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불 - 최명희
혼불 1. 3. (2/3)
"말을 해 보아라."
강모는 여전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백모님. 제가 사랑으로 데리고 가서 타일러 보지요. 알아듣게 이르겠습니다."
숙부 기응이 결국 강모를 모면시켜 주었다. 본디, 이기채와 기표, 기응은 동복 형제였다. 그러나 대종가의 종손인 준의가 그 나이 열여섯 살을 가까스로 넘기고 세상을 떠났을 때, 청암부인은 열아홉의 나이로 혼자 남게 되었던 것이다. 몇 년의 세월이 지난 뒤, 준의의 아우 병의가 성혼하여 그 장자 기채를 큰집으로 양자하였다. 부인이 스물다섯 살에 기채를 양자로 맞이하였는데, 기채도 벌써 사십을 넘어 서너 고개에 이르니, 청암부인은 어느덧 예순여덟이라, 고희 일흔의 가파른마루턱에 들어서고 있는 셈이다.
"딸 가진 쪽의 마음은, 아들하고는 또 다른 법이니라. 사람의 마음을 근심으로 졸아들게 하는 일이란, 몹쓸 일, 처지를 바꾸어 생각해 봐라. 당장에 우리들도 강련이 일로 얼마나 근심을 허는고, 딸자식이란 키울 때도 정성이 열 배나 더 들지만, 시집을 보내고 난 다음이 더 근심거리인즉."
강련은 강모의 큰누이로, 멀리 황씨 문중으로 혼인하여 간 사람이다. 강련의 이름이 나오자 이기채의 미간이 날카롭게 찌푸려진다.
"나가 보아라. 사람의 마음이 먹은 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만, 안 가는 마음이라도 그저 자꾸 기울이면 자연 흐르고 고이게 마련이니라. 물길이나 같지. 어찌 되었든, 이번 정초에는 대실에 꼭 다녀오너라. 늦어도 보름을 넴기지 말고."
큰방에서 기응을 따라 대청으로 나오는데, 건넌방의 문이 열리며 율촌댁이 내다본다. 기응은 그 기척을 알아차리고
"이따가 사랑으로 나오니라."
하더니 혼자 토방에 내려선다. 율촌댁은 큰방에서 나는 소리를 내내 듣고 있었던 것이다. 혼자 이쪽 방에서 마음을 조이고 있다가 문 열리는 소리에 그네는 강모를 가만히 부르고 싶어 내다보았다. 강모는 건넌방으로 들어가 아랫목에 책상다리를 한 채 입을 다물고만 앉아 있었다. 율촌댁이 모반에 강정이며 약과를 담아 내놓는다.
"좀 먹어라."
입맛이 당길 리가 없다. 그것을 알면서도 율촌댁은 말이 없는 강모의 손에 약과 한 개를 굳이 들려 준다. 보름이 지나고 언뜻 며칠 뒤에는, 학기가 시작되어 전주로 가 버릴 아들이다. 무엇 하나라도 더 먹이고 싶은 심정에 그네는 강모만 보면 먹을 것을 내놓지만 그는 거의 아무것에도 손을 대지 않았다. 손에 들려 준 약과를 다시 모반에 담아 버리고 강모는 일어선다. 율촌댁이 앉은 채로 아들을 올려다본다. 한 말이 있다는 얼굴이다.
"사람에 나갈라요. 오류골 숙부 기다리실 텐데."
겨우 밀어낸 한 마디를 남기고 강모는 그냥 건넌방에서 나오고 말았다. 그러나 바로 사랑으로 들지 못하고 누마루 근처에서 서성거리며 안서방이 사기가루 빻는 것만 바라보고 있는 중이다.
"강모 안 들어오냐?
작은사랑방에서 기응의 목소리가 토방으로 들려왔다. 아마, 강모가 밖에서 서성거리는 것을 눈치로 느낀 것 같았다. 강모는 짜증이 역력한 발짓으로 신발을 댓돌 위에 팽개치고 작은사랑으로 들어간다. 그것은 부친 이기채에게보다 숙부 기응에게 훨씬 친근하게 마음을 놓는 강모의 속마음이 그렇게 나타난 것이었다.
"차다. 이 아래로 내려오니라."
"괜찮아요."
"이리 와아. 여기는 뜨시다."
강모는 아랫목으로 내려가 기응의 곁에 앉는다. 기응은 모색이 잘 생긴 편은 아니다. 그저 순후질박한 모습이라고 할까, 꾀가 없는 천성을 말하듯 그의 눈은 항상 담담하고, 입술에도 욕심이 물려 있지 않다. 그러나 결단력이 없어 자기 앞에 각단지게 꾸려나가기 힘든 사람처럼도 느껴진다. 어쨌든 강모는 오류골 숙부를 대하면 마음이 푸근하다. 은연중에 청암부인의 서릿발 같은 기상, 이기채의 놋재떨이 같은 강단에 짓눌리며 가슴을 제대로 못 펴고 자라난 탓일까. 그래서 자연 틈만 나면 오류골 작은집으로 내려가게 되고, 가면 그곳에는 강실이가 있었다.
