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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편지】: 제 414 호
단기 4341. 4. 22 (음력 3. 17) / 발송인 : 윤영환 (poemserver@paran.com) / Music Off = Es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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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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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전국 수리 시화작품 공모전
1) 행사목적 : 전통문화를 지향하여 우리 고유문화 유산을 지키고 보전함에 취지를 둠. 2) 참가자격 : 대한민국 전국민 (3개분야 : 초등부, 중고등부, 대학, 일반부) 3) 작품주제 : 한국 전통문화에 대해서 (예: 숭례문, 탑) 4) 시행일자 : 5월 3일 (토) - 4일(일), 2일간 (전시시간 :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5) 전시장소 : 군포 시청앞 입구 (우천시도 전시가능, 코팅처리 전시예정) 6) 상금 : 총 200만원 (대상 1명 : 50만원), 상금또는 상품권 지급함. 7) 규격 : 4절 또는 5절 시화를 제출하되 판넬작품도 가능함 (유리액자는 심사대상에서 제외함) 8) 제출기한 : 4월28일까지 군포시청내 직접제출(오전 10시-오후 5시)또는 우편 (우편/택배 : 경기 군포시 금정동 844, (우편번호: 435-701) 군포시청내 축제사무실 수리시화전 공모 담당자 (앞) 9) 작품반환 : 5월4일 심사종료 직후 (오후 6시부터 - 7시까지) 당일 찾아가지 않은 작품은 별도 반환하지 않음.
10) 심사기준 : 시내용(60%), 시화 구성도 (40%)
11) 행사주관/비용 : (사) 한국문인협회 군포지부, (자체비용)
12) 발표 : 5월 8일 (목) 군포시청 홈페이지, 군포문화예술회관 홈페이지
13) 시상 : 군포 시장상, 시의회 의장상, 예총회장상, 군포문협 지부장상으로 구분함 시상일자는 추후 통보함. * 주의사항 1) 작품뒷면에 모집분야 (초등부.중등부, 고등부, 대학/일반부) 구분 표기할것. 이름, 학교, 연락처 필히 기록할것, 미기록자는 심사대상 제외(일반인은 주소기록) 2) 우편이나 택배 발송시는 작품이 손상되지 않도록 잘 포장하여 우송할것. 3) 기타 문의사항 : 016-839-6492,(031-390-0761) 이메일 : sulha97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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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터 → 명언 / 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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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자신에 대해 웃을 수 있는 사람처럼 행복한 사람은 없다. 매일 웃으면서 살테니. / 하비브 부르기바 (튀니지 외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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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도움 → 우리말어원, 글터 → 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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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의 속살 - 천소영
글의 어원 - "긋다"에서 그리움까지
외상을 질 때 흔히 "긋는다" 또는 "달아놓는다"고 말한다. 단골 술집이라면 이런 말도 필요없이 그저 손가락 끝에 침을 발라 대각선으로 쭉 긋는 시늉만 해 보여도 족하다. 맞돈일 때는 셈을 치른다고 하면서 외상인 경우에는 긋는다거나 달아놓는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긋는다"는 "쓰다" 이전에 있었던 가장 원시적인 기록 방식이다. 무언가 새겨 두어야 할 필요가 있을 때, 이를테면 날짜를 기억하거나 사냥한 짐승의 수를 표시하고자 할 때 대게는 어떤 뾰족한 도구로 벽이나 기둥 같은 곳에 선을 그어 표시했을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외상술을 마셨을 때 낫으로 기둥에 금을 긋거나 새끼 마디에 도토리를 매달아 이를 표적으로 삼곤 했다. 기억하는 일을 달리 말하여 마음에 새겨 둔다고 한다. 명심 또는 각심이라는 한자말이 여기 해당하는데, 이는 다름아닌 마음에 선을 긋는 일이다. 비록 눈에 띄지 않지만 마음에 새긴 금만큼 확실한 표적도 없을 듯하다. "제발 이 일만은 마음에 두지 말게"라는 당부는 흔히 듣는 말이지만 마음에 새긴 금을 쉽게 지울수가 없다. 살을 쪼아 먹물을 들이는 애흔 수술이나 돌이나 쇠에 새긴 금석명은 지울수 있으나 마음에 새긴 것만은 지우기가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금은 긋는 일이나 그림을 그리는 일 또는 글을 쓰는 일과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일은 모두 같은 뿌리에서 나온 말이다. 긋고 그리고 쓰는 일은 백지 상태의 흰 바탕에 무언가 흔적을 남기는 일에 다름 아니다. 이런 관점에서 금, 글 , 그림, 그리움이 본질에 있어서는 모두 같다고 할 수밖에 없다.
