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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편지】: 제 364 호
단기 4341. 2.21 (음력 1. 15) / 발송인 : 윤영환 (poemserver@paran.com) / Music Off = Es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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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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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백만 원 고료, 테마수필집「첫사랑」독후감 공모
수필드림팀(회장 전영관)은 세 번째 테마수필집 「첫사랑」(해드림출판사)에 대한 독후감 공모전을 고등학생 이상 일반인을 상대로 아래와 같이 시행한다. 수필드림팀은 첫 번째 테마수필집인 「3도 화상」때부터 독후감 공모전을 시행하여 많은 독자의 성원을 받아왔다.
테마수필의 독후감 공모전은, 독자의 수필문학 참여를 유도함으로써 침체된 독서열기와 수필문학 부흥을 꾀하고 인간의 따스한 정서를 추구하는데 목적이 있다. 수필드림팀의 테마수필집은 매회 인간미 넘치는 테마를 주제로 하여 20여 명의 참여 작가들이 심혈을 기울여 쓴 정서적인 양서이다.
이번 테마수필집 「첫사랑」에는, 유년시절 순백의 첫사랑에서부터 아슬아슬한 사춘기의 첫사랑 그리고 이별의 무게가 더욱 아프게 다가오는 청년의 첫사랑까지 19편의 다양한 형태로 꾸며져 있다. 「첫사랑」은 고뇌와 번민, 이별과 아픔, 그리움과 행복의 감정들이 소용돌이치면서도 사랑의 순수성과 이를 지키려는 정신적 가치가 뚜렷하다. 세월이 한참 흐른 후의 첫사랑에 대한 호기심 또한 흥미롭다. 이번 공모전을 통해 독자들은 자신의 첫사랑에 대한 애틋한 추억도 되돌아볼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수상작은 다음 테마수필집에 게재한다.
저자: 수필드림팀 정가: 8000 페이지: 176쪽 크기: 변형신국판 발행일: 2008년 2월15일 ISBN: 978-89-959971-4-7
1. 응모요령
가. 모집마감 : 2008년 04월 10일 나. 응모대상 : 고등학생 이상 일반부 다. 접수방법 : 수필드림팀의 테마수필 홈페이지에 회원 가입(연락처기재) 후 ‘테마수필방’에 올리면 된다. 테마수필 홈페이지: http://www.sdt.or.kr/ 라. 분 량 : 원고 12매 내외(분량 엄수)
2. 심 사 : 테마수필 필진 전원의 점수 누계로 선정
3. 입상자 발표 : 2008년 04월 15일 수필드림팀의 테마수필 홈페이지 게시판
4. 시 상 : 대상 400,000원 및 상패 금상 300,000원 및 상패 은상 200,000원 및 상패 동상 100,000원 및 상패
5. 문의 기타 ?문의전화: 032-201-5558 , 기타 테마수필 홈페이지 참조 ?수상작은 다음 테마수필 제4집에 특집으로 게재하며 수상자에게 우송함 ?「첫사랑」은 교보문고와 인터넷 서점인 예스24 그리고 알라딘에서 직접 구입할 수 있으며 정가는 8천원이다.(기타 서점은 총판을 통해 유통됨)
후원: 해드림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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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터 → 명언 / 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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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교향악단도 강아지를 보고 웃는 2 살짜리 계집애의 웃음소리와 같은 음악을 연주해 내지는 못했다. / 번 윌리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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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도움 → 한글 바로쓰기, 글터 → 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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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발
본뜻 : '개-'는 '야생의' '마구 되어 변변치 못한'의 뜻을 가진 접두사로 접두사 '참-'과 대응된다. 그러므로 개나발은 개가 부는 나팔이 아니라 마구 불어 제끼는 나팔이란 뜻이다. 접두사 개-가 들어가는 말로는 개나리, 개미나리 등이 있다.
바뀐 뜻 : 조금도 사리에 맞지 않는 허튼 소리나 엉터리 같은 얘기를 가리키는 말이다. 주로속된 표현에 쓰인다.
