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진화의 수수께끼 : 암흑 물질로 푸는 - 존 그리빈,마틴 리즈
제 1부 우주에서 일어나는 우연
제 1장 우주는 얼마나 특수한가
평탄한 우주
중력은 행성이나 항성뿐 아니라 그것들을 포함한 대천체계도 지배하고 있다. 두 개의 물체 사이에 작용하는 인력은 거리의 2제곱에 반비례한다는 것이 뉴턴의 중력 이론인데 그것은 지구나 태양계에서는 거의 완전하게 성립한다. 만약에 '제5의 힘'이 있다면 뉴턴의 법칙은 지구상에서조차 아주 작지만 수정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쨌든 간에 극도로 압축된 물질이나 별보다 큰 질량의 천체에서는 중력은 매우 강해지고 뉴턴의 이론은 불충분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극도로 강한 중력을 잘 설명하는 이론이 아인슈타인의 이론, 즉 일반 상대성 이론이다. 대학의 도서관에서는 보통 과학 잡지는 좀처럼 이용되는 일 없이 대개는 깊숙한 곳에 모셔져 있다. 독일의 과학 학술지 '물리학 연보'의 1905년과 1916년 두 권은 수집가에게는 침을 흘릴 만큼 탐나는 대상이다. 그것은 뉴턴 이래의 최대의 물리학자로서 아인슈타인의 이름을 높인 논문이 실려 있기 때문이다. 1905년에 26세에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이론인 '특수 상대성 이론'을 완성시켰을 뿐 아니라, 빛이 에너지의 조각(photon,광자)으로 양자화되고 있다는 설을 제안하고 또한 물질의 미립자가 공기나 액체 안을 어떻게 움직이는가에 대한 통계 이론(브라운 운동)을 만들어냈다. 이러한 공헌만으로 그는 20세기에 있어서 6인의 위대한 선각자 중 한 사람의 위치에 놓이게 되었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을 유례없는 지위로까지 밀어 올린 것은 그로부터 10년 후에 발표된 그의 중력 이론, 즉 '일반' 상대성 이론이었다. 이를테면 그가 1905년의 여러 논문을 쓰지 않았다 하더라도 동시대의 뛰어난 학자들이 똑같은 생각에 도달하는데 그다지 시간이 걸리지 않았을 것이다. 당시 그 이전의 이론의 모순점이나 설명이 되지 않는 실험 결과는 이미 많은 사람의 주목을 모으고 있었다. 그에 비해 일반 상대성 이론, 즉 '공간이 물질의 운동을 결정하고 물질이 공간을 휘게 하는 것이다'라는 중력 해석은 특정한 관측상의 수수께끼에 대한 해답은 아니었다. 그런데 그것이 수성의 궤도에 대한 오래전부터의 수수께끼를 설명하고 나아가 1919년의 일식에서 관측적으로도 실증된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의 동기는 단순함과 통일성의 추구에 있었다. 이 새로운 이론을 발표했을 때, 그는 '이론을 완전히 이해한 사람이라면 그 마력에서 도저히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라고 술회하고 있다.