그리움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누군가가 내 마음의 벽에 금을 그려 놓은 그림자이다. "그립다"는 말은 그 사람의 모습을 자꾸 그리고 싶다거나, 새겨진 그 모습이 새록새록 생각난다는 뜻에 불과하다. 그 상대가 마음에 들면 들수록, 그와의 관계가 깊으면 깊을수록 새겨진 금은 많아질 것이고 금의 깊이도 더해만 갈 것이다.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번" "그립다"는 말 자체가 "그리고 싶다"이기에 이 말은 하면 할수록 더 그리워지게 마련이다. "그리다, 그리워하다, 그립다"는 말의 본뜻을 절묘하게 살린 예를 우리는 김소월의 "가는 길"이라는 시에서 찾는다. 마음 속에 새겨진 무형의 흔적이 그리움이라면, 그리움은 당장 눈 앞에 드러나지 않는 희미한 그림자 일 것이다. 대중 가요에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이라는 가사도 있지만 그리움이란 역시 대상이 눈 앞에 없는 경우에 쓰일 수 있다. 보고 싶은 님은 당장 그곳에 없어도 그 님의 그림자만은 영원히 가슴속에 남아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리움은 생명이 영원할 수밖에 없다. 그리움은 또한 태양을 등진 어두움의 그늘이다. 그것은 밝고 맑은 분위기가 아니라 우울하고 슬픈 이미지를 나타낸다. "내 님을 그리사와 우니다니, 산접동새 난 이슷하요"라는 고려가요 "정과정"에서나 "오늘은 바람이 불고 나의 마음은 울고 있다. 바람 센 오늘은 너 더욱 그리워 공중의 깃발처럼 울고 있나니..." 하는 청마 유치환의 시에서 보듯 그리움은 대체로 울음을 동반하여 얼굴을 내민다.
마음의 붓으로 그린 그림을 그리움이라 한다면 눈으로 불 수 있게 손으로 그려 내는 그림을 글(서,문)이라 할수 있겠다. 글은 새기는 사람에 따라 그의 개성이 배어 있으므로, 이를 일러 글씨라 일컫는다. 세상 모든 것이 변하듯 그리움의 흔적, 곧 글을 쓰는 방식도 시대에 따라 변해가고 있음을 본다. 기둥이나 벽에 금을 긋던 원시적 방법은 이내 붓 끝에 먹물을 찍어 긋는 방식으로 바뀐다. 다시 먹물 대신 잉크가, 붓 대신 철핀(펜)이 나와 이를 대신하는 듯 싶더니 곧이어 만년필이나 볼펜이 등장하여 훨씬 발전된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타자기나 컴퓨터가 등장하여 쓰는 일에 일대 혁신을 가져온다. 이처럼 기록 방식은 긋거나 긁는 데서 치거나 두드려 찍는 식으로 변했는데, 이렇게 찍혀 나오는 글씨에서는 무언가 잃은 듯한 허전함을 느낀다. 글씨를 잘 쓰는 사람이 자신의 솜씨를 자랑할 수가 없어서가 아니다. 컴퓨터에서 찍혀 나오는 글씨는 공장에서 대량으로 생산되는 상품과 다를 게 없을 것이다. 말하자면 만든 이의 정성과 손때가 묻어 있는 수제품에서 느껴지는, 그런 맛을 맛볼 수가 없다는 이야기다.
