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문화와 언어
아랍문화에는 지리, 역사, 제도, 관습, 행동양식, 그리고 최근의 사건 사고 및 정치 등은 물론, 비언어적인 반응을 거의 모두 인식할 수 있도록 역사와 문학에 대한 평범한 이야기까지도 포함되어야 아랍문화와 관련된 유머도 할 수 있고, 공식적인 경우와 비공식적인 경우를 분간하며 자세한 각 지방별 지리, 그리고 과거의 의미 있는 사건 등도 알 수 있다. 그래서 아랍문화에서 다루어 할 사항을 다음 몇 가지로 나눠 보았다.
1. 아랍의 주요 지리적인 특징(주요 도시와 기후, 인구통계 등) 2. 아랍의 주요 역사적인 사건(역사적인 단계와 최근 정치적 사건 등) 3. 아랍문화의 미학적인 기념물(건축, 문학, 예술 등) 4. 매일 일어나는 능동적인 문화양상(식사예절, 쇼핑, 인사법, 오락, 스포츠, 음악 등) 5. 매일 일어나는 피동적인 문화양상(혼인, 교육, 정치 등) 6. 일상적인 상황에서 적절히 행동하는 예(음식대접, 대화에서 적절한 호칭 사용하는 법) 7. 일반적인 제스처를 적절히 사용하는 예(인사할 때, 악수를 청할 때, 사람들과 만날 때 적절히 거리를 유지하는 법 등) 8. 아랍 문화의 주요 요인을 작용하는 이슬람의 주요 교리와 실천 사항(다섯가지 기둥과 여섯가지 믿음) 9. 대화 상황에 따른 문학어 또는 구어체 아랍어의 사용문제(양충언어, 이중언어) 10. 무엇을 아랍 아랍문화로 일반화할 수 있는가?
이 책에서는 위에서 언급한 것들을 가능한 한 상세히 기술하려고 했다. 우선 제 1장 문화와 언어에서는 이슬람과 관련된 언어들을 역사적으로 살펴보고, 오늘의 아랍어가 갖는 특징, 즉 종교와 문화의 매개체로서의 아랍어를 다루고자 한다.
1. 문화와 문명
문화인가 문명인가 문화에 대한 정의가 사회과학적 측면에서 수많은 학자들에 의해 시도되어 왔지만, 오늘날까지 문화의 개념에 대해 일치된 것은 없다. 그러나 많은 학자들은 문화현상의 연구가 사회과학 전체의 중심적인 주요 관심사인 것에는 일치를 한다. 여기에는 자연세계에 일어나고 있는 단순한 사건사고만이 아닌 여러 가지 표현, 상징, 텍스트와 의미 있는 행동이 포함된다. 즉, 아랍인이 표현한 것과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내용들, 그리고 그들이 주고받는 표현을 학문적으로 해석한 것들이 아랍문화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넓은 의미에서 문화적인 현상의 연구는 의미 있는 영역이며, 사회 역사의 한 분야로 실현된다. 이렇게 실현되는 문화의 개념은 사회학과 인류학에서부터 역사와 문예비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현상과 관심사를 포함한다. 그러나 문화의 개념이 반드시 이런 식으로 사용되지는 않는다. 그 자체가 오랜 역사를 지닌 개념이며, 오늘날 전해지는 의미도 어느 정도는 이 역사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문화의 개념은 크게 기술적인 개념과 상징적인 개념으로 나뉜다. 기술적인 개념은 어느 특정한 사회나 역사적 시기의 특징과 인습, 관습, 풍습, 관례, 신앙, 그리고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다. 상징적인 개념은 그 초점이 상징에 대한 관심으로 이동하는데, 그 상징이란 문화적인 현상을 말한다. 그래서 문화 연구는 본질적으로 이들 상징들과 상징적 행동을 해석하는데 관심을 가진다. 문화의 개념을 역사적으로 거슬러올라가면 문화는 라틴어 Cultura에서 파생했다. Cultura는 근대 초기에 많은 유럽어에서 중요한 개념으로 등장했다. 처음에는 Cultura의 본래 의미가 유럽어에 그대로 받아들여졌다. 즉, 원래 경장 또는 돌봄이란 뜻이었다. 16세기 초부터 이 같은 본래 의미가 점차 농업경작의 영역에서 확대되어 인간발전의 과정에까지 이르렀다. 다시 말해서, 농작물의 경작에서 인간의 경작으로 확대되었다. 그러나 문화가 독립된 명사로서나, 그런 과정의 산물 또는 전체적인 과정을 가리키는 말로서는 18세기 말과 19세기 초에 널리 쓰이게 되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독립된 명사로서 쓰인 언어는 영어와 프랑스어였다. 18세기 말 프랑스어가 독일어에 병합되면서 Cultur로만 쓰이던 것이 kultur로 바뀌었다. 19세기 초에 Culture라는 말이 어떤 경우에는 대조가 되었지만, 문명이라는 말과 동의어로 쓰였다. 