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진화의 수수께끼 : 암흑 물질로 푸는 - 존 그리빈,마틴 리즈
제 1부 우주에서 일어나는 우연
제 1장 우주는 얼마나 특수한가
생명이 존재하기 적당한 크기의 우주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의 크기나 그곳에 있는 별과 행성의 수를 정확하게 알아낼 방법은 없지만, 적게 잡아도 1,024억개의 별이 있다. 그 가운데 적어도 1퍼센트, 즉 약 10억 2천 2백만개의 별은 태양과 비슷하다고 생각해도 된다. 만약 이들 태양과 비슷한 별의 1퍼센트가 지구와 같은 행성을 갖고 있다고 가정한다면, 10억 2천만개의 생명의 터가 제공된다는 의미가 된다. 이 숫자는 터무니없이 커서 우주에 있어서 우리의 지위 같은 것은 완전히 하찮은 것으로 만든다. 어쨌거나 생물이 살 가능성이 있는 터가 다른데도 있다는 것은 사실일 것이다. 그 이유는 적어도 하나의 생명의 터, 즉 지구가 실제로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주에 있는 별의 수가 아니고, 그 공간의 크기라는 점에서 그 의미를 생각해 보자. 천문학자들은 관측할 수 있는 우주의 크기는 약 150억 광년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1광년이란 빛이 1년에 전달되는 거리이다. 따라서 50억 광년이라는 우주의 크기가 150억 광년이라는 우주의 나이와 관계가 있다는 것은 전혀 우연이 아니다. 왜냐하면, 우주가 시작된 이래로 빛이 전파된 시간만큼 우리는 관측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빅 뱅의 불덩이는 물질이 기본적인 요소로 분해되었기 때문에 그 점에서는 단순한 것이었다. 우주가 팽창하고, 식어감에 따라 이들 기본적 구성요소는 더욱 단순한 원소 즉, 수소와 헬륨으로 모습을 바꿨다. 매우 오래된 별에서 나온 빛을 조사해 보고 이들 두 개의 원소보다도 무거운 원소는 백 뱅에서는 거의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탄소를 포함한 생명에 없어서는 안 되는 분자, 즉 산소, 질소나 인은 빅 뱅 이후에 별 내부의 열핵 반응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우리 머리 위에서 빛나는 태양은 우주가 젊었을 때 만들어진 최초의 별 가운데 하나가 아니다. 최초로 생긴 별은 그 일생 가운데 수소나 헬륨을 더욱 복잡한 원자핵으로 바꿨다, 그리고 이들 별 중 몇 개는 초신성(별의 진화의 최종 단계에서 대폭발을 일으켜, 밝기가 태양의 수억 내지 수백 배에 달하는 신성. 하나의 은하에서 100년에 몇 개 정도 생긴다-역주)으로서 폭발하여 젊은 은하계의 먼지나 가스 구름 속으로 별의 내부에서 합성되어 생긴 산물을 뿌렸다. 그리고 이 산물을 포함한 우주운(은하면을 따라서 볼 수 있는 희박한 가스 상태의 성간 물질, 수소, 칼슘, 나트륨 등 여러 가지 물질로 이루어졌다-역주)의 일부에서 생긴 나중 세대의 별이 행성을 만들기 위한 무거운 원소를 충분히 갖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 인간과 같은 생명체의 출현이 가능해진 것이다. 여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은하가 탄생하고, 그리고 최초로 생긴 별 가운데서 수소와 헬륨이 더욱 무거운 원소로 변환된다. 별은 만들어낸 원소를 주위에 뿌리면서 마지막에는 격렬하게 빛나면서 죽어가는 과정이 수십억 년이 걸린다. 후에 그 잔해에서 다시 새로운 별이 탄생하고 이들 별을 도는 행성 위에서 생명이 진화하려면 좀더 시간이 걸린다. 우리가 그러한 것들을 신비하게 여기면서 여기에 존재하기까지에는 우주는 약 150억 년이 지났어야 했고 따라서 약 150억 광년의 크기가 아니면 안 되는 것이다. 이러한 통찰은 인간 원리적인 추론이 갖는 힘을 증명한다. 우리가 탄소를 기초로 한 생명 형태라는 사실만으로도 우주의 크기와 나이에 대해 추론할 수 있다. 우주는 탄소를 기초로 한 지적인 생명 형태를 만들어내기 위해 디자인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우주가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필요 이상으로 크고, 또 나이를 먹었고, 별이 상상도 못할 정도로 지나치게 많다고 한다.