"아나, 여기, 용을 그리다가 말었네. 마저 다 그리고 저녁에 집으로 오니라. 식혜나 한 그릇 먹자. 이얘기는 그때 허기로 하고."
기응은 꼭지연을 강모 쪽으로 밀어 주며 그렇게만 말하고 나갔다. 기응이 나간 뒤, 벼루를 끌어당겨 붓을 적시었으나, 도무지 머리 속이 어수선하여 용이고 무엇이고 마음에 없었다. 그래서 나와 버렸다.
"다 되얏네요. 이리 주시지요."
안서방은 부레풀에 개어 넣던 사기가루를 털며 강모의 손에 들고 있는 자새를 달라고 한다. 손바닥에서 푸르르 가루들이 반짝이며 날아 떨어진다.
어느새, 짧은 겨울 해가 설핏 지려고 한다. 지대가 높은 산 밑의 집이라 그늘이 드리워지기 시작하고 있다.
"마님 지싱가... ."
대문을 들어서는 것은 아랫몰에 사는 타성 두 사람이다. 아마 세배를 오는 모양이었다. 그들이 들어서는 것을 보고 안서방이 풀그릇을 토방에 놓고 일어선다.
"나, 오류골 작은집에 가."
강모는 일어서는 안서방의 뒤에 그렇게 말하고, 공례하여 강모에게 고개를 수그리며 웅숭웅숭 마당으로 들어서는 사람들과 엇갈려 솟을대문을 나선다. 저만큼 눈앞에 보이는 논밭에는 아직도 잔설이 남아, 기우는 저녁 햇빛에 주황으로 물들고 있었다. 내려다보이는 지붕들의 한쪽에도 녹다 남은 눈이 쓸쓸하다. 강모는 발로 돌멩이를 차 본다. 그래도 웬일인지 마은은 허전하다. 대문 양쪽에 서 있는 늙은 대추나무는 이파리 하나 없이 스산한 잔가지를 덩굴처럼 늘이운 채 저녁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춥다... . 암,수가 마주보고 서 있는 은행나무도, 앙상한 가지를 손가락같이 뻗치며 겨울 하늘을 향하여 떨고 있다. 강모는 목을 한 번 움츠렸다 펴고는 명주목도리를 다시 감는다. 오류골 작은집은, 대문을 나서면 바로 내려다보인다. 종가의 대문 아래 두 번째 집은, 춘천 작은집, 기표가 살고 있고 그 건너 나지막하게 엎드린 초가가 기응의 집이다. 허물어질 듯한 토담에 저녁 황혼이 쏠리고 있다.
강모가 살구나무 아래서 한 번 멈추어 섰다가 마당으로 들어갔을 때, 마침 강실이는 부엌에서 나오고 있었다. 두 손에 기명 물이 담긴 함지박을 들고 있는 것으로 보아, 부엌 앞에 수채에 물을 버리려고 나온 모양이었다. 함지박에서는 김이 오르고 있었다. 그릇을 씻은 물인가... . 강실이는 함지를 든 채로 강모를 바라보았다. 그네는 연분홍 치마에 노랑 저고리를 입고 있었다. 강모에게는 낯익은 빛깔이었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강실이는 설빔으로 같은 옷을 입었었다. 솜씨가 음전한 오류골 작은어머니는, 강실이의 키가 크는 것에 따라 입었던 옷을 뜯어 다시 짓는데도, 언제나 마치 새 옷처럼 만들어 내는 것이었다. 물론 청암부인이 세안에 미리 강실이의 설빔 몫으로 명주를 내리기도 했었으나, 오류골댁은 강실이한테 곱게 한 번 대보기만 하고는, 보자기에 싸서 반닫이에 넣어 두고 말았다. 혼수로 아끼는 것이리라. 재작년 강모가 보통학교를 졸업하던 해의 정초에, 강모는 연분홍의 치마에 연노랑 명주저고리를 입은 강실이와 마주치면서, 무엇에 호되게 맞은 것처럼 순간 정신이 혼미했었다. 늘 보던 사람을 보고 그렇게 놀랄 수가 있는 일일까. 아무래도 알 수 없었다. 청아무인 옆에 앉아 세배꾼들과 더불어 화롯불을 쪼이며 홍소를 터뜨리고 있을 때, 강실이가 세배를 드리러 올라온 것이다. 장지문을 열고 들어오는 강실이는 지금까지 보아오던 그네가 아니었다. 아아. 강모는 가슴의 핏줄을 갬치 먹인 실로 베이게 동여매는 것 같은, 이상한 아픔을 느꼈다. 가슴을 오그렸다. 막힌 핏줄이 펄떡펄떡 뛰는 소리가 자기 귀에도 역력히 들렸다. 사람들은 그런 강모에게는 아랑곳하지 않고 화사하게 둘러앉아 항렬대로 돌아가며 강실이의 세배를 받는 것이었다.