이 낱말은 라틴어 civilis에서 파생했는데, 즉 civilis는 시민 또는 시민에게 속한 것이란 뜻이고, civilization는 18세기말 영어와 프랑스어에서 인간발전의 진보적 과정을 기술하는 의미였다. 야만과 미개의 상태에서 떠나 세련과 질서를 지향하는 움직임이 문명이었다. 즉, 우리와 같은 사람은 문명인이고, 우리와 다른 사람은 미개인이었다. 이런 의미 뒤에는 당시 유럽의 계몽주의 정신과 진보적인 성향에 대한 확신이 깔려 있었다. 그러나 영어와 프랑스어에서 civilization과 culture의 사용은 겹치게 되었고, 둘 다 인간발전의 전체적인 과정을 기술하는 의미였다. 그러나 독일어에서는 이 두 단어가 자주 대조적으로 쓰여 zivilisation은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kultur는 긍정적인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zivilisation은 태도의 공손함, 그리고 세련된 것과 관련된 반면에, kultur는 인간이 표현하는 창조성과 개성이 표현된 지적, 예술적, 그리고 정신적인 산물에 더 많이 쓰이게 되었다.
18세기 말과 19세기 초에 culture의 용어는 인류발전의 보편적인 역사를 제시하기 위해 모색되는 일에 사용되었고, 이런 역사에서 culture 용어는 일반적으로 개인이나 사람의 지적, 육체적 특질을 고상하게 해 주는 것과, 경작이나 개선의 의미로 사용되었다. 19세기 말 문화의 개념에 결정적인 변화가 일어났는데, 그것은 문화의 개념이 새로 등장한 인류학 과목과 통합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문화의 개념은 민족 중심적인 의미를 함축하게 되었고, 민족학적으로 기술하는 연관되어 가끔은 실질적으로 같은 시공간에 일어나는 인류학의 발달과 긴밀히 연관되어 가끔은 실직적으로 같은 시공간에 일어나는 인류학 또는 적어도 인류학의 주요한 분야로 간주되었다. 또, 인류학이 문화의 비교연구가 되기도 했다.
우리말에서 문화와 문명의 정의는 어떠한가? 「새한글 사전」을 찾아 보면, 문화는 사람이 본래 가지고 있는 이상을 실현하려는 인간활동의 과정을 말하는데, 예술, 도덕, 종교를 비롯하여 국가, 법제, 경제에 이르기까지 소산되어 있다고 쓰여 있고, 문명은 사회의 물질적 여러 요소의 일정한 발전상태라고 했다. 이와 같이 우리말의 정의는 다소 독일어처럼 대조적이지만, 영어 culture의 의미적 변천을 반영하지 못한 정의라 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culture는 무조건 문화로 번역하고, civilization은 무조건 문명으로 번역함으로써 영어의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상태에서 쓰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아랍문명이고 문화인가? 문화에 대한 서양인들의 개념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외부에서 보는 인류학적인 분야와 내부에서 보는 문화, 역사적인 분야가 있다. 전자가 상당히 넓고 총체적인 연구라면, 후자는 제한된 부분적인 연구라 하겠다. 최근까지 아랍학은 역사와 문헌학자에 의해 주로 연구되었으며, 동양학으로서 아랍학은 역사와 문헌학에 의존했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아랍문화는 역사를 중심으로 기술되어 왔던 것이다. 그렇다고 아랍어에서는 문제가 없었느냐? 아니다. 문화에 해당하는 아랍어는 thaqafah(사까파)인데, 이 낱말은 영어와 프랑스어에 쓰이던 culture를 자구적으로 번역한 것으로, 정확한 뜻이 옮겨지지 못하고 애매모호한 의미를 갖게 되었다. adab과 같은 아랍어 낱말도 그 의미가 문화의미 중 한 가지, 즉 내면화된 의미에만 국한되었다. 교양 있는 사람이라는 뜻과 관련되었다. 또다른 낱말 hadarah 는 그 배경적인 의미는 문명과 밀접하게 근접되어 있으나, 이 단어의 원뜻은 문화로서 삶의 방식이 유목민보다는 정착민의 삶을 가리켰다. 문화에서 베드인(유목민)의 문화적 양상은 존중되고 다른 것은 경멸하던 아랍 무슬림들의 태도로 볼 때, 이 낱말의 변역은 상당히 논점이 될 수 있다. 즉, 이 낱말의 번역은 잘 되었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아랍의 문명이 대개 이동하는 사람보다는 정착민에게, 시골보다는 도시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아랍문명은 자연히 이슬람이 유입된 이후의 도시문화와 밀접하게 관련되었던 것이다.