당시 아인슈타인의 동료였던 헤르만 와일은 '연역적 사고의 최고의 예'라고도 술회하고 있다. 또한 양자역학을 낳은 아버지의 한 사람인 막스 보른은 '자연에 대한 인간 사고의 최고의 위업'이었다고 말했다. 만약 아인슈타인이 없었더라면 포괄적인 중력 이론의 등장은 수십 년 늦어지고 전혀 다른 방법으로 실시되었을지도 모른다. 이 업적이 그의 개인적인 독자성을 높이 유지한다는 점에서 아인슈타인은 금세기의 과학자 가운데서도 특이한 존재인 것이다. 실제로 일반 상대성 이론은 그 제안으로부터 40년 동안은 순수하게 지적인 불후의 업적이긴 했지만 물리학이나 천문학의 주류에서 동떨어진 분모의 분야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관측 기술이 극적으로 진보하고 블랙 홀의 존재가 설파되기 시작하고, 퀘이사. 펄서, 빅 뱅 등이 일반적인 단어가 되어버린 현재, 아인슈타인의 위대한 업적은 일약 연구의 주류로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이론은 우주를 하나의 다이내믹한 실체로서 파악하고 있으며 우주론에 있어서는 빼놓을 수 없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우주론은 전혀 다른 과학 분야다. 우주 물리학자는 유일한 물체 혹은 한 번뿐인 사건, 즉 우주나 빅 뱅을 연구하고 있지만 물리학자는 한 번뿐인 현상에 이론의 기초를 세우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한 마리의 쥐가 하나의 미로를 빠져 나가는 것을 한 번 본 것만으로 동물의 행동에 대한 일반론을 세우는 생물학자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우주론적 고찰은 그것을 다른 우주에 적용시킴으로써 확인할 수도 없고 더구나 우주의 과거의 진화를 재현하는 일 따위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빛의 속도가 유한하고 일정하기 때문에 먼 천체의 과거 모습을 볼 수는 있다. 이 때문에 앞에 말한 것과 같은 곤란에도 불구하고 과학적 우주론은 가능한 것이다. 우주론이 성공하는 최대의 이유는 관측된 우주가 대규모의 구조에 있어서 어떤 예상보다도 훨씬 단순하다는 것에 있다.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을 사용하여 우주를 수학적으로 설명하려 했던 1920년대에는 방정식을 다루기 쉽게 하기 위해 가능한 한 단순한 모델이 가정되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가능한 만큼의 단순성으로 일부러 선택한 우주 모델이 개선됨에 따라 우주 자체가 모델과 같은 정도로 단순하다는 것이 밝혀지게 되었다. 다시 말해 우리의 우주는 모든 방향에 대해 같고(등방성), 크게 보면 어디나 같은 것이다(등질). 가장 큰 구조인 초은하단조차 관측 가능한 우주 전체에 비하면 미세한 구조이며 그보다 더 크게 보면 한결같은 모습이다. 은하가 서로 멀어지는 것에 대한 관측이나 우주 흑체 복사의 측정을 설명하는 것은 이 우주 모델에 대한 일반 상대성 이론의 방정식인 것이다. 우주론에 관한 관측적 증거는 과거 20년 이상에 걸쳐 보강되어 왔다. 그러나 빅 뱅 모델은 결국 환상이며 일시적인 가설이었다는 의견도 있을 수 있다. 다시 말해,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고 믿고 천동설을 주장하던 천문학자가 행성의 움직임을 설명하기 위해 새로운 주전원(큰 원 주위를 도는 작은 원)을 적용한 것과 비슷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빅 뱅을 연구하기 위해 과거로 거슬러 올라갈 수는 없지만 초기 시대의 '화석'을 연구하는 것으로 빅 뱅에 대해 배울 수는 있다. 물론 빅 뱅 이론 자체는 결코 '증명'할 수 없지만 현재로서는 다른 어떤 이론보다도 타당한 것임은 확실하다. 일반 상대성 이론을 토대로 하여 만들어진 빅 뱅 모델은 우주가 어떻게 해서 현재의 모습이 되었는가를 잘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모델들은 또한 우주가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 갈 것인가의 고찰에도 좋은 기초를 제공하고 있다. 우주는 영구히 팽창할 것인가, 아니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은하는 분산되는 걸까? 아니면 우주는 다시 중력 붕괴하여 빅 뱅과 같은 불덩이를 다시 만들고 하늘은 우리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리는 걸까? 해답은 중력에 이끌린 물질이 우주에 얼마나 존재하는가에 달려있다. 커다란 구 혹은 소행성이 폭발에 의해 산산조각 나고 그 잔해가 사방 팔방으로 흩어지는 상태를 상상해 보라. 각각의 파편은 다른 물체의 중력 때문에 감속한다. 만약 폭발이 충분히 격렬한 것이라면 파편은 영구히 날아다닐 수 있겠지만 중력 때문에 일정한 감속은 받는다. 그러나 만약 파편의 속도가 그렇게 크지 않다면 중력은 그들을 저지하고 파편은 다시 낙하할 것이다. 일반 상대성 이론에 의하면 이와 거의 같은 것이 우주에도 적용된다. 만약 우주 팽창이 영원히 계속된다면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으로 설명되는 시공은 '열려 있다'고 말해진다. 또한 만약 우주가 다시 붕괴하는 운명에 있는 경우, 시공은 '닫혀 있다'고 말해진다. 나아가 그 두 가지 가능성 사이, 즉 팽창은 영구히 계속되지만 최종적으로는 정치하게 될 경우 우주는 평탄한 시공, 혹은 '평탄한 우주'의 모델이라고 불린다. 그리고 그 모델의 밀도를 임계 밀도라고 한다.