괴발개발 함부로 쓴 악필일망정 글씨에는 쓰는 사람의 개성과 마음의 흔적이 배어 있다. 지문이 묻어 있는 자신의 육향이 스며 있다고나 할까. 날씨로 치면 희끄무레하니 흐린날의 이미지를 가졌지만 그리움은 역시 아름다운 것이다. 어느 시인은 "사랑이란 우리 혼의 가장 순수한 부분이 미지의 것을 향하여 갖는 성스러운 그리움"이라고 했다. 우리의 삶 자체가 그리움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고 한다면, 바람 부는 오늘같은 날에는 어느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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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홀과 파주
경기도 파주는 백제 지역으로 ‘술이홀’이었다. 땅이름에서 ‘술’은 한자어 ‘봉’(峯)으로 맞옮기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경덕왕 때는 ‘술이홀’이 ‘봉성현’으로 바뀌었다. 또한 <삼국사기> 지리지에는 백제의 ‘아술현’이 ‘음봉현’으로 바뀌었으며, 우술군(雨述郡)은 비풍군(比豊郡)으로 바뀌었다는 기록도 나온다. ‘풍’의 옛날 발음이 ‘붕’이었음을 고려한다면, 우술군의 ‘술’도 ‘봉’(峯)으로 변화했음을 알 수 있다.
땅이름에 쓰이는 ‘수리’는 우리나라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수리봉’, ‘수릿재’, ‘수릿골’, ‘수리못’ 등이 이에 해당한다. ‘술이’는 말소리가 ‘수레’와 유사하다. ‘수레’의 옛말은 ‘술위’였으므로, ‘술이’와 ‘술위’는 서로 바뀌어 쓰일 수 있다. 이러한 보기로는 ‘수릿고개’가 ‘차령’(車嶺)으로 불린 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것을 생각해 보면 ‘수리’는 단지 ‘봉우리’만을 뜻하는 말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땅이름에 나타나는 ‘수리’는 보통 작지만 둥근 모습을 띤 형세를 표현한다. ‘수리봉’이나 ‘수리못’은 둥근 봉우리와 연못을 나타내고, ‘수리바회’는 둥근 바위를 뜻한다. ‘강강술래’가 둥글게 추는 춤을 뜻하며, 궁중 나인을 뜻하는 ‘무수리’는 ‘물’에 ‘수리’가 붙은 말이니 물동이를 이어 나르는 신분이었다.
파주를 ‘술이’라고 한 건 감악산과 노고산, 개명산 등과 같이 두루뭉술한 산세와 임진강이 굽이져 흐르는 모습이 어우러진 까닭이라고 할 수 있다.
허재영/건국대 강의교수
예식장
전날엔 신부집 안마당에 초례상을 차렸지만 요즘은 신랑·신부 집안 두루 예식장에 모인다. 혼례도 잔치도 뭉뚱그려 식장에서 끝내고 신혼여행을 간다. 시집 장가는 제쳐두고 ‘결혼’만 있다.
아들딸이 귀해진 요즘은 썩 달라졌지만, “딸 치우고 며느리 본다”고 할 만큼, 며느리 보는 쪽을 더 경사로 쳤다. ‘인적 자원’ 의식의 옛모습이다. 인사도 그냥 “경하합니다, 기쁘시겠습니다, 축하합니다 …”면 통한다.
딸 치우는 쪽은 좀 달랐다. “여자유행 가소롭다 부러워라 부러워라 남자일신 부러워라 젊고늙고 일평생이 부모슬하 뫼셔있네 우리도 남자되면 남과 같이 하올것을 ….”(내방가사 ‘사친가’에서)
예전 제도·풍습에서 응당 나올 법한 한탄이다. 요즘도 예식장에서 딸(신부) 어버이에게는 손님들이 함부로 축하하지 않고, 혼주들도 마음 사리는 이들이 있다. 겉으로는 ‘치운다’지만 마음은 ‘여읜다’에 가까운 탓이다. 이때 ‘여의다’는 임시이별이지만 전날엔 영이별에 못잖았다. 그래서 하는 인사말이 “섭섭하겠네, 서운하시겠소! …”였다. 사위가 잘났음을 칭찬하는 인사 정도는 그럴싸하다.
