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족에게 고함 - 봉우 권태훈
2. 백두산족에게 고함
만세 대장부의 출현
우리가 거주하고 있는 이 세계현상으로 보아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전인류가 거의 동일한 문제에 의문점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의, 식, 주에 관한 문제는 전인류의 공통된 문제이니 이는 제외하고, 그밖에 불안감을 갖고 있는 것은 자본주의 국가와 공산주의 국가와의 자웅을 겨루는 결정이 언제 나는지에 관한 것이고, 또한 이 양자간의 충돌이 전 세계에 어떤 변화를 가지고 올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 양자간의 충돌이 없이, 무슨 좋은 제안으로 전쟁없는 평화세계가 창조되었으면 하는 것이 모든 약소국가와 민족들의 공통된 염원이다. 전세계가 좌, 우, 중간의 3파로 갈려 있고 그밖에도 좌나 우, 중간도 아닌 순회색파도 있다. 국가들의 원수나 지배급 인물들이 이 3파로 나뉘어 있을지라도 인류전체는 그들의 지도자들의 의사와는 거의 백팔십도 반대로 전쟁없는 평화를 제일 공통된 희망으로 여긴다. 하지만 전인류의 의사를 무시한 소수 지도인물들의 장난으로 세계는 하루도 평안할 날이 없다. 어느 나라든 극소수 수뇌들에게 희생이 되어 순진한 양노릇하는 백성이 불쌍하다. 그 극소수의 인물들은 전국민을 제물로 놓고 자신들 마음데로 요리하고 최저보수로 의식주를 해결토록 착취하며 자신들은 호화생활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만약 앞으로 세계인류의 공통된 목자로서 모든 사람이 희망하고 있는 이상을 실현시킬 만한 역량이 있는 인물이 나온다면 전인류가 쌍수로 환영할 것이요, 이 사람이야말로 우주사에 최대영광을 차지할 인물이 될 것이거늘 이 좋은 시대에 어느 곳에서 그 위대한 사업이 세워질 것인지 궁금하다. 역학으로 보면 간도광명이라 하여 우주사가 전개된 이후 인류의 문명이 이 간방에서 시작하였고 다시 광명이 간방에서 온다고 하였다. 이것이 중명(거듭 빛남)이라는 것이다. 백두산족에게서 세계인류의 평화를 건설할 인물이 나오리라는 옛 성인들의 예시인데 누가 이 운에 맞는 인물인가, 하루라도 속히 출현하라, 전세계인류는 고대한 지 오래다.
"때로다, 때에 이르렀도다. 다시 오지 않을 때로다. 만세의 대장부로서 오만년이나 갈 때로다" 한 최수운도 이것을 말한 것임에 다름아니다. 수운의 세대보다는 현재가 누가 보든지 바로 그 때임에 틀림이 없다. 이 때를 버리고서 과연 어느 때를 기다릴 것인가. 주저말고 속히 오라. 이때를 잃지 않을 장부로다.
양쪽 불이 싹을 움직여서 누런 학 울음소리 가운데 싹은 트고, 현무가 물 속에서 잘 길러져서 푸른 호랑이 한 번 울부짖음에 모든 짐승들 크게 놀라거든 금닭이 한 번 우는 소리에 붉은 바람이 불어오고 지난 정묘년부터 시기가 도래하여 문밖에 복숭아와 오얏이 만발하는구나. 이것이 오만 년 무극대도의 서른 여섯 성스러운 무리임이 분명하다 북쪽으로 만 리 얼음바다에 이르고, 서쪽으로 금사람이 곤륜산을 대함은 한국과 중국이 한집안으로서 천하를 호령하며 황백을 바꿈이라. 이와 같이 다시 이와 같이하여 홍익인간이념을 펼치는 것이 바로 요임금이 세상에 나오시는 것이요, 큰 성인 순임금이 다시 출현하심이라.
단기4285(서기1925)년 9월28일
제천을 하고 돌아오며
해마다 정월 초이틀이 우리 동리 산제일이다. 1년간의 동네사람의 안정과 태평을 위하여 이 날만은 동민 전체가 정성을 다하여 제사를 드리는 것이 해마다의 행사이다. 누가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각자가 각자를 위해서 산촌에서 산제를 지내는 것이다. 비록 합심하지 못하는 동네사람들이나 삶의 목표는 동일한 관계로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다 같은 정성으로 제사를 지내는 것을 보고 어느 정도 마음이 안정된다. 일 년에 두 차례인 산제 제삿날만이라도 정신이 일치된다는 것은 그것을 미루어서 다른 일에까지 확대할 수 있다는 좋은 증거이기도 하다. 온 동네가 산제 준비로 정성을 다하는 이 시간을 이용해서 나는 매년 이 날에 가족을 데리고 제천을 해왔다. 산에 제사 드리나 하늘에 제사 드리나 모두 동일한 의미이다. 다만 목표가 조금 다르다는 것뿐이다. 동네사람의 산에 제사지냄은 각자 일신의 안녕을 빌기 위해서이며 이것으로 한 동네 전체의 무사태평을 도모하는 것이 되는 것이다.
내가 하늘에 제사지내는 것도 역시 의미만은 같다고 생각된다. 심축(마음으로 비는 것)으로 우주의 과거, 미래, 현재의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성현들과 선각자들에게 우주만상이 순리대로 잘 길러져서 태평 무사할 것을 묵묵히 도와주십사고 가장 먼저 빌고, 그 다음 대황조님의 홍익인간 이념이 하루라도 빨리 실현되시기를, 그 다음은 현 배달민족의 근본적인 단합으로 우주가 다시 광명해지는 씨앗이 속히 싹으로 움터 나오게 하시기를, 그 다음은 이 세상이 함께 살고 있는 백산운화의 일꾼들의 규합이 속히 이루어지기를 빌고, 이것을 위하여 이 몸의 건강도 같이 빌고 돌아왔다.
근본적으로 보면, 산에 치성을 드리는 동네사람들의 의사나 하늘에 제사지내는 나의 뜻이나 모두 같은 안정과 평화를 마음으로 빌어마지 않는 것이다. 한 자 이상 쌓인 눈을 헤쳐가며, 좌우상하로 온갖 하늘의 성현과 선각자들이 바로 곁에서 지켜보고 있는 듯한 심경으로 제천을 끝마치고 십 리 얼음길을 돌아오다 동네사람들의 산제사 불빛을 바라보고, 홀로 앉아 묵묵히 생각하여 이 기록을 어지러이 하는 것이다. 이것이 잠재의식인 천량(하늘로부터 받은 양심)을 그대로 발휘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심축한 대로 소원성취하기를 바랄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