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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 이야기_1」(시인 최치언) 2009년 7월 8일 |
만두와 애인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전 만두를 택합니다. 애인을 팔아서 만두를 더 사먹을 수 있다면 하이힐로 처맞더라도 그렇게 할 겁니다.
군대 말년이던가요? 면회 온 졸따구의 어머니가 찬합 가득 만두를 싸 온 겁니다. 그래, 한 손에는 만두 찬합 들고 한 손에는 꽃을 꺾어들고, 졸따구와 저는 다정히 부대 뒷산으로 올라갔죠. 저 반 먹고 졸따구 반 먹자고 말하고 우선 나무 위에 졸따구 먼저 올라가 망을 보라고 했습니다. 행여 만두 냄새를 맡고 전 부대원들이 개 떼처럼 달려들지 모르는 일이니까요. 꽤 큰 나무라서 졸따구를 무등 태워 올려 줬죠. 멀리 뻐꾹새는 봄날을 노래하지, 찬합 속의 만두는 그득하지, 졸따구는 만두 하나만 달라고 나무 위에서 애타게 울어 대지. 시절 참 좋았습니다. 그런데 그때 비상 사이렌이 울리는 겁니다. 처음엔 행정병이 졸다가 방송 스위치를 잘못 조작한 거라고 생각했죠. 근데, 졸따구가 나무 위에서 저를 슬픈 까마귀처럼 쳐다보는 겁니다. 슬쩍 연병장을 보니까 장난이 아니었죠. 실제로 비상이 떨어진 겁니다. 연병장에 개 떼처럼 부대원들이 집합하고 있었죠. “이런 말년에 새 됐다.” 새 된 건 저만이 아니었어요. 얼결에 저 혼자 산을 내려오는 바람에 졸따구 녀석은 나무 위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꼼짝없이 나무에 갇혀 버린 꼴이 된 것이죠. 명심하십시오. 철창 없는 나무에도 갇히는 수가 있습니다.
하여간 트럭에 올라타고 어느 도신가로 갔습니다. 그 도시에 들어서자마자 매캐한 화약 냄새와 타이어 바퀴 타는 냄새가 진동하더라니까요. 총을 주고 대기하라니까 대기했죠. 실탄을 장전하라니까 장전했죠. 쏘라니까 쐈습니다. 군대라는 게 코로 밤송이를 까라면 까야잖아요. 정말 전 아무것도 몰랐어요. 제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단지 나무 아래 두고 온 찬합 속 만두만 걱정되더라고요. 나무 위의 졸따구는 새까맣게 잊어버렸죠.
그리고 다시 부대로 돌아왔어요. 이젠 총을 쏘지 말라기에 총을 쏘지 않았고, 실탄을 제거하라기에 빼 줬고, 총기를 소제하라기에 저녁도 먹지 못하고 총기를 번들번들하게 소제했죠. 그리고 부대 뒷산으로 달려갔죠. 그 날 그 나무 아래 찬합이 그대로 있었습니다. 물론 찬합은 비어 있었습니다. 그럼 졸따구는 그 나무 위에 있었겠습니까? 놀라지 마십시오. 그 나뭇가지엔 웬 까마귀 한 마리가 썩은 만두를 입에 물고 앉아 있는 겁니다. 까마귀 새끼가 다 먹어 버린 겁니다.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구요. 그래 그 까마귀 새끼를 향해 돌을 집어던져 버렸죠. 그리고 그 돌이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전 제대를 했습니다. 전 정말 몰랐어요. 알고도 당했다고 거짓말하지 않습니다. 전 정말 모르고 당했다니까요. 뭘 당했느냐고요? 수상한 시절이 그 날 그 맛나던 만두를 썩게 만들었으니까요! 만두를 썩게 하다니!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제 몸에서 썩은 만두 냄새가 나요. 그리고 누가 자꾸 제 이름을 부르는 것 같은 환청이 들리지 않겠어요. 그 졸따구 목소리였죠.
“김병장님, 만두 하나만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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