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36호 2023.2.15 수요일 (음 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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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나눔 → 오늘의 어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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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인이 도달한 높은 봉우리는
땅 위에서 단숨에 뛰어오른 것이 아니다.
동행자가 잠자고 있는 사이에도
각고의 노력으로 한발한발 꾸준히
기어오른 것이다.
- R. 브라우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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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터 → 자유글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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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나눔 → 말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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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눔 → 시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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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까닭 - 한용운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홍안(紅顔)만을 사랑한다지마는
당신은 나의 백발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그리워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미소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눈물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기다리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건강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죽음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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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실 → 동서양고전/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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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곧은 길은 굽어보이는 법이다 - 사마천
7. 하늘이 내린 명의(편작, 창공)
2) 자연에 상응해야 병이 없다(창공) 2/2
심할 열이 있는 병
한편 제나라 왕의 시종의인 수가 병이 나서 스스로 오석약을 달여 먹었습니다. 제가 그를 찾아가니 그가 말했습니다.
"제게 병이 있습니다. 한번 진찰해 주십시오."
그래서 제가 그를 진찰해 보고,
"당신의 병은 중열입니다. 의서에는 중열에 소변이 나오지 않으면 오석을 복용해서는 안된다고 했습니다. 또 얼굴빛을 보니 곧 종기가 생길 것 같습니다."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그러자 그는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편작이 말씀하시길 음석은 양성의 병을 낫게 하며 양석은 음성의 병을 고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중열이면 음석의 약제를 만들어 치료하고, 중한이면 양석의 약제를 만들어 치료하는 것입니다."
이에 제가 대답했습니다.
"그 말씀은 옳지 않습니다.
편작 선생께서 비록 그와 같이 말씀하셨지만, 반드시 자세히 진찰해야 합니다. 먼저 규격을 정하고 맥의 상태를 살피며 안색과 맥을 아울러 생각해 병을 판별해야 합니다. 그리고 맥의 음양과 기의 소장과 색맥 순역의 이치를 생각하여 병자의 상태 및 호흡의 상호 작용을 참작한 뒤에 비로소 치료 여부를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의서에 '양성의 병이 안에 들어 내열이 있으며, 음성의 병이 밖으로 나와 한기를 느끼는 경우에는 강한 약과 침을 쓰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강한 약을 복용하게 되면 사기는 물리칠 수 있지만 음울한 기운은 더 깊어지기 때문입니다. 또 진찰법에는 '한기가 안에서 밖으로 나타나고, 열이 밖에서 들어가 안에서 섞이는 경우에는 강한 약을 써서는 안된다'고 했습니다.
강한 약이 들어가면 양의 기운을 움직여 그 때문에 음의 병이 약해질수록 양의 병은 더욱 현저하게 나타나고, 사기는 밖으로 돌아 경맥의 수혈에서 더욱 커지고 화가 폭발하듯이 나타나 종기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제 말을 듣지 않고 자기의 방법을 고집했습니다. 결국 백 일이 지나지 않아 과연 젖 위에 종기가 생기고 이것이 젖의 윗쪽에 있는 뼈까지 들어가 죽고 말았습니다.
의술의 이론이란 큰 틀을 제시하는 요지에 불과한 것으로, 이것이 실제로 쓰이려면 반드시 자세한 방법이 있어야 합니다. 서툰 의원은 미숙한 점이 적지 않아 이론의 의미를 잘 해석하지 못하며, 또한 실제의 병 치료에 있어서 과실이 있는 것입니다.
심한 설사
제나라의 순우 씨가 아플 때 제가 그 맥을 짚어보고,
"화풍을 앓고 있습니다. 이 증상은 음식물이 목구멍을 넘어 가기만 하면 바로 설사해 버리는 것입니다. 원인은 포식한 다음 심하게 뛰었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순우씨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습니다.
"맞습니다. 사실 난 어느 잔치집에서 배불리 먹고 나서 술이 나오는 것을 보고는 재빨리 도망을 쳐 집으로 달려왔습니다. 그리고는 수십 번이나 설사를 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즉시,
"화제탕에 쌀즙을 타서 드십시오. 7~8일이면 나으실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 자리에는 또 한 명의 의관이 있었는데, 그는 제가 떠난 후에,
"저 사람의 말은 잘못입니다. 이 병은 의서에 의하면 9일 안에 죽는다고 되어 있습니다."라고 했답니다. 하지만 9일이 지나도 그는 죽지 않았습니다. 제가 다시 가서 화제 탕에 쌀즙을 타서 복용케 했더니, 과연 7__8일이 지나자 병이 나았습니다.
풍
어느 날 저는 안양 사람인 성개방을 진맥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는 스스로 병이 없다고 했습니다만, 저는
"당신은 풍을 앓고 있습니다. 3년 후 사지를 쓸 수 없게 되고 말을 못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말을 못하게 되면 곧 죽게 될 것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얼마 전 그가 사지를 못쓴다는 말을 들었으며, 또 벙어리가 되었는데 아직 죽지는 않았다고 들었습니다. 그의 병은 과음한 후 바람을 쐬었기 때문에 얻어진 것입니다.
신경성 소화불량
언젠가는 어떤 유모가 병이 들어서 제가 가 봤습니다. 진맥을 하고 나서,
"기가 가슴에 모여 앓는 병입니다."
