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불 - 최명희
망혼제(1/5)
무릇 인간이란. 저 광대 무변한 우주 공간과 영원 무궁한 시간 속에 끊임없이 생성하고 소멸하는 삼라만상 가운데, 가장 미묘 신비한 존재이니. 날 때부터 벌써 사람마다, 천귀, 천액, 천권, 천파, 천간, 천문, 천복, 천역, 천고, 천인, 천예, 천수를 관장하며 하늘을 운행하는 열두 별의 정기를 받고 태어난다. 사람이 세상에 출생할 적에 만약 좋은 별을 만나면 일생 부귀공명하고, 불행히 나쁜 별을 만나면 곤고빈천하게 되는데. 이 운명의 길흉을 누구라서 미리 알 수 있으랴. 다만 그 사람이 난 생,년,월,일시를 기점으로 해서 간지를 짚어 보며, 천리묘법을 짐작할 수 있을 뿐. 육갑은, 위로 하늘로 벋은 나무의 줄기와 가지를 묘사한 천간, 즉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의 십간과, 아래로 땅속의 뿌리를 상징하는 지지, 즉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의 십이지가 서로 결합하여, 갑자.을축.병인.정묘... 계해까지 육십 개 간지를 이룬 것인데. 이 육십갑자, 육갑으로는 천지 자연의 이치와 도리를 헤아려 만물에 통하는 음양과 오행, 그리고 수와 방각이며 색 등을 산출할 수 있다. 이것들은 상호 이끌리어 친하게 합하며 상생하기도 하지만, 어울리지 않아서 배척하는 충과 극도 있어서. 서로 합이 들면 복록이 물론 넘칠 것이나 상충, 상극이 들면 질병과 고통에 시달리며 파가하여 고향을 떠나든지 소송.구설에 휘말리어 흉한 일이 그치지 않는다. 이는 간지오행에도 적용된다. 우주 만물을 형성하며 만상을 변화시키는 다섯 가지 원소인 쇠와 나무와 물과 불 그리고 흙, 곧 금.목.수.화.토를 오행이라 하는데, 육갑의 간지마다 이 가운데 한 성질을 띠는 것이다. 말하자면 자신의 생년 간지가 갑자.을축인 사람은 금에 해당하며, 병인.정묘인 사람은 화요, 무진.기사인 사람은 목(나무)... 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같은 금이라 해도 납음에 따라 속궁이 다르다. 납음이란, 간지마다 오행을 밝히면서, 좀더 구체적이고도 상징적인 글귀로 그 성질을 압축 풀이해 놓은 말이니. 곧 갑자.을축은 해중금이라 바닷속에 잠긴 쇠요, 갑오.을미는 사중금이어서 모래 속에 묻힌 쇠다. 그리고 무진.기사는 대림목으로 우거진 수풀에 선 나무인가 하면, 무술.기해는 평지목이매 평평한 땅에 난 나무다. 이 간지오행끼리도 상생과 상극이 있어, 서로 도와 번성하게도 하고 극하여 해치기도 한다.