그러나 물리 법칙이 지금과 같은 한 이 논의는 성립되지 않는다, 우주에서 작용하는 물리 법칙에 의하면, 몇 십억 개의 별과 몇 십 광년이라는 시간은 우리의 존재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에 우주를 다른 물리 정수로 디자인했다고 가정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만약에 우주에 탄소의 화학에 의존하지 않는 지적 생명체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 논의에는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SF 작가는 이를테면 중성자별의 표면에 사는 생물이나, 암흑 성운에 휘말리는 자장에 의해 만들어진 지적 생명체 등의 존재를 억측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실제로 탄소를 기초로 한 생명 형태이고 따라서 우리가 150억 살의, 150억 광년의 크기를 가진 우주를 보고 있다는 사실에 놀랄 필요는 없다. 우리는 결코 터무니없는 시점의 우주를 보고 있는 게 아니라 우리와 같은 생명 형태가 우주에 대해 질문하기 시작하는 일이 가능해진, 바로 그 시기에 우주를 관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은하나 별이나 행성의 형성을 인정하고 게다가 이들 생성의 적어도 하나 위에 탄소를 기초로 한 생명 형태가 나타나기에 적당한 속도로 우주가 팽창해 왔다고 하는 사실은 매우 호기심을 갖게 한다. '왜 우주에는 흥미를 끄는 것이 있는 걸까' 하는 질문은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릴 정도로 당연한 의문이다. 그러나 이 질문이 바로 가장 놀랄 만한 우연의 일치인 것이다. 이것은 우주에는 어느 정도의 물질이 있는 건가, 또한 우주는 어느 정도의 속도로 팽창하고 있는 건가에 관계가 있다. 좀더 전문적으로 말하자면, 우주의 시공은 어느 정도 '평탄'해야 하는가 하는 것에도 관계가 있다.
최대의 수수께끼
가장 극단적인 우연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의 우주, 특히 생성에 있는 여러 가지 화학 원소를 다시 한 번 살펴보자. 별의 내부에서 수소가 더욱 무거운 원소로 변하는 것은 무거운 원소가 더 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양자와 중성자는 헬륨 원자핵 안에서보다도 탄소의 원자핵 안에서 더욱 강하게 결합하고 있다. 이 사실이 헬륨의 원자핵이 탄소의 원자핵으로 변환됨으로써 에너지가 방출되고 별을 뜨겁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모든 원자핵은 그 양자의수에 비례한 전하를 갖고 있기 때문에 핵융합을 일으키려면 그 전하의 반발력을 능가할 정도로 강하게 충돌시켜야 한다. 핵력은 강하지만 도달 거리가 짧기 때문에 먼 쪽에서는 전기력이 뛰어나다. 따라서 결합은 핵력이 전기력을 능가하는 단거리로까지 눌러대면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원자끼리의 거센 충돌을 일으킬 만한 빠른 운동이 없으면 결국 온도가 매우 높아지지만 핵융합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만약에 별 가운데 1057개의 소립자를 모으면 중력은 그것들을 가두어 충분히 높은 온도가 된다. 이때 중력은 전기력을 능가하여 핵력이 작용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빅 뱅도 또한 이 핵융합에 적당한 상태였다. 확실히 뜨겁고 압력이 높다. 그러나 초기에는 복잡한 원자핵은 존재할 수 없었다. 원자핵은 다른 소립자와의 끊임없는 충돌로 부서져 산산조각으로 분해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팽창함에 따라 우주는 식기 시작했다. 가정의 냉장고가 가스의 팽창으로 차가워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우주가 팽창하는 이 과정에서 양자나 중성자가 결합하여 중원소가 되기에 적당한 상태가 있었다. 이 구조는 두 개의 양자와 두 개의 중성자로 이루어진 헬륨핵의 제조로 시작되었다. 그리고 헬륨은 재빨리 더 무거운 원소로 변했을지도 모른다. 모든 원자핵 가운데 가장 안정되어 있는 것은 철의 원자핵이다. 따라서 만약 우주가 아주 천천히 식었다면 양자와 중성자의 대부분은 철의 원자핵 안에 갇혔을 것이다. 만약 그렇게 되었더라면 우주는 더 이상 재미있는 반응이 일어날 수 없는 지루하기 짝이 없는 세계가 되었을 것임이 틀림없다. 빛나는 별도 존재하지 않고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여러 가지 동식물이 지구상에 탄생할 기회도 없었을 것이다. 원시적인 물질이 모두 철로 변하는 것을 막고 태양과 같은 별의 탄생을 허용하고 수소와 헬륨에서 시작된 여러 가지 원소의 합성이 가능해진 첫 번째 원인은, 초기 우주의 팽창 속도가 정확하게 그것에 적합했기 때문이다. 팽창이 빠르면 냉각도 빠르다. 또한 원자핵의 밀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융합 반응은 허용 시간 내에 평형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오래 된 별에서 나오는 빛을 분석해 본 결과 빅 뱅에서 생긴 물질 가운데 정확히 25퍼센트가 헬륨이고, 나머지는 모두 아직 수소였음이 밝혀졌다. 그리고 헬륨보다 무거운 원자핵은 빅 뱅에서는 거의 형성되지 않았던 것이다. 오래된 별에서의 수소와 헬륨의 이 단순한 비율이 태어난 지 겨우 1초 후의 우주의 조성과 그것이 빅 뱅을 통해 얼마만큼 빨리 냉각했는지를 말해준다. 초기의 우주는 원자핵과 광자의 복사로 가득 채워져 있었는데, 광자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핵반응의 계산에 의하면, 2×109의 복사(광자)에 대해 겨우 한 개의 원자핵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비율은 그 후 계속해서 일정했다.
