한 규칙의 대략적인 설명에 불과하다. 가까운 은하에서 적색 이동은 실제로 거리에 정확하게 비례하고 있다. 그러나 엄밀하게 말하면 단순한 비례치는 아니다. 일반 상대성 이론을 인용하면 적색 이동의 측정으로 훨씬 먼 은하나 퀘이사까지의 거리도 계산이 가능하다. 그러나 적색 이동은 하나 퀘이사까지의 거리도 계산이 가능하다. 그러나 적색 이동 z=2는, 적색 이동 z=1의 은하보다 정확하게 두 배 먼 거리는 아니다. 그래서 천문학자는 은하에 대한 거리를 광년으로 단정하기를 주저하고 있다. 허블의 법칙에서 정수의 추정에 불확실한 점이 남기 때문이다. 적색 이동은 별이 빛을 쏘아낸 이후의 우주의 팽창을 측정하는 기준으로서 이용해야 할 것이다.
만약에 은하나 퀘이사에 'z'의 적색 이동이 있다고 한다면 우주의 현재 크기(어떤 전형적인 두 개의 은하 사이의 거리에 비례)는 빛이 나온 시점보다(1+z)배 크다. 예를 들면 z=3이라면 우주는 4배 팽창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적색 이동은 빛이 나온 순간부터의 시간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만약에 은하가 항상 같은 속도로 움직인다면 해답은 간단하다. 우주가 현재의 크기(z=3)의 4분의 1일 때 나이는 지금의 4분의 1, 즉 우리는 빅 뱅까지의 4분의 3을 돌이켜 본다는 의미가 된다. 더욱 일반적으로 말한다면, z의 적색 이동은 현재의 나이의 '1/(1+z)'에 상당한다. 나아가 우주의 나이는 허블 시간으로 100h 억 년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은하가 항상 현재의 속도로 움직여온 건 아니다. 사실 은하는 서로가 중력의 영향을 받고 있어서 '감속'할 것이다. 훨씬 옛날의 은하의 평균 속도는 현재 적색 이동으로 얻어지는 속도보다도 컸을 것이 틀림없다. 그러므로 빅 뱅 이후의 시간은 이보다 짧아진다. 이 '감속' 때문에 적색 이동과 과거를 보는 시간과의 관계 또한 달라진다. 평탄한 우주에서는 그 관계는 아주 단순하다. 즉 'z'의 적색 이동 때의 우주의 나이는 1/(1+z)이 아니라 이 분수의 2분의 3제곱(3제곱의 제곱근)이다. 따라서 우리가 3의 적색 이동을 갖는 퀘이사를 볼 때 현재 나이의 8분의 1(43/2=8)일 때, 즉 20억 년 이상이나 젊을 때의 우주를 보고 있는 것이다. 이 단순한 계산은 다음과 같은 근본적인 우주의 수수께끼에 흥미를 갖게 한다. 다시 말해 왜 아주 옛날의 우주는 그렇게 굴곡이 없이 균일했을까 하는 의문이다. 우주의 크기가 현재의 4분의 1이었을 때의 나이는 현재의 8분의 1에 지나지 않았다. 서로 '제휴'가 있는 크기는 상대적으로 점점 작아진다. 그런데 왜 우주의 각각의 부분이 서로 많이 비슷한 걸까?
우리가 엄밀하게 빅 뱅을 조사할수록 이 문제는 더욱더 확실해진다. 다시 말해, 빛이 우주를 가로지르는 짧은 시간을 보면 우주의 각각 다른 부분이 서로 영향을 끼치고 있는 동안은 점점 적어진다. 이 인과 관계는 중력이 우주의 팽창을 '감속'시키기 때문에 일어난다. 인플레이션 가설은 나중에 설명하겠지만 급속한 가속 팽창을 초기의 단계에서 가정하고, 왜 우주의 초기 단계에서조차 매우 균질적이었을까의 설명에 시사를 부여한다. 우리가 우주를 바라보는 것은 과거를 돌아보는 여행과 비슷하다. 현재 보고 있는 빛은 이미 아주 옛날에 떠나온 빛이다. 그러나 적색 이동은 우리와 빅 뱅 자신 사이에 일종의 장벽을 끌어들인다. 측정된 적색 이동이 두 배가 될 때마다 공간, 시간의 어떤 점에서 봐도 측정된 거리가 두 배가 되는 건 아니다. 대신에 먼 곳을 보면 볼수록(과거로 거슬러 올라갈수록) 거리를 선택하는 데 필요한 적색 이동의 정도는 더욱 커진다. 이것과 아주 비슷한 것을 높은 산에 올라가는 등산가다. 처음 얼마동안은 간단하게 올라갈 수가 있고 그다지 노력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높이까지 오를 수 있다. 그러나 좀더 높이 올라감에 따라, 그리고 길이 험해짐에 따라 같은 정도의 노력을 해도 별로 나아가지 않는다. 우주의 경우 빅 뱅 즉, 창조의 순간은 '무한'한 적색 이동에 있고 직접은 볼 수가 없다. 이것은 열심히 노력하면 웬만한 높이까지 산을 오를 수 있지만 정상에 도달하려면 무한의 노력을 필요로 하는 것과 비슷하다.
