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라
본뜻 : 전단, 광고, 포스터 등을 가리키는 영어 'bill'에서 나온 말이다 단, 계산서를 가리킬 때는 원어대로 빌(bill)이라고 한다.
바뀐 뜻 : 벽에 붙이는 선전 광고지나 돌려주는 광고지의 뜻을 가진 말인데, 우리 나라에서는 북한에서 날려보내는 대남 선전용 인쇄물이나 반정부 모임에서 몰래 돌려 보는 격문 등의불온 문서만을 가리키는 말로 한정되어 쓰이고 있다.
"보기글" -대규모 집회가 열린 자리에는 어김없이 수천 장의 삐라가 뿌려진다 -멀지 않은 옛날만 해도 동네 야산에 가면 여기 저기에 삐라가 뭉텅이로 뿌려져 있곤 했지
샌드위치
본뜻 : '샌드위치'는 17세기 경에 실존했던 영국의 백작 이름이다. 워낙 노름을 좋아하던 그는 밤을 새고 노름을 하면서도 밥 먹는 시간이 아까워 두 조각의 빵에 버터를 바르고 그 사이에 고기, 야채 등을 끼워 먹었다고 하는데, 여기서 유래한 말이다.
바뀐 뜻 : 간단한 서양식 간이 식사용 빵을 가리킨다 얇은 두 조각의 빵에 버터나 갖가지 소스를 바르고 그 사이에 햄, 달걀후라이, 좋아하는 야채 등을 식성에 맞게 끼워 넣은 빵을 말한다.
"보기글" -점심을 샌드위치 하나로 때웠더니 5시도 채 안 되어서 허기가 지는 거야 -생긴 것으로 봐서는 햄버거나 샌드위치 사촌이라고 할 수 있겠지?
소라색
본뜻 : 순우리말로 알고 있는 소라색 역시 일본어에서 온 말이다. 한자 '공(빌 공)'을 일본어로 읽으면 '소라'가 되는데, 이것이 '하늘'을 가리키는 말이다.
바뀐 뜻 : 하늘색, 연푸른색 등 얼마든지 우리말로 바꿔 쓸 수 있으므로, 소라색이란 말은 되도록 쓰지 않도록 한다.
"보기글" -애야, 엄마가 이번에 소라색 원피스를 하나 살까 하는데 어떻겠니? -하늘색이면 하늘색이지, 소라색이 뭐예요, 엄마
귀지하다
‘귀지하다’는 2006년 12월에 나온 <조선말대사전> 증보판에 새로 실린 말로 ‘너절하고 지지하다’라고 풀이되어 있다. ‘지지하다’는 ‘보잘것없거나 변변치 못하다’는 뜻이므로 곧 ‘너절하고 보잘것없거나 변변치 못하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그래도 집에 남은 가족들이 이 귀지한 살림이나마 누릴수 없게 된것만 저어해서…”(조선문학 1958년 12호, 판자집마을에서)
‘귀지하다’가 어디서 온 말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귀지’가 ‘귓구멍 속에 낀 때’이므로 혹시 귀지와 관련이 있다면 참 재미있는 표현이라는 생각이 든다. 귀지가 바로 지저분하면서도 변변치 못한 것이기 때문이다.
지저분하다는 뜻을 가진 말로는 ‘게적지근하다, 구지레하다, 게저분하다, 구저분하다, 게접스럽다, 구접스럽다, 귀접스럽다, 귀중중하다, 괴죄하다, 꾀죄하다, 꾀죄죄하다, 뀌지하다’ 등이 있다. 이들 단어의 공통점은 첫글자에 ‘ㄱ’이, 둘째 글자에 ‘ㅈ’이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지근하다, -레하다, -분하다, -스럽다’는 ‘어떠한 듯하다’의 뜻으로 보인다. ‘구접’은 유일하게 <표준국어대사전>에서 확인되는 명사로, ‘하는 짓이 너절하고 지저분함’을 뜻한다. 그렇다면 ‘구접’을 중심으로 ‘귀접, 게접, 게적, 구지, 구접, 귀중, 괴죄, 꾀죄, 뀌지, 귀지’ 등 다양한 형태로 변화했다고 볼 수 있겠다. 이렇게 조금씩 모음이 바뀌어 다양한 형태로 쓰였으면서도 지저분한 느낌은 그런대로 잘 전달된다는 점에서 참 놀랍다.