고 했습니다. 그 병은 속을 답답하게 하며 먹은 것이 내려가지 못하게 되어 때로 거품을 토하기도 합니다. 병의 원인은 자주 근심하고 신경 쓰면서 음식을 섭취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즉시 하기탕을 지어 마시게 했습니다. 그랬더니 하루만에 기가 내려가고 이틀이 지나자 먹을 수 있었으며, 사흘이 지나자 완치되었습니다. 원래 제가 맥을 짚어 보니 심기가 혼탁하고 초조해 경맥에 들어가 있었습니다. 맥법에 이르기를,
"맥의 움직임이 매우 불규칙한 것은 대개 마음에 병이 있기 때문이다. 전신에 열이 나고 맥이 마구 뛰는 것을 중양이라 하는데, 이것은 심장을 자극한다. 그러므로 번민하며 음식이 통하지 않으면 낙맥에 고장이 일어난 것이며, 낙맥에 고장이 생기면 피가 치솟고, 피가 치솟으면 죽게 된다. 이것은 마음의 우환 끝에 생기는 병이다."라고 했습니다. 한 마디로 이 병은 걱정이 많아 생긴 병인 것입니다.
신 순우의는 아룁니다. 이 밖에도 수 없이 많은 진찰과 치료를 통해 병을 고친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많고, 또 기억할 수 없는 것은 감히 아뢸 수 없어 이만 줄이옵니다.
완전을 기할 수는 없다
그 후 황제가 친히 창공을 불렀다.
"병을 알아내 예측했는데도 맞지 않을 수 있소?"
"병명은 실로 구별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의술을 완전히 체득한 자는 진단을 정확히 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자는 혼동합니다. 저는 스승으로부터 다행히도 비방을 전수받고 맥법을 습득해 어느 정도 완전을 기할 수 있습니다. 병의 예측이 맞지 않는 것은 환자가 음식이라든가 감정 조절에 절도를 잃고, 또 약을 먹지 않아야 하는 데도 먹으며, 침뜸을 놓지 말아야 하는 데도 놓은 까닭입니다."
"그럼 왜 제후들이 그대를 불렀을 때 가지 않았던 것이오?"
"네. 조왕과 교서왕, 제남왕, 그리고 오왕 등이 저를 불렀지만 저는 가지 못했습니다. 저의 집안은 가난했기 때문에 병을 치료해 주고 약간씩의 사례를 받으려 했지만, 관리들이 저를 관직에 묶어둘까봐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호적을 여러 곳으로 옮기고 가업을 돌보지 않으면서 천하를 돌아다니며 의술에 능한 스승에게 공부하며 치료도 했습니다. 특히 양경 어른을 스승으로 모신 후 몇 년 동안 수업을 했기 때문에 다른 환자들을 치료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제나라 문왕이 병에 걸려 다시 일어나지 못한 이유를 아는가?"
그러자 창공이 대답했다.
"문왕의 병세는 진찰하지 못했습니다만, 저는 그것이 병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왜냐 하면 너무 살이 비둔해져 몸을 자유로이 움직이지 못하며, 살과 뼈의 균형을 이루지 못해 기침을 하는 것이므로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것입니다. 맥법에 사람은 20세에는 맥의 기세가 강하니 마구 달리는 것이 좋으며, 30세에는 빨리 걷는 것이 좋고, 40세가 되면 편히 쉬는 것이 좋으며, 50세가 되면 편히 눕는 것이 좋고, 60세 이상이 되면 기력을 많이 저축하는 것이 좋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문왕은 20세도 못되어 잘 걷지 못할 정도였으므로 자연의 이치에 상응치 못한 것입니다. 제가 그 후에 들으니 의원이 뜸 치료를 했다던데 그 때문에 빨리 죽은 것입니다. 이른바 기라는 것은 음식 조절을 잘 해야 하며, 날씨 좋은 날에 적당히 걸어서 마음을 넓게 하고, 근육, 골격, 혈맥을 쾌적하게 해서 기를 시원스럽게 발산해야 하는 법입니다. 그러므로 20세를 심기일전, 혈기교환의 나이라 하는 것이며, 침뜸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하는 것입니다. 이를 사용하면 맥이 분주해져서 제지할 수 없게 되기 때문입니다."
"병의 진단이나 생사의 예측에 실패한 적은 없었소?"
이에 창공이 대답했다.
"저는 치료할 때 반드시 진맥을 하고 나서 시행했습니다. 맥이 좋지 못할 경우에는 치료하지 못하고, 순조로울 경우에는 치료할 수 있습니다. 마음에 침착성이 없고 맥을 짚을 때 정확하지 못하면 실패할 수가 있습니다. 저도 완전을 기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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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나눔 → 고사성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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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蛇足)
蛇:뱀 사. 足:발 족.
[원말] 화사첨족(畵蛇添足).
[출전]《戰國策》〈齊策〉,《史記》〈楚世家〉
뱀의 발. 곧
① 쓸데없는 것. 무용지물(無用之物)의 비유.
② 있는 것보다 없는 편이 더 나음의 비유.
③ 공연히 쓸데없는 군일을 하다가 실패함의 비유.
