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이 묻어나는 편지 - MBC 예술단 엮음
둘 - 생활속에 피어나는 웃음안개
누가 우리 오빠 좀 말려줘요
저는 저희집이 '코스비 가족'보다 더 재미있는 가족이라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가족 모두가 유머와 재치(?)가 있는데, 오늘은 그 중에서도 저희 오빠 얘기를 할까 합니다.
먼저 오빠의 소개를 잠깐 하고 넘어갈게요.
이름 : 이정권
나이 : 28세
애인 : 있음(올 겨울에 드디어 결혼 결정)
키 : 173cm(누가 물어보면 175cm가 좀 넘는다고 너스레를 떤다)
몸무게 : 70kg
특징 : 하늘을 찌르는 줄도 모르고 자신을 과대 평가함
예를 들어 남들은 썰렁하다고 하는데 자신은 유머러스하다고 한다든지, 또 남들은 성격이 너무 여자같다라고 하는데 자신은 터프하다라고 한다든지 등등.... 마지막으로 연예인들 중에서 그럭저럭 닮은 사람을 꼽으라면 최재성-구준엽(쿵따리 샤바라로 유명한 클론의 한 멤버) 그러면 이제 오빠의 소개는 이쯤에서 접어두고 본격적으로 오빠의 그 엉뚱하고 엉뚱한 이야기를 시작할게요.
원래 공부 못하는 애들이 전화번호라든지, 유행가 가사, 연예인들 이름, 뭐 이런 것들을 잘 외우잖아요? 그런데 저희 오빠는 머리가 너무 좋은(?) 탓인지 연예인들의 이름을 말할 때마다 한 글자가 매번 틀리는 겁니다. 예를 들면 최유라씨를 이유라라고 한다든지 이종환씨를 최종환이라 한다든지 등등... 옛날부터 저는 그런 오빠의 심각한 증상을 알았기에 이름의 한 글자가 틀리더라도 요즘은 감안을 해서 듣는데 처음엔 그런 증상에 굉장한 심각성과 놀라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어요. 바로, 그 사건이 일어난 그날을 회상하며 지금부터 저의 머리의 필름을 돌리겠습니다. 최명길씨의 열렬한 팬인 오빠가 어느 날 심각한 얼굴을 하고는 제 방문을 열었습니다. 그러고는 천장을 뚫어져라 한 번 쳐다보고 방바닥에 털썩 주저앉고는 아주 세상 다 산 목소리로 말을 했습니다.
"결혼한단다, 그 여자."
여기서 그 여자란 최명길씨를 말합니다.
"누가? 누가 결혼을 하는데?"
역시 세상에 무거운 짐은 모조리 혼자 다 지고 있는 사람처럼 한숨을 쉬며 말을 했습니다.
"김명길."
잠깐! 여기서 우리 모두는 오빠의 그 심각한 증상이 발동했음을 알고 넘어가야 합니다. 그래서 전 겉으로는 오빠의 심각한 마음을 공감함과 동시에 속으로 비웃으며 말했습니다.
"누구하고?"
"최한길."
저희 오빠 너무 엉뚱하죠? 이 얘기는 예사구요. 제가 친구들에게 생몰매까지 맞아야 했던 한 사건이 또 하나 있습니다. 한때 신애라, 차인표 주연의 '사랑을 그대 품안에'라는 프로그램을 두 분 기억하실 겁니다. 한 3, 4회 정도의 방송이 나갔을 때 그때의 일입니다. 오빤 여자들에게 화제가 될 만큼 인기가 있었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하도 주위에서 여자들이 오빠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고 줄곧 차인표, 차인표 하니까(사랑을 그대 품안에를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랑을 그대 품안에라는 프로가 있는지조차 모르는 오빠는 당연히 차인표를 알리가 없죠) 오빠의 너무나도 짧은 생각에 '차인표, 차인표? 과연 차인표가 누구지'하고 혼자 고민하고 머리를 쥐어짜고 한 결과 글쎄, 사랑을 그대 품안에의 주인공인 차인표를 옛날에 '장학퀴즈'사회를 보던 차인태씨로 착각을 한 겁니다. 그날 저녁 전 변함없이 오빠의 이야기 상대가 되어야만 했습니다. 다음은 차인표를 차인태로 착각한 오빠와의 대화입니다. 오빠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말했더랍니다.
