뗑깡
본뜻 : 간질과 뜻이 같은 한자어 전간의 일본 독음(とんかん)에서 온 말이다. 흔히 지랄병이라고 하는 간질은 발작을 하면 한동안 자신의 행동을 기억 못하는 이성 마비 증세가 온다.
바뀐 뜻 : 어떤 사람이 행패를 부리거나 어거지를 쓸 때, 혹은 어린애가 심하게 투정을 부리는 것을 가리킬 때 쓰는 말이다. 뗑강은 일본어에서 온 말이므로 쓰지 않는 것이 좋겠다.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행패' '어거지' '투정' 등의 적당한 우리말로 바꿔 써야 한다.
"보기글" -그 사람, 평소에는 얌전하더니 어제 술마시고 와서 뗑깡을 부리는데, 우와- 못 당하겠더라구 -니가 지금 몇 살인데 뗑깡을 부리니? 동생한테 창피하지도 않니?
로비
본뜻 : 대합실, 복도, 응접실 따위를 겸한 넓은 방 또는 국회의사당 같은 곳에 있는 의원 휴게실을 가리키는 말이다.
바뀐 뜻 : 대합실, 복도 등의 본뜻으로도 널리 쓰이나, 신문 사회면이나 뉴스에 등장하는 용어로서의 로비는 좀 특별한 뜻을 가지고 있다. 미국 의회의 의원외 단체를 가리키는 용어인 '로비'는 1946년 미의회에서 법률로 정식 공인된 것으로써, 의회의 로비에 출입하면서 의원들에게 진정, 탄원 등을 하는 압력단체를 가리킨다. 이러한 압력단체의 단원이나 의안 처리에 압력을 가하는 사람들을 '로비스트'라 부른다.
"보기글" -어떤 단체의 이익이나 현안 문제의 해결을 위해 의회 로비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을 로비스트라고 한다던데 맞아? -김 선생님이 이따가 저녁 7시에 호텔 로비에서 보자는데, 당신 시간 있으세요?
부처손
늘푸른 식물이라도 겨울에는 비실비실하다가 봄이 되고 물이 올라야 비로소 진정으로 푸르게 된다. 마른 바위에 붙어서 사는 ‘부처손’은 겨울에는 잎이 둥글게 오그라들어 죽은 것처럼 보이지만, 봄이 되면 새파랗게 살아난다. 그래서 만년초, 불사초, 장생불사초, 회양초(回陽草) 등으로 부르기도 하고, 잎이 붙은 모양이 주먹을 쥔 것 같고 잣나무잎 같다고 ‘권백’(卷柏)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부처손’은 생김새로 말미암아 붙은 이름인데, 사람 손바닥 모양이 아니라 여러 갈래로 펼쳐져 있다. 부처의 손은 천이나 되어서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진다고 한 것에서 이름을 딴 듯한데, 잎을 살짝 들어 오무린 모습은 우리 손을 다정하게 잡아줄 듯하다. 아닌 게 아니라 부처손에는 정신 안정제 성분인 히스피드린이 들어 있고, 힘이 없을 때 달여 먹으면 기운이 나고, 암을 다스리는 효험도 뛰어나다고 한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우리의 풀꽃이름인 ‘불상화/ 승두화/ 탑꽃’들에는 불교문화가, 서양의 풀꽃이름인 ‘요셉의 코트(Joseph's coat)/ 부활절 백합(easter lily)’들에는 기독교 문화가 깃들어 있다. 같은 식물이라도 ‘염주나무’의 영어이름은 구약성경에 나오는 인물 ‘욥의 눈물’(Job's tear)이다. 꽃받침통이 골무를 닮은 ‘골무꽃’은 영어로는 ‘스컬캡’(skullcap)인데, 이는 천주교 신부들이 쓰는 모자의 모양과 비슷하여 붙은 이름이다.
