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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들짝」(시인 김두안) 2009년 6월 30일_마흔다섯번째 |
봄밤입니다. 고층 아파트에서 뛰어내렸을까요. 꽃은, 뒤틀린 두 다리로 걸어온 나무의 환한 발자국일까요. 윤중로 보도블록에 벚꽃이 무너질 듯 피었습니다. 젊은 남녀는 카메라 앞에서 두 팔로 하트 모양을 만듭니다. 40대 중반 남자의 양쪽 어깨에는 키 작은 아내와 두 아이 웃음이 휘어지게 매달립니다. 꽃 한번 보려고 몰려든 수많은 사람들 사이 휠체어 하나 굴러옵니다. 화들짝 웃음을 피해 보도블록 위 조심조심 걸어옵니다. 꽃 피어 더 환해진 나무 그림자를 휠체어 바퀴살이 감았다 풀었다 또 벚나무 한 그루 지나칩니다. 꽃은 방 안에 너무 오래 갇혀 지냈던 걸까요. 손과 발이 뒤틀리고 얼굴까지 일그러진 다 큰 딸을 밀며 그늘그늘 걸어오는 저 가족들 언제 웃음꽃 피워 보았을까요. 어머니가 스위치를 누르듯 벚꽃을 가리킵니다. 손가락 어디쯤이 딸각 부러지는 소리 날 것 같습니다. 창백한 딸 얼굴에 깜박깜박 형광불빛 켜질 것 같습니다. 꽃은, 봄에서 봄까지 걸어온 나무의 힘든 기억일까요. 어머니는 카메라를 꺼내 들고 딸과 아버지 마구 찍습니다. 카메라 불빛 터질 때마다 딸의 눈망울이 금방금방 벌어집니다. 지나치는 사람에게 부탁해 찰칵! 가족들 얼굴에 벚꽃이 와락 추억으로 달라붙네요. 깔깔거리며 떨어지는 꽃잎이 사람들 마음 속에 안타까운 자국을 남기네요. 봄은, 꽃잎이 떨어지는 속도로 왔다가 가는 걸까요. 급기야 아버지는 딸을 휠체어에서 일으켜 세웁니다. 가랑이에 머리를 넣고 딸을 위태롭게 들어 올립니다. 굵은 벚나무 가지 사이에 끼워넣고 또 사진을 연방 찍습니다. 딸이 활짝 웃을 때마다 벚나무 전생까지 다 환해집니다. 오, 그런데 늙어 가던 벚나무가 사람들 눈치를 본 걸까요. 두 다리 살짝 비틀며 딸을 밀어낸 걸까요. 확 카메라 불빛이 터지는 순간 딸이 떨어지고 맙니다. 온 가족이 딸을 부둥켜안고 보도블록 위를 뒹굽니다. 그래도 좋다고 화르르 쏟아지는 꽃잎을 쳐다보며 웃습니다. 아예 털썩 주저앉아 우리는 괜찮다고 조금은 부끄럽다고 벚꽃벚꽃 손사래를 칩니다. 지켜보는 사람들 마음 덜컥 내려앉을 뻔했습니다. 가끔 삶도, 난감한 표정으로 하늘을 쳐다보는 걸까요. 봄밤에 핀 만월도 한창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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