우리가 오늘날 보고 있는 우주의 팽창은 어느 만큼의 물질이 있으면 중력적으로 멈출 것인지는 간단히 계산할 수가 있다. 그에 의하면, 우주 1입방미터 당 약 세 개의 원자가 있으면 팽창은 멈춘다. 오래 전, 우주가 젊어서 더욱 급속하게 팽창하던 시절, 그 팽창 속도에 중력이 균형을 잡기 위해서는 더욱 큰 물질 밀도가 필요했을 것이다. 그러나 물론 아주 옛날에는 우주의 밀도는 더욱 높았다. 쉽게 상상할 수 있도록 만약 우주가 임계 밀도 이상으로 시작되었다면 언젠가는 반드시 붕괴한다는 것을 방정식은 증명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의 밀도가 임계치를 얼마나 초월하고 있는가를 알면 우주의 사이클 가운데 현재 어느 부분을 통과하고 있는지를 계산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만약에 초기의 밀도가 지나치게 작아 팽창을 멈추지 않았을 경우에 우주는 팽창하는 도중에 임계치 이하의 밀도로 머문다. 나아가 우주가 팽창함에 따라 그 밀도는 임계치에서 차츰 크게 벗어나게 된다.
암흑 물질의 역할
이 사실이야말로 우주에서 일어나는 놀랄 만한 우연으로 우리를 이끄는 것이다. 우주에서 보이는 물체, 예를 들면 밝은 별이나 은하의 밀도는 가까운 은하의 수를 세거나 그 움직임을 측정함으로써 추측할 수 있다. 은하는 멀리 떨어진 은하에서 오는 빛의 파장의 변화(적색 이동이나 청색 이동)로 알 수 있듯이 은하단이라고 불리는 무리를 이루며 서로의 주위를 돌고 있다. 그리고 바로 태양을 도는 지구의 속도에서 태양의 질량을 측정할 수 있듯이 은하단 내의 은하의 상대적인 속도에서 어느 만큼의 물질이 은하단에 포함되어 있는가를 추정할 수 있다. 이러한 증거를 모아 우주에는 대충 '임계' 밀도의 10분의 1의 물질이 있다고 우주론자는 보고 있다. 이 물질은 모두가 보이는 건 아니다. 은하의 '빛나는' 질량(밝은 별이나 가스)을 합계해도 기껏해야 임계 밀도의 1퍼센트에 지나지 않고, 은하를 결합시키는 데 필요하다고 여기는 양보다도 훨씬 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이야기는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은하 간의 텅 빈 공간에도 암흑 물질이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것은 우리의 관측과는 관계가 없지만 우주 전체에 걸친 팽창의 감속에는 공헌하고 있다. 이러한 암흑 물질이 얼마나 있는지는 전문가의 논의의 대상이 되고 있는데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다. 확실한 것은 우주에는 임계밀도의 10배나 되는 물질은 없다는 것이다. 아마 2배라 해도 너무 많을 것이다.