"아이구, 인제 우리 강실이가 처녀가 다 되었구나. 시집가야겄다."
청암부인이 모반에 엿을 담아 내주며 강실이의 손을 잡았다. 강실이는 손을 잡힌 채 고개를 외로 돌리며 얼굴을 붉혔다. 그네의 검은 머리단 끝에는 검자주 제비부리 댕기가 물려 있고, 수줍음에 물이 든 귀와 흰 목의 언저리에는 살구꽃빛이 돌았다. 그리고 거기에 몇 오라기의 잔머리가 애잔한데, 그네의 둥근 어깨는 강모의 마음에 야릇한 충격을 주었다. 휘어잡아 보고 싶은 심정을 내리누르는 소리가 가슴을 울렸다. 장지에 은은히 비쳐드는 밝은 햇빛을 등지고 앉은 그네의 연노랑 어깨 너머로, 완자 살창은 햇빛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강모는 그날 밤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그리고 그렇게도 스스럼없이 드나들던 작은집에, 이제는 한 번 가려면 몇 번이나 마음을 다져 먹어야만 했다. 그러나 그럴수록 얼굴이 꽃빛으로 물들며 고개를 외로 돌리던 모습과 그 목 언저리 둥글고 어여쁜 어깨가 숨막히게 떠오르곤 하였다. 그것은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심정이었다. 때로는 그 심정 때문에 그대로 오그라져 버릴 것도 같았고, 어쩌면 터져 버릴 것도 같았다. 그래서 어느 날은 참지 못하고 대문까지 내려왔다가, 작은집의 검은 살구나무 둥치에 마음이 부딪치면서 덜컥, 자물쇠통 잠그는 소리가 나 더는 못 가고 그대로 돌아서곤 하였다. 그러면서 강모는 고보에 가기 위해 매안을 떠났던 것이다.
어쩌면 그것이 강모로서는 다행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다가 작년 설에, 지난 해와 같은 설빔을 입고 강실이가 종가에 세배하러 왔을 때, 강모는 콧날이 찡해지면서 반갑고도 애처러운 심정을 금하지 못했다. 형언할 길 없는 설움 같은 것이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었다. 무엇이든지 한 가지 주고 싶은 간절함이기도 하였다. 강실이는 한 해 사이에 몰라보게 달라져 있었다. 둥글고 도톰하던 두 볼이 갸름하게 흘러내리고, 눈매의 그늘은 잠잠하면서도 깊어진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강모는 가슴이 사무쳤다. 한두 번 마주쳐도 강실이는 강모를 바로 안 보고 비스듬히 얼굴을 돌리곤 했다. 그런데 왜 지난 가을, 대실의 신방에서 꿈에 본 강실이는 연두 저고리를 입고 있었는지 모를 일이었다. 그 연두의 빛깔이 지금도 선연히 가슴에 번지고 있는 것을 강모는 느낀다.
"... 오라버니."
강실이는 부엌 바라지 앞에 선 채로 그렇게 말했다. 그 목소리에 김이 서려 있었다. 그네가 들고 있는 함지에서 김이 오르고 있는 때문일까. 그네의 얼굴도 김에 부옇게 어리어 잘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강모는 사립문간에 붙박인 듯 서서 차마 발을 옮기지 못하고 그런 강실이를 바라보았다. 그의 가슴에도 자욱한 김이 서린다. 그것이 속에서 식으며 물방울로 맺힌다. 그대로 눈물이 배어 나올 것만 같다.
"추운데... 들어가세요."
그래도 강모는 그 자리에 서 있기만 한다. 가슴에 서렸던 물방울이 차갑게 줄을 그으며 복판으로 미끄러진다. 강실이는 강모와 한 살 차이일 뿐이었다. 그리고 얼마나 허물없는 소꿉친구였으며, 정다운 오누이였던가, 지난 가을까지만 하여도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놓고 지냈었는데. ... 지금은 다르다. 아니, 그것은 '지금' 달라진 것이 아니었다. 그렇다. 바로 그때부터 달라졌었다. 지난 시월, 대실에서 혼례를 바치고 매안으로 돌아왔을 때. 그토록이나 마음 무겁고, 선뜻 동구 안으로 발을 들여놓기 어려웠을 때. 마치 달걀의 흰자위처럼 우무질로 투명하게 엉겨 있는 것같이 느껴지던 마을은, 이상하게도 강모를 혀끝으로 밀어내고 있었다.