임소영/한성대 언어교육원 책임연구원
[부처손]
‘모라’와 마을
1988년 4월 중순에 발견된 울진군 봉평리의 비문은 한자를 빌려서 우리말을 적은(차자 표기) 사례를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큰 흥분을 가져다준 비문이다. 이 빗글에 대해서는 남풍현 교수가 비교적 자세히 연구를 한 적이 있는데, 땅이름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도 매우 흥미로운 자료가 담겨 있다. 왜냐하면 비를 세운 사람으로 ‘거벌모라’의 ‘이지파 하간지’와 ‘신일지 일척’이라는 기록이 나오기 때문이다.
‘모라’는 마을의 어원에 해당한다. <양서> 신라전에 “신라인들은 성을 건모라라고 한다”라는 기록이나, <삼국사기>의 ‘모루성’(충남 서천이나 예산으로 추정)에 들어 있는 ‘모라’와 ‘모루’는 모두 큰 마을인 성을 뜻한다.
그런데 ‘모라’를 ‘산’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왜냐하면 ‘모라’ 또한 ‘의 변이형인 ‘마루’, ‘머리’와 같은 계통의 낱말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양주동은 <고가연구>에서 ‘‘’가 ‘산’과 ‘머리’를 뜻하는 동음이의어였다고 한 바 있다. 이 견해를 따르면 ‘검은모루’는 ‘검은산’이란 뜻이 된다.
그러나 전국 곳곳에서 발견되는 ‘돌모루’는 ‘산’보다는 ‘모퉁이’나 ‘벼랑’을 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땅이름은 대체로 한자말 ‘석우’(石隅)로 바뀐다. 이를 고려한다면, ‘‘’와 ‘모루’, ‘모라’는 별개의 낱말로 보인다. 이처럼 비문에서도 땅이름의 어원을 밝히는 말을 찾아낼 수 있음은 기쁜 일이다.
허재영/건국대 강의교수·국어학
우랄 말겨레
알타이 말겨레만큼이나 우리에게 익숙한 말겨레가 바로 우랄 말겨레다. 전날 우리말 계통을 말할 때 흔히 우랄-알타이 말겨레라고 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랄 말겨레와 알타이 말겨레는 문법 구조가 비슷하기는 하지만 계통적으로는 서로 다른 말겨레다.
우랄 말겨레에 드는 대표적인 말은 핀란드말과 헝가리말이다. 핀란드 겨레는 먼 옛날 남부 우랄 지역에서 서북쪽으로 이동하여 발트해를 건너 지금의 핀란드에 정착한 것으로 본다. 핀란드말을 스스로는 ‘수오미말’이라 한다. 스웨덴말이나 러시아말에서 문화어를 빌려쓰기도 하였지만, 비교적 순수한 우랄말의 특징을 지키고 있다. 19세기 초까지 핀란드에서는 스웨덴어가 공식어로 쓰이다가, 1835년 민족 서사시 ‘칼레발라’ 출간을 계기로 핀란드말이 널리 쓰여 1863년 공식어로 인정되었다. 핀라드말은 격체계가 열다섯이나 되며, 단수-복수 구별은 있으나 남성-여성 구별은 없다. 문장의 기본 어순은 주어+목적어+서술어지만 자유롭게 찰례가 바뀔 수 있다.
헝가리말은 ‘마자르말’이라고도 하는데, 우랄 말겨레 가운데 가장 널리 쓰이는 말이다. 대략 일천육백만이 쓴다. 헝가리 겨레가 헝가리에 들어온 것은 9세기 말로 알려졌다. 헝가리말은 주변 다른 말의 영향을 많이 받으면서 변해 왔지만, 핀란드말처럼 다양한 격체계를 지니고 있다.
한편, 북부 시베리아 지역에도 우랄 말겨레에 드는 언어가 쓰이는데 ‘사모예드말’이다. 사용 인구가 매우 적은 편이다.
권재일/서울대 교수·언어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