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회 수 10,138 추천 수 32 댓글 0
행복수첩
지은이: 김용택
출판사: 좋은생각
꽃바구니같은 이야기
내가 근무하는 조그마한 초등학교 운동장엔 가난한 시골 아이들이 봄빛 속에 놀고 있다.
운동장 아래 파란 호수며, 학교 뒷산 솔숲에는 솔잎이 더욱 푸르고, 그 너머 마을에선 농부
들이 한가하게 밭 가는 소리가 들린다. 땅엔 쑥이 파랗게 자라고, 민들레며, 시루 나물이며
나숭개가 벌써 꽃을 피우고 있다. 우리 나라에 봄이 오고 있는 것이다. 봄은 젏게 곱고 화려
하게 우리 곁에 오고 있지만 나라 살림살이가 어려워지니 갑자기 세상이 낯설어진다. 그러
나 살림이 어려워지며 우리들 살림살이에서 거품이 빠지니 사소한 물질 하나하나가 소중해
지고 마음 씀씀이들이 애틋해지기도 하니 어려움 속에서도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우리들이 크고 화려한 것들을 추구하며 정신없이 사는 동안 잃어버린 것은 가난한 '사람
의 마음'이다. 옛날 사람들이 가난하게 살면서도 담너머로 넘겨 주고 넘겨 받앗던 것들이 시
래깃국이나 감자 몇 알 같은 작은 것들이었지만 그 국 속에는 주고받는 사람의 따뜻한 정과
이웃간의 믿음이 담겨 있었다. 우린 언제부터인가 그 아름답고 정겨웁던 날들을 잃어버리고
살아왔던 것이다.
이 한 권의 작은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별 볼일 없는' 사람들의 '별 볼일 없는'이야기들이
다. 작은 것에 상처받고, 작은 것으로 슬퍼하고, 작은 것으로 괴로워하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작고 하찮은 것으로 너무너무 행복해하는 사람들의 결 고운 이야기이다. 이 글속에는 가난
해서, 너무나 가난해서 행복밖에는 없을 것 같은 눈물겨운 사람들의 얼굴들이 밤하늘의 별
빛만큼이나 반짝이고 있는 것이다.
이 책 1부와 2부는 가족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꾸며졌다. 가난하고 힘들기 때문
에 생기는 갈등들을 화해로 이끌어 나가는 따뜻한 일상이 감동적으로 그려져 있다. 이 책
전체로 흐르고 있는 이야기들이 다 그렇듯이 잘 고 잘살고 세상을 지도하는 사람들의 큰
이야기가 아니라 가난하고 못난 사람들, 그러나 이야기마다 인간적인 사랑이 넘치는, 그리하
여 이들의 삶이 이 사회를 지탱하는 든든한 힘이 됨을 이 글은 보여준다. 이 어려운 시절을
사는 많은 가족들에게 이 이야기들은 큰 위안과 희망을 줄 것이다. 3부에서는 주로 사제지
간의 정이나 친구들 사이의 이야기들을 모았다. 4부는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이다. 어렵고 힘
든 시절, 너무 많은 것들을 한꺼번에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이 눈물 같은 이야기들은 작지만
큰 삶의 밑천이 될 것이며 세상을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될 것이다. 사람이 무엇으로 더불어
사는가를 가르쳐 주는 글이다.
이 작은 책의 글들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따사로운 사람의 정이 풀물같이 묻어나게 할
것이며 포근하고 흐믓한 휴식을 얻게 할 것이다. 잠시나마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혼탁한 우
리 마음의 거울을 닦아 보자. 고통을 함께 견뎌내고 아픔을 함께 나누는 정겨운 이웃들이
거기에 있을 것이다. 당신도, 당신도, 당신의 웃는 얼굴을 보며 거기 당신 옆에 뒤에 앞에
웃고 있는 당신의 사랑하는 가족들과 당신의 고운 벗들과 날마다 마주치는 당신 같은 이웃
들과 함께 웃어보라. 이 작은 책 속엔 그런 꽃바구니같은 환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아침
이슬에 씻긴 것 같은 해맑은 이 땅의 얼굴들이.
지은이: 김용택
출판사: 좋은생각
꽃바구니같은 이야기
내가 근무하는 조그마한 초등학교 운동장엔 가난한 시골 아이들이 봄빛 속에 놀고 있다.
운동장 아래 파란 호수며, 학교 뒷산 솔숲에는 솔잎이 더욱 푸르고, 그 너머 마을에선 농부
들이 한가하게 밭 가는 소리가 들린다. 땅엔 쑥이 파랗게 자라고, 민들레며, 시루 나물이며
나숭개가 벌써 꽃을 피우고 있다. 우리 나라에 봄이 오고 있는 것이다. 봄은 젏게 곱고 화려
하게 우리 곁에 오고 있지만 나라 살림살이가 어려워지니 갑자기 세상이 낯설어진다. 그러
나 살림이 어려워지며 우리들 살림살이에서 거품이 빠지니 사소한 물질 하나하나가 소중해
지고 마음 씀씀이들이 애틋해지기도 하니 어려움 속에서도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우리들이 크고 화려한 것들을 추구하며 정신없이 사는 동안 잃어버린 것은 가난한 '사람
의 마음'이다. 옛날 사람들이 가난하게 살면서도 담너머로 넘겨 주고 넘겨 받앗던 것들이 시
래깃국이나 감자 몇 알 같은 작은 것들이었지만 그 국 속에는 주고받는 사람의 따뜻한 정과
이웃간의 믿음이 담겨 있었다. 우린 언제부터인가 그 아름답고 정겨웁던 날들을 잃어버리고
살아왔던 것이다.
