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패
본뜻 : 미국 갱영화에 흔히 볼 수 있는 폭력적 범죄를 행하는 강도단을 일컫는 영어 갱(gang)과, 행동을 같이 하는 무리를 뜻하는 패가 합쳐진 말이다.
바뀐 뜻 : 주로 반사회적인 일을 일삼는 싸움패나 불량배들을 가리킨다. 원래는 패거리를 지칭하는 말이었으나 지금은 나쁜 짓을 일삼는 사람을 단독으로 지칭하기도 한다.
"보기글" -그 사람 겉보기엔 신사 같은데 알고 봤더니 깡패더라구 -깡패가 따로 있는 줄 알아? 바로 너같이 이유 없이 주먹질하는 놈이 깡패야
넥타
본뜻 : 넥타(nectar)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올림푸스 산의 신들이 마시던 불로주를 가리키는 말이다.
바뀐 뜻 : 우리 나라에서는 거의 '주스'와 같은 말로 쓰이고 있다.
"보기글" -병자에겐 사과 넥타가 괜찮지 않을까? -저희 아버님은 인삼 넥타를 즐겨 드십니다
노다지
본뜻 : 구한말 당시 우리 나라 광산의 이권을 가지고 있는 서양인들이 광산에서 일하는 인부들에게 금에 '손대지 말라(no touch)'는 말을 자주 했다. 그 소리를 금을 가리키는 말로 잘못 알아들은 우리 인부들이 '노터치'라는 말을 퍼뜨렸는데, 그것이 소리의 변화를 거쳐 '노다지'가 된 것이다.
바뀐 뜻 : 아주 귀한 물건이나 이익이 쏟아지는 일, 또는 진귀한 물건 그 자체를 가리키기도한다.
"보기글" -그이는 복도 많지 이번에 새로 시작한 장사가 노다지라지 뭔가 -자네 이번에 중개업이라는 노다지를 발견했으니 한턱 크게 내게
물과 땅이름
물은 어느 시대 어느 곳이나 생명과 다름이 없다. 땅을 기름지게 하고, 곡식을 자라게 하며, 늘 새로운 생명을 싹틔우는 바탕이 물이다. 흔히 종교 행사로 치르는 ‘세례’ 또한 인간의 죄를 씻어주는 것을 의미하지 않겠는가. 그렇기에 <균여전>의 ‘항순중생가’에도 ‘대비 물로 적시어 이울지(시들지) 아니하겠더라’라는 시구가 나온다.
땅이름에 물과 관련된 것은 매우 많다. ‘물’의 옛말은 였다. <삼국사기> 지리지에 ‘수성군’(매홀군), ‘매소홀현’(미추홀), ‘수곡성현’(매탄홀), ‘이천현’(이진매현)에 포함된 ‘매’(買)는 모두 ‘물’을 표기한 보기들이다. 그런데 이 낱말의 음은 산을 나타내는 ‘뫼’와 유사하며, 들을 나타내는 와 같다.
여기에서 우리는 ‘물’을 뜻하는 가, 산이나 들의 ‘뫼’와 처럼 ‘미’로 변화할 가능성을 점칠 수 있다. 그런데 이 낱말은 ‘미’로 변화하지 않고, ‘믈’을 거쳐 ‘물’로 변화한다. 왜 그럴까? 이에 대한 해답은 언어 변화의 기능 부담과 관련지어 풀이할 수 있다. 달리 말해, 하나의 낱말 형태가 지나치게 많은 의미를 담당할 경우, 서로 다른 꼴로 나타내는 것이 효율적이므로, ‘산’과 ‘들’, 그리고 ‘물’을 모두 ‘미’로 일컫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이와는 달리 ‘나리’에서 온 ‘내’는 오랫동안 땅이름에 남는다. 예를 들어 ‘모래내’, ‘연신내’, ‘오목내’처럼, 물줄기를 뜻하는 ‘내’는 오늘날에도 자주 들을 수 있는 땅이름이다.