현재 퀘이사로는 약 z=4.5의 적색 이동까지 발견되고 있다. 어림잡아 말한다면, 우리는 우주의 역사 가운데 90퍼센트 이상을 보고 있는 것이고 빅 뱅 후 약 10억 년밖에 지나지 않은 시간을 돌이켜본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적색 이동의 기록을 z=10까지 늘리면 현재 나이의 3퍼센트 시점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그러나 은하가 그때까지의 시점에서 형성되어 있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 빅 뱅 이후 은하가 형성되기까지에 필요한 시간을 생각하면 우리는 이미 실제상의 '우주의 끝'을 '보는' 시점까지 와 있는 건지도 모른다. 그 '끝'쪽에서는 현재 우리 가까이에 있는 천체군이 더욱 빼곡이 들어차 있었다. 이 '끝'은 우리가 우주의 한복판에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배의 갑판에서 바다를 보면 저 멀리 끝, 즉 수평선에 둥글게 에워싸인 듯이 보이는 것과 같은 것이다. 만약에 배의 마스트로 올라가 본다면 대양의 원이 더욱 크게 눈에 들어올 것이다. 설령 대양은 무한하다고 하더라도 새로운 수평선은 '끝'처럼 보일 것이다. 우주론자들은 실제로는 적색 이동 z에 더욱 큰 값을 사용한다. 그리고 우리가 살 만한 우주가 빅 뱅으로부터 어떻게 하여 진화해 왔는가에 대해 논한다. 우주 창조 후의 시간을 말하는 대신에 그들은 적색 이동이 1,000이나 100에서 생기는 현상에 대해 설명한다. 이것은 편리한 방법이다. 그러나 천문학자는 그렇게 큰 적색 이동의 천체를 측정한 적은 없고 그리고 이러한 적색 이동의 측정은 할 수가 없다. 더욱이 우주 전체에 가득 차 있는 배경 복사는 특별한 것이다. 빅 뱅 후 수십만 년이 경과한 백열의 물질에서 나온 빛이 강하게 적색 이동했기 때문에 현재는 전자파의 스펙트럼이 마이크로파 부분에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것은 약 1,000의 적색 이동에 상당한다. z=1000과 z=5 사이에 해당하는 우주의 부분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이 부분은 우주 역사의 약 6퍼센트를 차지한다. 그 영역 어딘가에서 은하의 형성으로 이끄는 과정이 생긴 것이다. 이러한 과정은 직접 관측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현재 우주에 분포하는 은하의 모습에서 은하의 형성을 조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결과 우리는 싫든 좋든 우주의 끝에서 우리 자신의 가까운 지리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빛나는 물질
우리는 은하 가운데 하나에 살고 있다. 은하에는 별이 있고 별은 '바리온'이라는 소립자로 만들어져 있다. 물리학자에게 있어서 이 바리온은 세포가 인간의 몸을 구성하고 있는 것과 같은 의미에서 별을 만들고 있다, 밝게 빛나는 은하는 우주의 지리를 연구하는 데 기본이 되는 단위이기도 하다. 그러나 모든 은하가 똑같다고는 단정할 수 없다. 여러 가지 은하의 다른 점은 태고의 우주에서 어떻게 형성되었는가에 대해 중요한 단서를 제공해 줄 것이다. 그리고 암흑 물질을 포함한 우주의 모든 물질의 분포를 아는 단서로서도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만약에 은하가 없었다면 우리는 여기에 있지 않을 것이다. 은하를 이해하는 것은 다름 아닌 우리의 존재 자체를 이해하는 하나의 열쇠인 것이다. 우리 은하계는 원반 모양의 은하이다. 원반 모양의 은하는 많은 경우 나선형이기도 하다. 