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병원 7주년 기념 수필공모
백송의료재단 굿모닝병원 7주년 기념 하이모닝백일장 " 우리들의 '훈훈'한 이야기 3 "
2008년은 의료법인 백송의료재단 굿모닝병원의 개원 7주년 및 하이모닝 창간 4주년이 되는 해로, 하이모닝은 앞으로 '독자와 함께 만들어가는', '사람사는 향기가 묻어나는' 소식지를 만들어 가고자 합니다. '하이모닝백일장'을 통해 여러분의 소중한 글을 공모하오니 글쓰기에 관심있는 많은 분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 공모요강 *
1. 주 제. '사랑' - 자유로운 내용의 창작 글
2. 원고마감. 2008년 6월 6일(금)까지 (우편은 마감일 소인분까지 유효)
3. 응모자격. 제한없음
4. 원고형식. - 수필 : A4 2장이내 (글자크기 10pt, 워드 작성후 파일첨부) - 시 : A4 1장이내, 또는 원고지 5매 이내의 분량 (3편까지 응모 가능)
5. 시 상. 2~3편의 우수작을 선정하여 상장과 각 10만원권 문화상품권 지급
6. 발 표. 2008년 여름호에 발표 및 전문게재 (개별통지)
7. 제출방법. 성명, 주소, 연락처(집전화/핸드폰번호 모두) 기입하여 제출 - 우편 : [450-883]경기도 평택시 합정동 굿모닝병원 기획홍보팀 앞 - 이메일 : roam78@naver.com
8. 기타사항. 응모한 원고는 반환되지 않으므로 복사본을 보관하시기 바랍니다. - 이중 투고 또는 기 작품의 표절시 무효처리 됩니다. - 무효처리된 작품은 자격 및 상금과 상패가 반환됩니다.
9. 문의사항. 굿모닝병원 기획홍보팀 전선미 (031. 659. 7843)
|
우리말의 속살 - 천소영
우리말의 풍토성
농경 생활 용어 2 - 바람의 고유 이름
언젠가 "바람 바람 바람"이라는 대중가요가 그야말로 바람처럼 유행한 적이 있었다. "그대 이름은 바람"이라며 절규하던, 그 노래말 속의 바람은 무슨 바람인지 모르겠으나 제목만은 제법 인상적이었다. 어떻든 바람이란 말이 추상어로 쓰일 때는 매우 격조 높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는 윤동주의 시가 그러하고, 자신을 키운 건 8할이 바람이었다고 술회한 미당 서정주의 생애가 그렇다. 그리고 일생 일대 단 한 편의 명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남기고 홀연 바람처럼 사라져 간 마가렛 미첼 여사의 생애가 또한 그러하다. 그 본체는 보이지 않으나 소리로만 들리는 이 자연 현상을 두고 우리는 "바람"이라 부른다. 소리로만 들리는 것이기에 바람이라는 말도 소리를 흉내낸 의성어일 것이 분명하다. 말하자면 "바르" 또는 "부르"라는 소리말에 "암"이라는 명사형 접미사를 붙여 바람이 된 것이다. 바람 그 자체가 움직임을 뜻하기에 "노래를 부르다(창), 소리쳐 부르다(호), 나팔을 불다(취)"에서처럼 부르다, 불다는 동사로 쓰이고 있다. 윤동조는 그의 시 "자화상"에서 "하늘에선가 소리처럼 바람이 불어온다"고 했는데, 이는 소리처럼 바람이 부는 것이 아니라 소리 자체가 바람인 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바람을 공기의 흐름만으로 보지 않고 더 높은 차원의 의미, 이를테면 하늘의 기운이나 우주의 숨결 정도로 인식했던 것 같다. 단군신화에서 환웅이 거느린 세 신들 중에서 우사나 운사보다 풍백을 앞세우는 것도 이러한 우주론적 상징성에 기인한다. 말하자면 구름이나 비는 바람을 만났을 때 비로소 땅 위에 생산과 풍요를 가져다준다고 믿었던 모양이다. 풍월, 풍류라는 말이나 자연지리를 뜻하는 풍토, 풍수라는 말을 보더라도 바람은 그 자체가 자연과의 조화나 본래의 기운을 상징하고 있다.