"야! 요즘 차인표가 왜 그렇게 인기고? 기분 나쁘게. 정말 짜증난다. 우리 회사 여직원들도 차인표 이야기만 하면 고마 껌뻑 넘어간다 아이가. 어휴! 요즘 아무리 개성이 강한 사람이 인기라고 하지만 정말 그 사람만큼은 이해가 안 간다. 그 사람은 별로 텔레비전 출현도 안하고 결혼한 유부남이고 내가 그 사람보다 못한 게 뭐꼬? 더더군다나 머리 스타일도 희한하고 또...."
전 오빠보다 더 흥분을 하며 말을 가로막았습니다.
"고만해라, 고만. 왜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을 욕하노. 오빠가 뭔데. 그리고 그 사람이 무슨 결혼을 해. 총각이다. 모르면 가만히 있어라. '영원한 나의 오빠'한테 무슨 소리고. 그리고 뭐 머리스타일 마리 나와서 말인데 오빠보다 더 낫다. 더벅머리보다 더 낫다 말이다."
"참으로 우리 회사 여직원들을 욕했드마는 니도 그 사람 팬이란 말이가? 아고 우리나라가 어떻게 될라고 이라노. 주여! 왜 이 중생들이 이 지경까지 가야 합니꺼? 대답 좀 해보이소. 그리고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내보고 뭐 더벅머리 뭐 내보다 더 낫다고? 내가 정말 이런 말은 안할려고 했는데, 그 사람 머리 가발이다 가발."
"뭐? 가발? 누가 그라드노. 주간지에 났어? 월간지에 났어? 어디에 났어?"
"사람들도 그라고 눈썰미가 그리도 없나? 참, 나도 텔레비전에서 보니까 딱 알겠드만, 니는 모르겠드나?"
저는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친구들에게 일제히 전화를 걸어서 그 엄청난 사실을 모조리 알렸습니다. 순진한 제 친구들은 그 사실에 눈물을 글썽이는 아이들도 있었고, 제가 너무 흥분을 하며 이야기를 한 탓인지 나의 친구 중 한 명은 '상옥아! 니가 너무 충격을 받은 것 같은데, 다른 아이들은 내가 전화 연락할 테니까 니는 좀 쉬어라.' 하는 애들도 있었습니다. 잠깐의 휴식을 취한 후 오빠와의 대화는 계속 이루어졌습니다.
"오빠야! 정말이제. 헛소리하는 거 아이제. 내가 알아보고 만약에 사실이 아이면 가만히 안 있을 거야.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나오는 주인공 차인표, 차인표 맞제? 정말이제?"
"정말이다. 내가 왜 니한테 거짓말을 하노? 거짓말이면 내가 니 동생이다. 그런데 상옥아! '사랑을 그대 품안에'가 뭐꼬? 그리고 드라마? 그 사람이 드라마에 나온다 말이가? 그럴 리가 없는데, 그 사람은 원래 MC인데 이상하네."
"그 사람이 MC를 봤다고? 어디서? 어느 방송에서?"
"와 있다 아이가, 옛날에 '장학퀴즈' 맞다 '장학퀴즈' 저기 일요일 아침에 니도 그 프로 봤다 아이가, 맞잖아 차인표, 나는 틀린말은 안해."
"...."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굳은 표정으로 그렇게 큰 목소리로 자기 주장을 말하는 오빠에게 무얼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말해야 하는지 난감하기만 합니다. 오빠의 증상의 해결책은 없을까요. 누가 우리 오빠 좀 말려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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