"보기글" -개나발 불지 마라 -개나발 같은 소리 하고 있네
개떡같다
본뜻 : 여기에 쓰인 '개-'도 '아무렇게나 되어 변변치 못한'의 뜻으로 쓰인 접두사다. 밀가루 보릿가루를 반죽하여 아무렇게나 빚어 만든 떡을 개떡이라 하는데 먹을 것이 넉넉지 않던 옛날에 양식거리로 만들어 먹던 떡이다. 경우에 따라선 수숫겨나 보릿겨로도 만들어 먹었기 때문에 '겨떡'이라고도 했다. 이처럼 젯상에 올려놓거나 접대용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식구들끼리 먹기 위해서 만든 떡이므로 정식으로 모양을 내어 만들지 않고 주먹으로 꾹꾹 쥐어서 아무렇게나 만들었다. 이 때문에 개떡은 떡이면서도 떡 취급을 받지 못한 떡이다.
바뀐 뜻 : 하잘 것 없는 것 또는 마구 만들어진 물건이나 뒤엉킨 상황을 가리키는 말로 쓰고 있다.
"보기글" -오늘 시험엔 완전히 개떡같은 문제만 나왔더라 -일은 꼭 개떡같이 해 놓고 어떻게 돈 달라고 손을 벌리냐
슬기와 설미
우리 토박이말에는 이치를 밝히고 올바름을 가리는 일에 쓸 낱말이 모자라 그 자리를 숱하게 중국 한자말로 메운다. 이런 형편은 우리말이 본디 그렇게 돼 있어서 그런 게 아니다. 머리를 써서 이치를 밝히고 올바름을 가리는 일을 맡았던 사람들이 우리말을 팽개치고 한자말만 쓴 까닭이다. 마음이 있으면 말은 생기는 법인데 그들은 우리말에 마음을 주지 않았다. ‘슬기’와 ‘설미’는 그런 역사를 뚫고 이치를 밝히며 올바름을 가리면서 끈질기게 살아남은 토박이말이다.
‘슬기’는 임진왜란 뒤로 가끔 글말에 적힌 덕분에 무서운 한자말 발길에 짓밟히면서도 살아남아 우리 품까지 안겨왔다. 아직도 ‘슬기’보다는 ‘지혜’를 즐겨 쓰는 이가 많지만 국어사전들이 “사물의 이치를 빨리 깨달으며 사물을 처리하는 방도를 옳게 잘 생각해내는 재간이나 능력”이라고 뜻풀이를 똑똑히 달아 올림말로 실어놓아서 갈수록 널리 쓰일 것이다.
‘설미’는 15세기 끝 무렵에 엮은 〈악학궤범〉에 한 차례 글말로 적힌 바가 있지만 여태 국어사전에는 오르지 못한 말이다. 다만 ‘눈’의 매김을 받으면서 ‘눈썰미’로만 국어사전에 올라 있을 뿐이다. 하지만 ‘설미’는 “이런저런 사정을 두루 살펴서 올바르고 그릇된 바를 제대로 가늠하는 마음의 힘”이라는 뜻을 지닌 빼어난 우리 토박이말이다. 악학궤범에는 나쁜 것을 쫓는 서낭 ‘처용’의 모습을 추켜세우면서 “설 모도와 有德신 가매”라 했다. “처용이 ‘설미’를 모아 가지고 있어서 가슴이 유덕하다”는 뜻이다.
김수업/우리말교육대학원장
애기똥풀
풀꽃이름에 ‘똥/오줌’이 붙는 것은 좀 심하다 싶지만, ‘애기똥풀’은 줄기를 꺾으면 노란색 젖 같은 액즙이 나오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또한 오뉴월에 꽃이 피는데, 노란 꽃잎 넉 장이 붙어 있는 작은 꽃모양도 예쁘게 싸 놓은 애기똥을 연상시킨다. ‘젖풀/ 씨아똥/ 까치다리’라고도 부른다.
한자말로는 ‘백굴채’(白屈菜)라고 하여 배가 아플 때 진통제로 쓰거나 짓무른 살갗에 발랐는데, 시골에서 자란 사람은 젖풀을 바르면 사마귀가 줄어든다는 말도 들어봤을 것이다. 요즘 들어 음식이나 새집증후군 따위 갖가지 환경문제로 말미암아 ‘아토피’란 병증이 극성을 부리는데, 이 풀이 치료재로 환영을 받고 있다고 한다. 애기들의 아토피를 치료하는 데 이 풀이 긴요하게 쓰이는 것을 보면 이름을 붙인 옛 어른들이 선견지명이 있는 것도 같다.