바람 이름을 보면 자연 현상에 순응하고자 했던 우리 조상들의 생활 태도가 여실히 드러난다. 고유어 풍명을 보면 춘하추동 사계절과 동서남북 네 방위에 따라 농어촌, 특히 어촌에서 사용되던 아름다운 우리말이 잘 보존되어 있다. 봄에 부는 동풍을 일러 "샛바람"이라 한다. 샛바람의 "새"는 방위로는 동쪽을 나타내고, 시간으로는 맨 처음, 곧 새로운 시작을 나타낸다. 날이 새다, 설을 쇠다의 동사 "새"를 비롯하여 새벽, 새롭다의 관형사 "새-"와도 어원을 같이한다. 샛바람을 한자어로 춘풍이라함은 계절의 시작이 봄이기 때문이다. 샛바람이 일기 시작하는 초봄에는 살바람, 소소리바람, 꽃샘바람까지도 곁바람로 따라붙는다. 이른 봄 살 속으로 파고들기에 살바람이요, 그래서 소름이 솟기에 소소리바람이며, 꽃이 피는 데 대한 동장군의 시샘이 고약하기에 꽃샘바람이라 이름하였다. 서풍을 "하늬바람" 또는 "갈바람"이라 한다. 하늘 높은 곳에서 불어오기에 하늬바람(천풍)이며, 주로 가을에 불기에 가수알바람 또는 갈바람(추풍)이라고도 했다. 이 바람은 별로 강하지 않게 솔솔 불기에 실바람이며, 늦더위를 식혀 주기에 선들(산들)바람이며, 얼마 안 있어 서릿바람에 그 자리를 내주게 되어 있다.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한다"는 말에서 마파람은 남풍을 뜻하는데, 우리가 사는 마을과 집들이 모두 남향이기에 이 바람은 앞바람(전풍)과 동일어로 쓰인다. 마파람의 "마"와 이마의 "마"는 동일어로서 이마를 속되게 이를 때 "마빡"이라 하니, 말하면 정면에서 불어와 마빡에 부딪치는 바람이라는 뜻이다. 겨울철 북에서 휘몰아치는 매서운 바람을 된바람 또는 뒷바람이라 한다. 한민족의 이동경로가 북에서 남으로 이어졌기에 북쪽 오랑캐를 일러 되놈, 된놈(호인)이라 부른 이 도 여기에 있다. 앞이 남이요, 귀가 북인 것이다. 가옥 구조에서도 화장실은 뒤에 있으며, 아울러 인체 구조상 대변을 보는 기관은 뒤에 있기에 화장실을 "뒷간"이라 하고, 용변을 보는 일을 "뒤본다" 하지 않는가. 이처럼 새, 하늬, 갈, 마, 뒤가 동서남북을 지칭하는 고유어임을 안다면 뱃사람들이 말하는 샛마가 동남풍이고 높새가 동북풍, 갈마가 서남풍, 높하늬가 서북풍, 된새가 북동풍, 된하늬가 북서풍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북풍이 비록 모질고 맵다고는 하나 IMF의 한파에 비길까. 그 강도는 바늘 구멍에서 새어 나오는 황소바람이었고 그 위력은 미 대륙을 덮쳤다는 토네이도, 이른바 돌개바람과 비견할 만한 것이었다. 우리 경제는 바람맞은(중풍) 사람처럼 운신이 어려워졌고, 이웃 나라로부터 바람맞은 신세가 되고 말았다. 우리가 한동안 허파에 바람 든 사림처럼 허둥거린 대가로 이런 매서운 바람을 맞게 된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신바람"이라는 또 다른 비장의 바람이 있다. 언제까지나 이런 찬바람에 떨고 있을 민족이 아니다. 이보다 더한 바람도 맞아 왔던 우리 민족은 이제 댓바람에 일어서서 얼른 훈훈한 봄바람을 맞아야겠다. 차가운 웃음(고소)을 짓던 이웃들에게 신바람의 가공할 위력을 다시 한 번 보여 주어야겠다. |
싸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또는 미처 가눌 사이도 없이 오줌이 나와 버린 경우를 두고 ‘오줌 싸다’란 말을 쓴다. 자기 의도대로 소변을 봤을 때는 이 말을 쓰지 않는다.
자기 뜻대로 소변을 보았다면 ‘오줌 누다’가 된다. 오줌을 참다가 누었다면 이건 유쾌한 배설이지만, 오줌을 쌌다면 이런 낭패가 없다. 그러니까 ‘오줌 싸다’와 ‘오줌 누다’는 전혀 다른 말이다. 물리적 현상으로는 같다고 할 수 있겠지만, 사회적 인식으로는 거의 반대되는 말이다.
