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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뭉스러운 이야기 1」(시인 이재무) 2009년 8월 4일 |
한여름 주말 오후 고속도로는 주차장을 방불케 하였다. 어느 주말 오후 충청도 예산 출신 L씨는 모처럼 고향의 부름을 받고 서둘러 현관을 나섰다. 차가 톨게이트를 빠져나가는 데만 무려 시간 반을 넘기고 있었다. 마음이 까닭 없이 불안하고 초조해졌다. 이상 기온으로 사람의 체온에 육박하는 섭씨 34도에 이른 기온에 아스팔트는 엿가락처럼 휘어지고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리고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L씨의 고물차는 에어컨이 고장난 상태였다. 차 안의 열기는 찜질방을 무색케 할 정도였다. 울컥, 몸 속 울화라는 짐승이 몸 밖으로 자꾸 뛰어나오려 발광을 해대고 있었다. 가뜩이나, 정체에다가 몰려드는 더위로 머리 뚜껑이 열릴 지경인데 아까부터 자꾸 뒤차가 클랙슨을 눌러 대고 있었다.
눈구멍이 막히지 않았다면 저도 뻔한 도로 사정을 모르지 않을 텐데 저 작자의 머릿속은 무엇이 들었길래 저리도 속알머리 없이 잔망을 떨어내는 것일까. 그러거니 말거니 L씨는 모르쇠로 일관하며 애써 길이 뚫리기만 학수고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뒤차는 그런 L씨의 심사는 아는지 모르는지 거듭 신경질적으로 클랙슨을 눌러 대며 화를 부채질하고 있었다. 참다 못한 L씨는 차를 갓길에 세워 두고 뒤차에게로 갔다. 그리고는 앞문을 열게 한 후 뜨악한 표정을 짓고 있는 운전자를 향해 금강 하류처럼 느려 터진 말투로 한 마디 일갈하였다. “여보슈, 보면 몰러, 왜 그렇게 보채는 거유, 내가 책임질 일이 아니잖유, 그렇게 급하면 어제 오지 그랬슈.”
씨근벌떡하며 웃통을 벗고 손부채로 더위를 쫓는 연방 담배 한 대를 피워 문 후 L씨는 한결 느긋한 자세로 운전대를 잡았다. 거짓말처럼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막히고 얽혔던 찻길이 시나브로 풀려 가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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