아아, 풀잎 끝에 이슬 같은 초로인생, 바람처럼 건듯 한 번 왔다 가는 길, 사람으로 난 바에야 귀인으로 권세 높아 복록을 누리고 싶지. 그 누구가 제 운명에 흉액을 바라오며 상충이나 상극을 꿈꿀 것인가. 그러나 인생을 고르지 못하여, 칼을 맞고 살을 맞아 꺾이고 부서진 상처로 만신창이가 된 사람 수 헤아릴 수 없으며. 일이 뜻 같지 아니하여 평생에 숨은 근심을 곁의 사람조차도 아지 못하는 이 하나 둘이 아니다. 그러다가 끝내는 인생이 운명과 부딪쳐 박살이 나거나, 운명이 인생을 극하여 절명에 이르기도 하나니. 비명에 안 가도 죽음은 설운 것인데, 하물며 제명에 못 죽은 원혼들의 원통함이야 달리 일러 무엇 하리. 육십갑자 간지마다 원혼들의 곡성이 낭자하여, 목 놓아 우는 소리 이승을 적시고 구천에 울린다. 어와아, 세상 천지 사람들아. 이 내 원한 맺힌 마음 세세히도 풀어내어, 만리장성 펼친 듯이 구구절절 읊어 주소. 가련하고 불쌍하다. 이 세상이 원수로다.갑자 을축 해중금은 금생 남녀 원혼이라아 송죽 같은 곧은 절개 해로 백년 하자고 맹세를 했건마는 이 세상에 태어나아 남 산 세상을 못 사시고타고난 복을 못다 쓰고오 남 산 부부를 못 사시고 황천객이 되었으니이 근들 아니 원혼인가 나무아미타아불 병인 정묘 노중화, 화생 남녀 원혼이라아 북망산천 달 밝은데 무인상중 홀로 누웠으니 독수공방 기나긴 밤을 어이 홀로 지새리요오 노상천백 타는 불에 무주고혼 분별할까 거리중천 떠다니며 야월공산 두견같이 주야장천 슬피 운다 구곡간장 썩어드니 근들 아니 원혼인가 나무아미타아불 무진 기사 대림목은 목생 남녀 원혼이라아 동원도리 젓는 수풀 곳곳마다 푸른빛이라 울울창송 입하초에 추월상강 처량하다 설중매화 독대춘은 홀로 봄빛을 사양하네 눈을 들어 돌아보니 나오는 것은 한숨이요 흐르는 것은 눈물이라 근들 아니 원혼인가 나무아미타아불 경오 신미 노방토는 토생 남녀 원혼이라아 살은 썩어 물이 되고 뼈는 썩어 흙이 되니 대로변에 묻힌 무덤 어느 누가 분별할까 한심허고 가련허다 근들 아니 원혼인가 나무아미타아불 임신 계유 검봉금은 금생 남녀원혼이라아 일락서산 저문 날에 해도 졌다 다시 돋고 월출동명 저 동산에 달도 졌다 다시 돋건마는 저기 않은 저 혼령은 아차 한번 가고 보면 다시 올 길 적막하니 만리천성 죽은 몸이 충효보행 어이하리 억만장졸 창검하에 객사고혼 가련하다 근들 아니 원혼인가 나무아미타아불 갑술 을해 산두화는 화생 남녀 원혼이라아 잎은 피어 청산이요 꽃은 피어 화산인데 불쌍허고 가련허신 좌우 앉은 조상들은 실신장군 사자되야 봉화불을 어이할꼬 꺼져가는 연기라도 부칠 길이 바이 없네 근들 아니 원혼인가 나무아미타아불 병자 정축 간하수는 수생 남녀 원혼이라아 초패왕의 고집으로 구령 말을 아니 듣고 만경창파 푸른 물에 수중고혼 가련하다 밤은 깊어 삼경인데 짝을 잃은 외기러기 높이 떠서 빈 하늘에 나와 같이 슬피운다 근들 아니 원혼인가 나무아미타아불 무인 기묘 성두토는 토생 남녀 원혼이라아 일락서산 저문 날에 일월공성 처량하다 무주공산 적막하게 토생 남녀 봉분하니 청송녹죽 울을 삼고 홀로 누운 고혼이야 근들 아니 원혼인가 나무아미타아불 경진 신사 백랍금은 금생 남녀 원혼이라아 백약에도 효험 없고 병환 나서 죽단 말가 만리타향 명부에서 금의환향 돌아온들 어느 처자 반겨할까 고독으로 우는 몸이 가련하기 측량 없다 근들 아니 원혼인가 나무아미타아불 임오 계미 양류목은 목생 남녀 원혼이라아 추풍세월 눈물 바다 방울방울 맺혀 있네 녹음방초 성화시에 시내 강변 푸르도다 늘어지고 처진 버들 죽은 고혼 돌아볼까 오고 가는 인간 일월 적막하기 그지없어 한심허고 가련하다 근들 아니 원혼인가 나무아미타아불
"여보, 여러 시주님네, 염불 말씀 다시 듣고 부디 부디 전심하소오. 처자권속 어진 마음 황천 길을 열어 주어 극락으로 나가려니, 홀홀이 모은 배는 풀어져서어 못 가겄고, 돌로써 모은 배는 가라앉어 못 가아 겄고오, 갈잎으로 모은 배는 풍파 쳐서 못 가리요오. 서가여래 귀헌 말씀 반야용선 제일이라아. 어서 가소, 권하시니이 선심으로 극락 가소. 어찌 아니 가련헌가. 인도 환생 하옵소서."
