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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은 평화의 상징이며 기도의 무기이며 비폭력의 꽃입니다. 우리가 비폭력의 정신에 철저해야만 폭력의 악순환을 끊어 버릴 수 있습니다."
"모든 신앙인에게 호소합니다. 촛불은 안으로는 내면의 욕심을 불태우고, 밖으로는 어둠을 밝히는 평화의 수단입니다. 저마다 마음을 비우고 맑게 하여 지친 세상을 위로하고 서로에게 빛이 됩시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성명에 나오는 이 구절은 어느 신부님이 쓰셨는지 모르지만 울림이 깊고 큽니다. 폭력의 악순환을 걱정하는 건 사제단만이 아닐 것입니다. 폭력으로 촛불을 끄고자 하거나 폭력으로 국민의 입을 막고자 하는 정부에 대한 비폭력의 경고이면서 항의 수단 역시 비폭력으로 전환하기를 바라는 간절한 심정이 들어 있습니다. 폭력의 한가운데를 뚫고 내려오는 신부님 수녀님들의 모습을 보며 참 고맙고 다행스럽다는 생각을 하는 건 저만이 아닐 겁니다.
침묵하고 단식하면서 평화롭게 대열을 이끄는 모습을 통해 촛불을 든 첫마음으로 돌아가게 하는 신부님들을 비난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왔으므로 이미 종교단체가 아니라느니, 좌파성향의 종교인들은 반성해야 한다느니, 국법으로 다스려야 한다느니 하는 말을 하는 걸 봅니다. 버스의 정체에 항의하는 시민들에게도 미안하다고 말하고, 돌아가지 않으려고 하는 집회참가자들에게 집으로 돌아가 줄 것을 권유하는 신부님들이 그들에게는 오직 좌파 종교인으로 보이는가 봅니다.
슬기로운 이는 도(道) - 진리의 말씀을 듣고 곧장 그대로 하고, 괜찮은 이는 반신반의하고, 어리석은 이는 비웃는다고 했습니다. 그가 비웃지 않으면 그것은 진리가 아니라고 합니다. 노자에 나오는 말입니다. 사제단의 말씀대로 촛불이 안으로는 내면의 욕심을 불태우고, 밖으로는 어둠을 밝히는 평화의 수단이 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도종환/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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