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치산
본뜻 : 비정규 유격대를 가리키는 러시아어 'partizan'에서 온 말이다. 넓게는 어떤 정당이나 단체의 열렬한 지지자를 가리키는 말로도 쓰인다.
바뀐 뜻 : 우리 나라에서 이 빨치산이란 용어는 상당 기간 금기시 되어 쓰인 용어였다. 해방 이후, 남북 대치의 특수 상황에서 빨치산이란 용어는 공산주의 이념을 추종하며 주로 산악 지대를 근거로 전투 활동을 벌이는 민간인으로 조직된 비정규 유격대원을 가리키는 말로 한정되어 쓰였다. 이 때문에 빨치산은 폭력 공산주의를 가리키는 제한적인 언어 의미를 갖게 되었다.
"보기글" -빨치산을 다룬 영화로는 남부군이 단연 앞선다고 볼 수 있지 -빨치산을 새롭게 조명한 작품으로는 "지리산" "태백산맥" "남부군"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삐까삐까
본뜻 : 윤이 나서 반짝이는 모양을 가리키는 일본어다. 계속 번쩍번쩍 빛나는 모양을 가리키기도 한다.
바뀐 뜻 : 일상 생활에서 이 말은 두 가지 뜻으로 쓰이고 있다. 하나는 본래의 뜻 그대로 사물의 외양이나 차림새가 반짝반짝 훤하게 빛난다는 뜻으로 '삐까번쩍'으로 쓰고 있는 경우다. 다른 하나는 잘못 쓰고 있는 경우인데, '삐까삐까'라는 말에서 우리말 '비슷비슷'을 연상하여 '비슷비슷하다'는 뜻으로 쓰고 있다.
"보기글" -어제 잔치에 김 선생님 사모님 봤어? 삐까번쩍하게 차리고 왔는데 몰라보겠더라구 -자네가 아까 김 선생 하고 이 선생의 바둑 실력이 삐까삐까 하다 그랬는데, 삐까삐까는 비슷비슷 하다는 뜻이 아니라네
두만강과 여진어
언어 접촉은 땅이름에도 그 흔적을 남긴다. 일본의 ‘고마현’이 백제의 ‘웅진’과 관련이 있듯이, ‘두만강’도 여진어의 잔재임은 널리 알려져 있다.〈용비어천가〉에는 ‘두만강’을 풀이하면서, “여진의 속어로 만(萬)을 두만(豆漫)이라 부른다”는 설명을 덧붙이고 있다.
여진어 모습을 담고 있는 땅이름은 꽤 여러 가지다. 이기문 교수는 〈세종실록지리지〉를 고찰하면서, 함북 종성의 유래를 살핀 바 있다. 지리지 기록에 “호인(여진)들은 종을 일컬어 동건(童巾)이라 했는데, 부내에 동건산이 있어 그로부터 종성이라는 이름이 생겼다”고 했다. 또한 “동건산은 종성부 북쪽에 있는데, 종을 엎어놓은 형상으로 그 위에는 돌로 쌓은 성이 있고, 성안에는 연못이 있다”고 풀이했다.
‘동건’은 때로 ‘동관’(潼關)으로 적을 때도 있는데, 여진어로는 ‘퉁건’이다. 그런데 ‘퉁건’은 본디 ‘북’을 뜻하는 말이었다. 이에 해당하는 우리말은 ‘쇠붑’이다. 곧 ‘북’을 뜻하는 ‘동건’이 ‘종’으로 옮겨지면서 ‘종성’이라는 땅이름을 남겼는데, 이는 ‘북’과 ‘종’을 뒤섞어 쓰는 풍습이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밖에 여진어의 땅이름으로 경성의 다른 이름인 ‘우롱이’ 또는 ‘목랑고’, 마천령의 옛날 이름인 ‘이판대령’ 등도 있다. 야인이 ‘소’를 ‘이판’이라 불렀다는 기록이나 여진어에서 ‘거울’을 뜻하는 ‘무러구’란 말이 있었던 것을 보면, 비록 겨레는 흩어지고 문화는 흐려졌을지라도 언어의 흔적은 끊임없이 남아 있음을 알 수 있다.
허재영/건국대 강의교수·국어학
극동 언어들
어느 말겨레에도 들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유럽의 바스크말처럼 극동아시아에도 그런 언어들이 여럿 있다. 길랴크말, 유카기르말, 축치말이 그렇다. 이들을 묶어 옛아시아 말겨레라 하기도 하지만, 이는 편의상 붙인 이름이다.
길랴크말은 아무르강 하류지방과 사할린 북부지방에 걸쳐 쓰이는데, 이천 명 정도가 쓴다. 이 말은 우리말의 기원과 관련하여 관심을 끌고 있지만, 아직 분명히 밝혀진 사실은 없다. 다만 아주 옛날 우리말이 형성될 때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칼, 도끼, 길다’와 같은 낱말은 우리말과 같다. 그런데 이 말의 수사는 꽤 흥미롭다. 6은 5+1이며, 7은 5+2이다. 8은 4의 두 배라 표현하여 8에 해당하는 mink는 mi(4)+nak(곱)에서 나왔다. 또다른 예로 보트를 셀 때, 보트가 한 척이면 nim, 두 척이면 mim, 세 척이면 tem, 네 척이면 nem, 다섯 척이면 tom이라 하여 보트를 셀 때 고유한 수사가 쓰인다.
유카기르말과 축치말도 극동지역에서 쓰이는데, 길랴크말과 구조가 비슷한 점도 있지만, 같은 말겨레인지 따지기는 어렵다. 유카기르말은 겨우 삼백 명이 쓰고 있으며, 축치말은 만여 명이 쓰고 있다. 축치말은 초등학교에서 교육도 하고 책도 발간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세 언어들은 모두 러시아말로 대체되어 현재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일본 북해도에 아이누말이 있다. 일본말 문법과 비슷한 점이 있으나, 어느 말겨레에 드는지 밝혀지지 않았다.
권재일/서울대 교수·언어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