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데뽀
본뜻 : 무데뽀라는 말은 일본어 한자 무철포에서 온 말이다. 무철포는 아무데나 마구 쏘아 대는 대포를 가리키는 말이다.
바뀐 뜻 : 아무데나 마구 쏘아 대는 대포처럼 좌충우돌 식으로 사람이나 일에 덤벼드는 무모한 사람, 또는 예의라곤 조금도 없이 완력으로 밀어붙이고 보는 막돼먹은 사람 등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 밖에도 '무모하고, 막되고, 무작정'이라는 뜻으로 널리 쓰인다. 바꿔 쓸 수 있는 우리말로는 '무작정' '무턱대고' '무모하다' 등이 있다.
"보기글" -그 사람 일하는 게 왜 그리 무데뽀야 이제 완력으로 밀어붙여서 일하는 시대는 지났잖아(왜 그리 무모해) -그 회사 영업 과장이란 사람, 완전히 무데뽀더구만 도무지 상식적인 얘기가 안 통하는 사람이니 말이야(완전히 무작정이더구만)
바캉스
본뜻 : 불어 바캉스(vacance)는 영어 버케이션(vacation)에 해당하는 말로서, 단순히 '휴가'라는 뜻이다.
바뀐 뜻 : 프랑스 사람들, 그 중에서도 특히 파리 사람들이 휴가를 극성스럽고 떠들석하게 떠나고 즐기는 통에 바캉스라고 하면 이름난 휴양지나 해수욕장에서 그럴듯하게 즐기고 오는 것을 가리키게 되었다. 이 영향 때문에 우리 나라에서도 바캉스라고 하면 어딘가 그럴 듯한 산이나 바다에 다녀와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보기글" -올 여름 바캉스는 어디로 갈까? -바캉스라고 해서 꼭 유명한 데 가라는 법 있니? 나는 시골 외갓집에 내려가서 그 동안 못 본 책이나 볼까 하는데 말야
버버리 코트
본뜻 : 흔히 봄, 가을의 쌀쌀한 날씨에 입는 두껍지 않은 코트를 버버리 코트라 하는데, 영국의 유명한 비옷 제조 회사인 버버리(Burbery)사에서 만든 코트를 가리키던 말이다. 유난히 비가 많이 오고 안개가 끼는 날씨가 잦은 영국에서는 버버리사에서 나온 비옷 같은 것이 거의 필수품이다시피 했다. 이렇게 그 회사 상품이 유명해지다 보니 고유명사였던 버버리 코트 자체가 봄, 가을의 쌀쌀한 날씨나 비올 때 입는 코트류 전체를 가리키는 보통명사로 쓰이게 되었다.
바뀐 뜻 : 봄, 가을철, 쌀쌀한 날씨나 비올 때 입는 얇고 간편한 코트를 가리키는 말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널리 '바바리 코트'로 부르고 있다
"보기글" -올 가을에는 버버리 코트를 하나 장만해야겠어 -겨울에서 봄 넘어올 때나 가을에서 겨울 넘어갈 때는 버버리 코트가 제격이지
백두산
땅이름이나 사람 이름 가운데는 서로 다른 이름처럼 보이나 실제로는 같은 뜻을 갖고 있는 이름이 많다. 백제를 건국한 온조는 아버지 주몽왕이 북부여에서 낳은 유리를 태자로 삼자 형인 비류와 함께 남으로 내려와 나라를 세웠는데, 그 이름이 ‘십제’(十濟)였다. 〈삼국사기〉 백제본기에 나오는 이 기록에서 우리는 ‘온조’(溫祚), ‘십제’, ‘백제’(百濟)라는 사람 이름과 나라 이름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세 이름은 같은 대상을 뜻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자어 ‘백’(百)에 해당하는 우리말로 ‘온’이 있으며, ‘십’(十)에 해당하는 말은 ‘열’이기 때문이다. 곧 ‘백제’와 ‘십제’는 ‘온제’와 ‘열제’에 해당하는 한자말이다. 다만 ‘온’과 ‘열’이 어떤 관계에 있을지에서는 확실한 답을 구하기 어렵다. 그러나 삼국시대의 국어 모음에서는 ‘오’와 ‘여’가 비슷한 음으로 소리 났을 수도 있다.
