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 땐 별이 되고 - 이해인
5월의 편지 - 청소년들에게
해 아래 눈부신 5월의 나무들처럼
오늘도 키가 크고 마음이 크는 푸른 아이들아
이름을 부르는 순간부터
우리 마음밭에 희망의 씨를 뿌리며
환희 웃어 주는 내일의 푸른 시인들아
너희가 기쁠 때엔 우리도 기쁘고
너희가 슬픈 때엔 우리도 슬프단다
너희가 꿈을 꿀 땐 우리도 꿈을 꾸며
너희가 방황할 땐 우리도 길을 잃는단다
가끔은 세상이 원망스럽고 어른들이 미울 때라도
너희는 결코 어둠 속으로 자신을 내던지지 말고
밝고, 지혜롭고, 꿋꿋하게 일어서 다오
어리지만 든든한 우리의 길잡이가 되어 다오
한 번뿐인 삶, 한번뿐인 젊음을 열심히 뛰자
아직 조금 시간이 있는 동안
우리는 서로의 마음에 하늘빛 창을 달자
너희를 사랑하는 우리 마음에도
더 깊게, 더 프르게 5월의 풀물이 드는 거
너희는 알고 있니? 정말 사랑해
(1996)
여러분이 스타입니다 - 청소년들에게
한국 대중음악에 한 획을 그었다는 `서태지와 아이들`이 가요계를 떠난 후에도 그들에 대한 팬들의 사랑은 식을 줄을 몰라 그들의 업적을 기르는 기념사업회가 생기고, 얼마 전엔 그들이 활동할 때 입었던 옷과 소품 육백 점을 전시해 추첨 판매하는 행사에 청소년을 비롯해 2만5천여 명의 사람들이 몰려와 대성황을 이루었다는 기사를 읽은 일이 있습니다. 인류사에 빛을 남기는 예술인들, 대중에게 많은 영향을 주는 음악인, 탤런트, 배우, 운동선수 등을 상징적으로 일컬어 우리는 흔히 스타라고 부릅니다. 한창 인기가 상승하는 이들에 대해서는 `몸값이 억대로 뛰었다`는 표현을 하기도 하며, 이들의 존재는 한창 나이의 젊은이들에게 자주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연예계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나 같은 사람에게도 종종 사진과 편지를 보내며 탤런트가 되고 싶으니 도와 달라는 학생들이 있고, 어떤 이들은 아예 학업을 중단하고 연극인이 되고 싶다는 내용의 글을 보내 오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너무 서두르지 말 것과 `스타가 되고 싶은 꿈`을 잠시 접어 두고 우선 학업을 계속하는 가운데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과 자신의 적성이나 능력에 대해서도 좀더 냉정하게 객관적인 관찰을 할 필요가 있음을 알려주곤 합니다.
해마다 모델이나 탤런트를 모집할 때면 수천 명씩 몰려드는 젊은이들을 볼 때마다 나는 왠지 걱정이 앞서는 마음을 숨길 수가 없습니다. 배우가 되고 싶다는 그 열망 속엔 끝없는 인내를 거듭해 참된 예술인이 되겠다는 치열하고 진지한 성실성보다는 어쩌면 빠른 시일 내에 유명한 인기인이 되고 싶은 일종의 허영심이 포함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 때문이지요. 여고 교사인 내 친구의 말에 의하면 요즘은 전에 비해 더욱 많은 학생들이 모델, 탤런트, 앵커우먼 등을 장래 희망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앵커우먼이 되고 싶은 이유 중의 하나도 자기가 좋아하는 연예인과 인터뷰를 하기 위해서라고 대답하는 학생들이 있다고 합니다. 얼마 전 나는 서울에 가서 몇몇 대학가와 번화한 거리를 지나며 요즘 젊은이들의 대담한 옷차림과 패션모델 같은 모습들을 놀라움 속에서 목격하게 되었으며, 날씬한 몸매와 고운 피부를 가꾸기 위해 최대의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는 이들의 개인적인 대화와 요란한 선전문구도 들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어쨌든 성형수술을 해서라도 남보다 더 예뻐지고 싶은 욕구를 쉽게 표현할 뿐 아니라 서슴없이 행동으로 옮기는 이들을 대하면서 전과는 많이 달라진 시대의 흐름을 새롭게 절감하기도 합니다. 물론 우리는 어떤 스타를 자신의 우상으로 사랑하고 존경하며 그와 동일시하는 과정을 거칠 수가 있습니다. 나 역시 한때 그렇게 특정한 대상을 만들어 몰두해 본 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때문에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하거나 자신이 할 일도 잊어버리고 단지 그들이 좋아 보인다는 이유로 모조건 그들처럼 되고 싶다는 꿈을 꾸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기본적인 재능과 조건이 갖추어져 있지도 않은 상태에서 누구나 다 모델, 가수, 탤런트가 될 수는 없는 일이겠지요. 이 세상의 그 누구와도 같지 않고 닮지 않은 유일한 존재, 자기 자신만의 고유한 멋과 매력을 지닌 `하느님의 작품`인 여러분이야말로 참으로 귀하고 아름다운 스타가 아닐까요? 설령 신문, 잡지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유명인, 연예인이 못되더라도 우리 모두는 저마디의 자리에서 자기에게 주어진 능력과 재능만큼 열심히 사랑하며 빛을 발하는 숨은 별, 고운 스타로 오늘도 조용히 성장하고 있다고 봅니다.
인도의 위대한 시인 타고르의 말대로, 우리는 다른 이에겐 반딧불로 보임을 개의치 않고 높이 빛나는 하늘의 별들처럼 언제 어디서나 묵묵히 자신의 빛을 밝히는 또 하나의 작은 별들인 것입니다. 지난 30년 동안 나는 `예수`라는 큰 별을 우상으로 삼고 그분이 남긴 사랑의 빛을 따라 걸어가는 여행자라는 생각을 오늘은 더욱 새롭게 해봅니다. 굳이 여러분이 어떤 스타를 우상으로 삼으려 한다면 너무 연예인에게만 집착하지 말고 이 세상에서 선과 진리와 사랑을 가르치고 몸소 실천해 왔던 많은 위인들, 성인들 중에서도 찾아보라고 당부하고 싶습니다. 그들의 훌륭한 삶을 추상적인 꿈으로가 아니라 구체적인 행동으로 본받으려고 애쓰면 애쓸수록 여러분은 숨어서도 빛나는 별, 누구에게나 기쁨과 희망을 안겨 주는 행복한 별이 될 겁니다.
(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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