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 땐 별이 되고 - 이해인
기도일기
봄꽃들의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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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을 향한 비난의 화살은 성급히 쏘아 버리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다른 이의 나를 향한 비난의 화살은 어떤 것이라도 받아들일 수 있는 각오를 하는 것이 현명하다. 다른 사람을 판단하는 일은 되도록 보류할수록 좋고, 다른 이를 챙겨 주고 위해 주는 일은 미루지 않고 빨리 할수록 좋다. 진정 이 세상에서 누가 누구를 함부로 심판할 수 있단 말인가? 우리는 어떤 일을 좀더 깊고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도 않고 너무 지나치게 속단하는 경향이 있다. 어떤 단체 안에서 가끔은 `천사` 라고 소문난 사람보다 고약한 성격으로 악명 높다는 사람에게서 오히려 더 솔직함과 진지함을 발견할 수 있음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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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밤에 하느님도 들으실까. 신음하듯 계속되는 내 옆방 노수녀의 고단한 잠꼬대를 - `사랑하는 이를 여의고 깊은 슬픔에 잠긴 벗을 위로하고 싶어 밤새 써지지 않는 시를 생각하다가 더욱 늘어가는 나의 한숨소리를` - 창 밖엔 오랜만에 비가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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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곳곳마다 교회도 많고, 사원도 많고, 그 안에서 바치는 기도의 종류도 많다. 서로 다른 성격의 종교들도 세상엔 너무 많다. 그래도 평화보다는 분열이 잦고, 역사 안에서 종교인들끼리의 싸움이 많은 경우 전쟁의 원인이 되어 왔으며, 이러한 전쟁은 지금도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진리조차 독선이 되어 전쟁을 일으키고 죽음을 불러오는 세상이라면 하느님도, 부처님도, 마호메트도 오고 싶지 않으시겠다. 행복하여라. 평화를 위하여 일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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