시골 동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꽃이지만 우리가 관심도 없던 풀꽃이어서 동화에도 자주 등장하는 풀이름이다. 시 소재로도 흔히 쓰인다. “‘나 서른다섯 될 때까지/ 애기똥풀 모르고 살았지요/ 해마다 어김없이 봄날 돌아올 때마다/ 그들은 내 얼굴 쳐다보았을 텐데요.”(안도현 ‘애기똥풀’) 하찮은 것 같아도 당당하다고 노래한다. “시궁창 물가에 서서도/ 앙증스레 꽃 피워 문/ 애기똥풀 보아라/ 어디 연꽃만이 연꽃이겠느냐.”(복효근 ‘애기똥풀꽃’) 그렇다. 장미나 백합만 꽃이 아니고, 애기똥풀이나 할미꽃의 아름다움마저 깨닫게 되는 것이 철들고 나이 드는 것의 소중함 아닐까.
임소영/한성대 언어교육원 책임연구원
[애기똥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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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터 → 이글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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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무중
안개가 5리나 끼어 있다는 것이니 사물의 판단을 하지 못하는 상태.
환관과 외척이 실권을 쥐고 횡포를 부리던 후한 무렵 장패라는 선비가 있었다.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실권자가 그의 명성을 듣고 사귀려 하였으나 장패는 끝내 피하다가 70세로 세상을 떠나 버렸다. 그의 아들이 장계로서 항시 백 명의 제자를 거느린 선비였는데 환관이나 황제의 친척들도 그와 사귀려고 애썼으나 끝내 피하였다. 그런데 장계는 학문 뿐 아니라 도술에도 능하여 5리 사이를 안개로 뒤덮게 하였기에 '오리무중'라는 말이 생겨났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무중'이었던 게 아니라 '오리무'에다 가운데 중을 곁들여서 쓰는데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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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터 → 현대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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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지대의 봄 - 노종래
쫓겨 간 빈 집터에 봄 햇살이 와 앉았네
거친 살도 서로 맞댄 도란도란 그 이웃들
동그란 마음씨 한 쪽 묻어 두고 떠났나 봐
사방 한 뼘 남짓한 방 초롱초롱 눈망울들
가난도 닦아내면 진주처럼 빛이 나나
눈물도 속 눈물 같은 떠난 정만 맺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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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터 → 추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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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와 죄수
로보트 스트라우드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살인범으로 캔자스 주의 한 교도소에서 수감되어 있었습니다. 성질이 포악한데다가 무뚝뚝하고 사교성이 없었던 그는 동료 죄수들과 자주 싸움을 벌여 교도관들에게 미움을 받았습니다. 어느날, 그는 어머니가 집에서 2천 마일이나 떨어진 교도소로 면회를 왔으나 교도관이 핑계를 대면서 자신을 만나지 못 하도록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로버트는 식사 도중에 그 교도관과 다툼을 벌이다, 곤봉으로 머리를 치려는 그를 흉기로 찔러 죽이고 말았습니다. 그는 그 일로 교수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그러나 아들이 사형수가 되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은 어머니는 백악관으로, 토머스 우드로 윌슨 대통령의 부인을 찾아가 사형만은 면하게 해달라고 눈물로 사정했습니다. 어머니의 정성으로 결국 로버트는 교수형을 받기 수일전에 가까스로 무기형으로 감형될 수 있었습니다. 아무런 희망도 없이 죽을 때까지 독방에서 살아야 하는 그에게 인생의 의미가 있을 리 없었습니다. 자살도 여러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어머니를 생각하면 죽을 수가 없었습니다. 일단은 살아보기로 마음을 정하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던 어느날이었습니다. 비가 억수같이 내리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는 하루 15분 간의 운동 시간을 감방에서 보내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는 비를 맞으며 운동장에서 산책을 하다가 기운이 없어 울지도 못하는 참새 한 마리를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가여운 생각에 감방으로 데려와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바퀴벌레를 잡아서 먹이는 등의 지극한 간호 끝에 참새는 건강을 회복하여 날아가고, 그에게는 대신 카나리아 한 쌍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로버트는 모든 정성을 다해 그 카나리아를 번식 시켜 다른 감방에서도 새를 키우게 했습니다. 그런데 웬일인지 새들이 시름시름 앓다가 죽어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질병의 원인이 무엇인지 밝혀내기 위해 교도소에 비치된 관련 서적들을 밤새워 읽고, 어머니에게 부탁하여 각종 약품을 들여보내도록 했습니다. 피눈물 나는 실험을 계속한 끝에 마침내 그는그 질병의 정체와 치료법이 무엇인지 밝혀냈습니다.
