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회 수 6,772 추천 수 14 댓글 0
비탈에 선 나무들은 스산하다
그러나 잃을 것 다 잃고
버릴 것 다 버린 나무들이
맨몸으로 허공에 그리는 풍경이
가장 아름다운 건 이 무렵이다
거기다 철 이른 눈이라도 내려
허리 휘어진 나무들의 모습은 숙연하다
이제 거둘 건 겨자씨만큼도 없고
오직 견딜 일만 남았는데
사방팔방 수묵화 아닌 곳 없는 건 이 때다
알몸으로 맞서는 처절한 날들의 시작이
서늘하고 탁 트인 그림이 되는 건
십일월 하순, 이맘때쯤이면 잎이란 잎은 다 집니다. 나뭇잎을 다 잃고 비탈에 선 나무들도 우리도 마음 스산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그러나 산 아래 앉아 바라보면 비탈과 능선에 선 나무들이 이때 오히려 더 아름답습니다. 잎이 다 지고나면 나무들은 알몸의 빈 가지만 남게 되는데 그 세세한 잔가지들이 능선을 따라 이어지며 그리는 그림이 그야말로 한 폭의 풍경화입니다. 아니 "사방팔방 수묵화 아닌 곳 없"습니다.
이제 겨울이 오고 찬바람 불고 눈발이 몰아칠 터인데, 알몸으로 맞서야 하는 처절한 날들만이 남았는데 그 모습이 그림입니다. 가진 것 다 잃고 오직 견딜 일만 남았는데도 그것이 탁 트인 그림이 되는 십일월 하순의 풍경을 보며 인생의 깨달음 하나를 얻습니다. 우리의 처절한 삶을 어떻게 아름다운 그림으로 바꾸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합니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조회 수 | 날짜 |
---|---|---|---|---|
공지 |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 風文 | 22,740 | 2023.02.04 |
3160 |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은 | 風文 | 189 | 2024.11.08 |
3159 | 돈은 '힘'이다? | 風文 | 300 | 2024.11.08 |
3158 | 이외수의 감성사전 - 현모양처 外 | 風文 | 229 | 2024.11.08 |
3157 | 이외수의 감성사전 - 화장 外 | 風文 | 226 | 2024.11.06 |
3156 | 이외수의 감성사전 - 잡초 外 | 風文 | 263 | 2024.11.04 |
3155 | 박테리아의 무서운 진화 | 風文 | 194 | 2024.11.04 |
3154 | 아이들이 숲에서 써 내려간 시(詩) | 風文 | 263 | 2024.11.01 |
3153 | 이외수의 감성사전 - 섬 外 | 風文 | 241 | 2024.11.01 |
3152 | 딸의 마음속 이야기 | 風文 | 216 | 2024.10.30 |
3151 | 이외수의 감성사전 - 군대 外 | 風文 | 644 | 2024.10.28 |
3150 | 이외수의 감성사전 - 말단사원 外 | 風文 | 174 | 2024.10.25 |
3149 | 비타민D를 어디서 구할까 | 風文 | 690 | 2024.10.25 |
3148 | 이외수의 감성사전 - 주정뱅이 外 | 風文 | 635 | 2024.10.24 |
3147 | 가공식품의 위험성 | 風文 | 682 | 2024.10.24 |
3146 | 이외수의 감성사전 - 크리스마스 外 | 風文 | 646 | 2024.10.23 |
3145 | 이외수의 감성사전 - 수면제 外 | 風文 | 664 | 2024.10.22 |
3144 | 식사 때 지켜야 할 수칙 | 風文 | 664 | 2024.10.22 |
3143 | 이외수의 감성사전 - 정오 外 | 風文 | 644 | 2024.10.21 |
3142 | 몸이 말하는 신호 | 風文 | 255 | 2024.10.21 |
3141 | 이외수의 감성사전 - 엑스트라 外 | 風文 | 608 | 2024.10.18 |
3140 | 혼은 어디로 갈까 | 風文 | 611 | 2024.10.18 |
3139 | 이외수의 감성사전 - 주인공 外 | 風文 | 539 | 2024.10.17 |
3138 | 지옥 같은 고통은 왜 올까 | 風文 | 529 | 2024.10.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