전국 시대인 초(楚)나라 회왕(懷王) 때의 이야기이다. 어떤 인색한 사람이 제사를 지낸 뒤 여러 하인들 앞에 술 한 잔을 내놓으면서 나누어 마시라고 했다. 그러자 한 하인이 이런 제안을 했다.
“여러 사람이 나누어 마신다면 간에 기별도 안 갈 테니, 땅바닥에 뱀을 제일 먼저 그리는 사람이 혼자 다 마시기로 하는 게 어떻겠나?”
“그렇게 하세.”
하인들은 모두 찬성하고 제각기 땅바닥에 뱀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윽고 뱀을 다 그린 한 하인이 술잔을 집어들고 말했다.
“이 술은 내가 마시게 됐네. 어떤가, 멋진 뱀이지? 발도 있고.”
그때 막 뱀을 그린 다른 하인이 재빨리 그 술잔을 빼앗아 단숨에 마셔 버렸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세상에 발 달린 뱀이 어디 있나!”
술잔을 빼앗긴 하인은 공연히 쓸데없는 짓을 했다고 후회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주] ‘사족’은 제(齊)나라를 방문한 진(秦)나라의 사신 진진(陳軫)이 제나라 민왕의 요청으로, 초나라 재상 소양(昭陽)을 만나 제나라에 대한 공격 계획을 철회하라고 설득할 때 인용한 이야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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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나눔 → 삶속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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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이 묻어나는 편지 - MBC 예술단 엮음
둘 - 생활속에 피어나는 웃음안개
뒷집의 빠른 놈(?) - 윤일형(남. 광주광역시 서구 광천동)
'천사의 말이라도 사랑이 없으면 한낱 꽹가리 소리에 지나지 않고, 그다지 향기롭지 못한 덩(?) 이야기라도 예술적으로 승화되면 함박꽃보다 더 환한 웃음꽃으로 핀다.' 물론 덩(?)이 예술적으로 승화될지는 미지수지만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지금으로부터 5년 전, 직원이 고작 스무 명 남짓한 조그마한 회사에 디니고 있을 때에 있었던 이야기입니다. 일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아주머니들이었지만 그 와중에도 총각이 하나 있었으니 봉고차 기사인 바로 나. 또한 거기엔 아가씨까지 하나 있었으니 경리 일을 보는 문제의 그녀. 그녀는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습니다. 춘향이와 잘 아는 사이이거나 아니면 양귀비를 하녀로 부리는 사람인 줄로 알았으니까요. 저 또한 미남 그 자체였구요. 물론 남들은 한사코 인정하지 않지만. 아가씨 하나에 총각 하나. 무언가 역사가 이루어질 것같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그녀의 콧대는 그 미모만큼이나 도도하고 높았습니다. 그녀에게 제 마음을 전하려 할 때면 그녀는 여지없이 콧방귀로 저의 자존심을 어두운 구석으로 날려 버렸습니다. 그리고 전 이렇듯 매번 구겨지는 자존심을 추스르다 보니 차츰 제 마음도 그녀에게서 멀어지고 오히려 미운 감정만 쌓여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그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기회라고 말하기에는 너무나 우습고 창피하고 또 엉뚱한... 그러나 알고 보니 그 것이 기회였습니다. 이야기에 앞서 저의 두 가지 특이한 버릇이랄까 습성에 대해 소개하고 넘어가겠습니다. 그것은 아무도 못말리는 건망증과 또 술을 많이 마신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뒷집(?)에서 빠른 놈(?)을 만난다는 사실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뒷집은 다 아시리라 믿고 빠른 놈에 대해 잠시 설명드리겠습니다.
본디 '덩'이라는 것이 성질이 제각각이라 무겁고 신중하게 내리 누르는 놈들이 있는 반면, 칼루이스처럼 빠른 속도로 내리 꽂히려는 놈들이 있습니다. 술마시고 탈날때 내려오는 놈들이 바로 빠른 놈들입니다. 운명의 그날 저는 거래처에 다녀오는 길이었습니다. 뱃속에서 시냇물 흐르는 소리가 간간이 들리더니 갑자기 엉덩이 쪽에서 빠른 놈이 출발 준비를 끝냈다는 신호가 왔습니다. 등골이 오싹해지면서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아이구야, 이러면 안 되는데. 회사에 도착하려면 아직 멀었는데. 이걸 어째. 회사까지 그냥 가? 아니야 이 놈은 보통 놈이 아닌 것 같아. 중간에 적당한 데 들러서 해결하는게 좋겠어. 이건 인간으로서 참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야. 어디 보자. 저 건물에는 화장실이 있겠다. 옳지, 여기다 주차해 놓고 으으- 차에서 내리는 것은 일단 성공. 이거 걷는 것도 어렵네. 그렇다면 팽귄같이 살살 걸어가 볼까. 혹시 문이라도 잠겨 있으면 안되는데. 어디 보자.
어라 잠겼네.