그는 세계적인 학술지에 논문이 게재되는 영광을 누렸지만, 세상 사람들은 그가 박사 학위는커녕 초등학교 3학년을 겨우 끝낸 무식쟁이라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그의 인간 승리는 <캔자스 시티 스타>라는 일간지에 크게 실리면서 비로소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고, 신문 기사를 보고 면회 온 여인과 결혼하는 행운도 얻었습니다. 그는 차후에 책을 써서 세계적인 새 전문가라는 소리를 듣게 되었지만, 무기형만은 면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감방안에서 하는 일 없이 그제 세월만 보냈다면 세계적인 조류 학자로서의 로버트 스트라우드는 없었을 것입니다.
- 안의정님의 '마음을 열면 세상은 참 아름답습니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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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터 → 우리나라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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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기를 돌리며 - 조아경
저녁무렵 베란다에 혼자 나와 있는 늙은 세탁기 반반하게 젖어있던 속내 흔히 드러낸채 바지가랑이를 붙든다 하늘을 호객하다 곁눈질하는 쓸쓸한 웃음은 왼종일 목을 조르던 넥타이를 거머쥐고 나는 걷어붙인 소매 아직 내리지 않은 하루를 밀어넣는다 오늘도 몇번씩 가슴속 서랍문을 열었다 닫아건 깔깔한 자존심은 힘센 물줄기를 풀고 와이셔츠를 벗기고 바지를 벗기고 어디로도 갈수 없는 후줄근한 운동화 두짝도 벗긴다 심한 욕지거리로 불룩거리는 후미진 세상 뒷덜미에 강력세제 스파크를 들이붓는다 갓길로 덮여가든 중심길도 푹담궈 불린다 나는 멀찍이서 달아오르는 저녁노을 한바가지 퍼다넣고 부끄럼으로 남은 속옷도 벗어준다 침대모서리에 널부러져 있는 노상에 서 슬쩍한 붉은 사과도 얼룩이다 찌든꽃을 원하는 아가리 속으로 도시 의 어깨가 가라앉고 나는 오른손 검지로 빠르게 전원 버튼을 누른다 빙그러 미끄러지는 둥근세상 먼저 사거리에서 천식에 시달리던 포플라나무가 돌고 그아래 부어오른 목덜미 덜렁거리는 쫒겨온 비둘기떼가 돈다 날지 못하 는 살찐날개가 부러진다 검은 하늘 검은 빌딩 하수구를 타고 흐르는 평와의 잘린 사지들 그래도 세상은 돈다 눈알이 팽팽 돌아도 구심력의 심장은뛴다 쉿, 잠깐 멈추어서는 지상의 원통 헛된 욕망은토악질을 하고 부글거리며 부풀어오른 거품은 좁은 통로로 빠르게 빠져 나간다
물 빠진 수몰지구 마을의 등뼈가 하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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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터 →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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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족에게 고함 - 봉우 권태훈
1. 나에게서 구하라
나의 잘못을 용서하지 말라.
인생을 살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죄와 실수를 범하는 일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남의 잘못은 잘 지적하고 용서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잘못은 스스로 용서하는 예가 얼마든지 있다. 언제나 자신의 행위를 제3자가 되어 비판하라. 옳은가, 그른가 깊이 생각해보고 일을 시작하라는 것이다. 그른 줄 알면서도 남이 알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대로 행동에 옮기는 것은 자신의 죄를 더 크게 하는 일이다. 옛사람의 말씀에 '자신을 나무라면 밝아지고, 자신을 용서하면 어두워진다' 라고 하였다. 남을 나무라는 마음으로 자신을 나무라고, 자기를 용서하는 마음으로 남을 용서하면 점점 사람의 행실이 올바르게 된다는 것이다. 남의 잘못을 금방 알 수 있듯이 누구나 자신의 잘못을 안다. 다만 자신을 용서하는 마음이 강해서 늘 그릇된 행위를 범하는 것이다. 이는 누구나 다 잘 알고 있으나 실천하지 못할 뿐이다.