그런데도 흔히 젊은이들 사이에서 “오줌 좀 싸고 올 게”라는 말이 쓰이고 있다. 당연히 “나 오줌 좀 누고 올 게”라고 해야 할 일이다. 오줌을 싸고 오겠다면 아니할 말로 좋지 않은 감정이 있는 사람 집을 찾아가서 방이건 부엌이건 아무데나 오줌을 갈겨 버리겠다는 경우 곧, 행패를 부리겠다는 경우에나 씀직한 말이다. 이를 좀 속된 말로 ‘싸지른다’고 한다.
동물 세계에서는 ‘싸다’와 ‘누다’에 차이가 있을 수가 없다. 동물들의 배설행위는 본능적, 생리적 행위다. 본능적, 생리적 행위를 억제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사람들은 문화라는 것을 끌어냈고, 문화는 삶의 양태에 여러 가지 제약을 더해 이런 본능적, 생리적 행위마저도 일정한 장소에서 격식을 갖추어서 하도록 사회적 규범을 만들어냈다.
요즘은 병원으로 가 치료받을 일이 됐지만, ‘키를 뒤집어씌운다’면 전날 ‘오줌싸개’를 다스리는 민간요법을 일컫던 말이다.
우재욱/우리말 순화인·작가
산오이풀
늦여름 산에 높이 올랐을 때 무리지어 핀 ‘산오이풀’은 보는 이들에게 산에 오른 보람을 느끼게 해 준다. 멀리서 보면 강아지풀 같은데, 가까이서 보면 잎이 길쭉하지도 않고, 빛깔도 자줏빛이다. ‘오이풀’은 잎에서 오이냄새가 나기에 붙은 이름인데, 이름의 연유를 아는 사람들은 이따금 냄새를 맡아보기도 한다. 게다가 꽃이 길게 생긴 것도 한 이유가 될 성 싶다. 거기에 높은 산에서 자라서 ‘산오이풀’이란 이름을 붙였다.
오이냄새가 나는 연유에다 다른 특성까지 담은 ‘가는오이풀/ 긴오이풀/ 큰오이풀/ 애기오이풀’들도 있다. 이는 두드러진 특성인 냄새를 먼저 고려하고 다음으로 모양이나 사는 데를 이름에 반영한 것이다. 오이풀처럼 냄새를 바탕으로 이름 지은 것에는 잎과 줄기를 문지르면 생강냄새가 나는 ‘생강나무’, 꽃에서 노루오줌 냄새가 난다는 ‘노루오줌’ 들도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꽃으로 알려진 ‘타이탄 아룸’(Titan Arum)은 짐승의 주검 썩는 냄새가 지독하다고 하여 ‘시체꽃’이란 별명이 붙었는데, 큰 꽃을 갉아먹으려 가까이오는 해충을 막고자 그런다고 하니, 식물이 살아가는 방법도 가지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임소영/한성대 언어교육원 책임연구원
[산오이풀]
걸맞은, 알맞은
세상 일에는 각자에게 주어진 자리가 있다. 그리고 그 자리에 '걸맞는(?)' 행동이 요구된다. 맞춤법에서도 품사에 따라 알맞은 어미를 선택할 필요가 있다. 틀린 줄도 모르고 무심코 쓰는 말이 '걸맞는'이다.
표준어 '걸맞은'이 되레 틀린 말처럼 보일 정도다. 그런데 왜 어미를 '∼는'으로 쓰면 안되고 '∼은'으로 써야 할까? 동사(현재형)에는 동사의 어미('-는')가 붙고, 형용사에는 형용사의 어미('-은')가 붙는데, '걸맞다'는 형용사이니 '-은'이 붙을 수밖에.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에서 뛰다/날다는 동사이므로 '-는'이 붙고, '깊은 우물 맑은 물'에선 깊다/맑다가 형용사이니 '-은'이 붙는다. 즉, 형용사엔 '-는'이 붙을 수 없다.
그렇다면 '깊는/맑는'이란 말이 틀렸다는 건 바로 알겠는데, 왜 '걸맞는'은 틀린 줄도 모를까? 형용사 '걸맞다' 뒤에 붙는 '맞다'가 단독으로 쓰일 때는 동사여서 '맞는'으로 활용되는데, 이것과 혼동되기 때문이다. 비슷한 예로 '알맞다'가 있다. '알맞다'가 동사인지 형용사인지만 알아맞히면 '알맞는'이 맞는지 '알맞은'이 맞는지 쉽게 알 수 있다.
한규희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