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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편지】: 제 406 호
단기 4341. 4. 13 (음력 3. 8) / 발송인 : 윤영환 (poemserver@paran.com) / Music Off = Es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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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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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창비신인문학상 작품공모
한국문학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을 역량있는 신예를 기다리며 본사는 신인시인상과 신인소설상 및 신인평론상을 제정, 운영하고 있습니다. 패기있는 신인의 많은 관심과 응모를 바랍니다.
제11회 창비신인소설상
상금 700만원
응모편수 단편(원고지 100매 이내) 2편
제8회 창비신인시인상
상금 500만원
응모편수 시 5~10편
제15회 창비신인평론상
상금 500만원
응모편수 문학평론(원고지 100매 이내) 1편
마감: 2008년 8월 31일(마감일 소인 유효)
발표: 계간 『창작과비평』 2008년 겨울호(11월 20일 간행 예정), 시상 11월 말
보낼곳: 413-756 경기도 파주시 교하읍 문발리 513-11 (주)창비 계간지출판부
응모 요령: 1. 우편접수만 받습니다. 2. 응모시 겉봉에 응모분야를 꼭 써주십시오. 3. 원고에 성명, 주소, 전화번호, 이메일주소를 꼭 써주십시오. 4. 응모한 원고는 반환하지 않습니다. 5. 원고는 가급적 A4용지에 출력하여 보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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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터 → 명언 / 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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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들이 잘못될 경우 사람들은 대통령을 비난하기를 좋아한다. 그건 대통령이 치러야 하는 고역. / 존F.케네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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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도움 → 우리말어원, 글터 → 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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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의 속살 - 천소영
우리말의 풍토성
주술적 용어 3 - "고시"는 가까이, 잡귀는 물러가라
언젠가 대학에서 대형 컴퓨터를 들여올 때 그 앞에서 고사를 지내는 광경을 보고 묘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과학 문명의 상징인 최첨단 기계 앞에 놓인 고사떡과 돼지머리... 자연물이나 귀신을 섬기던 샤머니즘의 풍습이 현대 물질문명 속에서도 그 명맥을 유지한다는 데 대한 감탄이랄까. "떡해 먹을 집안"이라는 저주의 말이 있다. 고사에서 떡은 필수적인 제물이라 집안에 우환이 있어 고사라도 지내야겠다는 그런 이야기다. 고사 외에 "푸닥거리"라는 전통적인 행사도 있다. 푸닥거리는 무당에 의하여 행해지는 해원굿을 말함인데, 이를테면 얽히고 맺힌 것을 풀어 주는 의식 전반을 가리킨다. 누군가는 우리 문화를 가리켜 "푸는 문화"라 했다. 살풀이에서부터 원풀이, 한풀이를 거쳐 심지어 심심풀이에 이르기까지 맺힌 것을 모두 풀어 줌으로써 평온을 되찾는다고 믿는 것이다. 모든 질병이나 재앙의 근원이 되는 악귀를 살이라 한다. 아 살을 적절히 위로하고 달래지 않고서는 우환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믿는다. "푸념"이라는 말도 여기서 생겼으니, 본래 굿판에서 무당이 신의 뜻이라 하여 정성들이는 사람을 향해 꾸짖는 말을 푸념이라 한다. 무당이라는 말도 "묻다(문)"라는 동사에 접미사 "앙"이 연결되었다고 주장하는 이가 있다. 무당은 신과 인간 사이의 중재자로서 인간의 일을 신에게 물어 보는 일을 담당하기에 점쟁이를 일러 "무꾸리(옛말로는 "묻구리")"라 부른다는 것이다. 만주어로 소리(음)을 "무단"이라 하고 무당이 되는 최초의 순간을 "말문이 터졌다(열렸다)"고 표현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 란다.