우리나라 이거 문제 있어. 살다보면 나처럼 급한 일이 있을 수도 있는데 이렇게 잠가 놓으면 어떻게 하란 말이야. 다른 데로 가 보자. 저 건물은 왠지 안 잠겨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어... 옳지, 여기는 안 잠겼군. 화장실 같아 보이지? 계단! 계단은 한 손으로 난간을 꽉 붙잡고 하체 쪽은 힘을 빼고 이러-케. 한 칸 성공. 또오 한 칸. 또오오 한 칸. 또오오오... 휴-. 땀이 비오듯 쏟아지누만. 세상에 계단에서 사우나 한다는 건 보다 듣다 처음이네. 이제 마지막 계단이지! 화장실이 바로 저긴데 예서 멈출 수 있나, 마지마악- 한 칸. 다 올라왔어. 삐그덕 문을 열고... '아이쿠 이런 하느님 맙소사. 창고잖아.' 아아! 더 이상은 못 참겠다. 미칠 것 같아. 이 일을 어쩐다. 기왕 들어왔으니 한층 더 올라가? 아니야. 계단은 빠른 놈에게 아주 치명적이야.내려가는 게 좋겠어.
후- 후- 후-
이제 내려가는 것도 만만치가 않네. 오- 빠른 놈이여. 아니 빠른 님이여,빠른 분이시여, 세상 구경이 그렇게도 하고 싶으시나이까? 제발 조금만 참아 주소서. 아이고 하느님 저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소서. 저는 천천히 운전해야 했읍니다. 차가 갑자기 덜컹거리면 빠른 놈이 주인도 모르는 사이에 난감한 사건을 터트릴런지 모르거든요. 가까스로 회사에 도착한 저는 화장실 앞에까지 차를 몰고 갔습니다. 뒷집들어가 앉자마자 시동도 걸지 않았는데 오토바이가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조금만 힘을 줘도 오토바이는 쌩쌩 달렸고 기분은 날아갈 것처럼 좋았습니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 오토바이를 다 타고 나서 정신을 차리고 보니 화장지를 들고 오지 않았던 것이었습니다. 우째 이런 일이. 뭘로 해결한다. 그래 재활용이라는 게 있지. 어디 쓸만한 것이... 짜식들 좀 여유있게 쓰지 이게 뭐야. 순간 기가 막힌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아침에 옆칸에 들렀을 때 프로 야구 해태 타이거즈의 김 아무개 선수가 방망이를 들고 환하게 웃는 사진이 실린 스포츠 신문이 생각났던겁니다. '그래 바로 그거야!' 사방은 조용했습니다. 일이 아직은 완전히 끝난 상태가 아니었으므로 엉거주춤한 자세로 옆칸으로 갔습니다. 김 아무개 선수는 여전히 환하게 웃고 있었습니다. '음, 그런대로 쓸만 하겠어.' 신문을 집어들고 다시 처음에 일보던 칸으로 돌아서는 순간! 아뿔사, 이게 웬일인가! 그녀가 정면으로 들이닥친 것이었습니다. 순간 그녀는 이게 무슨 일인가 멍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더니 이윽고 비명을 지르며 달아났습니다.
"으아악-."
으이구. 이게 뭣 놈의 댄스(Dance)여. 엉거주춤도 무슨 춤이라고 추고 있는 것이여, 시방. 그때 제가 왜 처음 일보던 칸으로 돌아가려 했을까요? 까닭모를 일종의 동물적 회귀 본능이거나 아니면 제 것에 대한 본능적 애착일까요? 한마디로 정신없는 놈의 정신없는 짓이었습니다. 그후 그녀는 저를 보면 피식피식 웃거나, 무언가 못 볼 것까지 보았다는 듯 얼굴을 붉히거나, 혹은 손가락을 머리 근처에서 빙빙 돌려가며 미친놈 아니냐는 시늉을 하기도 했습니다. 일이 이것으로 끝났으면 저만 창피당하고 끝났을 일이지만 또 한번의 엉뚱한 사건이 저에게 기회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신은 저를 버리지 않았습니다. 그날도 역시 거래처에 다녀오는 길이었습니다. 다시는 그런 수모를 당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던 저였기에 전날 회식자리에서 조금은 술을 자제했습니다. 그래도 주거니 받거니 했던 술이 과했던 탓인지 자꾸 엉덩이 쪽으로 신호가 왔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지난번처럼 무지막지한 놈은 아니었습니다. 차가 덜컹거리지 않도록 조심하는 정도에서 회사에 도착하는 데 성공했으니까요. 화장지도 잘 챙겼구요. 예전 같지 않게 정신도 말짱했죠. 전 천천히 화장실로 걸어 들어가 노크를 했습니다.
"똑, 똑."
"네, 들어오세요."
그녀의 목소리였습니다. 저는 아주 당당히 문을 열었습니다. 또 정신이 나간 겁니다. 그녀는 예전보다 눈이 더 둥그래지더군요. 그래도 저는 아무 생각없이 그녀 앞에 아주 태연히 서 있었습니다. 그제서야 그녀가 발딱 일어서 문을 쾅 닫았죠. 쾅 소리를 듣고 나서야 실성한 사람처럼 비실비실 웃음을 흘리며 옆칸으로 갔습니다. '오! 주여 감사합니다.' 저는 그 문을 열어보기 전까지는 여자 엉덩이가 조그만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생각과는 다르게 엄청 뚱뚱했습니다. 옆칸으로 들어간 저는 실실 웃어가며 오토바이를 사정없이 몰았습니다. 오토바이의 요란한 폭발음을 내며 예전보다 더 신나게 달렸습니다.
그런데-!
