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테스
본뜻 : 집안의 남자 주인을 가리키는 호스트(host)의 상대어로서, 한 집안의 여자 주인(hostess)을 가리키는 말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손님을 접대하는 여자'라는 뜻으로 여관의 안주인을 가리키기도 한다.
바뀐 뜻 : 우리 나라에서는 주로 술집에서 술시중을 주는 아가씨들을 가리키는 말로만 한정되어 쓰인다.
"보기글" -주간지 구인광고에 난 호스테스 모집 광고를 보고 제발로 술집엘 찾아 들어 갔다고? -하고 많은 아르바이트 중에 왜 호스테스를 택했느냐고 물었더니 단순히 호기심 때문이라나
히로뽕
본뜻 : 염산 메탄페타민의 상품 이름으로 공식 학명은 필로폰(philopon)이다. 무색 결정체 또는 흰가루로서 냄새가 없다. 뇌를 흥분시키는 작용이 있어 각성제로 쓰이나 중독성이 있어만성중톡, 전신쇠약, 불면, 식욕부진 및 정신 분열증을 나타낸다. 히로뽕 외의 마약에는 양귀비에서 추출한 아편, 생아편에서 추출한 헤로인, 코카 나무에서 추출한 코카인 등이 있는데 가장 강력한 효과를 나타내는 것이 바로 이 히로뽕이다. 히로뽕은 필로폰의 일본식 발음이다
바뀐 뜻 : 보통 마약의 대명사로 쓰이고 있는 히로뽕은 본래 필로폰이라는 화학약품의 이름이다. 요즘은 언론 매체에서도 필로폰이란 공식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보기글" -아편, 히로뽕, 필로폰, 코카인, 헤로인을 다들 마약이라고 하는데 도대체 뭐가 어떻게 다른지 모르겠단 말이야 -히로뽕하고 필로폰이 같은 말이라며? 난 이제까지 전혀 다른 말인 줄 알았잖아
X세대
본뜻 : 캐나다 작가 더글러스 쿠프랜스가 1968년을 전후해서 태어난 신세대를 가리켜 처음사용한 용어다. 그의 말에 따르면 X세대란 부모가 이룩해 놓은 복지 상태에 이르는 것을 포기한 첫 세대라고 한다. 1980년대에 몰아닥친 불경기가 그들의 미래를 박탈하였고, 그런 미래에 대한 공포와 불안으로 가득한 잊혀진 세대라는 뜻이다. 따라서 그들은 모든 호화로운 것을 거부하며 최소한도의 것만으로 자신의 삶을 꾸려 가고자 하며, 사회와 기성세대에게 도덕성과 공정성을 강력하게 요구한다. 그들은 무조건 현실에 반항하는 반항파들이 아니다. 오히려 무자비한 현실과 싸워 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을 파악하고 있는 현실파들이다. 이 때문에 그들은 현실에 적응하되 행복 추구를 목적으로 하지 않으며 단지 모든 것을 편리하고 간편하게 해결하려 든다. 그런 성향이 그들의 삶에도 반영되어 어떤 일에서든지 필요 이상이 노력을 하려고 들지 않는 것이 바로 X세대이다.
바뀐 뜻 : 광고나 신세대를 다루는 기사에서 주로 쓰고 있는 X세대라는 용어는 위에서 설명한 본뜻의 일부분만 차용하고 있다. 그 때문이지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X세대의 개념은 반항적이고, 제멋대로이고, 주위 눈치를 안보는 개성파들이고, 뭔가 튀는 세대라는 뜻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보기글" -나는 X세대! 모든 규격을 거부한다! -임마, 모든 규격품을 거부하는 게 X세대가 아냐 X세대는 현실을 거부하거나 현실에 반항하지 않아 그들은 너희처럼 단지 자신을 드러내기 위한 독특함을 추구하지도 않아 그들은 자신이 서 있는 현실 세계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거기에 지극히 현실적으로 대처해 나가는 세대들이라구
엄리대수와 아시
‘호태왕비문’에서, “(추모왕이 하늘의) 시킴을 따라 수레를 몰고 남쪽으로 순행하여 내려오는데, 부여 땅 엄리대수를 지나가게 되었다”라는 기록은 흥미로운 풀이를 하게 한다. 왜냐하면 이 지역은 정확하지는 않으나 안시성의 위치와도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엄리대수’와 ‘안시’는 어떤 관계에 있을까?
이에 대한 흥미로운 해석은 황윤석의 <이재집>에 나타난다. ‘화음방언자의해’에서 황윤석은 신라 옛말에 ‘아시새’, 곧 ‘어시새’가 있다고 하였다. 그가 어떤 자료를 바탕으로 이러한 해석을 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고려가요 <사모곡>에도 나타나듯이 우리말에서 ‘어시’는 ‘어머니’, 또는 ‘부모’란 뜻을 지닌다. 또한 경남 함안의 옛이름이 ‘아시량’이다.