그러한 은하에서 밝은 별은 나선 형태를 만들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원반 모양의 은하가 반드시 명백한 '나선형의 기둥'을 보이는 건 아니기 때문에 '원반 모양'이라고만 부르기로 한다. 이러한 은하는 원반에 덧붙여 다시 두 가지 특징 있는 구성 요소를 갖고 있다. 하나는 중심핵에 주위에 있는 '벌지bulge'(부풀음)로 이 때문에 은하는 보기에 계란 프라이와 같은 모양이 된다. 또 하나는 매우 넓은 범위에 거의 구형으로 분포하며 원반과 '벌지' 양쪽을 에워싸는 오래된 별의 '헤일로halo'(무리)이다. 헤일로에 있는 별 몇 개는 구상 성단의 형태를 띠고 있고 함께 공간을 이동한다. 구상 성단은 100광년의 범위 내에 중력으로 결합된 100만 개의 별을 포함하고 있다. 은하계에는 약 200개의 구상 성단이 있다. 헤일로에 있는 별은 원반 모양 은하를 형성하는 몇 천억 개의 별 가운데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도플러 효과를 이용하여 원반 모양 은하의 회전 모습을 측정하면 이러한 은하의 헤일로에는 대량의 암흑 물질이 있고 원반 모양의 밝은 물질을 결정 짓는 반경에 고정되어 그 회전을 안정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제 5장 참조). 은하의 원반은 그 직경에 비하면 두께는 얇다. 예를 들어 우리 은하계의 경우는 원반의 방향에는 하늘을 가로지르는 것처럼 은하수 빛의 띠가 뻗어 있는데, 우리의 태양계의 영역에서의 두께는 1,000광년 이하이다. 그곳은 은하계의 중심에서 약 28,000 광년 시점에 해당하고 밝은 원반의 끝까지의 거리의 3분의 2이다. '종족 Ⅱ'라고 불리는 오래된 별은 주로 태양계 위치까지의 약 절반 지점에 퍼져 있는 '헤일로'와 핵의 '벌지' 안에 존재하고 있다. 원반 내에 있는 것은 더욱 젊은 별로 예전에 있었던 초신성의 잔해가 섞여 생긴 구름에서 형성된 것이다. 우리의 태양도 그렇지만 은하의 밝은 별은 대부분 '종족 Ⅰ'이라고 불리는 젊은 별이다. 우리의 은하 가까이에는 국소군(local group) 은하라고 불리는 다른 은하가 있다. 이들이 움직이는 속도를 측정하면 이들이 받는 중력의 크기를 알 수 있고 그 중력의 원천인 우리 은하계의 질량을 알 수 있다. 국소군 은하 가운데는 우리로부터 멀어져가는 것도 있고, 또한 안드로메다 은하처럼 우리 쪽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도 있다. 이렇게 측정된 우리 은하계의 질량의 최소치는 태양의 약 1조 배가 된다. 어림잡아 은하계에는 1,000억 개의 별이 있고 별 한 개의 질량의 평균은 태양의 질량에 가깝다. 계산해 보면 은하계에는 밝은 별의 적어도 10배나 되는 암흑 물질이 존재하는 게 된다. 다른 원반 모양의 은하를 보아도 대개 그렇게 되어 있다. 즉 이러한 은하에는 밝은 물질의 10배 정도의 암흑 물질이 존재하는 것이다.
은하의 또 다른 형태로 타원형이 있다. 거대한 구상 성단처럼 구형의 것도 있지만 럭비공이나 궐련 모양의 가늘고 긴 것도 있다. 많은 경우 약간 찌그러진 공 모양을 하고 있다. 그것들은 모두라고 해도 좋은 정도로 오랜 별에서 만들어져 많은 점에서 원반 모양 은하의 핵이나 헤일로와 비슷하고 원반은 없다. '소형'의 타원 은하 가운데는 우리 은하계에 비해 매우 작은 것도 있다. 그것과는 거꾸로 가장 큰 은하도 타원 은하이다. 이것들은 'CDs'라고 불리며, 그 별은 중심에서 30만 광년 이상이나 펼쳐져 있다. 이러한 은하에는 우리 은하계와 같은 정도로 많을 별이 존재할 가능성도 있다. 우주에서 가장 흔한 은하는 타원 소은하일 것이다. 이것은 모두 제각기 불규칙한 형태를 하고 있기에 불규칙 소은하라고도 불린다. 다른 종류의 작은 은하가 숫자로는 가장 많을지도 모른다.