옆칸에서 그녀가 저보다 더 크고 요란한 속도로 오토바이를 모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고상하고 도도하고 콧대 높은 여자가 오토바이를 저렇게 인정사정 없이 몰다니.'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푸하하하하하하."
저의 웃음은 그칠 줄 몰랐습니다.
"푸하하하하하하-."
한참 웃고 있는데 옆칸에서 그녀가 빽하니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만 해요"
"그만 하라니까요."
"자꾸 웃음이 나오는 걸 어떡해요."
"창피하게시리 그만 해요."
"좋아, 그만 하는 대신 나하고 커피 한 잔 마실 수 있지요?"
"알았어요."
"영화도 같이 볼 수 있지요?"
"야! 이 야만인아."
"내 입은 그렇게 무거운 편이 못 되는데요?"
"좋아, 알았어요."
"드라이브는?"
"알았다니까요."
우리는 뒷집에서 서로에게 많은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제가 화장지 챙기는 걸 잊어버리듯, 그녀도 급하면 문고리 잠그는 걸 잊어버리는 건 물론이거니와 아무데서나 사무실로 착각해서 '네, 들어오세요.'라고 말하는 건망증이 닮았고, 또 과음한 다음날이면 둘 다 오토바이를 탄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후 우리는 아주 좋은(?)사이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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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실 →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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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각오 - 마루야마 겐지
한 시대나 국가가 붕괴할 때는 젊은이들부터 형편없어진다는 설이 있다. 고대 로마가 그랬고 청나라도 그랬다. 먼저 젊은이들이 거역을 모르게 된다. 무기력해지고, 호모나 정신적인 호모가 급증한다. 자기 주변에 있는 일이 아니면 흥미를 잃게 된다. 그러는 사이에 닳고 닳은 어른들이 제멋대로 날뛰어 세상은 혼란해지고,눈 깜짝할 사이에 붕괴하게 된다는 것이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얘기하자. 나는 어린 시절부터 가정이라는 것을 아주 싫어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있고 형과 동생이 있으며,그럭저럭 먹고살 수 있는 수입 이 있는 남들만한 가정이기는 하였지만 나는 참을 수가 없었다. 다섯 식구가 모여 저녁 식사를 할 때면 나는 치가 떨렸다. 어디가 어때서 그랬다고는 분명하게 말할 수 없지만,아무튼 치를 떨었던 것만은 확실하다. 누구 할 것 없이 저 잘났다고 쓰잘데없는 말다툼을 하고, 어딘가 궁상맞고, 하루하루가 매일 똑같았다. 더이상 견딜 수 없어진 나는 진지하게 가출을 생각했다. 내내 이런 생활을 하다가는 썩어버리고 말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 번밖에 없는 인생을 쉴새없이 피가 들끓는 나날 속에 던져보고 싶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해본들, 그게 뭐 그리 대수로운가. 중학생이 된 지 얼마 안 되어 브라질로 이주할 생각까지 했었다. 그때 나는 얼마나 흥분했던가. 그야말로 엄청났다. 그때까지는 체력 이 따르지 못하여 집 안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즈음에는 아버지와 씨름을 해도 지지 않을 정도로 체력을 갖추고 있었다. 이미 타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브라질이든 어디든 가야 했다. 그 브라질 이주의 꿈은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계획한 현실적인 꿈이 아니었을까.정글에 불을 피우고, 번들번들 땀을 흘리며 광활한 토지를 갈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꿈은 가슴속에 뚫린 구멍을 단번에 메울 수 있을 만큼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그것은 아버지가 학교에서 받은 좁은 밭을 가는 행위와는 전혀 차원이 다른 삶이었다.
중학교 1학년 때 진짜로 브라질로 이주할 꿈을 꾸었던 내 머릿속에는 대학 진학 따위는 털끝만큼도 없었다. 형을 중심으로 부모님 모두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 길밖에 없다는 듯 대학 진학에 열심이었다 중학생인 내 눈에는 그들의 모습이 우스꽝스럽고 비극적으 로 보이기까지 했다. 당시 나는 겨우 세상의 일부분밖에 이해하지 못했지만,또 그 이유에 대해 구체적인 언어로 파악하고 있었던 것도 아니었지만, 이세상을 살아가는 길은 틀림없이 무수하게 많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직감적으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일류 고등학교와 일류 대학교를 졸업해 본들 그 앞에 어떤 나날이 기다리고 있겠는가. 심심하면 '학생 시절이 그나마 제일 좋았어"란 말을 뱉어내는 샐러리맨 신세가 고작 아닌가. 샐러리맨 생활이 어떤 것인지 대충은 짐작이 갔다. 아버지가 그랬으므로.여고에서 교무 주임을 하던 아버지는 전근을 하자 평교사로 격하되었다. 월급도 형편없었다. 다른 샐러리맨보다 노는 날은 많지만 월급이 적은 탓에 -아마도-충실한 인생을 영위할 수가 없었다. 