우주의 전체적 팽창에 관한 연구는 이상의 추정치를 대체로 뒷받침하고 있다. 관측할 수 있는 가장 먼 은하로부터의 빛은 지구에 이르기까지 수십 억 년 걸린다. 따라서 그 점에서 아주 옛날의 팽창의 속도를 알 수 있다. 그리고 멀리 떨어진 은하의 후퇴 속도와 가까운 은하의 그것과를 비교함으로써 팽창이 어느 정도의 비율로 감속하고 있는지, 또한 언제 팽창이 멎고, 역행하는지를 원리적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우주는 '열림'과 '닫힘'의 경계 부근에 있다. 즉, 거의 평탄하다는 사실밖에 알지 못한다. 빅 뱅으로부터 150억 년이 경과한 오늘날, 우주의 밀도는 평탄 우주에 대응하는 임계치의 10배 이내(10분의 1과 10배 사이)의 밀도인 것이다. 우주가 팽창하는 동안에 이 밀도 계수는 임계치에서 점점 크게 벌어진다. 따라서 초기에는 임계치에 더욱 가까웠다는 결과가 된다. 우주 최초에 어느정도 임계치에 가까웠는지는 우주론의 방정식으로 간단히 계산할 수 있다. 그 결과로 보면 창조 1초 후, 우주는 1015의 정밀도까지 평탄했다. 다시 말해, 우주의 밀도의 임계치로부터의 차이는 소수점 뒤에 제로가 15개 온 다음에 1이 오는 정도였던 것이다. 물리 법칙이 시간적으로 어느 정도 거슬러 올라가 적용할 수 있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양자 물리학으로 생각하면 시간이라는 것이 의미를 갖는 정밀도에는 임계가 있다. 이 한계인 플랑크 시간은 10-43초이다. 오늘날 우주론 학자들은 소립자 물리 이론을 인용하여 이러한 타임 스케줄로 일어나는 양자적 현상에 의해 우주의 기원을 설명하려고 한다. 나중에 다시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이러한 이론은 빅 뱅의 표준적인 모델에 비하면 아직 확립된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가령 그 결론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우주는 '타임 제로' 후의 10-43초 후부터 줄곧 팽창을 계속하고 있다고 생각해도 된다. 그러나 타임 제로와 10-43의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우리로서는 알 도리가 없다. 그 시작의 순간에 가능한 한 돌아가 생각하면 우주의 평탄성은 1060분의 1의 정밀도로 일치하고 있었다는 의미가 된다. 이 때문에 평탄성의 계수는 물리학 가운데서도 가장 정확하게 정해지는 숫자로 되어 있고 따라서 우주는 이 정도로 정확하게 조정되고 별과 은하와 생명체가 출현하기에 가장 적당한 상태가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다.
만약에 이것이 정말로 단순한 우연이라고 하면 그 밖에 일어나는 어떤 우연도 하찮은 것이 된다. 원래 물리 법칙 가운데 우주가 완전히 평탄하다는 것을 요구하는 뭔가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이치에 맞는 건지도 모른다. 결국 평탄성 때문에 임계 밀도는 유일하고 특별한 밀도로 되어 있다. 즉 다른 값으로는 아무런 우주론적인 의미가 없다. 우주는 정확히 임계 팽창율로 탄생해야만 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때로 어떤 박자로 임계치의 1060 이내의 정확함에서 출발했다고 생각하는 것보다도 설득력이 있다. 물리학자는 광자의 질량이 정확히 제로라는 입장에도 마찬가지 논의를 적용한다. 어떤 실험으로도 제로의 질량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는 없다. 실험으로 한계를 설정하고 질량은 10-58그램 이하임에 틀림없다고 말하는 것이 고작이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 경우에서도 흥미로운 수치에서의 차이는 원래 없는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평탄성을 우주에 필요한 특징이라고 여기는 몇 가지 논의가 있다. 이러한 모델은 인플레이션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갓 태어난 극히 초기에(최초 1초보다 훨씬 짧은 시간에) 우주는 엄청난 속도로 팽창을 했다고 예상하는 것이다. 그 팽창 속도는 양자보다 작은 공간이 약 10-35초 동안에는 배구공 정도로까지 팽창하는 것에 해당된다. 급속한 가속 팽창, 다시 말해 인플레이션은 시공의 주름을 펴서 우주의 구조를 평탄하게 했을 것이다. 그 구조는 마르고 쪼글쪼글한 대추가 주름 없는 매끈한 대추가 되는 것과 비슷하다. 이른바 시공의 주름이 인플레이션 사이에 늘어나서 매끄럽게 된 것이다. 인플레이션은 그 자체가 재미있는 문제지만 이 초기의 단계에서 생기는 물리적인 과정에 대해서는 나중에 설명하기로 한다. 그것이 중요한 것은 우리의 우주가 왜 정확하게 평탄한가에 대해 최고의 물리적 설명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끝없이 평탄하게