은하단이 초은하단으로
이야기를 좀 앞질러 설명하자면 은하는 가스 구름, 즉 빅 뱅으로 만들어진 수소와 헬륨에서 주로 형성되었다고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그것들은 가스 구름 자신의 중력과 그것을 감싸고 있는 암흑 물질의 구름의 중력에 의해 서로 결합되어 있다. 암흑 물질은 일종의 중력의 웅덩이, 즉 '잠재적 우물'을 만든다. 그 가운데 가스가 들어가고 자신의 중력으로 인해 붕괴를 시작할 정도로 짙어지고 응축하여 별이 된다. 암흑 물질의 중력의 영향이 없으면 별이나 별의 시스템을 갖는 은하수와 같은 은하는 결코 탄생되지 않았을 것이다. 최초의 흔들림, 즉 중력의 웅덩이가 순조롭게 팽창하는 우주에서 어떻게 성장해가는가가 문제인데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언급하기로 한다. 우주에서의 은하의 분포는 결코 균일하다고 할 수 없다. 알려져 있는 은하의 절반 이상이 집단을 이루고 있다. 중력에 의해 결합한 10내지 20개의 은하를 가진 작은 집단은 단순히 은하군(group of galaxies, 특히 우리 은하계와 인접한 안드로메다 은하(M 31) 및 그 근처의 M 32, NGC 205 은하 등을 아울러 국부 은하군이라고 한다.-역주)이라고 불린다. 우주의 같은 부분에 있는 100 내지 1000개의 은하를 가진 큰 집단은 은하단(cluster of galaxies, 처녀자리 은하단, 머리털자리 은하단이 유명하다-역주)라고 불린다. 은하단 내의 은하의 집단은 말하자면, 섬이 드문드문 퍼져 있는 바다에 떠 있는 하나의 섬과 같다. 어떤 은하단은 형태가 규칙적이고 공간에 구상으로 퍼져 있다. 은하단의 중심에는 많은 은하가 모이고 바깥쪽에는 비교적 적다. 또한 어떤 것은 보기에 더욱 울퉁불퉁하고 보통은 이들 불규칙한 은하단에는 원반 모양 은하의 비율이 많다.
은하단 자신도 모여서 초은하단(supercluster of galaxies, 머리털자리 초은하단, 페르세우스자리 초은하단, 헤르쿨레스 초은하단이 알려져 잇다-역주)을 형성한다. 예를 들면, 우리의 은하수도 그 일원을 이루는 로칼 그룹은 국소 초은하단의 일부이다. 이것은 처녀자리 은하단을 중심으로 모여있는 것처럼 보이는 몇 천 개의 은하의 집합이다. 처녀자리 은하단이라는 이름은 별자리 방향에서 이름이 붙여졌다. 이것은 천문학에서는 일반적인 관습이다. 그러나 이 은하의 집단은 적색 이동의 조사로 알 수 있듯이 실제로는 처녀자리(우리의 은하수 은하계 내의 별에 의해 만들어진 형태에 지나지 않는)보다 훨씬 멀리, 우리의 은하로부터 약 100만 광년의 거리(h=5)에 있다. 그것이 처녀자리 '안'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하늘에서 두 개의 물체가 우연히 일직선으로 늘어서기 때문이다. 우리가 나무아래 앉아서 마치 장난감 비행기가 나무 '안'에 있는 듯이 보이는 것과 아주 비슷하다. 초은하단의 지도를 만드는 것은 수천 개의 적색 이동의 측정 등을 포함하여 매우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이것은 극히 최근에 와서야 가능하게 된 일로 국소 초은하단 이외에도 초은하단이 존재하는 것이 발견되고 있다. 은하는 우주를 가로질러 시트 모양으로 퍼지거나 또한 초은하단 내의 대부분의 은하는 대체로 같은 평면에 있거나 한다.