백두산의 다른 이름인 ‘개마산’(蓋馬山)이나 ‘불함산’(不咸山)도 마찬가지로 볼 수 있다. 최남선은 ‘불함’이 ‘밝음’을 뜻하는 우리말이라고 풀이한 바 있는데, ‘밝음’이나 ‘흰색’은 의미상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 황윤석의 〈화동방언자의해〉에서 ‘개’는 ‘희’의 음이 변화한 것이며, ‘마’는 ‘마리’, 곧 한자어 두(頭)와 같은 뜻이라는 해석은 ‘개마산’과 ‘백두산’이 같은 뜻의 말임을 증명한다. 고려 때까지의 문헌에서는 보이지 않던 ‘장백산’이라는 이름이 후대에 나타난 것을 보더라도 백두산은 우리의 고유 명산이었음이 틀림없다.
허재영/건국대 강의교수·국어학
바스크말
친족 관계에 있는 말이 전혀 없어 어떤 말겨레에도 들지 않는 말을 언어학에서는 흔히 소속불명어 또는 고립어라 한다. 처음부터 고립어인 경우도 있고, 친족 관계에 있던 말들이 모두 사라지고 홀로 남아 고립어가 되기도 한다. 처음부터 고립어인 대표적인 소속불명어가 바로 바스크말이다.
바스크말은 프랑스와 스페인의 국경인 피레네산맥 서부 끝자락과 대서양 연안의 비스케이만 해안지방에서 사용된다. 라틴 말겨레에 드는 프랑스말과 스페인말 틈에 끼여 있지만, 이들과는 전혀 계통이 다르다. 그간 바스크말의 뿌리가 무엇인지 연구가 꾸준히 이어졌지만, 아직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바스크말로 된 책은 16세기에 처음 출판되었으며 19세기 말부터 바스크어로 된 문학작품들도 활발히 나왔다. 현재 바스크말을 쓰는 인구는 수십만 명이 되지만 방언 차가 매우 크다. 최근에는 표준말을 제정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그리고 바스크말은 바스크 자치지역 안에서는 공식 언어로 사용되지만, 사회 전반적으로 교육·출판·방송에서 스페인말이나 프랑스말 지식이 요구되는 현실이어서 바스크말을 지키고자 무척 힘쓰고 있다.
바스크말의 모음은 ‘이·에·우·오·아’ 다섯이며, 형용사는 꾸미는말 뒤에 놓이고, 명사의 단수·복수 구분은 있으나 남성·여성 구분이 없다. 문장은 우리말처럼 주어-목적어-서술어 차례로 놓이지만, 이동이 자유로운 편이다.
권재일/서울대 교수·언어학
물어름
‘물어름’은 ‘갈라져 흐르던 강과 강, 내와 내가 합쳐지는 곳’을 말한다.
“만경대초가집 앞으로는 순화강이 대동강과 합치는 물어름이 보이고 뒤로는 청청한 소나무숲이 우거졌다.” 〈조선말대사전〉
물어름은 남북이 모두 쓰는 ‘어름’과 물이 결합하여 물과 관련된 말로 뜻이 한정된 것이다. 어름은 ‘무엇이 맞닿은 자리’를 말하는데 정확한 어느 지점이라기보다는 맞닿은 자리 근처를 대강 일컫는다. 어름이 시간과 쓰이면 ‘무렵’의 뜻으로 쓰이고, 무엇이 맞닿은 곳이 아닌 장소에 쓰이면 ‘근처’의 뜻으로도 쓰인다. 남녘말 ‘장터어름’은 ‘장이 서는 넓은 터 부근’을 말한다.
“눈두덩이와 광대뼈 어름에 시커먼 멍이 들었다.” 〈표준국어대사전〉 “한길에서 공장 신축장으로 들어가는 어름에 생긴 포장마차가 둘 있었다.” 〈황순원·신들의 주사위〉 “등교 때나 퇴교 때 같으면 규율부가 나와 있어 연락이 가능했지만 목요일의 오후 세 시 어름은 그러기에도 어중간한 시간이었다.” 〈이문열·변경〉
강과 강이 합쳐지는 곳이라면 경기도 양평군에 있는 양수리(兩水里)를 떠올릴 수 있다. 이곳은 남한강과 북한강이 합쳐지는 곳이다. 그런데 ‘양수’는 물어름의 뜻으로 쓰이지 않고, ‘합수’(合水)를 쓴다. 남부 지역에 ‘합수’로 불리는 골짜기·마을·내 등이 여러 곳 있는데, 모두 물어름에 해당하는 곳이다.
김태훈/겨레말큰사전 자료관리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