김태훈/겨레말큰사전 자료관리부장
서낭
‘서낭’은 사람한테로 와서 사람과 더불어 지내면서 사람이 도움을 청하면 슬프고 괴로운 삶을 어루만져 기쁘고 즐거운 삶으로 바꾸어주는 하느님의 심부름꾼이다. 아직도 온 나라 곳곳에 지난날 삶의 자취가 남은 마을에는 서낭의 자취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우리 고향에도 여태 당산이 있는데 거기에는 새마을운동이 일어나 베어질 때까지 아름드리 당나무가 한 해 내내 왼새끼를 발목에 두르고 서 있었고, 당나무 곁에는 일제가 마지막 발악을 하며 헐어서 불태우던 날까지 당집이 있었다. 당집은 서낭이 와서 머무는 집이라 ‘서낭당’이 본디 이름이고, 당나무는 서낭이 하늘과 땅으로 오르내리도록 사다리 노릇을 하는 거룩한 나무며, 당산은 서낭당과 당나무를 싸잡아 서낭이 노니는 거룩한 터전이었다.
서낭을 서낭당 바깥으로 모셔 내려면 머무를 자리를 갖춰야 하는데, 그것이 다름 아닌 ‘서낭대’다. 정월 초나흘부터 보름까지 마을에 지신밟기가 벌어지면 풍물패 맨 앞에는 언제나 서낭이 내린 서낭대가 앞장서서 이끌었다. 초나흘 새벽 그해 당산을 맡은 산주를 앞세운 풍물패가 서낭당에 가서 내림굿을 벌여 서낭을 내려 모신 서낭대를 마을로 데려온다. 그리고 보름날 저녁에 달집을 태우고 마무리 파지굿을 치고 나면 다시 서낭당으로 데려가 서낭은 방안 제단에 모시고 장대만 추녀 밑에 걸어두는 것이었다. 글자에 매달린 사람들은 아직도 이런 서낭을 중국 ‘성황’(城隍)이 들어온 것이라 하지만 알고 보면 우리네 서낭이 중국으로 건너간 것임이 틀림없을 것이다.
김수업/우리말교육대학원장
씀바귀
봄나물이 한창이다. 씀바귀는 ‘달래, 냉이, 씀바귀, 나물 캐 오자 ~’라는 노랫말에서도 보듯 봄에 나는 대표적인 나물이다. 농가월령가 2월령에도 “들나물 캐어 먹세. 고들빼기 씀바귀며, 소루쟁이 물쑥이라. 달래김치 냉잇국은 입맛을 돋우나니 …” 하는 구절이 나온다.
씀바귀는 잎새와 뿌리에서 나오는 하얀 즙이 쓰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다른 이름으로 ‘씸배나물/ 씬나물’, 한자말로 ‘고채’(苦菜)도 마찬가지 뜻이다. 들과 산에 흔한 씀바귀는 ‘흰씀바귀/ 꽃씀바귀/ 산씀바귀/ 모래씀바귀/ 벋음씀바귀 …’들처럼 종류도 많다. 씀바귀는 입맛을 돋우고, 춘곤증을 이겨낼 수 있으며, 봄에 씀바귀를 먹으면 여름을 타지 않는다고 한다.
예부터 내려오는 ‘나물노래’도 재미있다. “한푼두푼 돈나물, 쑥쑥뽑아 나싱개(냉이), 잡아뜯어 꽃따지, 영꾸부정 활나물, 매끈매끈 기름나물, 칭칭감아 감돌래, 이산저산 번개나물, 머리끝에 댕기나물, 뱅뱅도는 돌개나물, 말라죽기냐 고사리 ….” 아흔아홉 가지 나물노래를 부를 줄 알면 삼년 가뭄도 이겨낸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나물은 우리 조상들의 소중한 먹거리였는데, 지금은 배부른 ‘웰빙’의 방편으로나 나물을 대한다.
요즘 지구가 더워진다는 온난화 걱정을 많이 한다. 소만(小滿: 음력 4월)에야 씀바귀가 뻗어 나오고, 냉이가 누렇게 죽어가며, 보리가 익는 절기라고 하였는데, 그런 걱정의 징표인지 요즘은 그보다 훨씬 일찍 씀바귀가 나오고 있다.
임소영/한성대 언어교육원 책임연구원
[씀바귀 : 학명 - Ixeris dentata 분류 - 국화과 분포지역 - 한국·일본·중국 자생지 - 산과 들 크기 높이 - 25∼5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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