초은하단 가운데는 긴 필라멘트, 즉 몇 백만 광년이나 되는 공간에 퍼져 있는 은하의 사슬 모양의 분포로서 나타나는 것도 있다. 이들 커다란 초은하단에 해당하는 것은 커다란 틈(틈), 어쩌면 2백만 광년이나 멀리 떨어진 공간 영역일 것이다. 그곳에는 소형 은하는 있을지 모르지만 밝은 원반 모양 은하나 타원형 은하는 거의 없다. 전형적인 '틈'은 목동 자리(즉, 목동자리와 방향은 같지만 그곳에서 멀리 뒤쪽에 있는)에 보인다. 그리고 그 밖에는 거대한 초은하단인 헤르쿨레스 자리 초은하단이 있고 그 반대쪽에는 왕관 자리 초은하단이 있다. 중간에는 우리가 보기에 아무 것도 없다. 이야기는 초은하단으로 끝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와이 대학의 브랜드 도울리는 국소 초은하단의 무리를 처음으로 그림으로 그린 천문학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만약에 h=0.5라면 이것은 약 1억 광년 먼 곳이다. 1987년에 도울리는 모든 은하단이 다를 초은하단에 물리적으로 관련이 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증거를 제시했다. 그것은 10억 광년 이상에 퍼져 있는 '물고기자리=고래자리 콤플렉스'라고 불리는 구조를 띠고 있다. 콤플렉스는 평탄한 평면에 가로질러 국소 초은하단의 은하가 가로지르는 것도 이 똑같은 평면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측가나 논리가들은 도울리의 주장에는 회의적이다. 이 콤플렉스는 은하나 은하단이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는 것에 지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그것들은 우주 안에서 구조가 분명하게 확인되고 있고 이것이야말로 커다란 규모에서의 지리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더욱 커다란 규모, 관측할 수 있는 최대의 규모에서 물질은 균질해진다. 적색 이동이 매우 큰 은하의 수를 헤아림으로써 우주가 큰 규모에서 '똑같다'는 것이 밝혀졌다. 은하가 어떻게 해서 만들어졌는가의 설명을 탐구하는 이론가는 어떻게 해서 개개의 은하가 이들 중력의 웅덩이에 형성되는가에 대한 설명뿐 아니라 왜 은하가 이렇게 어두운 틈을 끼고 시트 모양이나 사슬 모양으로 모이는가에 대해서도 설명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주의 암흑 물질은 초은하단과 마찬가지로 분포하며 그 틈 안은 정말로 아무 것도 없는 걸까? 밝은 별을 가진 은하는 특수한 장소에서만 만들어지는 것이고 틈에는 밝은 은하는 없지만 암흑 물질은 있을지도 모른다. 이것은 수수께끼의 하나다. 밝은 은하는 우주에 있어서 물질이 분포하는 방식의 좋은 지표가 아닐지도 모른다. 또한 우주는 은하의 패턴이 시사하는 것보다도 훨씬 똑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우주에 흐르는 미묘한 복사
파장이 몇 센티미터 이하인 전자 복사에 민감한 마이크로파 띠 전파 망원경은 공간의 모든 방향에서의 복사를 포착한다. 이것이 유명한 '우주 배경 복사'이다. 은하간의 공간조차 완전히는 식지 않았고 엷어진 잔존물, 즉 우주 초기의 뜨거운 복사의 '잔광'으로 채워져 있다. 최초 몇 분 동안 이 복사의 온도는 10억 도를 넘었을 것이다. 이 온도는 핵반응이 일어나는 열기였다. 이러한 상태는 오늘날의 우주에서도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고 핵폭발의 작용을 계산하는 데도 참고가 된다. 최초의 마이크로초 동안은 온도와 에너지가 너무 높았기 때문에 우리가 알고 있는 물리의 이해를 초월한다. 그로부터 1만 년 동안 우주는 줄곧 불투명한 불덩이였다. 그곳에는 어디나 현재 태양의 중심과 비슷한 상태였다. 전파 천문학자가 포착한 복사는 조금 더 지난 후에, 즉 우주 전체가 현재 태양의 표면 온도인 섭씨 수천 도까지 식은 시기가 되고 나서 직선적으로 전달되어 온 것이다. 그 때 까지 우주는 아직 매우 뜨겁고 원자핵과 전자는 뿔뿔이 흩어져 있었다. 그러나 우주의 진화 가운데 중요한 순간, 즉 창조의 순간으로부터 약 50만 년 후(즉, 우리의 현재 시점에서 약 1,000의 적색 이동의 때)에는 중성 원자가 만들어져 그대로 남을 정도로 우주는 식어 있었다. 그 순간부터 전기를 띤 모든 소립자, 즉 전자와 양자는 전기적으로는 중성 원자내에 갇혀 있었다. 이 전자기 복사는 각각 다른 방향을 찾아감으로써 서로의 관계는 없어진다. 그것들은 '탈결합'한 그 이래로 우주의 팽창이 그 파장을 적색 이동함에 따라 복사는 식어간다. 현재는 섭씨 영하 270도 즉, 3K 인데 지금도 복사는 공간 전체에 충만해 있다. 우주에 가득 차 있는 것은 달리 갈 곳도 없기 때문이다.