원시종교, 곧 무속이 지배하던 시절에는 나라를 다스리는 지도자는 모두 최고의 무당이었다. 우리의 국조 단군도 당시의 무당을 뜻하는 "당굴"의 한자 표기이며, 이 말은 지금도 "당골" 또는 "단골"로 남아 쓰이고 있다. 단골은 호남 지방에서 세습무를 지칭하기도 하나 대개는 늘 정해 놓고 불러다 쓰는, 그야말로 단골집의 단골 무당을 가리키는 말이다. 스님을 지칭하는 "중"이나 선생님을 뜻하는 "스승"이라는 말도 본래 무당을 뜻하는 말로 추정된다. 신라의 왕칭어인 차차웅 또는 자충이라는 표기가 바로 중이나 스승을 지칭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은 불교가 들어오기 전 제정일치시대의 제사장이나 존경받는 스승의 칭호로 존재했던 것이다. 신라의 왕칭어에는 차차웅 외에도 마립간이나 거서간같은 고유어가 공존했다. 여기서 마리, 마루(종)은 으뜸이라는 뜻이며 거시, 구시는 복이나 행운을 뜻하는 말로 무당이 행하는 "굿"의 어원이 된다. 굿의 어원에 대하여 어떤 이는 일본어 "구스리"와 관련지어 약이라고 주장하고, 또 어떤 이는 농사법과 불을 얻는 방법을 일러 준 "고시"라는 신의 이름에서 나온 말이라고도 한다. 우리는 지금도 야외에 나가서 무엇을 먹을 때 먼저 "고시레(또는 "구시레")"를 외치면서 음식 일부를 때서 신에게 바치는 의식을 치른다. 또 푸닥거리할 때 무당이 음식을 귀신에게 바치면서 이렇게 외치는데, 이 고시레의 고시, 구시가 줄어 굿이 되었다는 것이다.
고시, 구시, 거시가 복이나 행운을 점지해 주는 좋은 신이라면 "살"이나 "액" 또는 "손"은 사람을 해치는 악귀의 이름으로서 피하거나 달래 주는 대상이었다. 예로부터 살은 위로해 주고(살풀이), 액은 미리 예방해 주며(액막이), 손은 가능하면 피하라고 일러 온다. 종류에 따라 그 성질에 따라 우리 조상들은 이처럼 현명하게 대처했던 것이니, 요즘 사람들도 이사할 때나 먼 길을 떠날 때 "손 없는" 길일을 택하려고 한다. "손"은 날수에 따라 네 방위로 돌아다니며 인간의 활동을 방해하는 고약한 귀신의 이름이다. 대개 음력 1~2일은 동쪽에 있고 3~4일은 남쪽에, 5~6일은 서쪽에, 7~8일은 북쪽에 있으나 9~10일은 하늘로 올라가 버린다. 따라서 9일과 10일(19, 20, 29, 30일도 마찬가지)에는 이 악귀의 해코지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상을 당했거나 출산한 가정에서는 금줄(안줄)을 매어 귀신이나 사람의 출입을 막는다. 이 금줄에는 귀신은 꼴 수 없는 왼 새끼줄에 귀신이 싫어하는 붉은색 고추와 새까맣게 타버린 숯, 사철 푸르름을 잃지 않는 솔가지를 꽂는 것이 통례로 되어 있다. 사람의 출입을 금한다기보다는 부정을 타지 않기 위하여 또한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악귀의 폐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고사나 굿 같은 무속 신앙은 미신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터득한 지혜의 소산으로 생활의 일부가 되어 왔다. 지금도 시골에 가면 마을 지킴이(영물)로서 의 당산나무와 성황당 또는 남녀 한 쌍의 장승이 우뚝 서 있다. 집안에는 터주와 조상신 또는 곡물의 씨앗을 담은 부룻단지를 모시는 풍속이 있어 이런 무속의 흔적이 아직도 건재함을 보여 준다. 지금도 붉은색 내의를 즐겨 입는 할머니들도 있다. 불을 상징하는 붉은색은 귀신이 가장 무서워한다 하여 옛날부터 신부는 시집가는 날 붉은 연지, 곤지를 얼굴에 찍었다. 얼굴만이 아니라 의상에도 붉은 천을 달았는데, 팔로 들어오는 귀신은 소매의 빨간 끝동으로 막고, 젖가슴으로 들어오는 귀신은 빨간 깃으로, 목덜미로 들어오는 놈은 붉은 댕기로, 앞으로 들어오는 놈은 붉은 옷고름으로 침입을 막았다고 한다. 그 당시 우리 조상들의 일상의 화두는 오로지 "고시는 가까이 오고 잡귀는 물러가라!" 바로 그것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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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벗 사이
일터에서 일벗의 어버이 등 가족을 어떻게 불러야 할까? 사람을 높여 부르고 말하는 데 아래위가 따로 없다. 요즘처럼 개인의식이 드셀수록 나이·직급이 아래라고 마냥 ‘해라체’를 쓰기도 어려운데다, 전통적으로 아랫사람한테도 말대접을 그렇게 했던 까닭이다. 다만 나이 차례를 강조한데다 일터·일·위계에 따라 ‘말놓기’가 꽤 통용되기는 한다.
