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회 수 8,269 추천 수 15 댓글 0
마음이란 참 묘한 것입니다. 내키지 않는 일을 하려면 마음이 먼저 불편하다는 신호를 보냅니다. 남을 돕고 나면 보아주는 이가 있건 없건 간에 마음이 뿌듯해집니다. 부끄러운 짓을 하고 나면 보는 이가 있건 없건 간에 마음이 무거워 괴로워하고 있다는 신호가 올라옵니다. 의로운 일을 하면 대견해 하며 칭찬하고 있다는 밝은 에너지를 보내오고, 비겁한 짓을 하고 나면 오래도록 안에서 무언가로 찌르는 게 느껴집니다.
마음을 풀어주기 위해 어떤 때는 기도를 하고 그래도 안 되면 눈물을 흘리며 마음에게 사과를 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마음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음악을 틀어놓고 있을 때도 있고 밤을 새워 일기를 써서 보여주거나 누군가에게 메일을 보내 반성하고 있다는 증거를 보여주어야 합니다.
18세기 문단의 거두였던 이용휴는 「수려기(隨廬記)」라는 글에서 마음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바람이 동쪽으로 불면 나도 동쪽으로 향하고, 바람이 서쪽으로 불면 나도 서쪽으로 향한다. 세상이 휩쓸려 가는데 따르지 않고 피할 이유가 어디에 있으랴? (......) 그렇다고 남들 하는 대로 따르기만 할 것인가? 아니다! 마땅히 이치를 따라야 한다. 이치는 어디에 있는가? 마음에 있다. 범사에 반드시 자기 마음에 물어보라! 마음이 편안하면 이치가 허락한 것이요, 마음이 편안하지 않으면 이치가 허락하지 않은 것이다. 이렇게만 한다면, 따라서 행하는 일이 올바르고 하늘의 법칙에 절로 부합할 것이며, 마음의 요구에 따라 행동해도 운수와 귀신이 모두 그 뒤를 따를 것이다."
세상의 이치, 삶의 이치가 마음에 있다고 이용휴는 말합니다. 기본적인 양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치에 맞는 일을 하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이치가 허락하지 않는 일을 하면 마음이 불편해진다는 것입니다. 내가 지금 이치에 맞게 행동하고 있는지 아닌지는 내가 가장 잘 안다는 것입니다. 남들이 어떻게 이야기하는지 그 다음입니다. 법에 저촉이 되는지 아닌지도 그 다음입니다. 내 마음이 이미 알고 있는 것입니다. 내 얼굴빛 내 말보다 먼저 알고 있는 내 마음을 속이지 말아야 합니다. 마음이 가르치는 대로 가야합니다. 그 마음이 하늘에서 받은 것이고 귀신도 마음의 뒤를 따르기 때문입니다.
도종환/시인 |
번호 | 제목 | 글쓴이 | 조회 수 | 날짜 |
---|---|---|---|---|
공지 |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 風文 | 22,274 | 2023.02.04 |
3160 | Love is... | 風磬 | 18,947 | 2006.02.05 |
3159 | 동시상영관에서의 한때 - 황병승 | 윤영환 | 15,792 | 2006.09.02 |
3158 | 136명에서 142명쯤 - 김중혁 | 윤영환 | 19,051 | 2006.09.02 |
3157 | 고통은 과감히 맞서서 해결하라 - 헤르만 헷세 | 風磬 | 11,811 | 2006.11.02 |
3156 | 어느 한 가로수의 독백 - 우종영 | 風磬 | 9,930 | 2006.11.21 |
3155 | 외로운 노인 - A. 슈티코프 | 風磬 | 10,815 | 2006.11.21 |
3154 | 별똥 떨어져 그리운 그곳으로 - 유안진 | 風磬 | 8,876 | 2006.12.01 |
3153 | 국화(Chrysanthemum) | 호단 | 9,722 | 2006.12.19 |
3152 | 세상을 보게 해주는 창문 | 호단 | 7,649 | 2007.01.09 |
3151 | 석류(Pomegranate) | 호단 | 6,445 | 2007.01.09 |
3150 | 세상에서 가장 슬픈건.. | 風磬 | 10,610 | 2007.01.19 |
3149 | 연암 박지원의 황금에 대한 생각 | 바람의종 | 8,903 | 2007.02.01 |
3148 | 방 안에 서있는 물고기 한 마리- 마그리트 ‘낯설게 하기’ | 바람의종 | 15,970 | 2007.02.08 |
3147 | 중국 현대문학의 아버지 루쉰, 사실은 의사 지망생이었다? | 바람의종 | 11,813 | 2007.02.28 |
3146 | 불을 켜면 사라지는 꿈과 이상, 김수영 「구슬픈 肉體」 | 바람의종 | 11,769 | 2007.03.09 |
3145 | 나그네 | 바람의종 | 8,741 | 2007.03.09 |
3144 | 어머니의 사재기 | 바람의종 | 7,102 | 2007.04.13 |
3143 | 맑고 좋은 생각으로 여는 하루 | 바람의종 | 7,157 | 2007.06.05 |
3142 | 스스로 자기를 아프게 하지 말라 | 바람의종 | 7,047 | 2007.06.07 |
3141 | 행복과 불행은 쌍둥이 형제라고? | 바람의종 | 23,015 | 2007.08.09 |
3140 | ‘옵아트’ 앞에서 인간은 천진난만한 아이가 된다! | 바람의종 | 47,330 | 2007.08.15 |
3139 | 인간의 본성은 선한가, 악한가? - 맹자의 왕도정치를 통해! | 바람의종 | 13,733 | 2007.08.30 |
3138 | 안중근은 의사(義士)인가, 테러리스트인가? | 바람의종 | 15,786 | 2007.09.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