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참 가슴 찡한 이야기 - 황지니
진심을 포장한 선물
그는 갑자기, 그리고 완전히 잠에게 깼습니다. 새벽 4시. 그의 아버지가 항상 먼저 일어나서 우유 짜는 것을 거들라고 깨우던 바로 그 시간이었습니다. 그의 나이 15세, 아직 아버지와 함께 농장에서 살고 있을 때의 일이었습니다. 그는 아버지를 사랑했습니다. 그는 그 사실을 크리스마스 며칠 전의 어느 날,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하는 말을 듣고 나서야 깨달았던 것입니다.
"여보, 나로서는 아침에 마틴을 깨우는 것이 너무나 가슴아픈 일이오. 그 애는 한참 자랄 나이니까 잠을 푹 자야 하거든. 내가 깨우러 갔을 때 그 애가 얼마나 곤하게 자고 있는지 당신은 모를 거요. 나 혼자서도 일을 해낼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여보, 그건 안 될 말이에요. 게다가 그 애는 어린애가 아니에요. 자기 몫을 해야 할 나이지요."
어머니는 냉정하게 느껴질 만큼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그건 그렇지만 정말이지 그 애를 깨우기 싫다니까."
이런 말들을 들었을 때 그의 마음속에서 무엇인가 눈뜨는 것이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나를 사랑한다. 그러니까 앞으로는 늑장을 부리지 말아야지.'라고 그는 굳게 다짐했습니다. 그 후로는 잠에서 덜 깨어나 비틀거리면서도 일어났습니다. 며칠 후 크리스마스 전날 밤, 그는 누워서 아버지에게 드릴 좀더 좋은 선물이 있었으면 하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오늘도 여는 해처럼 읍내의 상점에 가서 아버지께 드릴 목도리를 하나 샀으나 웬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소년은 예수님이 마굿간에서 태어나셨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가 문득 아침 일찍 일어나 암소의 젖을 몽땅 짜놓고 헛간도 깨끗이 청소해 놓는 선물을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소년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는 깊이 잠들면 안 된다는 생각에 열 번도 더 깨어났습니다. 1시, 2시, 2시 30분. 드디어 3시 15분 전에 소년의 옷을 갈아입고 조심스럽게 계단을 내려가 밖으로 갔습니다. 커다란 별이 헛간 지붕 의로 낮게 걸려 있었습니다. 암소들은 졸린 눈으로 놀란 듯이 소년을 바라보았습니다. 소년은 아버지를 생각하면서 부지런히 젖을 짰습니다. 일이 즐거워서 콧노래가 나올 정도였습니다. 아버지를 위한 선물이기 때문입니다. 헛간도 깨끗이 치우고 깨끗이 씻은 양동이는 벽에 걸어 놓았습니다. 방으로 돌아온 소년은 허둥지둥 어둠 속에서 옷을 벗고 잠자리로 들어갔습니다. 아버지가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기 때문입니다.
"마틴, 얘야 일어나야지. 크리스마스라서 안됐다만."
"알았어요."
그는 졸린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내가 먼저 나가마."
아버지가 말했습니다. 문이 닫히자 그는 조그맣게 미소를 지었습니다. 불과 몇 분 후면 아버지가 모든 사실을 알게 될 것입니다.
"이런 놈 봤나"
아버지는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흐느끼는 듯한 묘한 웃음소리였습니다.
"누가 속을 줄 알고?"
아버지는 침대 옆에 서서 그를 더듬으며 이불을 걷어냈습니다.
"크리스마스 선물이에요, 아빠."
그는 아버지의 허리를 끌어안았습니다. 아버지의 팔이 그의 몸을 감싸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얘야, 고맙다. 아무도 이보다 더 흐뭇한 일은 못할 게다."
"아, 아빠, 난 아빠가......"
말이 저절로 튀어나왔습니다. 그러나 그는 어떻게 다음 말을 이어야 할지 몰랐습니다. 그의 가슴은 넘치는 사랑으로 북받쳐 올랐습니다.
아버지는 30 년 전에 돌아가셨지만 그는 지금도 새벽 4시면 일어났다가 다시 잠이 들곤 합니다. 그러나 오늘 아침은 크리스마스이기 때문에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별들은 유난히 총총했습니다. 이제 생각해 보니 크리스마스 새벽 동트기 전의 별들은 언제나 크고 밝게 보였습니다. 다른 어느 날의 별들보다도 확실히 더 크고 더 밝은 별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 별이 움직이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거의 어느 날 밤 그 별을 보았을 때 그렇게 느꼈던 것처럼. 아이들마저 다 떠난 지금 그는 오늘 아침 아내에게 어떤 선물을 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무엇보다 그는 아내에게 자기가 아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말해 주고 싶었습니다. 그의 마음속에 사랑이 살아있는 것은 오랜 옛날, 아버지가 자기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비로소 그것이 자기의 내면에 싹을 틔웠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오직 사랑만이 사랑을 일깨울 수 있는 것입니다.
오늘 아침, 이 축복받은 크리스마스 아침, 그는 아내에게 줄 선물을 준비하기 위해 책상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아내에게 보내는 사랑의 씨앗이 열매맺기를 바라면서 편지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나의 가장 소중한 사랑 당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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