턱없이 권위적인 호칭이나 지칭을 깨자는 논의가 나온 지는 꽤 오래 됐다. 절로 쓰지 않게 된 말도 숱하다. 예컨대 타계한 제 아비를 ‘선친·선고·선부·선대인’, 제 아비를 높여 ‘가군·가친·엄친·가대인’, 남의 아비를 높여 ‘부친·춘부장·춘당·영존’, 남의 아내를 ‘부인·어부인·여사·영부인·귀부인·합부인’에다 ‘영규·영실·퍼스트레이디 …’로 써 무척 어지러웠다.
아내보다는 부인이, 남편보다는 부군이, 부인보다는 여사·사모님 …이 높인말로 인식된 연유는 다분히 작위적이지만, 그리 알고 써 온 바가 있어 마냥 무시하기는 어렵다. 여기서 ‘선친·부친·부인·여사·부군’ 정도는 상대를 가려 쓸 만한 말이다.
일벗의 아들딸은 아드님·따님으로, 어버이는 어머님·아버님 또는 안어른·밭어른·어르신이면 듣기에 좋다. 그 밖의 걸림말·일컫음말도 집안말을 가져다 쓰면 된다.
‘사모님·사부님’(師母-·師父-)은 윗사람 또는 스승의 아내를 높이거나, 스승을 높여 일컫고 부르는 말로 치지만, 그 조합이 ‘스승 어미, 스승 아비’로 되어 맞갖잖다. 학교 쪽이라면 안선생님·바깥선생님 또는 스승님·선생님 정도가 자연스럽다.
최인호/한겨레말글연구소장
곧은밸
“2∼3달나이 작은 타조들에서는 … 가는밸 특히 십이지장점막에는 심한 삼출성출혈이 있었고, 막힌밸과 곧은밸의 장액막면에는 침상출혈점이 밀집되여있었다.”(2000년, 수의축산1)
‘곧은밸’은 ‘곧은창자, 직장’을 말한다. 남녘에서는 주로 ‘창자’를 쓰지만, 북녘에서는 ‘밸’을 쓴다. ‘장’(腸)이 붙은 이름은 남북 모두 쓴다.
남녘: 큰창자(대장), 작은창자(소장), 잘록창자(결장), 돌창자(회장), 샘창자(십이지장), 막창자(맹장), 막창자꼬리/충양돌기/충수
북녘: 굵은밸/통밸(대장), 가는밸(소장), 불룩밸(결장), 구불밸(회장), ㄷ자밸(십이지장), 막힌밸(맹장), 충양돌기/충수
이런 남북의 차이는 ‘밸’과 ‘창자’에 대한 견해 차이로 말미암은 것이다. 남녘에서는 ‘밸’을 ‘배알’의 준말로 보는데, ‘배알’은 ‘창자의 비속한 표현’으로 보기에 결과적으로 ‘밸’ 역시 비속한 표현으로 보아서 잘 쓰지 않는다. 그런데, 북녘에서 ‘창자’는 ‘위장’과 같은 뜻으로, ‘위(胃)와 밸’을 함께 가리킨다. 또 ‘배알’은 ‘밸의 속된 표현’으로 보지만, ‘밸’은 속된 표현으로 보지 않는 까닭에 ‘밸’을 널리 쓰고 있다.
남북의 사전에서는 ‘곧은밸’과 ‘곧은창자’의 다른 뜻으로 ‘매우 고지식한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거나, ‘음식을 먹고 금방 뒤를 보는 사람’을 놀림조로 이른다고 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남북 문헌에서는 그 적절한 쓰임이 확인되지 않는다.
김태훈/겨레말큰사전 자료관리부장
오늘은 왠지...
'봄은 가만히 오지 않는다. 봄은 소란스럽게 온다. 얼음장이 갈라지는 소리, 그 밑으로 물이 흐르는 소리, 그리고 연둣빛 싹이 움트고 꽃망울이 맺히는 소리…. 그렇다. 봄은 전쟁과 같이 온다. 천지간에 봄은 점령군처럼 밀려오는 것이다.' 화가 김병종 선생의 글 중 일부다.
지난 겨울 내내 미국과 이라크가 유엔을 둘러싸고 벌인 '줄다리기'가 '웬지' 두렵기만 하더니 봄은 기어코 혼자 오지 않았다.
흔히 쓰는 '웬지'는 틀린 표현이다. '왠지'가 맞다. '왠'과 '웬'의 발음이 거의 같기 때문에 혼동하기 일쑤다. 우리말에 '웬지'나 '왠일'은 없다. '왠지'는 '왜 그런지 모르게' '무슨 까닭인지'를 뜻하며 '왜인지'가 줄어든 말이다. '왠지 가슴이 두근거린다'처럼 쓰인다.
