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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코의 놀라운 기능
신남식 수의사
10여 년 전 겨울 설악산에서 빙벽 타기 훈련을 하던 대학생들이 눈사태를 만나 묻히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생존자의 제보로 사고 지점은 대강 파악되었으나 10m 이상 쌓인 눈 속에 매몰된 사람을 찾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구조대원 300여 명이 며칠간 구조작업을 하였으나 찾아내지 못하였다. 마지막으로 훈련된 개를 투입하였다. 긴 탐침봉으로 눈에 구멍을 내고 개에게 냄새를 맡게 하였다. 많은 구멍 속에서 개가 반응을 보인 곳을 집중적으로 파 들어가 2구의 시신을 찾아냈다.
비슷한 시기 야간에 용인지역 산길에서 자동차 전복 사고가 났다. 이튿날 아침 승용차는 비탈에서 발견됐지만 운전자가 없었다. 30명의 경찰이 인근을 한나절 수색하였으나 허사였다. 하지만 개를 투입한 결과 30분 만에 부상한 채로 탈진한 상태의 청년을 발견하였다.
1999년 세계를 놀라게 한 대만의 지진 사태 때는 건물이 붕괴해 어느 위치에 사람이 매몰되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개가 투입되었다. 장비나 인력으로는 구조작업이 위험했기 때문이다. 개가 정확한 매몰 위치를 알려준 덕분에 2구의 시신을 발굴하였다.
이상의 이야기는 발달한 후각을 이용하여 산악에서 조난되거나 건물 붕괴 시 매몰된 사람을 찾아내는 구조견의 이야기다. 개가 냄새를 잘 맡는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면 왜 잘 맡는 것일까?
냄새는 콧구멍을 통해 공기와 함께 비강 내로 흡입되어 비강 안쪽에 있는 후각 상피세포를 거쳐 뇌로 연결되어 냄새를 구분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개는 매우 발달한 신체적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개 코의 구조를 살펴보면 우선 콧잔등은 점액샘에서 분비되는 습기로 인해 항상 촉촉하기에 공기 중 냄새 입자들을 잘 잡을 수 있다. 이 입자들은 다른 동물에 비해 큰 비강 속에 들어와 잘 데워져 후각 상피세포를 더욱 자극하게 된다. 개의 후각 상피세포는 그 표면적이 18~150㎠로 사람의 3~4㎠보다 넓으며 후각 수용체도 사람의 44배인 2억2000만 개나 된다. 그리고 개의 뇌 크기는 사람의 10분의 1 정도지만 냄새를 담당하는 대뇌의 후각 망울 크기는 사람보다 4배나 크다. 산술적으로도 사람보다 100배 이상 좋은 후각이다.
개의 후각은 이러한 해부학적 구조와 함께 탁월한 냄새 배합으로 사람보다 100만 배 이상의 능력을 가지게 된다. 이러한 신비로운 후각 능력은 인간의 생활 속에서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구조견 외에 세관에서 마약을 탐지하는 데 활용하고 검역원에서 불법 농축산물을 검색하는 데 이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개의 후각을 이용하여 인간의 건강을 지키려는 연구를 많이 하고 있다. 미국의 한 의학연구센터에서는 많은 암환자가 자기가 키우고 있는 개가 마치 뭔가 이상한 것을 탐지해냈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는 이유로 병원을 찾아오는 것을 보고 암세포를 탐지하는 데 개를 이용하는 방법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이웃 일본에서도 비슷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또한 간질환자가 발작하기 전에 일어나는 냄새의 변화를 감지하여 미리 알려줌으로써 약을 먹거나 안전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해주기도 한다.
첨단과학이 지배하고 있는 이 시대에도 동물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따라잡기에 한계를 느끼는 부분이 많은 것 같다. 눈으로 세상을 보는 인간이 코로 세상을 읽는 개에게 의존하는 것이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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