원한이야아, 원한이로도다아.
"일엽편주 돛을 달아 만경창파 짚은 물에 사해팔방 다니다가, 영결종천 돌아가면 소식조차 돈절하네에. 허망하기 그지없다아. 구곡 간장 썩은 눈물 두 눈에서 솟아나니 눈물에 배 띄워라. 옥황전에 등장 가자아."
원한이야아. 원하안이로오다아.
잠든 피를 불러 일깨우는 것도 같고 멍들어 울부짖는 피를 달래 재우는 것도 같은 징소리에, 당골네 백단이의 독경 소리가 굽이굽이 실리면서 밤은 점점 깊어진다.
"원이 지면 원을 풀고 한이 지면 한을 풀소오."
갑진 을사 복등화는 화생 남녀 원혼이라아 추월춘풍 두견새는 공산야월 달 밝은데 홀로 앉아 슬피운다 어찌 아니 처량하리 무정이야 이팔청춘 어여쁜 그 모습은 간 곳이 바이 없고 등잔 불에 저 혼백은 잠들 길이 전혀 없네 근들 아니 원혼인가 나무아미타아불 병오 정미 천하수는 수생 남녀 원혼이라아 칠월칠일 칠석날에 천리 은하 오작교에 일년일도 건너가서 견우직녀 상봉하야 만단설화 못다 하고 무심하게 이별하네 귀명황천 돌아가며 걸음걸음 슬피 운다 근들아니 원혼인가 나무아미타아불 무신 기유 대역토는 토생 남녀 원혼이라아 태산이 평지 되고 평지가 태산이 되도록 원혼 맺혀 한이로다 천년 만년 한이 되야 풀어낼 길 망연하다 가련허고 가련허다 이 내 몸이 북망산천 돌아가네 홍도백도 붉은 꽃은 낙화점점 눈물이라 가련허고 불쌍하다 이 세상이 원수로다 근들 아니 원혼인가 나무아미타아불 당골네는 제 설움에 겨운 일이라도 있는 사람처럼 흐느끼는 목소리로 육갑해원경의 고비고비를 왼다. 무너져 주저앉은 초가지붕 귀퉁이에, 종이 등불이 흰 술을 달고 흔들리는 이 집은 문중에서도 기세가 없는 동녘골댁이다. 어쩌다가 성씨 하나만 반듯하게 타고났을 뿐,
이렇다 할 아무런 것도 내세울 만한 것이 없는 집으로, 동녘골양반은 타성들한테조차도 그다지 대접을 받지 못하는 형편이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 동녘골댁은 종가의 허드렛일을 도와가며 근근이 살아가는 궁색스러움을 면하기 못하였다. 그네는 용색조차도 상민들과 별반 차이가 나지 않았다. 처음 시집을 왔을 때만 해도 얼른 두드러진 모습은 아니었지만 나이 덕으로 부옇기는 하던 얼굴이, 이제는 오랜 세월의 근심과 고생에 찌들어 거멓게 죽어 있는 것이다.
"세상에 무슨 눈물 무슨 눈물 해싸도, 자식 앞세워 죽이는 설움을 당헐 것이 없지. 그것만은 못헐 짓이라."