'웬'은 '어찌 된''어떠한'의 뜻을 가진 관형사다. 관형사는 조사도 붙지 않고 어미 활용도 하지 않는다. '웬 말이 그렇게 많아' '이게 웬 떡이냐'처럼 쓰이는데 이 경우 '웬'을 '왠'으로 적는 것은 잘못이다.
쉽게 구분하려면 '어찌 된''어떤'으로 바꿀 수 있으면 '웬'을, '무슨 까닭인지'로 바꿀 수 있으면 '왠지'를 쓰면 된다. 실제로 '왠'을 쓰는 경우는 '왠지'외엔 거의 없다.
최성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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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공사 삼일
자빠져서 침뱉기로 제가 벼슬하고 있는 조정을 드러내 놓고 욕할 수는 없다. 조령모개로 변덕 많은 정사를 비꼬되 민심이 이탈되어 망했다고 전 왕조에 빗대어 말한 것이다. 어느 때고 왕조가 바뀌면 전대에는 형편없었다고 과장하여 표현하게 마련이니 말이다.
이런 얘기가 있다. 어떤 관원이 공문을 기안하여 하인을 시켜 보내 놓고 이튿날 보니 변경하여야겠으므로 고쳐 써서 뒤미처 보내며 앞의 놈의 것을 회수하고 이것을 전하라고 하였다. 그런데 다음 날 보니 또 고쳐야 할 일이 생겨 사람을 보내되 이번엔 아예 쫓아가 둘 다 불러오라고 하였다. 그런데 아직 출발하지도 않은 두 하인을 저희들 집에서 데리고 왔다.
"왜 아직 안 떠났느냐"고 힐책하니까 대답이 걸작이다. "언제든지 그러는데 무엇하러 애써 가다가 되돌아 옵니까?"
이조 중엽에 소재라는 호의 노수신이라는 문장 대가가 있었다. 판서들 중에서 발탁되어 우의정이 되었으니 정승이다. 그런데 하루 온 종일 있어도 한 가지도 헌책이라곤 하는 일이 없다. 재상 한 분이 독설을 부렸다.
"노정승의 침은 종기의 선약이라"
속담에 아침에 일어나 말 안한 침을 바르면 종기가 낫는대서 한 소리다. 그를 천거하였다는 율곡선생에게 어떻게 그렇게 무능한 분을 추천하였느냐고 따진 사람이 있었다. 그랬더니 대답이 또 묘하다.
"공연히 쓸 데 없이 이랬다 저랬다 하는 분보다는 나아"
그래 민요에도 있다.
"옛법 고치지 말고, 새법 내지 말라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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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참 가슴 찡한 이야기 - 황지니
진심을 포장한 선물
그는 갑자기, 그리고 완전히 잠에게 깼습니다. 새벽 4시. 그의 아버지가 항상 먼저 일어나서 우유 짜는 것을 거들라고 깨우던 바로 그 시간이었습니다. 그의 나이 15세, 아직 아버지와 함께 농장에서 살고 있을 때의 일이었습니다. 그는 아버지를 사랑했습니다. 그는 그 사실을 크리스마스 며칠 전의 어느 날,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하는 말을 듣고 나서야 깨달았던 것입니다.
"여보, 나로서는 아침에 마틴을 깨우는 것이 너무나 가슴아픈 일이오. 그 애는 한참 자랄 나이니까 잠을 푹 자야 하거든. 내가 깨우러 갔을 때 그 애가 얼마나 곤하게 자고 있는지 당신은 모를 거요. 나 혼자서도 일을 해낼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여보, 그건 안 될 말이에요. 게다가 그 애는 어린애가 아니에요. 자기 몫을 해야 할 나이지요." 어머니는 냉정하게 느껴질 만큼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그건 그렇지만 정말이지 그 애를 깨우기 싫다니까."
이런 말들을 들었을 때 그의 마음속에서 무엇인가 눈뜨는 것이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나를 사랑한다. 그러니까 앞으로는 늑장을 부리지 말아야지.'라고 그는 굳게 다짐했습니다. 그 후로는 잠에서 덜 깨어나 비틀거리면서도 일어났습니다. 며칠 후 크리스마스 전날 밤, 그는 누워서 아버지에게 드릴 좀더 좋은 선물이 있었으면 하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오늘도 여는 해처럼 읍내의 상점에 가서 아버지께 드릴 목도리를 하나 샀으나 웬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소년은 예수님이 마굿간에서 태어나셨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가 문득 아침 일찍 일어나 암소의 젖을 몽땅 짜놓고 헛간도 깨끗이 청소해 놓는 선물을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소년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는 깊이 잠들면 안 된다는 생각에 열 번도 더 깨어났습니다. 1시, 2시, 2시 30분......