아랍어 din이라는 낱말도 일반적으로 종교라고 번역하는데, 이것은 서양인들의 종교개념과 전혀 다르다. din은 종교와 달리 인간생활의 여러 가지 방식들 중의 하나가 아니다. 반대로 인간 삶의 전생애와 관련된 총체적 의미에서의 삶의 방식이 din의 뜻이다. 종교적으로 철저히 새겨진 삶을 말한다. 그렇다면 이슬람을 종교라고 부를 때 이슬람교는 이슬람을 그의 삶 속에 철저히 완벽하게 각인된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랍문명에서 종교적인 색채는 다음 두 가지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는, 이슬람의 기초적인 자료와 관련되는 것이고, 둘째는 서양문화가 갖는 경제적인 색채와 비교되는 점이다. 경제가 지배하는 현대 서양인의 삶의 방식은 문화의 주변적이고 제한적인 양상만을 보여 준다. 아랍문명의 어떤 사실을 분석적으로 구분하는 개념이 아니고 병존시켜 다룬다. 이슬람이 삶의 양식이라는 것이다. 그런 견해에서 보면, din은 아랍문명을 의미한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종교적인 색채를 가진 서양문명과 구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랍문화에 대한 개념도 현대서양에서의 문화개념과 비교될 수 있다. 서양의 문화개념이 지배적인 철학으로서 경제를 중심으로 맞춰져 있는 것처럼 문화의 이슬람 개념도 이슬람 신정론에 대한 필연적인 결과이다. 즉, 문화도 종교적인 색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슬람의 기본은 계시이다. 계시의 영향은 인간상태의 주요 결정적 요소로서 존재론적 대결을 불러일으키고, 그 결과 긴장의 존재기준을 제시한다. 또다른 하나는 계시된 기준에 비추어 마음속에 일어나는 결과의 상태를 승화시키는 일이다. 이 같이 긴장이 이루어지는 분야가 아랍문화 또는 문명이라 정의하기도 한다. 어떤 분야에 있어서는 이슬람의 이상적인 상과 실제상태와의 긴장이 있다. 그렇다면 그 긴장은 관련지역의 독특성을 생각나게 하는 특징으로 인식된다. 이슬람에서 문화에 대해 말할 때 그것은 삶의 방식이다. 문화는 삶의 총체적 계획이고 학습을 통해 습득된다. 아랍문화는 사회집단의 삶의 방식이며, 개인에 대한 것이 아니다. 한 사회의 ‘세계관’이란, 흔히 추측하는 것처럼, 그 사회에 자신만의 독특한 양식을 제공하는 태도 또는 동기의 내적 집합이다. 그것은 한국인을 한국인답게, 또는 아랍인을 아랍인답게 만드는 것이다. 단 하나의 이슬람 세계관이라고 하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데, 왜냐하면 세계관이란 특정문화와 연관되어 있으며, 그것으로부터 떼어 낼 수 없기 때문이다.
문화 간의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 대강 ‘서구문화’와 ‘중동문화’라고 불리는 예들을 살펴보려고 하는데, 여기서는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위험을 무릅쓰고 일반화해 본다. 가령, 서구문화는 개인주의적이고 능률을 지향하며 인간중심인 반면, 중동문화는 가족중심이고 관계중심이며, 신중심의 경향을 가진다. 그래서 서구의 세계관은 핵가족(노인은 따로 거주)이고, 사회생활은 남성과 여성이 동등하고 시간중심의 관계이며, 그리고 교육은 성취위주이고 암기식 학습을 덜 강조된다. 특히 종교는 개인적으로 구분되어 있고, 성스러운 것과 세속적인 것이 분리되어 있다. 중동의 세계관은 대가족(노인은 존경받으며 가족과 함께)이고, 사회생활은 성이 분리되어 있으며, 대접을 중요시하고, 관계중심이다. 교육은 생활중심이고 암기위주의 학습이며, 종교와 문화는 구별되지 않는다. 성스러운 것과 세속적인 것 사이에 차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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