샐러리맨은 상부에서 떨어지는 명령 때문에 개인적으로 아주 중대한 일마저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지나치게 많다. 내가 초등학교 6학년이 되었을 때 아버지는 전근 명령을 받았다. 새로 이사한 고장은 실로 한심한 곳이었다. 어린 내가 화가 치밀 정도였다. 자기 마음에 드는 장소에서 살 수도 없다니,이거야 너무 굴욕적인 입장이지 않은가 싶었다. 세상에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지만 나는 용납할 수가 없었다. '이 세상에는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이 많다'는 충고도 듣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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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실 → 과학/예술/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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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운명 빅뱅과 그 이후 - 트린 후안 투안
제3장 빅뱅
빅뱅이론:최초의 폭발
우주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은, 은하를 분류하는데 선구적인 역할을 한 미국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이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시점부터 바뀌기 시작했다. 1929년 허블은 먼 곳에 있는 은하들이 우리 은하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증거를 찾아냈다. 게다가 은하의 후퇴 속도가 은하까지의 거리에 비례한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거리가 두 배 더 떨어져 있는 은하는 두 배의 빠르기로 멀어지고, 열 배나 멀리 떨어져 있는 은하는 열 배나 빨리 멀어졌다. 한편 허블은 관찰자가 선택한 방향에 관계없이 우주의 팽창이 어디서나 똑같이 일어난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이는 모든 은하가 그 출발점에서 현재의 시점까지 오는 데 정확하게 똑같은 시간이 걸렸음을 의미했다. 이제 필름을 거꾸로 돌려보자. 약 150억 년 전에 우주의 모든 은하는 시공상의 단 한 점으로 압축되어 있었다. 그런데 빅뱅이라는 가공할 만한 폭발이 우주 팽창의 원인을 제공한 것이 분명했다. 빅뱅 이론에 의해 우주는 역사를 갖게 되었다. 즉 우주에 과거와 연재, 미래가 생기는 것이다. 우주는 특정한 시점에서 탄생했으며, 따라서 더 이상 영원한 것으로 생각할 수도 없었다. 우연한 계기로 상황이 전환되어, 13세기에 토마스 아퀴나스가 자신의 생각을 밝힌 후 700년 만에 과학은 우주의 탄생에 대한 변혼을 하게 되었다.
밤하늘은 왜 어두운가?
인공 조명에 파묻힌 현대인들은 원래의 밤하늘과 만날 기회를 잃고 말았다. 그러나 눈부시게 반짝이는 별들이 박혀 있는 칠흑같이 어두운 밤하늘이 매우 난처한 문제를 일으켰던 적도 있다. 만약 우주가 정적이며 무한하다는 뉴턴의 관점이 옳다면, 어두운 밤하늘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 우주의 크기가 무한하며 그 내부가 무한히 많은 별과 은하로 채워져 있다면, 어디를 바라보든 빛을 내는 물체를 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또 하늘은 밤에도 낮처럼 밝아야 한다. 그러나 밤이 어둡다는 것은 아직까지 불변의 사실이다. 이에 대한 의문은 빅뱅이론이 등장해 그 이유를 완전히 설명해 주고서야 풀릴 수 있었다. 별과 은하들로부터 오는, 어둠을 밝혀주는 빛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밤하늘이 깜깜한 것이다. 우주는 과거의 유한 시점에서 탄생했다. 그러므로 탄생 이후 150억 년 동안, 일정한 양의 빛만이 별과 은하들로부터 우리에게 도달할 수 있는 여유가 있었다. 그나마 천체도 수명이 제한돼 있어서 우리에게 빛이 도달할 수 있는 별들의 수 역시 한정되어 있다. 수백만 년에서 수십억 년이 걸리지만, 결국 별들은 불에 타서 없어져버리기 때문이다.
끝없이 팽창하는 우주와 서로 멀러지는 은하들
만일 모든 은하가 우리에게서 후회하고 있다면, 우주의 중심에 우리 은하를 놓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사실은 어떤 은하에 있는 관찰자가 보아도 다른 은하들이 자신의 은하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즉, 모든 지점이 팽창의 중심이기 때문에 어느 지점도 우주의 중심이 된 수 없다. 이 우주의 마술을 조금이라도 잘 이해하려면 종이 별들을 붙여놓은 풍선의 표면이 넓어지면서 그 위에 있는 별들은 서로 멀어진다. 은하들은 풍선의 표면에 붙어 있는 별들은 서로 멀어진다. 은하들은 풍선의 표면에 붙어 있는 별과 같은 방식으로 우주 공간에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우주 공간은 마치 풍선의 표변에서 일어나는 운동과 같은 원리로 팽창하고 있다. 어떤 종이별도 다른 모든 별들이 멀어져 가는 것을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멀리 떨어져 있는 별일수록 더 빠른 속도로 멀어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똑같은 이유로 더 먼 거리에 있는 은하는 상대적으로 후퇴 속도가 더 크다. 빅뱅 이론은 정적인 뉴턴의 우주를 동적인 우주로 바꾼 것이다.