이 한 권의 작은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별 볼일 없는' 사람들의 '별 볼일 없는'이야기들이
다. 작은 것에 상처받고, 작은 것으로 슬퍼하고, 작은 것으로 괴로워하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작고 하찮은 것으로 너무너무 행복해하는 사람들의 결 고운 이야기이다. 이 글속에는 가난
해서, 너무나 가난해서 행복밖에는 없을 것 같은 눈물겨운 사람들의 얼굴들이 밤하늘의 별
빛만큼이나 반짝이고 있는 것이다.
이 책 1부와 2부는 가족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꾸며졌다. 가난하고 힘들기 때문
에 생기는 갈등들을 화해로 이끌어 나가는 따뜻한 일상이 감동적으로 그려져 있다. 이 책
전체로 흐르고 있는 이야기들이 다 그렇듯이 잘 고 잘살고 세상을 지도하는 사람들의 큰
이야기가 아니라 가난하고 못난 사람들, 그러나 이야기마다 인간적인 사랑이 넘치는, 그리하
여 이들의 삶이 이 사회를 지탱하는 든든한 힘이 됨을 이 글은 보여준다. 이 어려운 시절을
사는 많은 가족들에게 이 이야기들은 큰 위안과 희망을 줄 것이다. 3부에서는 주로 사제지
간의 정이나 친구들 사이의 이야기들을 모았다. 4부는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이다. 어렵고 힘
든 시절, 너무 많은 것들을 한꺼번에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이 눈물 같은 이야기들은 작지만
큰 삶의 밑천이 될 것이며 세상을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될 것이다. 사람이 무엇으로 더불어
사는가를 가르쳐 주는 글이다.
이 작은 책의 글들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따사로운 사람의 정이 풀물같이 묻어나게 할
것이며 포근하고 흐믓한 휴식을 얻게 할 것이다. 잠시나마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혼탁한 우
리 마음의 거울을 닦아 보자. 고통을 함께 견뎌내고 아픔을 함께 나누는 정겨운 이웃들이
거기에 있을 것이다. 당신도, 당신도, 당신의 웃는 얼굴을 보며 거기 당신 옆에 뒤에 앞에
웃고 있는 당신의 사랑하는 가족들과 당신의 고운 벗들과 날마다 마주치는 당신 같은 이웃
들과 함께 웃어보라. 이 작은 책 속엔 그런 꽃바구니같은 환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아침
이슬에 씻긴 것 같은 해맑은 이 땅의 얼굴들이.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
공지 | ∥…………………………………………………………… 목록 | 바람의종 | 2006.09.17 |
» | 행복수첩 - 김용택 | 風磬 | 2006.09.17 |
592 | 어둠을 밝혀 준 목소리 | 風磬 | 2006.09.17 |
591 | 꽃무늬 블라우스에 얽힌 추억 | 風磬 | 2006.09.18 |
590 | 눈물 밥 | 風磬 | 2006.09.20 |
589 | 할아버지의 유품 | 風磬 | 2006.09.21 |
588 | 상교야! 집 거정하지 마고 | 風磬 | 2006.09.22 |
587 | 할머니의 마지막 선물 | 風磬 | 2006.09.23 |
586 | 아들을 살린 야속한 아버지 | 風磬 | 2006.09.25 |
585 | 장모님이 사 주신 책상 | 風磬 | 2006.09.26 |
584 | 구멍뚫린 어머니의 신발 | 風磬 | 2006.09.27 |
583 | 아들의 명찰 | 風磬 | 2006.09.28 |
582 | 빨리 밥 먹어라 | 風磬 | 2006.09.29 |
581 | 어머니의 일기장은 수건 | 風磬 | 2006.09.30 |
580 | 인기 최고 우리 집 마루 | 風磬 | 2006.10.01 |
579 | 회초리는 맨날 어디서 나와? | 風磬 | 2006.10.02 |
578 | 새악아 미안하데이 | 風磬 | 2006.10.03 |
577 | 아버지가 사 가신 그림 | 風磬 | 2006.10.03 |
576 | 빨갛게 벗겨진 할머니의 머리 | 風磬 | 2006.10.05 |
575 | 수다쟁이 아줌마의 눈물 | 風磬 | 2006.10.06 |
574 | 할머니의 애타는 기다림 | 風磬 | 2006.10.07 |
573 | 반찬을 싸 오시는 아버지 | 風磬 | 2006.10.08 |
572 | 나의 엄마는 75세 | 風磬 | 2006.10.09 |
571 | 친정 엄마 같은 시어머니 1 | 風磬 | 2006.10.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