우주 배경 복사의 정확한 온도(2.7K)는 초기의 우주 상태를 천문학자들에게 전해줌과 더불어 일반 상대성 이론을 토대로 하는 빅 뱅의 계산이 옳다는 증거도 된다. 현재 우리의 관점에서 보면 중요한 것은 이 복사의 정확한 온도가 아니라 이 온도가 어떤 방향으로나 같다는 사실이다. z=1,000에 대응하는 탈결합의 시기 이래로 이 복사는 물질과는 작용하지 않기 때문에 이 사실은 빅 뱅으로부터 50만 년 후에 우주가 완전히 똑같이, 게다가 계속 균일하다는 것을 이야기해준다. 그때, 즉 전자와 양자가 원자로 결합하기 직전까지 그것들은 아직 우주에 충만한 복사와 강하게 결합해 있었다. 따라서 배경 복사의 측정 결과는 탈결합 때의 바리온의 분포가 극도로 한결같고 균일했다는 사실도 이야기해 주는 것이다. 마이크로파 배경의 균일성을 정확하게 측정하면 하늘의 여러 부분에서 오는 복사 온도를 1만분의 1도의 정밀도까지 비교할 수 있다.(1992년에 COBE라는 인공위성에서의 측정에 의해 약 10분 각도에서 동요가 10만분의 1이라는 것이 발견되었다). 그것들은 각각 1∼2분 각도(적색 이동이 z=1,000의 원시 은하단의 크기를 지구에서 본 각도)의 하늘의 구획이 모두 2만분의 1 이하까지 같은 온도를 갖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우주가 1,000분의 1 크기고 압축되었을 때 그 평균 밀도는 지금보다 10억 배나 컸다. 이것은 현재 은하 내의 평균 밀도보다 훨씬 높다. 따라서 당시 은하는 개별적인 실체로서는 아직 존재할 수 없었다.
초기의 우주가 지금 정도로 '짜여져 있지' 않았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만들다 만' 은하나 은하단의 단서를 조금도 찾아내지 못한 것은 역시 놀랄 만한 일이다. 그것들은 그 단계에서도 존재했을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여 초기의 무구조에서 어떻게 하여 재빨리 천체가 만들어질 수가 있는가 하는 대문제에 봉착한다. 즉 우리가 주위에 보고 있는 뚜렷한 은하나 은하단은 이러한 한결같은 불덩이와 모순을 일으키지 않는 것일까? 은하나 은하단은 초기에 있었던 약간의 흔들림에서 응축해 왔을 가능성이 있다. 평균보다 아주 약간 밀도가 높고 평균보다 아주 약간 서서히 팽창하는 영역은, 우주의 다른 부분보다 점점 팽창이 느리고, 그 결과 그 영역과 바깥쪽의 밀도의 차이는 커진다. 그리고 결국에는 그 팽창이 멈추고 자신의 중력으로 결합하는 하나의 계를 형성하게 될 것이다. 밀도의 흔들림은 우주 팽창의 크기에 비례하여 커진다. 따라서 현재 팽창이 멈추어 있는 천체는 z=1,000일 때에는 1,000분의 1만큼 주위보다 밀도가 컸을 것이 틀림없다(밀도차가 1 이상이면 팽창이 멈춘다). 어떤 은하는 아마 적색 이동이 5일 때 만들어지는 것이라서 z=1,000일 때 만들다 만 은하의 밀도 초과는 이미 200분의 1이었을 것이 틀림없다. 만약에 배경 복사로 관측되는 정도로 z=1,000의 우주가 균일하고 더구나 바리온 물질만을 포함하고 있었다면 우리가 현재 보는 초은하단의 굴곡의 크기는 지금 정도로 두드러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에 우주에 암흑 물질이 존재했다면 이 딜레마는 조금 완화된다. 암흑 물질은 다음 두 가지 가능성을 펼쳐 보인다. 하나는 눈에 보이는 은하단과 초은하단의 틈에 더욱 많은 물질이 은하의 분포보다 한결같이 여기저기 흩어져 가득 차 있고 은하단과 어두운 틈의 지금의 밀도차가 겉보기보다 작을 가능성이다.