동녘골댁이 그런 소리를 듣던 것도 벌써 칠팔 년 전의 일이 되고 말았다. 그때 당장으로는 저 집에 쌍초상 나게 생겼다고 수군거렸으나 다행히 그네는 정신을 수습하고 살아 남기는 남았다. 다만 그런 일이 있은 뒤로 그네는 몰라보게 수척해지면서 끝내는 숨이 차 오르는 병까지 얻어 버리고 말았다. 숨만 그렇게 가쁜 것이 아니라 무엇을 잘 먹지도 못했다. 그리고 아무것도 아닌 하찮은 소리나 사람의 기척 그림자에까지도 깜짝 놀라 한참씩 숨을 못 쉬곤 하였다.
"에이그, 천지신명도 무심하시지. 기왕에 한 목숨을 기어이 데려가실 양이면 실한 놈은 남겨 두고 못난 놈을 업어 가시지, 귀신도 인물을 가리는가. 강수같이 용하고 듬직한 아들을 잡어 가시누 그래."
열아홉의 봄을 채 넘기지 못하고 동녘골댁 강수가 숨을 거두었을 때, 율촌댁은 혀를 차며 말했다.
"소리 소리 허는 것 아니다. 사람 목숨에 귀하고 천한 것이 어디 있는고. 인지상정으로 그냥 생각 없이 쉽게 던지는 말이 죄로 가는 일이 많으니."
무심코 한 율촌댁의 말을 받은 청암부인이 핀잔하였다.
"어찌 됐든 두 자식 중에 한 사람만이라도 살었으면 다 잃은 것에 비기겠느냐. 행여 듣는 데서는 그리 말허지 마라. 곱추도 자식이니라."
청암부인은 자신의 마음속에다 새기듯이 말했다. 그 다음 말을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으나, 청춘에 먼저 간 청암양반을 생각하는 것이 분명했다. (시늉만 남아 있더라도 살아만 있다면 오죽이나 좋으리. 문 열어 보면 방에 앉아 있고, 바라보면 얼굴이 보이고, 속에 있는 말 털어놓으면 들어 주고. 내가 그 외의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대저 남편이라 하는 것이 무엇이냐. 그것은 울타리라. 무심한 사람. 나를 이렇게 벌판에 세워 놓고 먼저 목숨을 거두어 길을 떠나 버리니, 나 혼자서 일구는 이 모든 경영이 황량하도다. 무슨 일이 그렇게도 급하여, 가면 다시 올 수도 없는 길을 그다지도 서둘러 갔었는고. 내게 병신 자식이라도 하나 남겨주고 갔으면 마음이 이렇게 적막하지는 않을 것인지. 기채가 아들이 아닌 것은 아니지만 변덕스러운 것은 사람의 마음이라, 때로 서운도 하고 야속도 허다... 동녘골 질부가 참척을 본 것은 절통한 일이나, 남은 자식은 그래서 더 중하고말고.)
청암부인이, 먼저 간 어린 신랑 준의를 때때로 생각하는지 않하는지는, 눈치채는 사람은 없었다. 다만 미루어 짐작으로 (아무리 당신이 천하에 보기 드문 여중군자라고 하지만 홀로 앉아 있을 때는 여인일시 분명한데, 서방님 생각을 하지 않으실 리가 있을꼬. 내색을 안하시니 그 깊은 속은 헤아리기 어렵지만...) 하고 접어 두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렇다고 누가 감히 입을 열어 부인의 심중을 물어 볼 수 있겠는가.
"동녘골댁 강수가 아무래도 숨을 지탱하기 어렵겠습니다."
벌써 칠팔 년이나 흘러가 버린 지난날의 일이지만, 어느 하루 아침. 이기채는 문안을 들어와 청암부인에게 말했다. 그때 부인은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않아 있다가 "강수가 지금 몇 살이든고?" 하였다.
"열아홉이지요."
"...열아홉이라..."
청암부인의 말끝이 애석한 한숨으로 흐려지면서 흔들렸다.
"꽃다운 나이로다."
그때 문득 이기채는 청암부인의 비스듬히 내리는 눈빛과 말투에서 그네가 낭군 준의의 모습을 좇고 있는 것을 느꼈던 것이다. 그리고 순간적인 일이었지만, 웬일인지 송구스러워서 다음 말을 잇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목숨이란 한 번 지면 기약이 없는 것을, 떠나는 사람들은 뒤도 안 돌아보고 서둘러 가느니, 야속한 일이로다."