이를 잊지 말라. 어떤 경우에서나 나의 잘못을 용서하지 말라. 옛어른은 하루에 세 번 반성하라 하였으나, 인생에 단 한 번이라도 크게 반성할 때 자신의 잘못을 스스로 용서하려는 생각이 사라진다. 이것이 바로 '나에게서 구하라'는 의미다. 물론 스승이나 벗의 도움을 받지 말고 혼자서 공부하라는 말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주체는 '나 자신'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범하는 잘못은 보통으로 생각하고, 남의 잘못은 특별하게 생각하면서 지적하고 나무란다. 이러한 사람은 진리를 구할 때에도 '나'에게서 구하지 않고 남에게서 구한다. 나의 잘못을 용서하지 말라. 남의 잘못을 지적하고 싶을 때에는 먼저 자신의 잘못에 비추어 보라. 자신의 잘못을 알면서도 스스로 용서하는 부류 속에 나 또한 포함되어 있는 지라, 나 스스로를 책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이 가을비에 생각한다.
여름의 무더위가 길어 농사에 손해가 적지 않았는데, 그 이후엔 가뭄이 계속되어 파종한 채소가 잘 나지 않는다고 걱정들을 하였다. 그러더니 팔월이 지나선 하루도 비가 안 오는 날이 없었다. 더불어 바람까지 세어 곳곳에 피해가 적지 않았다. 얼마 전까지도 늦더위를 피해 밤이면 냇가의 반석 위에서 노숙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비가 오면서 날씨가 추어지자 따뜻한 방을 찾기에 바쁘다. 우리를 괴롭히던 늦더위도 하룻밤의 비바람으로 어느 곳으로 갔는지 알 수 없고 청량한 기운이 더욱 가까이 찾아든다. 이것이 옛사람들이 말하던 '청량한 기운이 들판에 찾아드니 등불을 가까이하여 책을 벗하라'가 아니고 무엇일까? 오늘은 가을비가 창문을 적신다. 창밖의 나무들도 가을비에 마냥 젖는다. 어제오늘 계속되는 가을비와 가을바람에 온 세상을 덮었던 더위의 위엄이 어느 곳으로인지 알지도 못하게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이것이 하늘이며, 이것이 선이며, 이것이 또 인생이다. 춘하추동의 사계절이 순서를 잃지 않고 오는 것인데, 사람들은 봄이면 그 봄이 영원히 계속될 줄로 생각하고, 여름이면 역시 내내 여름이 될 줄 안다. 춘하추동 어느 것이든 다 그 극에 달하면 변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무엇이 다르리요. 가을비의 청량함에 더위가 흔적 없이 사라짐을 보면서 세상사도 오래지 않아 늦더위가 이러한 청량함으로 변하리라는 것을 문득 깨닫는다.
예순 다섯에 쓴 시
넓디넓은 하늘과 땅 사이에는 문도 없고 담장도 없으니 오고감에 형체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는 중에 옛부터 성인, 진인, 신인, 철인들이 횡설수설하며 경전을 지었구나
넓은 바닷물 위에 좁쌀알같은 인생 백년을 하늘과 땅에 부끄럼없이 산다는 것 또한 어려우니 세월은 번개처럼 순식간이나 삶의 자취는 길이 남아 있구나
일생을 크게 평하면 공을 쌓음과 죄를 지음일진대 그것은 오로지 선과 악의 두 글자로 나뉘어진다. 사람의 형상을 하고 태어난 자에게 예나 지금이나 불변의 한 가지 이치가 있으니 마음을 집중하여 바르고 크게 나아가면 늘 만족을 얻을 것이요 사사로운 욕심으로 잘못을 들어가면 늘 만족을 얻지 못하리라
있음과 없음의 우주 역사 속에서 저마다 나름대로 생의 문장을 수놓는다 가소롭구나, 풀잎에 달린 이슬같은 인생이여 어느덧 예순 다섯의 나이를 맞이하니 앞으로 길면 삼십 년, 짧으면 이십 년밖에 남아 있지 않구나 결국 눈빛이 땅에 떨어짐을 어찌 면할 수 있으랴
물이 흘러가고 구름이 걷히니 본래면목이 드러나는데 애써 무엇을 이루려 함이 무슨 이로움이 있으랴
여기 맑은 향 한 대 사루고 차 한 잔을 마신 후 고요히 앉아 밝은 가운데 바라보니 푸른 산 흰 구름은 절로 한가롭고 밤낮을 흐르는 물만 공연히 분주하구나 이제 늙은이가 되어 마음을 평온히 하고 기운을 풀고 앉았으니 하늘과 땅이 태평하여 큰 바다와 같도다.
단기 4298년(서기 1965)년 5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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