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 땐 별이 되고 - 이해인
해질녘의 단상
5
귀에는 아프나
새길수록 진실인 말
가시 돋혀 있어도
향기를 숨긴
어느 아픈 말들이
문득 고운 열매로
나는 먹여 주는 양식이 됨을
고맙게 깨닫는 긴긴 겨울밤
좋은 말도 아껴 쓰는 지혜를
칭찬을 두려워하는 지혜를
신께 청하며 촛불을 켜는 겨울밤
아침의 눈부신 말은 준비하는
벅찬 기쁨으로 나는
자면서도 깨어 있네.
6
흰 눈 내리는 날
밤새 깨어 있던
겨울나무 한 그루
창을 열고 들어와
내게 전하네
맑게 살려면
가끔은 울어야 하지만
외롭다는 말은
함부로 내뱉지 말라고
사랑하는 일에도
자주 마음이 닫히고
꽁해지는 나에게
나보다 나이 많은 나무가
또 말하네
하늘을 보려면 마음을 넓혀야지
별을 보려면 희망도 높여야지
이름 없는 슬픔의 병으로
퉁퉁 부어 있는 나에게
어느새 연인이 된 나무는
자기도 춥고 아프면서
나를 위로하네
흰 눈 속에
내 죄를 묻고
모든 것을 용서해 주겠다고
나의 나무는 또 말하네
참을성이 너무 많아
나를 주눅들게 하는
겨울나무 한 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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