장례식장에 가면 먼저 고인의 명복을 빌며 두 번 절한다. 가족을 여읜 이의 슬픔은 헤아릴 수 없으므로 위로할 말을 찾기 어렵게 된다. 그래서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무어라 위로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얼마나 애통하시겠습니까” 정도로 간단히 말한다. 상주는 울음(곡)으로 답할 뿐이었지만, 이젠 곡은 사라지고 “이렇게 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식으로 답례하기도 한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아' 다르고 '어' 다르다
'일만 죽어라 하는 엄마에게 '허구헌' 날 술 마시고 잔소리나 해대는 아버지….' ''허구헌' 날 신세타령만 하는 그 친구….' 우리 입에 너무나 익은 '허구헌'은 틀린 표현이다. '허구한'이 바른 말이다. '허구하다'는 '허구한'의 꼴로 쓰여 '날이나 세월 따위가 매우 오래다'를 뜻한다. 이와 달리 '하고하다'는 '하고많다'의 동의어로 '많고 많다'는 뜻이다. '하고많은 사람 중에서 왜 하필 그 여자를 선택했느냐?'처럼 쓰인다.
또 헷갈리기 쉬운 말로 '어르다'와 '으르다'가 있다. '어르다'는 '어린아이를 달래거나 기쁘게 해 주다'라는 뜻으로 '엄마가 아기를 어르고 있다'처럼 쓰인다. '후크 선장은 무시무시한 갈고리 손으로 팅크벨을 을러댔다'에서처럼 '으르다'는 상대방이 겁을 먹도록 무서운 말이나 행동으로 위협한다는 뜻이다. '투캅스'란 영화에 '좋은 경찰, 나쁜 경찰(good cop, bad cop)'기법이 나온다. 한 사람은 선한 역을 맡아 '어르며 달래고', 또 한 사람은 악역을 맡아 '뺨 치고 을러' 자백을 받아내는 것이다.
'아'해 다르고 '어'해 다르다란 말도 있듯이 우리말 맞춤법은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이다.
최성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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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나 급제를 하노?
예법에 고관 대작에 있던 사람이 반대당의 탄핵을 받든지하여 삭탈관직을 당하더라도 과거에 급제한 것만은 말하자면 학위라 대외적으로 급제로 호칭하는 법이었다. 임란 때의 공신이요 또 유머리스트로서 많은 일화를 남긴 백사 이항복은 선조의 뒤를 이어 광해군 때 중신의 위치에 있었으나 날로 심해 가는 조정 처사에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는 중에도 옛 동료들은 팔을 걷어 붙이고 상소를 올렸다가는 차례로 관직을 삭탈당하는 판국인데 그런 때 그의 입에서 나온 소리다.