오늘날 1입방 센티미터의 공간 안에 약 400개의 광자가 있지만 그 계산은 5입방 센티미터의 우주 공간에 평균 한 개의 원자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놀랍게도 이것은 천문학자의 관측과 거의 일치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별 내부의 모든 물질이 모두 균일하게 퍼져 있다고 했을 때의 계산이다. 우리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우주의 팽창 속도에 가하는 제한은 이 밖에도 또 있다. 빅 뱅으로 생긴 수소와 헬륨 기체가 식자, 그것들은 중력으로 결합되어 가스 구름을 형성했다. 이러한 가스 구름이 있는 것은 우주가 전체적으로 팽창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중력으로 찌그러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은하의 알이란 단순히 평균보다도 밀도가 조금 높은 영역, 즉 그곳의 팽창이 우주 전체의 팽창보다도 느린 영역을 말한다. 그것들이 가스 구름이 되고 이어서 별을 형성한다. 이러한 일이 일어난 것은 현재 나이의 약 10퍼센트, 즉 빅 뱅 후로부터 10억 년에서 20억 년 사이의 일이었다. 우리는 아직 은하가 어떻게 형성된 것인지를 정확히는 모르지만 우주가 너무 급속하게 팽창하고 있다면 가스 구름은 흩어지기만 할 뿐 찌그러지지는 않는다. 국소적으로 약간의 중력이 가해지더라도 중력 수축이 없으면 은하나 별은 태어날 수 없다. 그리고 이 가스 구름의 중력 수축 없이는 중원소가 별의 내부에서 만들어지는 일도 있을 수 없다. 따라서 우주가 조금 더 빨리 팽창하고 있다면 우주의 신비함에 놀라는 우리도 지금 여기에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다른 한편, 만약 우주가 좀더 느린 속도로 팽창하고 있다면 우주는 진작 옛날에 팽창을 멈추고 다시 수축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물론 그때 은하는 서로 합쳐져 버린다. 이를테면 팽창이 시작되고 나서 최초의 100만 년 이내에 팽창에서 수축으로 돌아선 우주를 상상해 보라. 거기서는 은하나 별이 태어날 기회조차 부여되지 않은 채 우주는 끝나버릴 것이다. 이처럼 우리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우주의 팽창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속도, 즉 원소가 별에서 만들어지기에 딱 알맞는 속도였다는 사실을 이야기해준다. 이 사실은 각별히 감동적인 통찰이 아닌 것처럼 생각된다. 태양과 같은 별의 존재에게 있어서 '딱 알맞은' 정도의 팽창 속도가 있었다고 하는 것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눈을 돌려 아인슈타인의 시공 이론으로 생각해 보면 빅 뱅의 최초의 팽창 속도가 얼마나 미묘한 균형 위에 서 있었는지 잘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현대의 물리 이론으로 보아 옳다고 생각하는 최초의 시각으로 돌아가 생각하면, 소위 '밀도 계수'는 상상을 초월한 정밀도로 처음에 장치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소수점 이하에 제로가 60개 이어지고 그 다음에 1이 오는 정도로 그 계수를 바꾸어도 우주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같은 생명에는 적합하지 않은 것이 되었을 것이다. 이렇게 훌륭하게 조정되고 일치되는 우연의 수수께끼가 이 책의 중심 테마다.
다음 제 2장에서는 현재의 우주에 존재하는 암흑 물질에 대해 논하기로 한다. 암흑 물질의 양에 비하면 은하에 빛나는 별로 보이는 물질은 빙산의 일각에도 미치지 못한다. 많은 별이 지구상의 생명에게 있어서 불가결하듯이 이 암흑 물질도 또한 이들 별의 존재에는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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