안시성을 봉황성이라 부른 기록은 여러 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황윤석은 ‘봉황’은 ‘부헝’(부엉이)을 한자음으로 적은 것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이 풀이는 정확하다고 할 수는 없으나, ‘어머니’나 ‘부모’ 또는 ‘크고 평안함’을 뜻하는 토박이말 ‘아시’를 ‘안시’라는 한자음으로 적었다는 설명은 매우 설득적이다. 또한 <삼국사기> 동명성왕 조에서는 이 강의 이름을 ‘엄사수’ 또는 ‘개사수’라고 표현하였다. ‘엄사’는 ‘엄리’보다 ‘어시’에 더 가깝다.
이처럼 ‘엄리대수’와 ‘아시’가 동일계 어휘라고 한다면, 삼국의 언어가 매우 동질적이었음을 확인하게 된다. 비록 고구려와 신라의 정치 세력은 달랐다고 할지라도 우리 조상들의 말은 같은 뿌리를 갖고 있음을 땅이름이 보여주는 셈이다.
허재영/건국대 강의교수
아메리카 토박이말
미국과 캐나다에서 주로 쓰는 언어는 영어다. 그러나 캐나다 일부 지역에는 프랑스말도 공용어로 쓰인다. 미국은 영어 외에도 일상생활에서 여러 언어들이 쓰인다. 스페인말, 프랑스말, 독일말, 중국말을 쓰는 인구가 많으며, 우리 동포들은 한국말을 쓴다. 한때 펜실베이니아주는 독일말을, 뉴멕시코주는 스페인말을 영어와 함께 공용어로 쓰기도 하였다.
지금은 사라질 위기에 놓였지만 아메리카 대륙의 토박이말이 있다. 흔히 아메리카 인디언말이라 한다. 먼저 북극 가까운 지역의 에스키모-얼류트 말겨레를 들 수 있다. 에스키모말은 한 문장이 한 낱말로 되어 있는 매우 특징적인 말로 알려져 있다. awlisautissarsiniarpunga라는 낱말은 ‘나는 낚시줄에 알맞은 것을 찾고 있다’라는 뜻이다.
아메리카 토박이말은 학자마다 분류하는 방법이 갖가지다. 말 가짓수도 몇 백에서 몇 천 가지라 할 정도로 많거니와 문법구조도 각각 다르고, 또한 서로 친족관계를 밝히기도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간혹 이들을 아시아 지역의 말들과 계통이 같다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있기는 하지만 아직은 이렇다고 내세울 증거가 없다. 문제는 이 말들이 영어에 눌려 거의 소멸했으며, 몇몇 남아 있는 말마저도 사라져간다는 것이다. 인류의 귀중한 문화를 품고 있는 언어유산이 없어진다는 것은 안타깝다.
북아메리카 지역의 대표적인 토박이 말겨레에는 알곤키 말겨레가 있다. 그리고 나-데네 말겨레도 있는데, 나바호말이 널리 알려진 편이다.
권재일/서울대 교수·언어학
쓰겁다
맛을 나타내는 말로 ‘쓰다, 달다, 짜다, 시다, 맵다’가 있다. 생물에서는 맛감각을 넷으로 나누고 ‘맵다’를 포함하지 않지만 우리 느낌으로는 ‘맵다’도 맛감각에 넣는다. ‘매운맛’이라는 말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이들 말에 ‘-갑, -겁, -굽’을 결합하면 ‘어떤 느낌이 있다’는 뜻이 더해진다. ‘차다’와 ‘차갑다’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갑, -겁, -굽’의 뜻은 남북이 같지만 결합 됨됨이는 차이가 있다. 남북에서 쓰이는 말을 견줘보자.
쓰겁다, 달갑다, 짜갑다, 짜굽다, 시굽다(북) 쓰굽다, 달갑다, 짜겁다, 짜굽다, 시굽다, 매굽다(남)
‘달갑다’는 좀 다른 뜻으로 쓰이는데, 남북 모두 ‘미각으로 단맛이 있다’는 뜻으로는 쓰이지 않고, ‘마음으로 달게 느끼다’, ‘마음에 들다’는 뜻으로 쓰인다. ‘쓰겁다’를 ‘쓴맛이 있다’는 뜻으로 쓰는 것은 남북이 같지만, 북녘에서는 ‘달갑다’의 반대말로도 쓴다. “쓰거운 얼굴을 했다”에서 ‘쓰겁다’는 ‘마음에 달갑지 않고 언짢다’는 뜻이다.
‘쓰다’도 비슷한 뜻이 있어서 그 차이를 밝힐 필요가 있다. ‘쓴소리’와 ‘쓰거운 소리’를 비교해 보면 역시 ‘-겁’에서 차이가 나는데, 쓴소리는 ‘마음에 달갑지 않은 소리’, ‘쓰거운 소리’는 ‘마음에 달갑지 않은 느낌이 드는 소리’라 할 수 있다. ‘쓰다’가 확정적인 것에 비해 ‘쓰겁다’는 ‘어떠한 것 같다’는 정도로 확정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김태훈/겨레말큰사전 자료관리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