동적인 우주 모델에 따르면, 은하들은 고정된 공간 속에서 표류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공간 자체가 팽창을 하며, 은하들은 그 속에 놓여 있다. 즉, 우주가 차지하는 공간이 시간의 흐름과 더불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다. 약 150억 년이라는 우주의 역사 속에서 두 은하 사이의 거리는 처음 거리의 평균 1000배 정도로 늘어난다. 은하들은 단지 우리 은하로부터만 멀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은하들은 모두가 서로에 대해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우주에서 이루어지는 시작도 끝도 없는 창조
우주가 팽창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고 해서 빅뱅 이론을 쉽사리 수용할 수 있었을까? 대단히 신중한 사람들인 천문학자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1950년대에 빅뱅 이론의 지지자들과 정상우주론 지지자들 사이에 격론이 벌여졌다. 정상 우주론 지지자들은 창조와 진화에 대한 개념과 관련하여, 그리고 빅뱅 우주론의 특징인 변화하는 우주에 대하여 문제를 제기했다. 그들은 우주가 언제나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변함없는 하늘이 생명을 연장받게 되었다. 상당수의 우주론자들은 창조의 사건과 그것의 종교적 연관성을 피할 수 있다는 이유로 정상 우주론에 마음이 끌리고 있었다. 그들은 변하지 않는 우주와 관측 결과에 따른 팽창하는 우주를 어떻게 조화시키려 했을까? 만일 은하들이 끊임없이 서로 멀어지고 있다면 은하들 사이에는 더 큰 빈 공간이 남을 것이 틀림없다. 그러므로 우주가 영원히 같은 모습으로 보이려면 정상 우주론자들은 우주의 팽창으로 남은 공간은 채우기 위해 계속해서 새로운 물질들이 창조되고있다고 가정할 필요가 있었다. 그들은 물질이 창조되는 속도는 사실상 감지할 수 없을 정도라고 엇붙였다. 10억 년마다 우주 공간 1리터당 수소 원자 한 개 정도면 충분할 서이라고 했다. 단 하나의 창조 사건을 피하기 위해 정상 우주론자들은 일련의 무한한 작은 창조 사건들을 끌어들여야 했다.
원시 화구의 잔해
고생물학자들은 인간의 초기 역사를 재건해 보려는 생각으로 인간의 화석을 찾아 아프리카의 오지를 뒤진다. 또한 지질학자들은 지구의 초기 역사를 재건하는데 도움이 되는 증거를 찾아서 두꺼운 지각을 조사한다. 마찬가지로 호기심 많은 천문학자들도 우주의 초기 역사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해 줄우주의 화석을 찾기 위해 하늘을 면밀히 조사하고 있다. 빛의 여행이 순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므로, 우주 공간을 들여다보는 것은 과거를 돌아보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공간을 들여다보는 것은 과거를 돌아보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망원경은 타임머신이라고 할 수 있다. 우주의 나이가 30만 년에 불과하던 우주 역사의 초기 단계부터 지금까지 살아 남은 잔류 복사가 전우주를 감싸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모든 과학자들은 빅뱅 이론 아래로 오며들었으며, 다른 어떤 대안도 발을 붙일 수 없게 되었다. 배경 복사의 존재를 처음으로 주장한 이는 1946년 미국 물리학자 조지 가모(1904∼1968)였다. 가모는 팽창하고 있는 우주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차가워지고 밀도도 희박해질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에 과거에는 우주가 지금보다 훨씬 뜨겁고 밀도도 높았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므로 우주가 젊었을 때에는 우주의 두 가지 구성 요소-물질(원자, 인간, 별, 은하)과 복사 에너지-의 상태가 틀림없이 지금과 반대였을 것이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1897∼1955)에 따르면 물질의 질량은 에너지의 한 형태이다. 그리고 우리가 아는 것처럼 우주는 물질의 지배를 받고 있다. 즉, 현시점에서 물질의 에너지 밀도는 복사 에너지의 밀도보다 대략 3000배나 더 크다. 그러나 우주의 탄생 직후 1초부터 30만년 사이의 초창기 우주는 복사의 지배를 받았다. 이 뜨거운 고에너지 복사선은 빅뱅 이후 30만 년 동안 어떤 제약도 받지 않았으며, 그 시점까지 온도는 절대온도 1만K까지 떨어졌다. (절대온도 0K는 섭씨온도 -273℃와 같다.) 가모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우리가 그 복사선을 찾아낼 수 있을 거라고 예상했다. 복사선은 우리 은하에 도달하기까지 150억 에너지를 상실했을 것이며, 그 결과 온도가 크게 떨어졌을 것이다. 가모는 이 유물들이 지금쯤 3K정도로 차가워졌을 것으로 보았다.
이 우주 화석은 불 꺼진 아궁이 속의 재에서 발산되는 빛이나 열과 비슷한 것으로, 원시 화구의 여과(여광)이다. 그러나 그후 20년 동안은 아무도 이 창조의 잔재를 조사하기 위한 소고를 감당하려 하지 않았다. 물리학자들은 빅뱅 우주론과 종교적인 연관성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염려하고 있었으며, 가모의 예언은 잊혀졌다. 그러다가 1965년 미국의 전파천문학자인 아노펜지어스와 로버트 윌슨이 벨연구소에서 최초의 성업용 위성인 텔스타를 추적하기 위해 고안한 고감도 전파 안테나로 우연히 창조의 '소리'를 포착했다. 그들이 발견한 배경 복사는 정상 우주론만이 아니라 다른 모든 우주론을 빅뱅 이론 아래로 굴복하게 만들었다.