드디어 3시 15분 전에 소년의 옷을 갈아입고 조심스럽게 계단을 내려가 밖으로 갔습니다. 커다란 별이 헛간 지붕 의로 낮게 걸려 있었습니다. 암소들은 졸린 눈으로 놀란 듯이 소년을 바라보았습니다. 소년은 아버지를 생각하면서 부지런히 젖을 짰습니다. 일이 즐거워서 콧노래가 나올 정도였습니다. 아버지를 위한 선물이기 때문입니다. 헛간도 깨끗이 치우고 깨끗이 씻은 양동이는 벽에 걸어 놓았습니다. 방으로 돌아온 소년은 허둥지둥 어둠 속에서 옷을 벗고 잠자리로 들어갔습니다. 아버지가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기 때문입니다.
"마틴, 얘야 일어나야지. 크리스마스라서 안됐다만." "알았어요." 그는 졸린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내가 먼저 나가마."
아버지가 말했습니다. 문이 닫히자 그는 조그맣게 미소를 지었습니다. 불과 몇 분 후면 아버지가 모든 사실을 알게 될 것입니다.
"이런 놈 봤나......"
아버지는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흐느끼는 듯한 묘한 웃음소리였습니다.
"누가 속을 줄 알고?"
아버지는 침대 옆에 서서 그를 더듬으며 이불을 걷어냈습니다.
"크리스마스 선물이에요, 아빠."
그는 아버지의 허리를 끌어안았습니다. 아버지의 팔이 그의 몸을 감싸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얘야, 고맙다. 아무도 이보다 더 흐뭇한 일은 못할 게다." "아, 아빠, 난 아빠가......."
말이 저절로 튀어나왔습니다. 그러나 그는 어떻게 다음 말을 이어야 할지 몰랐습니다. 그의 가슴은 넘치는 사랑으로 북받쳐 올랐습니다.
아버지는 30 년 전에 돌아가셨지만 그는 지금도 새벽 4시면 일어났다가 다시 잠이 들곤 합니다. 그러나 오늘 아침은 크리스마스이기 때문에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별들은 유난히 총총했습니다. 이제 생각해 보니 크리스마스 새벽 동트기 전의 별들은 언제나 크고 밝게 보였습니다. 다른 어느 날의 별들보다도 확실히 더 크고 더 밝은 별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 별이 움직이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거의 어느 날 밤 그 별을 보았을 때 그렇게 느꼈던 것처럼. 아이들마저 다 떠난 지금 그는 오늘 아침 아내에게 어떤 선물을 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무엇보다 그는 아내에게 자기가 아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말해 주고 싶었습니다. 그의 마음속에 사랑이 살아있는 것은 오랜 옛날, 아버지가 자기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비로소 그것이 자기의 내면에 싹을 틔웠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오직 사랑만이 사랑을 일깨울 수 있는 것입니다. 오늘 아침, 이 축복받은 크리스마스 아침, 그는 아내에게 줄 선물을 준비하기 위해 책상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아내에게 보내는 사랑의 씨앗이 열매맺기를 바라면서 편지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나의 가장 소중한 사랑 당신에게......"
처자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어버이를 섬긴다면, 그 효도야말로 극진하게 될 것이다. (명신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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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터 → 우리나라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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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 김상미
너에게 꼭 한마디만, 알아듣지 못할 것 뻔히 알면서도, 눈에 어려 노란꽃, 외로워서 노란 꽃, 너에게 꼭 한마디만, 북한산도, 북악산도, 인왕산도 아닌, 골목길 처마밑에 저 혼자 피어있는 꽃, 다음날 그 다음 날 찾아가 보면, 어느새 제 몸 다 태워 가벼운 흰 재로 날아다니는, 너에게 꼭 한마디만, 나도 그렇게 일생에 꼭 한 번 재 같은 사랑을, 문법도 부호도 필요없는, 세상이 잊은 듯한 사랑을, 태우다 태우다 하얀 재 되어 오래된 첨탑이나 고요한 새 잔등에 내려앉고 싶어, 온몸 슬픔으로 가득 차 지상에 머물기 힘들 때, 그렇게 천의 밤과 천의 낮 말없이 깨우며 피어나 말없이 지는, 어느 날 문득 내가 잃어버린 서정의 꿀맛 같은 예쁜 노란 별, 너에게 꼭 한마디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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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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