"나는 머지 않아 그대들의 뒤를 따라 도로 급제로 돌아갈 것이다"
벼슬하려는 선비의 등용문인 급제는 누구나 부러워하는 것이라 산전수전 다 겪은 재상으로서 이런 심각한 한 마디를 던졌던 것이다. 그 뒤 그는 상소를 올려 벼슬을 사하고 다시 반대당에 몰려 함경도 북청에 귀양갔다가 거기서 다시 돌아오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철령 높은 재에 쉬어 넘는 저 구름아 고신 원루를 비 삼아 띄워다가 임 계신 구중심처에 뿌려준들 어떻리"하는 그의 단가는 도성 내에 모르는 이가 없게 유행하였고 광해군도 연회 석상에서 이 노래를 듣고는 기분이 울적하여 잔치를 파하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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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터 → 삶속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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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참 가슴 찡한 이야기 - 황지니
아름다운 로스페데
옛날 왕자를 무척 따르던 로스페데라는 예쁜 처녀가 있었는데, 그 당시에는 평민은 왕자를 사랑하지 못하므로 그녀는 몰래 가슴만 태우면서 왕자를 기다리며 지냈습니다. 한번은 이웃나라와 큰 싸움이 벌어졌는데, 가장 믿었던 장군의 배반으로 왕자는 홀로 도망쳐 왕의 사냥터에 숨었습니다. 이때 로스페데는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이 산에 가서 왕자에게 바치고 싶었던 금반지며 금팔찌를 묻은 싸리나무 밑에서 신께 기도를 드리려다가 의복이 찢긴 채로 한 청년이 지쳐 누워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동정심이 많은 로스페데는 그 청년을 조용히 깨워 포도주와 빵을 먹이고 상처를 씻어 주었는데, 그때 왕자의 무늬가 박힌 보석반지를 낀 손을 보았습니다. 로스페데는 그제야 그가 행방불명이 되었다던 왕자인 줄을 알았으나 모르는 체하고는 찢어진 옷을 꿰매고, 싸리나무 밑을 팠습니다. 그러나 숨겨 두었던 보물은 모두 노란 황금물로 녹아 있었습니다. 할 수 없이 로스페데는 거기서 돋아난 싸리가지를 꺾어 드리며, "왕자님 여기 지휘봉이 있으니 정신을 차리고 나가 싸우세요."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왕자는 용기를 얻어 싸리가지 지휘봉으로 처녀가 가지고 온 말을 타고 나가 싸워 크게 승리했습니다. 물론 로스페데는 왕후가 되었습니다. 아직도 싸리나무 속이 노란 것은 황금물로 자란 까닭이며, 좋은 향내는 지성의 로스페데의 몸의 향수 냄새라고 합니다.
사랑은 인간의 주성분이다. 인간의 존재와 같이 사랑은 완전무결하게 존재하고 있으며, 무엇 하나 더 보탤 필요가 없는 것이다. (J. G. 피히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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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터 → 우리나라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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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퀴엠 - 정한용
여보, 날 위해 울지 말아요 당신과 우리 아이 레일라를 얼마나 보고 싶은지 내가 밤새 속삭였는데 물론 당신 귀엔 들리지 않았겠죠 기억해요? 우리가 나불루스로 가던 버스에서 남몰래 손 잡았던 일 그리고 다음 해 올리브 꽃이 흐드러졌을 때 새들 울음소리 들으며 첫 키스를 했던 일 딸이 태어나던 날 당신이 했던 말 기억해요? 눈은 날 닮고 코는 당신 닮았다고 그렇게 세상 전부가 우리 것 같았는데 절대 당신이 알지 못했던 게 있었죠 아니, 당신도 너무나 당연히, 그래서 우리를 감싼 검은 공기처럼 우리가 점점 팔레스타인의 숙명 속에 익숙해지고 우리 삶이 감옥이 되어 갔다는 것 어쩌면, 그래요, 어쩌면 당신은 나를 당신과 다섯 살 아이를 이승에 두고 먼저 간 나를 원망할지도 당신은 내가 세상 전부라 말했지만 죄 없이 죽어간 동생과 어머니를 통해 내가 바라본 세상은 가자지구를 넘어, 이집트와 지중해 국경을 넘어 생명이 있는 것들이 모두 폭탄이 되는 곳, 세상 저편까지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요 나는 죽는 것이 두렵지 않았어요 이미 그 때 내 삶은 죽음과 손잡고 있었으니까 그리운 당신 내가 자폭했던 분수대 주변을 샅샅이 뒤졌지만 그들은 이스라엘군 수십 구의 찢어진 살점만 확인했을 뿐 몰래 가르쳐 드릴게요, 당신이 준 반지 분수대 왼쪽 배수구 밑에 떨어져 있어요 아무도 못 찾았는데, 세월 지나 세상이 좀 가라앉거든 그 반지를 우리 레일라에게 전해주세요 엄마를 기억하라고, 슬픔이 희망으로 바뀌길 염원하며 나 때문에 당신, 직장에서도 쫓겨나고 얼굴도 해쓱해졌군요 다시 착하고 예쁜 여자 만날 거예요 미안해요, 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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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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