"다 제 명이 그뿐이라 그렇게 부모를 남겨 두고 생병을 얻어서 먼저 가는 것이지요, 뭐."
"내 그런 옛말을 들은 적이 있다. 전생이라는 것이 참으로 있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 알 도리가 없지만, 전생에서 서로 지극한 업을 지은 사람들은 이승에서도 지극한 사이로 다시 만난다 하더라. 서로 베푼 마음이 간절하고, 선한 공덕을 많이 쌓은 사람들이 부부나 부모 자식간으로 인연을 맺는다는 게야. 그러니 오죽이나 애지중지하는 사이겠는가. 허나 반대로 원수 척을 진 사람들이 또 그렇게 뗄 수 없는 인연으로 가까운 곳에 태어나거나 만나거나 한다는 말을 들었다."
"원수라면 생각만 해도 치가 떨릴 것인즉 전생에서만도 질릴 일인데, 무엇 하러 이승에 까지 와서 다시 만난답니까?"
"그래서 인연이란 조심해서 맺어야지. 원수를 지어 놓으면 갚아야 할 게 아닌가. 뼛골에 사무친 원수를 갚는 길은 서로 뗄 수 없는 처지로 만나 평생 동안 지척에서 괴롭히는 일이거나, 기가 막히게 애틋한 사이에서 먼저 죽어 버려 남은 사람들을 애통하게 하는 일이 아니겠느냐. 원수도, 은혜도, 너무 지극해서 갚으려 할 때는 한 다리만 건너도 벌써 힘이 약해져 안되지. 한 지붕 아래 한 방의 한 이불 덮는 사이가 아니면 갚기 어려운 것이다. 그것이."
그런 맹랑한 말이 어디 있을까. 이기채는 속으로만 그렇게 생각하고 말을 하지는 않았다.
"어렸을 때 들은 이야기라서 아물아물하다만 전에 옛적에 어떤 사냥꾼이 있었다는 게야. 어찌나 명사수였는지 한번 팔매를 던지면 공중에 날아가던 매도 떨어졌다는 사람이지. 그 사람이 하루는 자기 집 밭머리에서 팔매 하나로 까마귀 세 마리를 잡았더라는구나. 그게 귀신이냐 할 수 있는 일이지, 어디 사람의 솜씨냐. 그 사람은 어찌나 좋던지 입이 찢어질 지경이었단다. 물론 희색이 만면하여, 그날 밤에 까마귀 고기를 내외간에 앉아 맛나게 먹었지. 그런데 그날 밤에 안사람이 수태를 하게 됐다. 사냥꾼은 아제 남부러울 것이 없어서 기고만장. 하는 일에 힘이 나고 신명이 나지 않았겠느냐."
그리하여 연년생으로 하들 삼형제가 태어났는데 그들은 누구보다도 잘생기고 영특하며 효성이 남다르게 뛰어나 사냥꾼 부부는 행복하기 더할 나위 없는 나날을 보내게 되었다. 그러던 하룻날 뜻밖에도 밭에서 아악,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숨이 넘어가게 자지러지는 그 비명 소리에 황망히 뛰어나간 사냥꾼의 아낙은 뜻밖에도 큰아들이 밭에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정신없이 달려가 아들을 일으켜 세워 보았으나 아들은 이미 절명한 뒤였다. 아침나절에 밥 잘 먹고 뛰어 놀던 아들이 한 마디 말도 못하고, 왜 그렇게 되었는지 알 길도 없이 죽어 버린 게야. 허나, 일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죽은 아들의 시신을 마당으로 옮겨 놓고 망연자실 넋을 놓아 울고 있는 아낙을 밖에서 다급하게 부르는 소리가 있었다.
"당신네 아들이 개울에 빠져 숨이 진 것을 우리가 메고 왔소."
뜻밖에도 동네의 장정들이 어깨에 메고 온 둘째아들을 내려 놓은 것이 아닌가. 그것을 본 아낙은 그만 기절을 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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