또 하나는 z=1,000일 때 암흑 물질의 분포가 바리온보다 똑같지 않았을 가능성이다. 이 경우의 암흑 물질은 바리온 물질이 아니고 더구나 전하를 띠지 않은 입자가 아니면 안 된다. 그 이전의 우주는 복사에 의해 지배되고 있었기 때문에 이 복사 에너지의 바다가 바리온이 무리를 짓는 것을 방해했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그러나 복사와 작용하지 않는 중성의 암흑 물질은 다르다. z=1,000의 탈결합 때까지 밀도 초과의 영역이 이미 생겨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밀도 초과는 배경 복사로는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바리온이 원자를 만들고 이제 복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암흑 물질의 밀도 초과 영역에서는 은하 형성이 시작될 것이다. 어쨌든간에 배경 복사는 은하는 물론이고 우리도 암흑 물질의 도움 없이는 창조되지 않았을 것임을 말해주고 있다. 빙산의 일각처럼 밝은 은하는 공간의 특별한 영역에 집중되어 있을 뿐이지만 암흑 물질은 초은하단 안의 틈에도 가득 차 있는지도 모른다. 왜 밝은 은하가 물질의 전체적인 분포의 정확한 지표가 아닌가 하는 이유는 매우 흥미가 있고 현재 천문학자들 사이에서 논의되고 있다.
비누방울을 불 듯이
은하가 어떻게 해서 탄생되었는지는 아직도 수수께끼다. 이론가들은 구조가 없었던 우주의 불덩이에서 어떻게 해서 구조가 출현했는가를 탐구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몇 가지 가정을 토대로 한 '시나리오'가 있을 뿐이다. 이들 시나리오 가운데 몇 가지는 새로운 실험 결과에 의해 간단히 부서져 비누방울처럼 덧없이 사라진다. 때로는 몇 개의 시나리오 중에서 적당한 특징을 결부시켜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진보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다른 가정을 기초로 한 다른 시나리오가 모두 같은 필요 조건으로 맞아떨어질 때 그 통찰이 가장 강력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최신 우주 관측 결과를 설명하려는 은하 형성 시나리오의 주된 특징은 이 지상에서의 실험과 관측에서 발전한 단순한 물리 법칙을 인용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어떻게 현재의 모습이 되었는가에 대한 설명에 '신'법칙이 필요하다는 근거는 없다. 그러나 우주에는 밝은 별과 은하 외에도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것도 확실하다.
코페르니쿠스는 지구를 우주의 중심이라는 위치에서 끌어내렸다. 그리고 1920∼1930년대의 우주론자들은 은하수의 은하를 공간에 있어서 특권적인 위치에서 끌어내리고 우주는 지극히 보통의, 전형적인 영역에 있는 보통의 별의 집합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 오늘날에는 '소립자 패권주의'도 버리지 않으면 안 될 가능성도 있다. 우리와 천문학적 세계를 구성하고 있는 양자, 중성자, 전자 등의 것들은 전혀 다른 종류의 소립자가 많은 것을 차지하고 있는 우주에서는 기껏해야 부산물에 지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나중에 설명할 다른 시나리오에 의하면 우주의 90퍼센트를 차지하는 암흑 물질의 입자 한 개의 질량은 10-32그램에서 1039그램까지, 실로 70자릿수 이상의 '불확정'이 있다. 우주의 물질을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천문학은 반드시 엄밀한 과학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이 정도의 불확정성이라면 납득하기 어렵다. 그러나 불확정성은 다른 시나리오 간의 선택 폭의 크기를 나타내는 것이지 시나리오 자체에 있는 건 아니다. 선택의 폭을 조금씩 좁혀감으로써 현재의 우주의 형성에 대해 우리 나름대로의 시나리오를 쓸 수 있고 많은 가정을 결부시키는 심오한 진실이나 신비한 우연의 일치를 찾는 것도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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