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콧
본뜻 : 불매 운동을 뜻하는 이 말은 아일랜드의 지주 대리인인 보이콧(Boycott)이란 사람의이름에서 나온 말이다. 보이콧이란 사람이 상당한 악덕 대리인이었기 때문에 농민들의 배척을 받았을 뿐 아니라, 동업자들도 그와는 거래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로부터 어떤 물건이나 단체에 대해 조직적으로 거래를 끊는 것을 '보이콧한다'는 말로 나타내게 되었다.
바뀐 뜻 : 오늘날에는 불매 운동이라는 본래의 뜻보다는, 어떤 세력자나 국가에 제제나 보복을 가하기 위해 공동으로 배척하는 일을 뜻하는 말로 더 널리 쓰인다.
"보기글" -한국 중공업 노동자들은 정부에서 파견한 중재자들을 보이콧했다 -한국은 미국의 수퍼 301조를 여봐란 듯이 보이콧했다
브로마이드(bromide)
본뜻 : 브롬화은을 사용해서 만든 사진 인화지, 혹은 그 인화지로 현상해서 색이 변하지 않는 사진을 가리키는 말이다.
바뀐 뜻 : 브로마이드 기법으로 만든 청소년들의 우상인 영화배우나 운동선수 등의 대형 사진을 일컫는 말이다.
"보기글" -스타 여름호 별책 부록이 내가 좋아하는 박중훈 대형 브로마이드라며? -친구 방에 가면 각종 영화배우들 브로마이드가 사방 벽을 가득 채우고 있다니까
비후까스
본뜻 : 영어 '비프 커틀릿'(beef cutlet)에서 온 말인데, 이 말이 일본을 거쳐 우리 나라에 들어오면서 발음이 변한 것이다. 커틀릿을 발음하지 못하는 일본인들이 그것을 '까스레쓰'라고 했고, 그 후 '비프 커틀릿'이 '비후 까스레쓰'가 되었고, 이것이 줄어서 '비후까스'가 된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비프 커틀렛'을 발음할 수 있는 이상 '비프 커틀렛'으로 불러야 한다.
바뀐 뜻 : 쇠고기에 빵가루를 묻혀 기름에 튀긴 서양 요리인데, 우리 나라 사람들이 가장 대중적으로 즐겨 먹는 양식 중에 하나이다.
"보기글" -비후까스를 드시겠어요, 생선까스를 드시겠어요? -비후까스, 생선까스라는 말은 부탄가스, 프로판가스 같은 유독성 가스를 연상시켜서 음식 이름으로는 영 안 좋아요
춥다와 덥다
‘덥다’와 ‘춥다’는 살갗으로 바깥세상을 받아들이면서 느끼는 바를 드러내는 그림씨 낱말이다. ‘덥다’는 여름 하지를 꼭짓점 삼아 봄과 가을 쪽으로 쓰이는 여러 낱말을 거느리고, ‘춥다’는 겨울 동지를 꼭짓점 삼아 봄과 가을 쪽으로 쓰이는 여러 낱말을 거느린다. 덥다 쪽에는 다스하다, 다습다, 드스하다, 드습다, 따갑다, 따끈하다, 따끈따끈하다, 따뜻하다, 따사롭다, 따스하다, 따습다, 뜨겁다, 뜨끈하다, 뜨끈뜨끈하다, 뜨듯하다, 뜨뜻하다, 뜨뜻미지근하다, 뜨스하다, 뜨습다, 매작지근하다, 매지근하다, 맹근하다, 무덥다, 미지근하다, 밍근하다, 웅신하다, 후덥지근하다, 훗훗하다 같은 낱말이 줄을 지어 있다. 춥다 쪽에는 사느랗다, 사늘하다, 살랑하다, 서느렇다, 서늘하다, 선선하다, 설렁하다, 시원하다, 실미지근하다, 싱겅싱겅하다, 싸느랗다, 싸늘하다, 쌀랑하다, 써느렇다, 써늘하다, 썰렁하다, 차다, 차갑다, 차끈하다, 차디차다 같은 낱말이 줄을 지어 있다.
이들 ‘덥다’와 ‘춥다’ 무리 낱말은 저마다 두 갈래로 나뉜다. 덥다 무리는 ‘덥다’에서 자라난 낱말과 ‘뜨겁다’에서 자라난 낱말의 두 갈래로 나뉘고, 춥다 무리는 ‘춥다’에서 자라난 낱말과 ‘차갑다’에서 자라난 낱말의 두 갈래로 나뉜다. 앞쪽의 ‘덥다’와 ‘춥다’는 저마다 받아들이는 사람의 느낌에 뿌리를 두는 낱말이고, 뒤쪽의 ‘뜨겁다’와 ‘차갑다’는 저마다 바깥세상의 온도에 뿌리를 두는 낱말이다. 그러므로 앞에서 보인 여러 낱말을 사람의 느낌에 뿌리를 내린 무리와 바깥세상의 온도에 뿌리를 내린 무리로 다시 간추려 줄을 세워볼 수도 있다.
김수업/우리말교육대학원장
광대수염
탈놀이·줄타기·땅재주·판소리 등 연예를 하는 예능인을 통틀어 이르던 우리말에 ‘광대’가 있다. 요즘은 재주가 많은 연예인들이 대접받는 시대지만, 직업에서 귀천의식이 드셌던 옛날에 광대는 천한 존재로 여겼다.
동식물에 광대라는 말이 붙으면서도 이런 의식이 작용해서 그 실체도 대체로 울긋불긋하거나 우스꽝스런 모습을 보인다. 동물에는 ‘광대노린재/ 광대박쥐/ 광대파리/ 광대하늘소 …’들이 있고, 식물이름에서는 ‘광대나물/ 광대싸리/ 광대버섯 …’들이 있다.
‘광대수염’은 꽃잎의 알록달록한 점이 광대를, 꽃받침의 가장자리에 뾰족한 가시가 수염을 연상시켜서 붙은 이름이다. 그런데 점도 아름답거나 우아하지 않고, 수염이라고 떠올린 부분도 삐죽삐죽하여 점잖은 모습이 아니다. 북녘말로는 ‘꽃수염풀’이다. 사람 모습이나 신분에서 따온 풀꽃이름으로는 이 밖에도 ‘양반풀/ 각시꽃/ 기생초/ 할미꽃/ 처녀치마/ 선녀고사리/ 미치광이풀/ 바보여뀌 …’들이 있다.
우리는 어린순을 나물로 먹기도 하는데, 영국 방송 〈비비시〉(BBC)가 만든 ‘식물의 사생활’을 보면, 광대수염은 가시에 침과 독물이 있는 유럽쐐기풀과 비슷한데, 동물들은 먹지 않는다고 하니 그 생존본능도 신기하다.
영화 ‘왕의 남자’에서 광대의 삶을 새롭게 보고, 진심으로 예인으로 인정하는 시각을 갖게 되었다. 얼룩덜룩하고 우스우면서도 가끔씩 슬프기도 한 삶에서 누군들 광대 아닌 사람이 있으랴!
임소영/한성대 언어교육원 책임연구원
[광대수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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