(... 강실이를 어찌 볼고... .)
강모는 얼굴이 후끈 달아 올랐었다. 어쩌면 강실이는, 그 우무질의 속속 깊숙이 감추어지고 숨겨져 버려서 다시는 얼굴마저도 볼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왜 그렇게도 마을은 낯설고 어색하였던가. 아아. 강모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그리고, 구로정의 둔덕에 서서 강실이의 집, 살구나무를 내려다보았다. 각성바지들이 호제들과 어울려 살고 있는 민촌 거멍굴을 지나올 때도, 그들은 나락을 찧다 말고 일손을 멈춘 채, 혹은 콩 타작 한 것을 도리깨질하다가, 연자매를 돌리다가, 강모의 일행이 지나가는 것을 바라다보았다. 무엇인가 부러운 듯한 시선과 함께, 자기들끼리 한 말이지만 강모에게도 그대로 들리는
"얼매나 좋으까이... ."
그러더니, 아랫물, 중뜸을 지나 구로정에 이르자, 문중에서도 마중을 나왔다.
"새신랑 오는가?"
"장가드는 것이 좋기는 좋구나. 그새 신색이 휘언해졌구나."
"밤새 안녕허시난다드니, 강모야말로 밤새 어른이 되어 버렸네에."
그러나 강모의 귀에는 그런 말들이 한낱 바람 소리와도 같이 들렸다. 원뜸으로 올라가는 고불고불한 고샅만이 하옇게, 멀고 먼 길처럼 놓여 있었다. 그리고 구로정에서도 한눈에 들어와 보이는 오류골 작은집의 늙은 살구나무 둥치만이 어두워지는 만추의 하늘을 떠받들며 거멓게 드러나 보였다. 혼례를 올린 후 인재행을 마치고 삼일 만에 신랑과 함께 신부가 시댁으로 신행을 오는 집안도 더러 있기는 하였지만, 반가의 법도로는 그럴 수 없는 일이었다. 삼일신행은 상민들이나 하는 짓이라고 했다. 그리하여, 양반 가문의 신부는 신랑을 홀로 보낸 후 친정에 남아 있다가, 다시 좋은 날을 받아 우귀를 하는 것이다. 시댁에 처음으로 들어가는 그날까지 보통은 일 년이 걸리기도 하고, 길면 삼 연도 걸린다. 물론 양가의 피치 못할 사정이 있을 때는 몇 달 만에 신행을 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웬만한 경우에는 일 년 정도는 묵히는 것이 상례였다. 사람들은 그런 풍습을 '묵신행'이라 불렀다. 그러니 강모는 신부를 데불지 않고 혼자 돌아왔지만, 대소가에서는 두 사람이 함께 온 것이나 진배없이 하례하였다.
"큰일났구나. 이제 몸은 매안에 있고 마음은 대실에 가 있을 것이니, 강모 키가 삼천 발이나 되겠다."
"베갯머리 허전에서 밤이면 잠을 어찌 들꾸?"
"하릴없는 노릇이지 별 수 있겠나? 만리 같은 남도 땅 대실에는 혼자서 남 몰래 몽중에나 오갈 수밖에."
"처음엔 다 그런 것이니라. 그 고비에 정 들으라고 떨어져 있는 것이매, 너무 상심은 말 일이야."
"그나저나, 학생 서방님, 이제 콩밭에다 혼을 다 뺏기게 생겼으니, 서안을 멀리하면 장래 일이 근심이로세."
떠들썩한 하객들의 웃음 소리에, 문득 대실의 초례청과 음식 냄새. 기러기 코에 걸려 있던 청실 홍실이 나부끼며 강모의 뒷머리를 휘감아 짓눌렀다. 강모는 웃지도 않았다. 그러다가 사람들이 눈치 못 채게 슬그머니 방안에서 빠져 나와 마당에 섰을 때, 하늘에는 별이 총총하였다. 소맷자락과 목 언저리로 싸늘한 밤 기운이 스며들었다. 그때 강모는 중문 곁에 서 있는 그림자를 보았다. 그림자는 막 중문으로 들어서려는 것도 같았고, 중문을 나서려는 것도 같았다. 어쩌면 그렇게 그 자리에서 머뭇거리며 들지도 나지도 못하는 것 같기도 했다. 어두워진 반공에 우두커니 서 있는 중문의 기둥은 검은 그늘이 드리워져, 거기 서 있는 사람을 감추어 주고 있었다.
"... 강실아."
강모는 그렇게 불렀다. 그림자는 순간 멎은 듯이 조용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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