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방황은 큰 사람을 낳는다 - 마 데바 와두다
44. 욕망
<이제는 행복을 위하여 자기 바깥에서 차즈는 일일랑 그만 둘 때. 안을 볼 때>
한 왕이 아침에 산책하러 궁 밖으로 나왔다가 거지를 만났다. 왕이 거지에게 묻기를,
<그대가 원하는 게 무었인가?>
거지가 낄낄거리며 말하기를,
<내 원을 다 들어 줄 것처럼 말씀 하시네 그려>
왕이 정색을 하며 말하기를,
<어허 다 들어 주고말고. 그게 뭐지? 말해 보게>
거지가 말하기를,
<다시 한번 더 생각해 보지 그러슈>
그 거지는 보통 거지가 아니었다. 그는 전생에 왕의 스승이었었다. 전생에 스승은 왕에게 말한 바 있었다. 내생에서 다시 만나 그대를 꼭 깨유쳐 주겠노라고. 이 생에선 실패했지만 내생에선 꼭 그러리라고. 그러나 생이 바뀌면서 왕은 그걸 새까맣게 잊은 것이었다. 기실 누가 과거의 생을 기억하겠는가? 왕이 재차 말하기를,
<그대가 원하는 건 뭐든지 다 들어주지. 내가 바로 옹이란 말일세. 왕인 내가 그대의 원을 들어주지 못할 게 뭐가 있겠는가?>
거지가 말하기를,
<아주 간단한 겁니다. 이 동냥그룻이 보이시죠? 여기다 뭘 채워 주시렵니까?>
왕이 선뜻,
<그야 어렵지 않지>
하면서 신하를 한 사람 불러 명하기를,
<이 동냥그릇에 돈을 가득 담아줘라>
신하가 재빨리 약간의 돈을 가져와서 동냥그릇에 담았다. 그런데 그릇에 담기자마자 돈이 자취도 없이 사라져버리는 것이었다. 신하는 다시 돈을 갖고와서 그릇에 담았고, 담기자마자 돈은 또 자취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이런 일이 계속되었다. 아무리 돈을 갖다 부어도 거지의 동냥그릇은 즉각 비워졌다. 왕궁이 온통 난리였다. 소문이 퍼지면서 사람들이 벌떼처럼 몰려들었다. 왕의 위신까지 흔들거릴 지경이었다. 그래서 왕은 신하들에게 말하기를,
<내 재산을 모두 잃느다 해도 좋다. 난 각오가 되어 있으니까, 그런나 저 거지에게만은 절대 승복할 수 없다>
급기야는 다이아몬드와 진주 등 갖가지 보석들이 날라졌고, 왕궁의 보물창고들이 바닥을 드러내기 사작하였다. 그런데도 거지의 동냥그릇은 여전히 텅비어 있는 것이었다. 동냥그릇에 들어 가기만 하면 모든 게 즉각 사라져버리는 것이었다. 이윽고 해가 서쪽으로 기울기 시작하였다. 구경하던 사람들도 너무나 황망한둣 잠잠하였다. 왕이 조용히 나서더니 거지 앞에 무릎을 꿇고 입을 열었다.
<내가 졌소이다. 딱 한 가지만 묻겠소. 그대가 이겼소. 떠나기 전에 한 가지만 말해 주시오. 이 동냥그릇은 대체 무엇으로 만든 것이오?>
거지가 껄껄거리며 말했다.
<이건 사람의 마음으로 만든 거라오. 무슨 딴 비밀이 있는 게 아니오... 그냥 사람의 욕망으로 만든 거라오>
욕망을 살펴보라. 그 메카니즘이 어떤가? 우선 욕망에는 흥분이, 전율이, 모험이 도사리고 있다. 자극을 준다. 바야흐로 욕망이 채워지면 또다시 무의미해지고 공허해져서 그렇기 때문에 그대는 욕망의 징검다리를 밟고 다니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대는 끝끝내 거지일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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