에너지 공간 밖으로 밀려난 우주의 물질
우리의 이야기는 대폭발 직후, 정확히는 폭발 후 10의 -43승 초'소수점 이하에 42개의 0과 하나의 1이 따른다'부터 시작된다. 그러면 그 이전에는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그것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알지 못한다. 당시 우주는 온도가 10의 32승K'1다음에 32개의 0이 붙는다'에 이르렀으며(단테도 상상하지 못한 지옥인 셈이다), 지름이 고작 1000분의 1㎝에 불과한 공 모양의 극히 작은 점에 불과했다. 아직 원자는 존재하지 않았고 당연히 별과 은하도 없었다. 모든 것이 비어 있었다. 우리는 이 상태를 고요와 침묵의 완벽한 허공이나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은 진공(void)으로 보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은 초기 폭발의 억눌린 에너지가 들끓는 공간이었다. 우주의 시계가 10의 -32승 초를 가리켰다. 우주는 팽창으로 인해 좀더 엷어지고 온도도 더 내려갔다. 마침내 최초의 소립자들이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쿼크(물질의 기본 구성 입자)와 전자(전기를 띤 입자), 중성미자(질량이 거의 없으며, 전지적으로 중성인 입자)로 된 '수프' 광자(빛의 입자)로 가득 찼다. 물질이 탄생하자, 마치 거울의 상을 보듯이 반입자가 생겨나 전하의 균형이 잡혔고, 우주의 전기적인 중립성이 유지되었다. 물질과 복사는 지속적으로 상호작용을 했다. 입자와 반입자가 충돌하면 그 질량은 광자의 에너지로 전환되었다. 그리고 광자는 삶과 죽음의 끝없는윤회에서 해체되고 재생되기를 반복했다.
우주를 재배하는 물질
만일 우주 공간에 입자와 똑같은 수의 반입자가 있다면 우리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났을 것이다. 물질과 반물질이 서로 소멸되면 우주는 소립자나 별, 은하, 그리고 당연히 인간도 존재할 수 없는, 단지 복사 에너지로 가득 찬 세계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자연은 물질과 반물질을 공평하게 취급하지 않았다. 물질이 아주 미미한 우세를 보였다. 진공으로부터 반물질 입자가 10억 개 생길 때마다 물질 입자는 10억 1개가 생긴 것이다. 따라서 10억개의 입자-반입자 쌍이 소멸하여 10억 개의 광자들로 전환될 때마다 1개의 물질 입자가 남게 되었다.
식어가고 엷어지면서 더욱 복합해진 우주
우주의 시계가 100만 분의 1초를 알리자, 상황은 더욱 급박해졌다. 우주는 거의 우리 태양계의 크기만해졌으며, 온도는 여전히 10조K를 우지하고 있었다. 쿼크는 처음으로 3개로 뭉쳐 양성자와 중성자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쿼크를 서로 끌어당기는 '접착제'는 강한 핵력이었다. 강력한 힘이 다시 작용해 이번에는 양성자와 중성자를 합치게 하더니, 수소의 핵(1개의 양성자)들이 결합하여 3분 후에는 헬륨의 핵(2개의 양성자와 2개의 중성자)이 생겨났다. 그러나 이 시점부터는 더 이상의 화합물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헬륨 핵은 팽창하는 우주 공간으로 퍼져나갔으며, 원자핵이 충돌해 합쳐질 기회는 사라져버렸다.
수소 핵, 헬륨 핵, 전자, 광자, 중성미자로 가득한 팽창하는 우주 그 다음 30만 년은 비교적 평온했다. 우주는 온도가 1만K까지 냉각되었다. 전자기력이 외톨이 전가를 단일 양자인 수소 핵에 결합시켜 수소 원자를 만들어냈고, 구 개의 전자를 헬륨 핵에 결합시켜 헬륨 원자들을 만들어내면서 오늘날과 같은 완전한 원자들이 출현하게되었다. 일단 원자 주위의 궤도에 붙잡히거나 결합된 전자들은 더 이상 광자들의 순환을 막을 수 없었다. 빛 입자와 다른 형태의 복사가 마침내 자유로워진 것이다. 그때까지도 여전히 불투명하던 우주가 투명하게 되었다. 우주의 배경 복사는 이단계에서 갑자기 쏟아져 나온 광자들이 식어서 된 잔재이다. 우리는 마침내 헬륨보다 복합적인 물질을 합성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른 우주를 보게 되었다. 그러나 이제 온전한 수소와 헬륨 원자가 나타났으며, 바야흐로, 모든 것이 변하려 하고 있었다. 중력으로 야기된 열의 '오아시스'-결국은 은하가 되었다-가 우주의 차가운 공간 속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오아시스의 구성 물질들은 중력 때문에 서로 끌어당기고 있었으므로 팽창하는 우주와는 무관했으며, 그때까지 물질을 더 복합적 구조로 별하지 못하게 하는 조건인, 온도가 낮아지고 밀도가 희박해지는 문제에서도 해방되었다. 그러나 이들 열의 오아시스에도 중요한 문제가 하나 있었다. 오아시스 내부의 입자들이 너무 희박하게 분포해 있는 것이었다. 평균 밀도가 1㎤당 수소 원가 1개인 발생기은하들은 우리가 숨쉬고 있는 공기보다 수천조 분의 1배나 희박했다. 원자의 충돌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밀도가 더 높은 환경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때서야 은하들 내부에서 별들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용골자리 성운의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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