이미 설명했듯이, 은하단 안에서의 은하의 움직임에서는 우주를 평탄하게 하는 데 필요한 물질량의 약 10분의 1밖에 없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 추정치는 1입방미터당 약 0.3개의 원자라는 밀도에 상당하며 이 밀도는 수소, 헬륨, 중수소의 적절한 혼합을 만들어 내는 데 필요한 빅 뱅의 상태(창조의 순간에서 약 100분의 1초 후에 시작되어 최초의 4분 만에 끝난다)라고 계산상으로는 일치하고 있다. 계산에 의하면, 빅 뱅 때의 원자핵 반응이 일어나는 밀도로부터의 추정은 우주를 평탄하게 하는데 필요한 양의 약 10분의 1, 혹은 그 이하가 된다. 과거 20년 정도 사이에 대부분의 우주론자는 이것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 우주는 열려있는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우주에 양자와 중성자(그리고, 그것들에 부수된 전자) 이외에 물질이 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1980년대가 되어 이론가는 현재의 우주가 거의 평탄하다는 것을 포함한 우연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다른 한편, 소립자 물리학자는 빅 뱅 중에 대량으로 만들어진 물질이 그 밖에도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우리의 몸, 행성, 지구와 태양 그리고 하늘에 있는 모든 별은 양자와 중성자(총칭 바리온이라고 불린다)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우주의 모든 물질이 바리온이라는 증거는 전혀 없다. 우리가 바리온에서 생겼기 때문에 따라서 우주도 바리온에서 생겼음에 틀림없다는 논의는 하늘을 도는 별이 보이기 때문에 우주의 중심은 지구임에 틀림없다는 논의와 같은 정도로 인간 중심적인 발상이며 근거가 없다.
사실, 만약 우주가 바리온만이고 바리온이 아닌 암흑 물질은 전혀 포함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같은 방법으로는 은하(은하단)가 형성되지 않았다는 것은 거의 확실한 것이다. 결국 암흑 물질이 없으면 은하도 우리도 결코 존재하지 못했던 것이다. 따라서 이 장의 타이틀로 내놓은 의문, '우주는 얼마나 특수한가'에 대한 해답은 우주가 '열려 있다'와 '닫혀 있다'의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특수한 경우라는 결과가 된다. 무엇이 우주를 특수하게 하고 있는가, 이를테면 왜 우주가 평탄하지 않으면 안 되는가에 대해서는 확인할 도리가 없다. 그러나 이상의 논의는 우리의 몸을 만들고 있는 원자의 종류와 별의 내용을 형성하는 양자와 중성자 이상의 것이 우주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야기해 준다. 우주의 내용 가운데 적어도 90퍼센트는 암흑 물질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데 그 모두가 바리온으로 생길 리는 없다. 더구나 눈에 보이지 않는 암흑 물질이 없으면 우주 자체가 지금과는 아주 다른 것이 되었을 것이고 우리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암흑 물질은 우리를 위해 존재하는 걸까? 아니면 우리가 존재하기 때문에 암흑 물질도 존재하는 것일까? 암흑 물질이란 대체 무엇일까? 그것은 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그리고 우리가 우주에서 보는 다양한 구조의 출현에 암흑 물질은 어떠한 관계를 갖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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