허재영/건국대 강의교수·국어학
라틴말의 후예
서양의 대표적인 고전어는 그리스말과 라틴말이다. 이 둘은 서양 문화의 중심이었던 그리스와 로마시대 말이어서 세계 문화에 끼친 영향이 매우 깊고 넓다.
로마제국은 이탈리아 반도 중부의 라티움이라는 작은 나라에서 일어나서 이탈리아 반도는 물론이고 남쪽으로는 아프리카 북부, 서쪽으로는 이베리아 반도, 동쪽으로는 아시아 서부까지 드넓은 영토를 차지한 큰 제국이 되었다. 기원전 3·4세기 이탈리아에는 여러 말들이 쓰였지만, 점차 작은 나라 라티움의 말이었던 라틴말이 로마제국의 언어로 통일되었다.
로마제국의 번창과 더불어 라틴말은 점점 확산되어 로마제국 영토 안의 모든 지역 사람들이 라틴말을 쓰게 되었다. 그러나 기원후 4세기쯤부터 로마제국이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이른바 세계의 도시, 영원한 도시 로마는 그 중심 위치를 잃게 되었다. 그러자 각 지역은 지리적 조건으로 또는 정치적 상황에 따라 독립하게 되고, 쓰고 있던 라틴말은 이미 동일성을 유지할 수 없게 되어 각기 특유한 변화과정을 밟게 되었다. 이런 변화가 계속되자 10세기쯤에는 드디어 서로 다른 여러 말들로 갈라지게 되었다. 여기서 오늘날의 이탈리아말, 프랑스말, 스페인말, 포르투갈말, 루마니아말 등이 탄생하였다.
이 가운데 프랑스말은 오늘날 세계적인 외교언어로 발전하였으며, 스페인말은 숱한 중남미 나라의 공용어로, 포르투갈말은 브라질 등의 공용어가 되어 위세를 떨치고 있다.
권재일/서울대 교수·언어학
가닥덕대
지하철의 좌석 위쪽에는 물건을 얹을 수 있도록 쇠기둥 여럿으로 ‘가닥덕대’를 만들어 놓았다. 가닥덕대는 ‘여러 가닥의 막대기로 만든 덕대’를 말한다. 지하철의 가닥덕대를 보통 ‘지하철 선반’이라 이르는데, 이는 선반과 덕대를 구별하지 못한 데서 하는 말이다. 물건을 얹어 두고자 만든 구조물을 이르는 말로 ‘선반·시렁·덕대’가 있다. 남북에서 두루 쓰는 말이다. 선반과 시렁은 만든 재료로 구별된다. 널빤지처럼 면을 가진 재료로 만들면 선반이고, 막대기처럼 길쭉한 것 두 개를 재료로 만들면 시렁이다. 덕대는 ‘덕’으로도 쓰이는데 선반과 시렁을 아우르는 말이다.
예전 시골집 방이나 마루, 부엌에서는 시렁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집이 서양식으로 바뀜에 따라 시렁은 점차 익숙하지 않게 되었다. 지하철에 있는 덕대는 쇠기둥 여러 개로 되어 있어 시렁은 적절치 않다. ‘지하철 덕대’나 ‘지하철 가닥덕대’가 ‘지하철 선반’보다 정확한 표현이다.
“로인은 아래방 가닥덕대우에서 보자기에 싼 물건을 정하게 들어내리더니 밖에 나가 먼지를 깨끗이 털어가지고 품에 안고 들어섰다.”(장편소설 <그리운 조국산천>)
북녘말 ‘덩굴덕대’는 ‘덩굴 식물을 키우기 위해 만든 덕대’, ‘고기덕’은 ‘물고기를 말리기 위한 덕대’, ‘말림덕대’는 ‘물건을 말리기 위해 설치한 덕대’를 말한다. 아파트 베란다에 설치된 ‘빨래 건조대’를 말림덕대라고 불러 보면 어떨까?
김태훈/겨레말큰사전 자료관리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